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장관이 취임한지 35일만에 사퇴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14일 오후에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해 송구하다“는 사과 발언을 했다. 그러나 진심어린 사과로 보기에는 애매한 표현이 많았다. 조 장관은 14일 이미 두장의 발표문을 양복 안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왔다. 오전에는 과천 법무부에서 검찰개혁안을 발표하고, 오후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사퇴 입장문을 냈다. 사퇴문에는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하였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 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을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며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면서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다. 그렇지만 검찰개혁을 응원하는 수많은 시민의 뜻과 마음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도 했다. 또
김철수는 망가진 몸을 회복하고자 강하게 처방을 받은 일주일치 약 봉지 중에서 마지막 한 봉지를 입에다 털어 넣었다. 조배죽들의 눈치를 보아가며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약을 먹어야 하는 성가신 일이었다. 약을 먹는 일을 멈추어 버렸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기 시작하고 왼쪽 눈의 시력이 떨어져 가고 있었다. 프로빈스에는 조배죽과 조배죽이 되고자 하는 자들, 조배죽의 똘마니들로 득실대고 있었다. 돌아서면 함정, 다시 돌아서면 지뢰밭이다. 피할 길이 없다. 조배죽들은 독특한 방법으로 반대파들을 괴롭히면서 충성심을 과시하려 들었다. 총독이 헤아려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충성 경쟁은 천태만상이다. 변태 사무관 우변태(禹變態)는 저녁에 술을 한잔 걸치고 한량같이 어슬렁거리면서 여기저기 사무실을 배회했다. 야근하는 직원 중에 만만하다 싶으면 뒤로 돌아가서 검지 손가락으로 직원의 귓구멍에 질러 넣어 돌리는 버릇이 있다. 짜증내며 돌아다보면 우변태는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개기름을 질질 흘리고 있다. 악수 할 때는 손가락으로 상대편의 손바닥을 긁어 대기도 하고 남자 직원의 엉덩이를 주무르기도 하면서 쾌감을 느끼곤 했었다. 손버릇을 보아하니 성도착 증세가 심한 것
▲ '문'이란 안과 밖의 양면성을 지닌다. 미국 남북전쟁이 끝난 직후 어수선하고 불온한 시기, 시절만큼이나 황량한 와이오밍의 겨울 벌판 위 외딴 여관에 서로에 대한 증오와 혐오로 가득한 8명이 눈보라를 피해 모여든다. 남군과 북군, 흑인과 백인, 범죄자와 현상금 사냥꾼 등 한곳에 모인 이 기묘한 조합만으로도 이미 타란티노식 불행한 결말이 예견 가능해진다. 이들의 ‘잘못된 만남’이 이뤄지는 미미네 여관 겸 잡화점에 기묘한 출입문이 등장한다. 어쩌면 이 출입문은 영화의 주연급은 아니어도 충분히 조연급은 될 만한 ‘출연진’으로 손색이 없다. 눈보라 정도가 아니라 눈폭풍이 몰아치는 벌판에서 허겁지겁 미미네 잡화점으로 돌진한 인물들은 문을 밀어도 보고 당겨도 보지만 열릴 기미가 없다. 문을 부술 듯 두들겨도 열어주는 사람이 없다. 단지 안에서 ‘문을 힘껏 차라’는 불친절한 안내가 돌아온다. 안내대로 발로 있는 힘껏 걷어차자 그제서야 문이 열린다. 문을 연다기보다 문을 부수고 들어간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하다. 그렇게 문을 ‘부수고’ 들어
▲ 디플레이션까진 아니더라도 준準디플레이션은 맞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부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물론 정치권도 긴장해야 한다. 지금은 숫자 대결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사진=뉴시스] 경제는 흔히 인체로 비유된다. 체온으로 몸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듯 물가는 경기를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다. 얼굴 등에 금방 나타나는 고열보다 무서운 것이 저체온증이다. 경제도 과열돼 물가가 오르면 금방 느끼고 대응하지만, 경제 활력이 떨어져 물가가 하락하고 소비가 위축되는 경제 저체온 증상은 한동안 알아차리지 못한 채 디플레이션이라는 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지금 우리 경제가 바로 이 저체온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9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0.4% 하락했다. 8월(-0.04%)에 이어 두달 연속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1956년 물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D(디플레이션)의 공포’ 거론 빈도가 부쩍 높아졌다. 디플레이션은 단순한 저물가가 아닌 ‘경기침체와 맞물린’ 지속적인 물가하락을 의미한다. 정부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낙관론을 편다. 지난해 농산물 가격이 급
이 소설은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어두운 세력들이 전국의 지방정치를 장악해 온갖 이권개입과 탐욕으로 얼룩지는 가운데 제왕적 권력을 장악한 프로빈스의 총독(Governor)과 그 추종 세력들의 행태를 담고 있다. 그들은 조배죽 혹은 십상시(十常侍) 무리들이다. 주인공 김철수는 가상인물이다. 프로빈스에 장기간 근무하면서 그들의 집중공격으로 무려 20여년간 수천길 벼랑 끝, 한 순간을 버티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할 위치에 서 있었다. 주인공의 육체는 이미 완전히 부서져 버려 하루살이처럼 연명하면서도 희미하게 남은 정신에 의지하며 떼거지로 무지막지하게 덤벼드는 조배죽과 십상시들을 상대로 그냥 그렇게 버티는 수밖에 없던 신세였다. 1대 100, 승산 없는 싸움, 김철수는 최후의 결사항전을 준비한다. 주인공과 프로빈스의 운명이 걸려 있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사건들은 실제와 같이 묘사되어 있으나 모두 픽션이다. [편집자 주] 우영철은 여전히 거나하게 술과 고기를 먹고 소화시키고 싸는 일을 반복하며 “안 고라 줬네(말해주지 않았네)”하다가 심심하면 “술 안 사네” 징징대고 있었다. 뺨에 있는
▲ 기업 현장에서 위기론이 흘러나온다. 경제 상황이 그만큼 불확실하다는 방증이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조국 블랙홀'에서 빠져 나와 민생을 살펴야 한다. [사진=뉴시스]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삼성 이재용).” “이런 종류의 지정학적 위기는 처음이다(SK 최태원).”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다(LG 구광모).”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다(GS 허창수).” 주요 그룹 총수들이 현장경영 행보에서 최근 경제상황을 잇따라 ‘위기’로 규정하며 전략적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 의례적인 독려 차원으로 보기엔 표현이 절박하고, 실제로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자못 크다. 장기화하는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규제, 환율ㆍ유가불안 등 대외변수에다 저성장, 저물가(내지 디플레이션 우려), 저출산ㆍ고령화, 신산업 육성 지연, ‘조국 사태’로 인한 정치ㆍ사회적 갈등과 북한 변수 등 내부 악재가 겹친 탓이다. 더구나 이런 위기를 초래한 요인들이 단기 악재가 아닌 사회의
조국 법무장관 자녀입시 의혹을 계기로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 자녀 입시문제에 대한 '전수조사'가 도마에 올랐다. 여야가 뜻을 맞춰 국회 본회의에서 합의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국회의원 자녀입시 전수조사'가 이뤄지면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 현직 국회의원 가운데 내년 총선 공천과정에서 탈락자도 나올 것이며, 최악의 경우 재학중인 자녀가 퇴학 당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 장관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의 자녀입시와 관련, 교육 불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 자녀들의 납득하기 어려운 논문 제출이나 부적절한 교과 외 활동 등에 대해 전수조사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국회 윤리위 차원에서 조사에 착수하거나 별도의 독립적 기구를 구성하자”고 언급하는 등 구체적 방법론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거들었다. 그는 "교육의 공정성 회복을 위해 국회가 나설 시간"이라며 "최근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5%가
이 소설은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어두운 세력들이 전국의 지방정치를 장악해 온갖 이권개입과 탐욕으로 얼룩지는 가운데 제왕적 권력을 장악한 프로빈스의 총독(Governor)과 그 추종 세력들의 행태를 담고 있다. 그들은 조배죽 혹은 십상시(十常侍) 무리들이다. 주인공 김철수는 가상인물이다. 프로빈스에 장기간 근무하면서 그들의 집중공격으로 무려 20여년간 수천길 벼랑 끝, 한 순간을 버티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할 위치에 서 있었다. 주인공의 육체는 이미 완전히 부서져 버려 하루살이처럼 연명하면서도 희미하게 남은 정신에 의지하며 떼거지로 무지막지하게 덤벼드는 조배죽과 십상시들을 상대로 그냥 그렇게 버티는 수밖에 없던 신세였다. 1대 100, 승산 없는 싸움, 김철수는 최후의 결사항전을 준비한다. 주인공과 프로빈스의 운명이 걸려 있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사건들은 실제와 같이 묘사되어 있으나 모두 픽션이다. [편집자 주] 캄캄해서 앞이 안 보이는 길고 긴 터널을 지나왔다. 험한 가시밭길을 넘어서 귀국하는 모습은 나치 수용소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유태인과 다를 바 없다. 광대뼈가 드러나고 눈은 쾡하였다. 팔과 허벅지의 근육은 모두
미국은 여러모로 참 ‘특별’한 나라다. 국토의 면적과 국부는 물론이고, ‘합중국’이라는 형태나 인종의 다양성 역시 대단히 특별하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특별함 못지않게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 세계 패권국이 되기까지의 여정 속에서 수많은 대외전쟁을 치렀지만 미국 내에서 치른 대외전쟁은 단 한번도 없었다는 기록이다. ▲ 혐오에는 '자기보호적 혐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항적 혐오'도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토록 많은 전쟁을 다른 국토에서 치렀다니 가히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기록이다. 미국은 어웨이 경기만 하지 결코 홈경기를 하지 않는 특별한 나라다. 어웨이 경기만 하는데도 무패의 전적이라면 실로 놀랍다. 이런 지구의 ‘안전지대’와 같은 미국의 전 국토가 전쟁터가 되었던 단 한번의 전쟁이 있었다면 다름 아닌 ‘남북전쟁(1861~1865년)’이다. 이 전쟁에서 북군·남군 합쳐 약 62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는데, 이는 당시 미국 인구의 2%에 해당한다. 고도로 기계화된 살상병기들이
▲ 정치권이 정쟁에 빠져있는 사이, 버려지거나 잊힌다고 느끼는 국민이 늘고 있다. 여야 정당이 국회에서 토론하면서 입법활동을 해야 하는 이유다. [사진=뉴시스] 우리 속담에 자식과 관련된 것들이 적지 않다. ‘새끼 많이 둔 소 길마 벗을 날 없다’고 신세를 한탄하면서도 ‘손톱 발톱이 젖혀지도록 벌어먹인다’처럼 건사한다. 아울러 ‘열 손가락에 어느 손 깨물어 아프지 않을까’ ‘불면 꺼질까 쥐면 터질까’하며 돌본다. 우리네 자식사랑은 유별나다. 자식이 속을 썩여도 내색하지 않는다. 자식사랑이 지나쳐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도 여간해서 내뱉지 않는 말이 ‘버린 자식’ ‘내놓은 자식’ 등이다. 끝내 이런 말이 부모나 자식들 입에서 불거져 나오는 집안의 일이 온전할 리 없다. 안타깝게도 이런 표현이 한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최대 규모 경제단체 회장에게서 나왔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8일 “요즘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 된 것 같다”며 토로
이 소설은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어두운 세력들이 전국의 지방정치를 장악해 온갖 이권개입과 탐욕으로 얼룩지는 가운데 제왕적 권력을 장악한 프로빈스의 총독(Governor)과 그 추종 세력들의 행태를 담고 있다. 그들은 조배죽 혹은 십상시(十常侍) 무리들이다. 주인공 김철수는 가상인물이다. 프로빈스에 장기간 근무하면서 그들의 집중공격으로 무려 20여년간 수천길 벼랑 끝, 한 순간을 버티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할 위치에 서 있었다. 주인공의 육체는 이미 완전히 부서져 버려 하루살이처럼 연명하면서도 희미하게 남은 정신에 의지하며 떼거지로 무지막지하게 덤벼드는 조배죽과 십상시들을 상대로 그냥 그렇게 버티는 수밖에 없던 신세였다. 1대 100, 승산 없는 싸움, 김철수는 최후의 결사항전을 준비한다. 주인공과 프로빈스의 운명이 걸려 있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사건들은 실제와 같이 묘사되어 있으나 모두 픽션이다. [편집자 주] 캘리포니아의 태양은 강렬하다. 병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강렬한 태양 빛에 눈이 부셔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생사를 넘나드는 대형 수술을 받고 김철수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출국 전까지만 하더라도 180
‘헤이트풀 8(Hateful 8)’은 내놓는 영화마다 화제를 몰고 오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여덟번째 작품이다. 2015년에 공개한 이 영화는 역시 타란티노스럽다. 타란티노의 브랜드와도 같은 ‘복수’ 코드는 빠져 있지만 이를 부득부득 가는 듯한 ‘증오’ 코드는 전작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 우리 마음속에 살고 있는 괴물과 귀신은 '증오'와 '혐오'일지도 모른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영화의 배경은 미국 남북전쟁(1861~ 1865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아마도 1870년대 어느 시점인 듯하다. 조지아, 앨라배마, 사우스 캐롤라이나처럼 남북전쟁의 광기가 집중적으로 할퀴고 지나가지는 않은 궁벽진 와이오밍 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타란티노의 증오극의 막이 오른다. 와이오밍 주의 몸을 숨길 곳조차 없는 허허벌판에 지독한 혹한과 눈보라가 몰아친다. 용무가 무엇이 됐든 그런 날씨에 길을 나선다는 것은 곧 죽음에 가깝다. 그 근방을 말 타고, 혹은 마차를 타고 지나던 사람들이 허겁지겁 긴급대피소를 찾듯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