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제도라 하여 무조건 다 좋을 수는 없으며 무분별하게 우리나라에 적용하려면 반드시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국가마다 역사적 환경이 달라 법률도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도입하려면 신중하게 검토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일부 관변학자들이 "선진국에서는 이렇다!”며 중앙정부를 흔들어 대면 따라가는 형편이다. 대표적으로는 “연방 국가의 주(州) 수준으로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며 오랫동안 추진하여 왔으나 공염불에 그쳤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앞으로 이와 같은 시대는 오지 않는다. 이러한 잘못된 판단으로 연방국가의 주(State, 독일은 Land)는 국가이며 '주 법률'은 '국가단위 법률'임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착각하여 시행착오가 반복된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독일과 일본의 제도를 중심으로 논의된다. 그러나 독일의 지방자치라 할지라도 '백년이 넘게 진행되어 온 자치개념에 대한 논쟁은 자치 없는 자치론으로 극단화 되었다!'는 비판으로 드러난다. 즉 지방자치 실제와는 전혀 다른 학술적인 논의만 진행되었다는 얘기다. 일본에
▲ 까맣게 익어가는 삼동나무 열매. '보리밭!' 이 밭 사잇길을 걸어가면 '뉘이 부르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아 뒤를 돌아보았지만 인적이 없이 고요하다. 대신에 숲속에서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오고 가끔은 꿩들이 날라 다니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보리는 이삭이 패어 두어 달 지나면 성큼 수확기가 다가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시기에 까만색으로 익는 열매는 제주도의 토종 불루 베리라는 삼동나무 열매다. 열매는 초록색으로 태어나서 빨간 색으로 물들어 가다가 완전한 까만색으로 익어 간다. 나이가 든 어른들은 어렸을 때 이 열매를 먹고 입이 검붉은 보라색으로 물들여졌던 추억을 간직하고, 먹을 것이 귀하던 춘궁기에 허기를 달래기도 했었다. 군것질도 힘들고 밥을 제때에 차려먹기도 힘든 시절에 아이들은 특별하게도 달콤한 맛으로 즐겨 찾았던 친숙한 나무지만, 지금은 누가 처다 보지도 않을 정도로 관심이 멀어져 버렸다. 마스크와 시커먼 안경으로 얼굴을 가리고 모자를 깊이 눌러 쓴 아주머니가 렌트카에서 내리더니 다가왔다. 코로나 덕분에 요즈음 많이 볼 수 있는 외계인 같은 모습이다. 경기도 화성(華城)에서
영화 도입부 우크라이나 오페라 하우스에서 작전을 펼치는 CIA 요원들은 혼란스럽고 긴박한 상황 속에서 피아我간의 식별을 위해 암구호를 사용한다. 한쪽이 ‘We live in a twilight world’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And there are no friends at dusk’라고 대답해야 ‘같은 편’임을 인증받는다. 어쩌면 이 암구호는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인버전(inversion)’이라는 영화의 소재와 영화의 결말까지 함축하고 있는 듯하다. ▲ 우리는 모두 어스름한 시간 속에 살고 있다. 세상이 점점 밝아올지 점점 어두워질지 알 수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화 테넷 속 CIA 요원들이 피아 식별을 위해 사용하는 암구호를 다시 보자. 영화 자막에는 이 암구호가 ‘We live in a twilight world(세상에 어둠이 내린다)’ ‘And there are no friends at dusk(어두워지면 친구가 없다)’고 번역돼 있다. ‘개구리’ 하
▲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코로나19와 악천후의 영향으로 예년에 비해 대폭 축소되어 제한된 인원으로 제73주년 4․3희생자추념식을 봉행한 지 보름이 지났다.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기 위하여 유족회에서는 65세 이상의 유족은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가급적 평화공원 참배도 분산하여 방문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념식 행사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우려를 지울 길이 없었는데 통상적인 잠복기인 14일을 무사히 넘긴 셈이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마울 따름이다. 이번 추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중 세 번째로 참석하여 추념사를 통해 국가가 국가폭력의 역사를 더욱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겠다는 마음으로 밝혀진 진실은 통합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될 것이며, 되찾은 명예는 우리를 더 큰 화합과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이끌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고 하였다. 또한 마침내 제주도에 완전한 봄이 올 때까지 우리 모두 서로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자고 강조하였다. 대통령 이외에 각 정당 지도부는 물론 행안부장관과 법무부장관 등 정부주요관료들이 대거 참석하여 4․3희생자 영령들의 해원과 영면
▲ 세계 각국은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총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반도체산업의 미래 비전도 내놓지 않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웨이퍼 대(對) A4 용지.’ ‘500억 달러(약 56조2500억원) 보조금 지급 대 반도체 강국 도약 지원 방안 마련.’ 12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회복 최고경영자(CEO) 회의’와 15일 한국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의 대조되는 모습과 양국 정부의 후속 조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른손으로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반도체 칩, 웨이퍼와 배터리, 초고속 데이터 통신망 이런 것들이 모두 인프라”라며 “과거의 인프라를 수리할 게 아니라 오늘날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21세기에도 세계를 이끌려면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첨단기술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양손으로 발언 내용이 적힌 종이를 들고 “반도체산업은 우리 경제의 현
용역은 현재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여 앞으로 나아갈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즉 미래의 불확실을 제거하여 더 명확히 하려는 목적에서 실시한다. 제주국제자유도시 미래전략수립을 위한 용역보고서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를 '지주회사(holding company)'로 바꾸어 (1)첨단과학기술 (2)교통인프라 (3)면세 (4)교육 (5)의료 (6)항만물류 분야의 자회사(子會社)를 거느린다는 구상을 제시한다. 언젠가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 지주회사' 혹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 홀딩스'로 바뀌어 지고, 분야별ㆍ사업별로 자회사를 두어 운영하겠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주'는 토지를 소작농에게 빌려주고 지대를 받는 '지주(地主)'가 아니라, 자회사의 주식을 소유하여 경영을 지배하는 '지주(持株)'를 말한다. 의미가 다르지만 피지배층에 대한 횡포가 심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며 지주(地主)는 역사적으로 그 악명이 높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든든히 받쳐주는 사람이나 기둥을 의미하는 '지주(支柱)'와는 전혀 다르다. 지주회사는 소수 재벌
▲ 까마귀쪽나무. 노루 한마리가 숲 속에서 튀어 나오다가 눈을 마주치자 다시 후닥탁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또 놓쳤다. 봄을 시샘하듯 폭풍 같은 바람의 차가운 기운으로 대지는 다시 움츠려 들었다. 북풍인지 동풍인지도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여러 방향에서 몰아치는 바람에 한적한 사찰 전각 처마에 매달린 풍경이 흔들리며 맑고 은은한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고요한 숲길에서 들려오는 풍경 소리는 사람들의 온갖 잡념을 가라앉히는 항상 그리워해도 좋은 소리다. 전각의 처마에 그려진 문양과 색상은 많이 퇴색해 졌지만 정취가 물씬 풍긴다. 사찰 밖에는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짙은 초록색 보리밭을 배경으로 강렬하게 눈부시도록 유난히도 짙은 빨간색 꽃이 조화가 잘 어우러진다. 짙은 립스틱을 바른 여인처럼 멀리서도 한 눈에 확 들어왔다. 매화와 유사한 명자나무(산당화) 한그루다. 이육사 시인의 '광야'에서와 같이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홀로 꽃을 피워 향기를 피운다. 그 향기는 숲길에까지 가득하다. 서울에서 온 중년 부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와아!” 연신
영화 속 주인공들은 인류를 통째로 파멸시키려는 사토르에 맞서 인류의 종말을 막아야 한다. 요즘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들은 대단히 통이 커서 지구 종말쯤은 기본이고 더 나아가 아예 우주까지 통째로 날려버리려 한다.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어마어마한 악당에 맞서야 하는 영웅들도 더 바빠지고 부담도 커져 버렸다. ▲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을 일어나지 않도록 한 ‘영웅’들의 이름은 묻히고 기록되지 않는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영화 ‘테넷’에서 인류 몰살을 꿈꾸는 악당 ‘사토르’가 워낙 천재적이고 그 조직도 방대하다 보니 악당을 막아야 하는 영웅과 조직도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누가 동지이고 누가 적인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 악당에게 노출되고 덫에 걸릴지 모른다. 그들은 서로가 동지임을 확인하는 약속된 암호를 주고받는다. 그래서인지 인류 구원의 엄청난 사명을 짊어진 주인공은 이름조차 없다. 이름이 없지는 않겠지만 이름조차 밝히지 않는다. 소련의 음모로부터 자본주의 세계를 지키는 첨병 ‘007 제임스 본드&r
▲ 여권은 총선에서 압승을 몰아준 민심이 왜 바뀌었는지 살펴봐야 하다. 성찰을 바탕으로 부작용이 노출된 정책의 기조를 전환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사진=뉴시스] 민심의 회초리는 매서웠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파란색으로 물들었던 서울 지도가 4ㆍ7 보궐선거에선 온통 붉은색으로 변했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8일 서울시장 취임)가 40대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에서 앞섰다. 특히 20대 남성은 72.5%가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 20대 이하 여성과 40대 남성만이 오세훈 후보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다. 민심이 폭발했다. 외형상 국민의힘이 압승했지만, 엄정하게 보면 민주당의 참패다.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무능과 오만, 위선으로 스스로 무너졌다. 민주당은 조직력을 총동원하고 ‘생태탕’ ‘엘시티’ 등 네거티브 공세로 국면 전환을 꾀했지만 끝내 참패했다. 민심 이반의 근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 내내 이어진 집값 폭등이다. 25차례의 부동산대책에도 치솟은 집값은 빈부격차를 심화시켰
▲ 영국 피터바러의 환경자산 홍보자료. 환경 행정은 요란하고 거창한 구호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에서 정책과 실행의 문제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세계환경수도'를 조성하겠다며 오랜 세월을 헤매면서, 조례를 제정하여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환경도시 중 가장 으뜸이거나 모범이 되는 도시'로 정의하면서 '세계환경수도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여 왔다. 이제는 '세계환경중심도시'로 목표를 바꾸었다. 그러나 이 요란하고 거창한 구호 뒤에는 전 지역에서 난개발 논란과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으며, 쓰레기와 하수처리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나 앞으로도 해결방법은 요원하기만 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일을 잘해서라고 공치사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환경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런데 관광객이 늘어난 이유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일을 잘했거나, '국제자유도시' 혹은 '특별자치도'라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저가항공사(LCC. Low Cost Carrier)가 유행되면서 누구든지 쉽게 비행기로 제주도 여행이 가능하였
▲ 멀구슬 나무. 대나무 숲과 올레는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다. 올레에는 봄이 짙어 오면서 갖가지 야생화들이 피어오른다. 초록색 잎에 분홍빛과 옅은 파란색 꽃이 활짝 피어나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람들이 꽃길만 걸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 땅에서 살아 온 농민들이 걸어 온 길은 모두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이 꽃길 양편으로는 밭담이 끝없이 이어진다. 밭담은 조상들이 황무지를 개간하면서 쏟아져 나오는 돌을 걸러내어 밭을 일구고 그 돌로 울타리를 쌓아 올려졌다. 제주도의 밭담은 길이가 2만2108km이고 만리장성의 10배에 이르러 흑룡만리(黑龍萬里)라는 이름으로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 되었다. 밭담은 토지 경계선이기도 하고 바람과 짐승을 막으며 비바람에 무너지면 다시 쌓기를 반복하면서 수백년을 이어왔다. 그런데 돌 한 덩어리는 보통 10kg 이상이라서 한 사람이 들기에도 벅차고 그 보다도 훨씬 큰 돌들이 수없이 많다. 수백이 아니라 수천 수만개다. 조상들이 맨손으로 쌓아 올린 이 밭담의 무게는 삶의 무게다. 밭담만큼 무거운 삶이었다. 그 밭담들 사이로 백년은 더 살았을 듯한 '멀구슬 나무'가 힘이 겨운 듯 허리를 잔뜩 구부
▲ 선거용으로 급조하는 부동산 대책으론 집값 안정도, 투기 근절도 어렵다. 정부와 여당은 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놔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3월 29일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고강도 대책을 쏟아냈다. 투기 비리 공직자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투기수익은 전액 몰수하기로 했다.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 의무화를 추진하는 한편 2년 미만 단기 보유 토지와 비사업용 토지에 양도소득세를 더욱 무겁게 매기기로 했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성난 부동산 민심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들끓자 당정청(黨政靑)이 반부패 정책협의회를 열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회의에 앞서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에 서울 강남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대폭 올린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격 경질되기도 했다. 사회의 건강성을 해치는 부동산 투기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처하는 것은 합당한 일이다. 특히 공직자가 지위를 이용해 취득한 정보로 투기에 나서는 행위를 철저히 차단하고, 적발될 경우 엄벌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의욕이 넘쳐 실효성이 적은 일에 국민세금과 행정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