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 온 세상이 소멸해 버리는 건 아닐까? 무서움이 솟구칠 정도로 덮쳐오는 무더위가 연일 기세를 더한다. 마당의 잔디는 아침마다 물을 주는데도 군데군데 누렇게 죽었다. '여름 더위에 가장 약한 게 노인'이라더니, 장례식 소식도 간간이 날아든다. 주로 90세가 넘어서 요양원에 가 계신 어머니들이다. 제주에서 장수하는 노인들의 평균 수명은 할아버지가 86세, 할머니가 92세로, 약 6살 정도 차이가 난다. 103세 우리 어머니도 예외가 아니신지, 오늘 아침에는 정색을 하시고서 한 말씀을 하신다. "정옥아, 나, 영장(장례식)은 니가 책임져주라 이! 누가 책임져 주느니게. 깨끗허게 책임져, 이!" "알아수다, 어머니! 나가 어머니랑 23년을 같이 살아신디, 당연허주 마씸. 홑썰도(조금도) 걱정허지 맙서, 예!" "돈은 경 하영 안 들 거여(돈은 그렇게 많이 안 들 거다).... 니네는 비채도 경 하지 안 허고(너희는 부채도 그렇게 많지 않고). 아버지도 죽언 책임해 줘시난. 속는 사름이 속주(수고하는 사람이 수고하지), 아무나 안 해준다. 아무리 애삭허고(억울하고) 속상허곡 가슴이 아파도, 니가 책임져 도라, 이!". 그러시곤 아예 노래를 부르신다. "정옥아,
대통령의 난데없는 성추문으로 2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현직 대통령의 재선이 난망하게 된 백악관 비서실 참모는 정치 해결사 ‘브린(로버트 드 니로 분)’을 급히 초빙한다. 노련하게 현재 정치상황과 여론의 흐름을 진단한 브린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판을 뒤집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비정상적인 ‘비상’한 처방을 제시한다. 정부의 실정을 꼬집는 야당의 공격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막아낼 수 없다고 판단되면 ‘긴급조치’나 ‘비상계엄’과 같은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곳이 정치판이다. 해방정국의 난세에 건국준비위원회의 몽양 여운형이 “비상한 상황에서는 비상한 사람들이 비상한 방법으로 비상한 일을 해야 한다”는 ‘비상’한 말을 남긴 이래 12·3 불법계엄까지 우리나라 정치도 그렇게 항상 ‘비상’하다. 브린이 제안하고 대통령과 백악관이 무릎을 친 ‘비상수단’은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통이다. 당장 백악관은 동유럽의 알바니아라는 나라가 유럽에 주둔하는 미군을 공격했다고 발표한다. 온통 대통령의 걸스카우트 소녀 성추행에 쏠렸던 국민들의 관심이 조금이나마 외국과의 ‘군사적 긴장’으로 옮겨가기 시작한다. 브린은 ‘기어’를 올린다. 미국인 대부분이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제주특별자치도는 법정계획을 수립하거나 혹은 당면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하여 많은 용역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현안과 문제점을 잘 파악하여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올바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가에 대하여는 많은 논란이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다. 환경보전기여금은 오랜기간 논의와 여러차례의 용역이 있었음에도 실행이 무산되어 왔다. 그러한 점에서, 이 논설은 2023년 12월 26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시행한 ‘(가칭)제주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실행방안 마련 용역(이하 ‘용역’이라 한다)’의 중요한 쟁점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여 보다 더 충실한 정책이 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찬성 혹은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용역’ 그 자체를 입법정책적 측면에서 검토하고, 다른 ‘용역’을 수행하는 경우에도 보다 더 실행이 가능한 ‘용역’을 수행하여 주도록 촉구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독자들의 많은 의견을 제시하여 주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 수익자 부담원칙인가? 오염원인자 책임원칙인가? ‘용역’ 175∽179쪽은 '수익자부담원칙'을 법적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이전까지 적용하였던 오염원인자 책임원칙(오염원인자를 특정할 수 없거나 직접적 인과관계
지난 5월 13개월 만에 20만명대로 올라섰던 취업자 증가폭이 6월(18만3000명)에 다시 10만명대로 내려갔다. 괜찮은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은 벌써 12개월째, 경기가 부진한 건설업은 14개월 연속 취업자 감소세가 이어졌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도 9개월 연속 줄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도, 무급가족 종사자도 4만~6만여명씩 감소했다. 종업원을 내보낸 뒤 가족끼리 또는 홀로 영업하며 버티던 자영업자들까지 줄줄이 폐업하고 있음이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청년층 취업자가 계속 감소하는 점이다. 6월 취업자를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34만8000명)·30대(11만6000명)에서 늘어난 반면 20대(-15만2000명)는 줄었다. 15∼29세 청년층 전체로는 1년 전보다 17만3000명 감소했다. 그 결과 청년층 고용률도 1.0%포인트 하락한 45.6%에 머물렀다. 전체 평균 고용률 70.3%와 크게 차이 날 뿐만 아니라 평균 고용률이 0.4%포인트 상승한 것과 달리 청년 고용률은 떨어졌다. 청년 고용률은 14개월 연속 하락했다. 게다가 일도 하지 않고, 구직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 인구도 40만8000명에 이른다. 이 땅의 청년들은 취업난과 창업 포기
영화 ‘왝 더 독’의 한 장면. 미국 대통령 선거를 불과 2주 앞둔 어느 날, 재선을 노리는 현직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견학을 온 걸스카우트 소녀를 성추행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초대형 사고를 친다. 임기 반환점을 돈 대통령이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버리는 것만큼이나 초대형사고다. 4년 중임제인 미국 대통령은 사실상 임기를 8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현직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다. 허버트 후버(대공황), 존 F. 케네디(암살), 제럴드 포드(닉슨 사면), 지미 카터(이란 인질구출 실패), 조지 부시(경제 불황·공약 번복), 조 바이든(고령 논란) 등 대형사고나 악재에 휘말린 극소수 경우를 제외하면 웬만하면 재선에 성공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현직 미국 대통령도 재선이 당연해 보이는 상황에서 14살짜리 걸스카우트 소녀 성추행이라는 초대형 사고를 친다. 이 정도 사고라면 스스로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대선 후보직에서도 사퇴하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정치란 그렇게 순리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우리의 전 대통령도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비상계엄’을 질러놓고도 스스로 ‘사임’하지 않고 갈 데까지 가보다가 ‘파면’된 걸 보면 권력의 자리란 끌려 내려오는 곳이지
제주특별자치도는 법정계획을 수립하거나 혹은 당면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하여 많은 용역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현안과 문제점을 잘 파악하여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올바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가에 대하여는 많은 논란이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다. 환경보전기여금은 오랜기간 논의와 여러차례의 용역이 있었음에도 실행이 무산되어 왔다. 그러한 점에서, 이 논설은 2023년 12월 26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시행한 ‘(가칭)제주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실행방안 마련 용역(이하 ‘용역’이라 한다)’의 중요한 쟁점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여 보다 더 충실한 정책이 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찬성 혹은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용역’ 그 자체를 입법정책적 측면에서 검토하고, 다른 ‘용역’을 수행하는 경우에도 보다 더 실행이 가능한 ‘용역’을 수행하여 주도록 촉구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독자들의 많은 의견을 제시하여 주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 국회의원 입법 추진은 가능한가? ‘용역’ 26∽31쪽에는 국회의원 입법(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제주특별자치도는 ‘환경보전기여금’을 '국회의원 입법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는 헌법 제40조에 의하
"해수욕장을 갔는데 제 파라솔 하나 못 펴는 거예요." 제주 함덕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 이모씨는 아이들과 함께 그늘을 만들기 위해 접이식 파라솔을 꺼내려다 뜻밖의 상황을 마주했습니다. 해변 한쪽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개인피서용품 이용방해 10만원 과태료'라는 문구와 함께 큼지막한 금지 표시가 줄줄이 붙어 있었습니다. 혹시 몰라 관리요원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은 명확했습니다. "개인 파라솔은 설치하실 수 없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해변은 파란색 대여용 파라솔로 가득 차 있었고,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자리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공공의 공간에서 '내 자리 하나' 펴기 어려운 해변의 현실입니다. 제주는 '해수욕장의 섬'으로 불릴 만큼 여름이면 관광객과 도민 모두가 해변을 찾습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할 공간이지만 막상 모래사장에 들어서면 자리를 펴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도내 주요 해수욕장의 파라솔 구역은 대부분 유료 대여용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파란 천막이 줄지어 늘어선 모습은 장관처럼 보이지만 그 그늘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개인 파라솔을 설치하려면 관리요원이 다가와 "여기는 안 됩니다"라며 제지합니다. 일
어쩌다가 밤낮이 바뀌어버린 아기처럼 요즘 들어 어머니는 낮에는 달처럼 주무시고 밤에는 해처럼 배회하신다. 엊그제는 거의 하룻밤 하룻낮, 24시간을 주무시기만 하셨다. ‘혹시나….’ 하는 걱정이 불안스레 꿈틀거려서 가만히 어머니 얼굴에 귀를 대보았다. 아무래도 숨결이 너무 약하신 듯하다. 갑자기 덜컥 두려움이 솟구친다. “아고게! 어머니, 얼른 일어 나십서! 저녁때가 다 되어수게!”하고 큰 소리로 깨워본다. 반응이 없으시다. 그 순간 ‘아직은 안 돼!'하는 조급함이 급하게 심장을 두드린다. 얼른 몸을 기울여서 어머니의 눈꺼풀을 뒤집어 본다. 그 순간 “야이, 무사?(얘, 왜 그래)”하면서 거칠게 밀치신다. ‘아고, 더 주무십서, 예! 미안허우다. 어머니가 나만 나둬동(놔두고) 솔째기(살짝이) 아버지한티 가불카부댄(가버릴까 봐)....’이라고 멋쩍게 물러선다. ‘역시, 우리 어머니시네….’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직은 어머니에게 호령할 기운이 남아 있으시다. 오늘은 정오쯤에 일어나셨다. 거실로 나와 당신의 자리에 앉자마자 마당을 쳐다보시더니 한숨을 쉬신다. 더위에 시달리다 못해 머리를 숙인 상추들이 숨을 죽이며 온몸을 늘어뜨리고 있다. 예년보다 급하
금융당국이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교란 행위를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한국거래소를 찾아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한 데 대한 후속 조치다. 관건은 계획이나 방침이 아닌 엄중한 실천이다. 금융위원회는 9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7월 안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의 협업 체계인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구성한다. 세 기관에 분산돼 있는 심리와 조사 기능을 모아 적극 대응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금융당국은 초단기 알고리즘 매매 등 지능적·조직적 불법행위가 증가하는 데 맞춰 인공지능(AI) 감시 체계를 구축해 불공정거래 위험 종목군을 탐지하기로 했다. 거래소의 시장감시 체계도 계좌 기반에서 개인 기반으로 전환한다. 적극적인 행정제재로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단 한번으로도 자본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거래소는 현재 개인정보를 활용하지 않고 계좌를 기반으로 감시 업무를 하고 있다. 이는 감시 대상이 많은 데다 동일인 연계성 파악도 어렵다. 이에 주민등록번호를 가명 처리한 정보를 계좌와 연계하는 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견학 온 걸스카우트 대원 한명을 대통령 집무실(Oval Office)로 유인해 ‘성추행’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정신줄을 잠깐 내려놓은 연예인이 그랬어도 세상이 시끄러울 사건을 대통령이 저질렀으니 그야말로 세상이 뒤집힐 일이다. 대통령이 말 그대로 대형 사고를 치자 모두들 ‘이제 정권은 끝장났다’고 망연자실하고 자포자기한다. 재선(再選)은 언감생심이고 탄핵과 파면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교도소로 직행할 판이다. 그러나 영악한 백악관 여성 보좌관 윈프리드 에임스(Winfred Amesㆍ앤 헤이츠 분)가 전의를 상실한 백악관 참모들을 질타하고 나선다. ‘불가능이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Impossible is not a fact. It’s an opinion)’이라는 무하마드 알리의 불굴의 정신을 일깨운다. 아디다스가 광고 카피로 적절하게 써먹어 유명해진 말이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이고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It ain’t over til it’s over)는 불세출의 야구감독 요기 베라(Yogi Berra)의 ‘속단 금물’ 정신을 불어넣는다. 지난해 12월 3일 밤에 어처구니없이 선포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지난달 3일 새벽 5시. 초여름의 선선한 공기 속 제주시 삼도2동 제2투표소(제주남초)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가 시작되기 직전의 풍경이었다. 정당 참관인과 투표 사무원,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전 5시 30분, 개시 준비가 본격화되자 사무원은 참관인을 상대로 투표지와 도장, 봉인 스티커를 하나하나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봉인작업은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고, 투표소는 긴장감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했다. 하지만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전 6시 35분. 한 50대 남성이 조용히 투표소에 들어섰다. 신분증을 내민 그에게 여성 사무원이 선거인명부를 대조하던 순간, 전산 시스템에는 이미 '사전투표 완료'로 명시돼 있었다. "혹시 사전투표 하지 않으셨어요?" 사무원의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사무원은 옆 동료와 눈짓을 주고받고는 다시 물었다. 그리고 재차 "29일에 혹시 사전투표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물었다. 남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신분증을 챙겨 빠르게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현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참관인과 사무원들
제주특별자치도는 법정계획을 수립하거나 혹은 당면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하여 많은 용역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현안과 문제점을 잘 파악하여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올바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가에 대하여는 많은 논란이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다. 환경보전기여금은 오랜기간 논의와 여러차례의 용역이 있었음에도 실행이 무산되어 왔다. 그러한 점에서, 이 논설은 2023년 12월 26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시행한 ‘(가칭)제주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실행방안 마련 용역(이하 ‘용역’이라 한다)’의 중요한 쟁점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여 보다 더 충실한 정책이 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찬성 혹은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용역’ 그 자체를 입법정책적 측면에서 검토하고, 다른 ‘용역’을 수행하는 경우에도 보다 더 실행이 가능한 ‘용역’을 수행하여 주도록 촉구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독자들의 많은 의견을 제시하여 주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용역' 161∽171쪽은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 등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운용하는 관광세, 호텔세, 숙박세, 환경세 등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 관광세(Tourist Tax)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