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7EN’ 에 등장하는 베테랑 형사 서머셋(모건 프리먼)은 정년을 일주일 앞두고 방전 상태에 빠진다. 평생을 극악무도한 사건 현장에서 뛰어다녔지만 세상은 전혀 나아지지 않으니 허무할 따름이다. 제대 날짜만을 손꼽는 말년 병장과 같은 모습이다. 서머셋 형사는 퇴임하면 시골에 가서 농장 일이나 하며 평화롭게 말년을 보낼 꿈을 꾼다. ▲ 도시 아닌 곳에선 아이 낳아 교육시킬 수 없고, 도시에선 아이 낳아 교육시키고 싶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런 서머셋 형사 곁에 새파랗게 젊은 밀스(브래드 피트) 형사가 ‘시골’에서 후임자로 온다. 밀스는 서머셋과는 정반대로 시골의 따분함이 지겨워 ‘액션’이 넘치는 대도시로 기를 쓰고 찾아온 형사다. 서머셋이 보기엔 참으로 철딱서니 없거나 ‘미친 놈’이다. 그런 그들 앞에 연쇄살인의 조짐이 보이는 사건이 터진다. 밀스는 시골 구석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사건다운 사건을 마주하고 아연 생기가 돈다. 대도시로 애써 전근 온 보람이 있다. 그러나 서장은 밀스를 내치고 사건을 서머셋에게 반강제로 배당한다
▲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는 3일 '세계가 바라본 한국의 소득주도성장'을 주제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실해한 게 아니냐는 지적과 상반된 행보다. [사진=뉴시스] 한국의 겨울과 연말은 파엎고 새로 까는 보도블록 교체 및 도로포장 공사와 함께 온다. 미처 쓰지 못한 예산을 한해가 저물기 전에 서둘러 집행하는 연례행사다. 올해는 여기에 공원 산책로나 대로변 보행로의 낙엽을 치우거나 담배꽁초를 줍는 노인 공공 알바들이 자주 눈에 띄는 점이 추가됐다. 이렇게 미집행 예산을 연내 소진하도록 정부가 독려하는 데도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잘해야 2.0%에 턱걸이할 전망이다. 상당수 외국계 투자은행이나 예측기관들은 1%대에 그칠 것으로 본다. 이런 시각은 증시에 그대로 투영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11월 7일부터 12월 5일까지 거의 한달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국 주식을 내다팔았다. ‘셀 코리아(Sell Korea)’ 행진이 이어지며 코스피지수는 4% 하락했다. 그 여파로 5일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1384조4020억원)은 미국 기업 애플(4일 종
‘명장’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SE7EN(1995년)’은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범죄스릴러 영화의 전형이다. 그러나 ‘인간의 7가지 죄악’을 모티브로 삼아 다른 범죄스릴러물과는 차별화된 ‘무거움’을 전달한다. 단테의 「신곡」과 제프리 초서(Geoffery Chaucer)의 「캔터베리 이야기(The Canterbury Tales)」가 다루는 인간 군상의 모습과 죄악이 사건 실마리를 푸는 열쇠로 등장한다. ▲ 서머셋 형사는 정년퇴임을 7일 앞두고 끔찍한 현장의 목격자이자 증인이 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영화는 온통 7이라는 숫자로 구성된다. 연쇄살인마 존 도(케빈 스페이시)는 7일 동안 단테의 「신곡」에서 경고한 7가지 죄악인 ‘탐식(Gluttony), 탐욕(Greed), 나태(Sloth), 욕정(Lust), 교만(Pride), 시기(Envy), 분노(Wrath)’를 단죄하는 살인을 감행한다. 이 엽기적인 연쇄살인 사건이 정년퇴직을 정확히 7일 앞둔 노형사 서머셋(모건 프리먼) 앞에 떨어진다. 영화의 배경을
▲ 2020년 예산안 심사과정 역시 '밀실.깜깜이.졸속'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국회 스스로 존재 이유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잇따르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어느새 2019년 달력도 달랑 한장 남았다. 가는 해를 아쉬움 없이 마무리하고, 새해를 기대와 희망 속에 맞을 준비를 할 때다. 그러나 이 땅의 정치현실은 국민을 절망시킨다. 해마다 11월 말~12월 초, ‘정치 1번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들려오는 뉴스는 제목과 내용이 거의 똑같다. “올해도 ‘밀실ㆍ깜깜이ㆍ졸속’ 예산심사…법정 처리시한 넘겨” “민생ㆍ경제 법안 ◯◯◯건 무더기 처리” 등등. 1년 전 기사를 찾아내 연도와 등장인물, 법안 이름 정도만 바꾸면 될 정도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이미 다 알고 있는 만성질환인데도 정작 당사자들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올해도 변함없이 새해 예산안은 밀실에서 몇몇 실세 의원들이 주무르는 식으로 졸속 심의됐다. 그나마 2014년 예산안 본회의 자동 상정 규정을 도입한 국회선
남북전쟁 직후 거의 새로운 통일국가 시대를 맞은 미국 사회는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본래 계절의 전환기인 해빙기가 가장 위험하다. 구질서는 사라지고 신질서는 아직 정립되지 못했다. 이 혼란기를 헤쳐나가는 흑인 워렌 소령의 지혜는 가짜 신분증을 위조하는 일이다. 워렌 소령은 링컨 대통령의 편지라는 가짜 신분증을 위조한다. ▲ 눈앞에 전개되는 '사실'도 믿고 싶은 사람은 믿고, 믿기 싫은 사람은 믿지 않는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무려’ 대통령과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라는 ‘아우라’는 워렌 소령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갑옷 역할을 해준다. 물론 그가 종사하는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직업에도 도움이 된다. 아무리 링컨 대통령이 흑인 노예 해방의 역군이었다 해도 일국의 대통령과 일개 흑인 소령의 ‘펜팔’ 관계란 상식적이지는 않다. 흔한 말로 ‘상식의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합리적 의심’의 대상이 될 만한 일이다. 워렌 소령은 자신이 링컨 대통령과 펜팔임을 주장하고, 미심쩍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링컨 대통령으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최근 대구 수성관광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 정책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변 이야기를 잘 듣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거기에 특정한 문제에 굉장히 고집이 세다. 소수 측근에 둘러싸여 바깥으로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는 건, 남자 박근혜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고 발언했다. 지식인 혹은 정치인으로써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안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표현한 것으로써 지극히 자연스러운 발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유한 것도 효과적 인식전달의 측면에서 보면 전혀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이를 두고 참으로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 희한한 일의 제1탄은 도내의 어느 유력 인터넷신문인 J신문이 쏘아 올렸다. 정책토론회가 있은 바로 그날, ―원희룡 ‘문재인 대통령은 남자 박근혜’ 발언 파장― 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를 게재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기사를 읽어보면, 기사제목과 부합되는 즉, ‘파장’과 관련한 내용은 단 한 줄 뿐이다. 어느 현장기자가 ‘발언이 너무 센 것 같다’고 했다는 것이다.
공유숙박업은 일반 주거시설을 대여해주는 사업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적인 열풍과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에어비앤비(Airbnb)’가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성공하였다. 한국에서도 수년전부터 도입을 추진해 왔으나 기존 숙박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 공급과잉의 문제, 안전성 등 다양한 이유로 제동이 걸렸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공유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시지역에서의 내국인 대상 공유숙박 허용을 추진하기로 확정 발표하였다. 공유숙박의 대표적 브랜드인 에어비앤비는 공기를 불어넣어 언제든 쓸 수 있는 공기 침대(airbed)와 아침식사(breakfast)를 제공한다는 의미의 ‘에어베드 앤드 브렉퍼스트(airbed and breakfast)’의 약자로 숙박시설과 숙박객을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 모델이다. 에어비앤비는 2008년 8월에 창립된 숙박 공유 플랫폼으로 하루 평균 150만 실을 연결해 줄 정도로 성장하여 우버와 더불어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으로 꼽히고 상위 10개 유니콘기업 가운데 3위에 해당하는 기업가치 약 300억 달러에 이를 만큼 거대한 사업체로 성장하였다.
▲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한국은 경쟁국보다 한발 앞서 정보통신망을 구축해 IT 강국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AI정부를 표방한 지금은 후속조치를 소홀하게 다룬 탓에 IT 후진국으로 밀려나게 생겼다. [사진=연합뉴스]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달리고 있건만 한국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미래산업의 원유’로 불리는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거나 다른 산업과 융합해 혁신을 일으켜야 하는데 데이터 활용 자체부터 규제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8년 8월 말 ‘데이터 강국’을 천명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데이터경제 활성화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장에서 “이제 대한민국은 인터넷을 가장 잘 다루는 나라에서 데이터를 가장 잘 다루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말에는 ‘인공지능(AI) 정부’를 만들겠다며 AI 분야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목표, 특히 데이터경제 의지는 강해 보인다. 그러나 그 실행에 필수적인 관련법 개정안은
▲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을 가속화할 분야로 'DNA(Data Network.AI)'와 BIG3(시스템반도체.미래차.바이오헬스)를 지목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그럴 듯한 구호 외치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금 중요한 건 실행이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임기 절반이 지났다. 후반기로 돌입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비슷하거나 부정 평가가 약간 높다. 취임 초기 80%를 넘어섰던 지지율이 거의 반토막 난 가장 큰 요인은 경제난 심화다. 임기 중간 경제성적표는 낙제점이다. 3%대 경제성장률을 약속했지만 첫해만 3.2%였고, 이듬해 2.7%로 내려간 데 이어 올해는 2%마저 깨질 판이다. 석유파동과 외환ㆍ금융위기 등 쇼크라 할 만한 일이 없는데도 빚어진 저성장이다. 정부의 1호 사업인 일자리 창출은 부진하고, 저소득층 소득이 감소하고 빈부격차가 확대됐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재정을 쏟아부어 만든 노인 알바만 늘어나고 경제활동의 주축인 3040세대의 괜찮은 제조업 고용은 감소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일률적인 주 52시간 근로제 강행의 부작용으로 자영업자들이
영화 ‘헤이트풀 8’에는 흑인 현상금 사냥꾼 워렌 소령이 부적처럼 품속에 지니고 다니는 편지가 등장한다. 링컨 대통령이 그에게 보냈다는 편지다. 대통령이 육군 소령에게 보내는 공적인 편지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흑인 소령에게 ‘친구’로서 사사로운 가정사를 들려주는 사신(私信)이라니 그야말로 파격적이고 특별하다. ▲ 링컨은 미국 '연방'을 지켜낸 신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족이지만, 흑인노예 해방의 아버지쯤으로 알려진 링컨 대통령은 흔히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흑인들에게 그리 우호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편견을 연설을 통해 가감 없이 드러냈던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참혹한 남북전쟁 와중에 전쟁이 잠시라도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 그 ‘짬’을 이용해 잠깐 소홀했던 미국 인디언 소탕 작전을 열성적으로 수행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결코 ‘유색인종’들의 친구는 아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현상금 사냥꾼인 흑인 워렌 소령은 자신이 링컨 대통령과 사사로운 집안 얘기까지 나눌 정도
▲ 한국경제는 지금 ‘돈맥경화’ 속 부동산만 과열되는 현상을 빚고 있다. 거추장스러운 규제를 혁파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해야 할 때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발표한 6일, 부산과 경기도 일산에선 외지인들의 주택매수 문의가 폭증했다고 한다. 어디서 무슨 정보를 들었는지 보름 전부터 발길이 잦아졌는데, 11ㆍ6 부동산 대책에서 부산 동래ㆍ수영ㆍ해운대구와 경기 고양ㆍ남양주 일부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자마자 야단법석이었다. 무리를 지어 관광버스를 타고 온 경우도 눈에 띌 정도였다. 꾼들은 용케 돈 냄새를 맡고 재빨리 움직인다. 조정대상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 제한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분양권 전매제한 등 규제가 가해진다. 그런데 제2 도시 부산이 여기서 풀려 ‘빚 내 집 사기’가 수월해지자 원정 갭 투자꾼들이 몰렸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린 곳은 물론 당초 예상됐던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된 곳들로 투기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핀셋 지정은 문재인 정부의 17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그동안 대책이 16번 나왔지만 집값은 잠
영화 ‘헤이트풀 8’에서 서로에 대한 혐오에 사로잡힌 8명이 모인 미미네 잡화점은 그야말로 ‘혐오의 백화점’이 된다. 흑인과 백인이, 범죄자와 범죄자 사냥꾼이, 남군과 백군이 서로를 혐오한다. 그중에서도 북군 출신 흑인 워렌 소령과 남군 출신 백인 샌포드 장군의 혐오는 인종과 정치를 포함한 ‘중층中層’의 혐오를 선보인다. ▲ 결투는 국가가 시시비비를 가려줄 만한 역량이 없거나 상실했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남북전쟁에서 패한 백인 샌포드 장군은 괴롭기 짝이 없다. 눈폭풍을 피해 들어온 미미네 잡화점에서 거만한 흑인 워렌 소령이라는 자와 함께 있게 된 것이 상처에 소금을 뿌린 듯 고통스럽다. 비록 전쟁에서는 패했지만 ‘벌레’ 같은 흑인 장교 따위는 당연히 무시하고 모욕함으로써 최소한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 워렌 소령은 패장인 주제에 여전히 오만한 백인 장군이 아니꼽기 그지 없다. 결국 둘 사이에 아슬아슬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시비는 워렌 소령이 먼저 건다. 샌포드 장군은 워렌 소령의 질문에 직접 대답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