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하지 못한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완전히 빗나간 예보를 한 제주기상청이 이 답변을 내놨다. 대설특보를 해제했지만 단 하룻만에 기습적인 폭설사태를 겪은 제주도에 대한 해명이다.
제주지방기상청은 8일 오전 7시30분을 기해 제주산간과 북부, 남부에 대설주의보를 발효했다. 이어 오전 8시를 기해 제주동부와 서부에도 대설주의보를 발효했다.
기상청이 하루 전인 7일 오전 “눈이 점차 그치고 구름이 낀 날씨가 이어지겠다”고 말하며 제주산간과 북부, 동부에 내려졌던 대설특보를 해제한지 하루만이었다.
기상청은 대설특보를 해제하며 8일 이른 아침까지 저기압의 영향으로 비와 눈이 조금 이어지다 모두 그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8일 오전 제주엔 말그대로 눈폭탄이 쏟아졌다. 오전 8시 기준 제주에는 6일째 내린 눈으로 11cm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당일 내린 눈으로 새로이 쌓인 눈은 3.3cm였다. 기상청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흔치 않은 경우"라고 설명했다.
제주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폭설에 대해 “지난 5일 동안 제주에 머물고 있던 차가운 공기와 제주 서쪽 해상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부딪히면서 눈이 많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를 포함, 한반도에 내리는 눈은 대부분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내린다. 지난 5일간 제주를 휩쓸었던 폭설 역시 중국 북부지방에 위치한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이번 폭설은 저기압으로 인한 폭설이었다.
기상청은 당초 이날은 제주 서쪽 해상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제주 쪽으로 오면서 제주 상공에 머물고 있던 한기를 몰아낼 것으로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영상의 기온이 유지되며 비와 눈이 섞여서 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눈에 비해 비가 많이 내리고 눈이 내린다고 해도 1mm 내외로 적은 양이 내릴 것으로 내다 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례적으로 제주 상공에 머물고 있던 한기가 물러나지 않았다. 한기는 저기압과 부딪히면서 오히려 맞섰다. 때문에 기온은 영상으로 올라가지 않고 0~1도로 낮게 유지됐다. 결국 저기압의 영향으로 제주에 내릴 예정이었던 비는 모두 눈으로 변해 내렸다.
제주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눈은 지난 5일 동안 내렸던 눈과 달랐다”며 “저기압의 영향으로 이번 눈은 지난 5일 동안 내렸던 눈에 비해 눈송이가 컸다. 그리고 바람도 불지 않았다. 그래서 말그대로 수북이 쌓였다”고 말했다.
"수십년만에 처음 생긴 흔치않은 경우"이란 설명도 잇따랐다. 기상청 예보관들은 대부분 이 분야에서 20여년 이상 일한 베테랑들이다. "예보관들 역시 지금껏 일하면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는 것이다.
제주기상청 관계자는 “지난 5일간의 눈 예보는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예보는 완전히 빗나갔다. 기상청 내부에서도 많은 말들이 나왔고 평가도 이뤄졌다. 이번에 빗나간 예보로 많은 분들이 불편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도민분들께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예보가 빗나간 것과 더불어 이날 오전 7시 30분과 8시에 발효된 대설주의보에 대해 “뒤늦은 특보 발효가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도 있었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특보운영 규정에 따라 발효된 대설주의보”라고 말했다. 특보운영 규정에 따르면 대설주의보의 경우 24시간 동안 신적설량이 5cm 이상 돼야 발효된다. 대설경보의 경우 24시간 동안 신적설량이 20cm 이상일 때 내려진다.
하지만 이날 오전 7시 기준 제주 해안의 경우 누적적설량은 7.7cm였지만 신적설량은 1cm에 불과했다. 오전 8시에까지도 신적설량은 3.3cm였다. 중산간쪽으로 올라가야 겨우 대설주의보가 발효될 수 있는 기준에 맞춰지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운영규정에 따라 대설주의보가 발효되기는 했지만 지역에 따른 편차가 있었다”며 “기상청이 자리잡은 건입동과 신제주만 하더라도 적설량에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빗나간 예보에 대해 기상청 내부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기상청 직원들 입장에서도 힘든 하루였지만 하나의 큰 경험이었다. 이번 기회를 발판삼아 더욱 정확한 예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