제주에서 처음으로 난민 자격을 인정하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진영 부장판사) 중국인 A씨가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제기한 난민불인정결정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중국에서 태어나 생활하던 중 중국에서 탈북자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던 B씨를 알게 됐다. 이후 2006년부터 A씨는 B씨와 함께 중국 내 탈북자들이 라오스 등으로 출국하는 일을 도와왔다.
A씨의 이런 활동은 2008년 8월 중국 공안에 덜미가 잡혔다. 중국 공안은 A씨가 다른 이의 불법 월경 행위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체포했다. 이후 재판에서 A씨는 혐의가 인정돼 2009년 3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이후 중국을 떠나 도피생활을 시작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 태국 등지에서 생활했다. 그 과정에서 라오스 국적의 배우자와 결혼도 했다. 이후 A씨는 2012년 라오스 국적을 취득했고 해당 국가의 여권도 발급받아 2016년 3월 한국에 입국했다.
A씨는 한국에 들어오기 전 주라오스 중국대사관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월경에 관여한 내용을 자수하면 형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이에 고민을 하던 중 지인을 통해 “중국 공안이 직접 라오스로 와 A씨를 체포할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됐고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 이후 탈북자 지원 단체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 입국하고 난민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난민신청에 대해 출입국관리사무소는 2016년 6월 “A씨가 중국을 떠나 오랜 시간 평온한 생활을 했다. A씨가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신청을 거부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또 “A씨가 탈북민을 돕는 활동을 이유로 중국에서 처벌을 받았거나 후에 처벌을 받을 우려가 있더라도 이를 정치적 이유의 박해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A씨는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처분에 불복해 같은해 7월에 법무부장관에게 이의신청을 했지만 이 신청은 기각됐다. 이후 A씨는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중국을 떠나 라오스로 온 이후에도 탈북민을 지원하는 활동을 했고 인터뷰도 했다”며 “이러한 사실에 비춰 봤을 때 A씨가 중국으로부터 형사처벌을 받을 우려가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취득한 라오스 국적은 법률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며 “라오스 정부로부터도 박해를 받을 위험성이 없다고 보기 힘들다”고 선고 사유를 밝혔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는 제주지법의 결정에 불복, 항소를 한 상태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