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무르익으면 제주시내 곳곳에서 그늘막이 펼쳐집니다. 그늘막은 횡단보도나 교통섬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가려주는 거대한 파라솔이에요. 정식명칭은 생생그늘터랍니다. 높이는 보통 3~5m, 무게는 150㎏ 정도예요. 7월 현재 제주시에는 253개의 그늘막이, 서귀포시에는 118개의 그늘막이 설치돼 있습니다. 또 각각 6개, 5개를 새로 설치하고 있고요. 도민들이 초록불을 기다리다가 더워서 쓰러질까봐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지네요. 양 행정시에 따르면 그늘막 1개당 가격은 190만~200만원 선입니다. 하지만 그늘막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위탁.관리를 맡은 업체에서 덮개를 제거해 펼치는 수고로운 작업이 필요하대요. 날씨와 기온에 따라 자동으로 펴진다는 스마트 그늘막은 800만원 선으로 가격이 무려 4배나 뛴다고 합니다. 이마저도 서귀포에는 설치돼 있지 않고, 제주시에만 광양사거리 1곳과 신제주 이마트 앞 2곳 등 3곳에만 설치돼 있습니다. 만약 인공 그늘막 대신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면 얼마의 예산이 들어갈까요? 제주에서 가로수로 가장 많이 심는 수종은 지난해 말 기준 왕벚나무(1만6176본), 후박나무(1만1026본), 먼나무(1만
오영훈 도지사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세계자연유산 보존에 큰 관심을 가져 국회에서 제주 세계자연유산 보존과 관련된 행사와 도지사 후보시절에도 실질적인 세계자연유산 환경이 잘 보존될 수 있도록 유산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이에 따른 지원도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도민주권의 도정을 펼치겠다며 용천동굴하류 등재와 동부하수처리장의 문제는 세계자연유산의 보존가치와 주민의 입장에서 해결하겠다고 월정리 비대위와 마을회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분명하게 밝혔으며 일방적인 도정은 이제 종식되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오영훈 도지사가 7월 21일 오후 6시 월정리 방문에서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의 권고대로 용천동굴하류 구간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위원회에 등재시키는 청사진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2009년에 동굴 내 수중조사를 통해 용천동굴하류가 해안까지 연장된 사실이 확인되어 그 구간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었지만 아직까지 10년 넘게 세계자연유산에는 등재되지 않은 상태에 있습니다. 하루속히 용천동굴하류 구간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세계자연유산인 용천동굴과 당처물공굴의 지역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또한 육안으로 확인되는 용암동굴의 흐름과 투물러스 모습 등이 재조명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지난해 7월 0.5%였던 기준금리가 1년 만에 4.5배 수준으로 올랐다. 2008년부터 이어져온 초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고금리와 긴축의 시대가 도래했다. 한은이 통상적인 금리 인상폭의 두배에 이르는 빅스텝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3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도 처음이다. 금통위 직후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경기보다 인플레이션을 먼저 잡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옳은 판단이다. 물가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6%대를 기록한 데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 추석 수요를 감안하면 7~9월에 7~8%대로 더 뛸 수 있다. 지금으로선 물가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는 게 급선무다. 걱정거리는 금리상승 시기에 취약가구와 한계기업이 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계부채가 1800조원에 이르는 판에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6조8000억원 늘어난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영끌 가계’와 영업해 번 돈으로 이자 갚는 것도 벅찬 ‘좀비 기업’들이 연쇄 도산하면 경제 전반이 충격을 받는다. 더 큰 문제는 금리
가끔 어머니가 혼잣말처럼 하는 소리가 있다. “나, 어떵허난 백살꼬지 살아점신고, 이?” 곰곰이 어머니의 일생을 헤아려 보니, ‘쉬지 않고 일을 해서, 죽음의 위기를 넘겨서, 오래 사시라는 주위의 돌봄이 있어서’로 요약된다. ‘혼자 사는 게 좋다’고 독립을 선언하셨던 어머니가, 어느 날 밤 배게를 안고 우리 방으로 오셨다. ‘혼자 자는 게 무서워서…….’라는 게 이유였다. ‘제주도 할머니들처럼 혼자서 먹고 싶은 거 마음껏 해 먹으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한 지붕 두 살림으로 살아온 지 10년 만의 일이다. 그렇게 딸과 한 방을 쓰면서, 어머니는 10년 가까이를 거뜬히 살아내고 계신다. ‘80대 중반이 평균 수명’이라는 어머니 가계의 유전적 전통이, 막내에 이르러서 그만 깨져버린 셈이다. 목하 100세를 살고 계신 어머니의 장수 비결이, ‘사랑하는 딸과 같이 살아서’라는 형제들의 진단처럼, 나와 같이 살면서 ‘딸을 돌봐주고 딸로부터도 돌봄을 받는다!’는 생각이 어머니로 하여금 ‘더 오래 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사실 ‘외로움이 장수의 적’이라는 연구들이 더러 있기는 하다. 한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내놓은 ‘국내 90세 이상 장수사
제주시에서 교통안전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 근무하면서 교통사고예방을 위한 안전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지만, 신고사건 등 현장에서 목격되는 사고는 ‘차량’이 다수로 인식되어 왔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보행자’의 사고가 의외로 많다는것에 경각심을 가지지 않을수 없다. 최근 3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가 84명으로 전체의 45.2%에 이르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숨진 사고도 16명(19%)으로 보행자 사고는 간과할수 없다. 이에 보행자 중심 교통안전 문화가 사회전반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을 넘어 새로운 보행자 안전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이다. 특히 7월 12일부터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에는 △횡단보도 앞 보행자가 ‘통행하는 때’ 뿐만 아니라 ‘통행하려고 하는 때’까지 일시정지 의무가 부여되고,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 주변에서 보행자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일시정지 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한 운전자에게 범칙금 6만원(승용차 기준)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제주경찰청에서는 7월 12일 법시행과 더불어 한달간의 홍보활동 및 유예기간을 걸쳐 이후 위반자에게 단속을 강화
물가 상승세가 무섭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3%대에 들어선 뒤 불과 8개월 만에 두배가 됐다. 4월 4.8%였던 것이 5월 5.4%로 뜀박질했다. 6월에는 6.0%로 더 올라갔다. 이러다가 7월에는 7%대, 8월에는 8%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할까 걱정된다. 물가 오름세는 하반기로 갈수록 가팔라질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국제 유가와 일부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지만, 에너지·원자재와 곡물을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게다가 7월부터 전기·가스요금이 올랐다. 여름휴가철과 추석(9월 10일) 등 물가상승을 부채질할 요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7월 기준금리 인상(13일 금융통화위원회 예정)은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시장의 관심은 인상폭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24년 만의 6%대 물가상승률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높였다. 한국과 미국간 기준금리 역전 현상도 차단해야 한다. 사람들이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기대인플레이션도 문제다. 6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5월보다 0.6%포인트 올랐다. 기대인플레이션은 2012년 이후
가끔 어머니가 혼잣말처럼 하는 소리가 있다. “나, 어떵허난 백살꼬지 살아점신고, 이?” 곰곰이 어머니의 일생을 헤아려 보니, ‘쉬지 않고 일을 해서, 죽음의 위기를 넘겨서, 오래 사시라는 주위의 돌봄이 있어서’로 요약된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는데 몇 번이나 죽음의 고비를 넘길까? 아마도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고려한다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헤아려보면, 어머니에게도 수많은 죽음의 위기들이 있었다. 17세부터 육지로 원정물질을 다니면서 60이 넘도록 해녀를 하였으니, 더 말하여 무엇하랴. 내 고향 대포마을에서도 물질을 하던 중 익사한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어머니의 조카인 종택이 어멍은 물질하던 중 숨이 다해서 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고, 제이는 물질을 마치고 나오다가 성창에서 발이 미끄러져 익사하였다. 그리고 달문이 삼춘은 ‘물 소굽에서 밥을 해영 먹어사 나오주’라는 소리를 듣는 대상군이었지만, 어느날 물 속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보목마을도 마찬가지다. 섶섬 앞에서 물질하던 해녀가 지나가던 배의 스쿠루에 걸려서 죽는 사고가 있었고, 태왁만 남긴 채 사라진 해녀가 거센 조류를 따라 지귀도에서 발견되
막시무스에게 코모두스는 그야말로 불구대천의 원수다. 코모두스는 막시무스가 아버지처럼 모신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목졸라 죽이고, 막시무스의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까지 불태워 죽인다. 막시무스는 하루아침에 로마 최고의 장군에서 노예검투사로 전락한다. 코모두스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은’ 한 사내의 처절한 복수극이 시작된다.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볼 때 한가지 짚어볼 게 있다. 막시무스의 불행은 모두 코모두스 때문이었을까. 누가 뭐라 해도 직접적 원인은 코모두스가 제공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간접 원인들은 따로 있다. ‘간접 원인’이 없었으면 ‘직접 원인’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게 ‘진짜 원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럼 막시무스를 불행으로 이끈 간접 원인은 무엇이 있을까. 이 모든 사태를 만든 ‘간접 원인’은 어쩌면 게르만족의 침입이었을 듯하다. 북방 게르만족이 로마를 침략하지 않았다면 막시무스는 로마 최고의 장군이 될 기회를 얻지 못했을 거다. 아우렐리우스 황제 역시 아들 코모두스를 제쳐두고 막시무스를 후계자로 ‘찜’할 이유도 없었다. 어쨌거나 게르만의 침략을 당한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코모두스로는 안 된다는 걸 잘 안다. 자신이 죽은 후에라도 막시무스
전기요금이 7월부터 ㎾h당 5원 인상됐다. 월 307㎾h 전력을 쓰는 가정에서 1535원 더 내야 한다. 도시가스 요금도 가구당 월 2220원 오른다. 정부와 정치권이 지지율을 의식해 공공요금을 억눌러온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탈원전 정책 부작용이 겹쳐 더 이상 요금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결과다. 더구나 전기·가스 요금은 이번 인상으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요금이 ㎾h당 33.6원은 올라야 지금까지 오른 연료비를 메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스요금도 오는 10월 추가 인상이 예고돼 있다.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은 오랫동안 제기됐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2013년 이후 전기요금을 거의 올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며 가동할 수 있는 원전을 폐쇄하거나 가동률을 떨어뜨렸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렸고, 이는 한전의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 세계 각국은 지난해 천연가스와 석탄 등 연료비 가격이 급등하자 전기요금을 잇달아 올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막판인 지난해 말에야 전기요금 인상 시점을 대선 이후인 4월과 10월로 정하며 요금인상 부담을 현 정부로 넘겼다. 전기요금 폭탄 돌리기가 이어지면서 한전
가끔 어머니가 혼잣말처럼 하는 소리가 있다. “나, 어떵허난 백살꼬지 살아점신고, 이?” 곰곰이 어머니의 일생을 헤아려 보니, ‘쉬지 않고 일을 해서, 죽음의 위기를 넘겨서, 오래 사시라는 주위의 돌봄이 있어서’로 요약된다. 요즘들어 어머니가 기운이 통 없으시다. 이 여름을 무사히 지나실 수 있을까.... “나, 이젠 다 살아진 모양이여”라며 물끄러미 내 얼굴을 쳐다보시는 어머니. 눈가에 촉촉이 물기가 배어 있다. ‘눈이 정신’이라는데, 어머니의 눈동자가 많이 흐려지셨다. 안개가 자욱한 시선에는 ‘나 좀 살려 달라’는 간절함이 서려 있다. 이제는 기력이 다하신 게다. 100살이 아니신가. 하지만 ‘대포 부택이 어멍은 102살이라도 정정허게 돌아다념잰 호여라만은...’이라며 말끝을 흐리시는 어머니. 마저 끝마치지 못하고 흐려지는 말의 여운에는 더 오래 사시고 싶으신 갈망이 담겨 있다. 그래, 우리 어머니, 더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시어머니와 시할머니, 두 분 시어른을 지성껏 봉양하고 임종을 지켰으니, 하늘의 이치대로라면 장수의 복을 받으실 게 분명하다. 성경에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출애굽기 2
코모두스 황제와 노예검투사 막시무스는 AD 180년 어느날 로마의 콜로세움 경기장 한복판에 서서 수만명의 군중 앞에서 칼을 뽑아 들고 최후의 결투를 벌인다. 결국 두 사람은 그곳에서 죽음을 맞는다. ‘어쩌다가’ 두 사람이 그날 그곳에서 그렇게 맞서고 그렇게 죽게 됐을까. 누구 탓일까. 대중예술에서 극작가와 감독의 시선은 주인공 편향적이고 선악善惡 대결구도에 맞춰져야 한다. 영웅은 절대선이어야 하고, 빌런은 절대악이어야 한다. 막시무스는 강직하고 사심 없고 당당하다. 반면 코모두스는 무능하고 욕심 많고 사악하기 짝이 없다. 막시무스뿐만 아니라 관객 모두의 ‘공공의 적’으로 자리매김한다. 코모두스를 향한 막시무스의 사무친 원한에 모든 관객이 공감한다. 코모두스를 죽이기 전에는 눈을 감을 수 없는 복수심도 수긍이 간다. 막시무스가 아버지처럼 모셨던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살해하고 자신의 처자식마저 불태워 죽인 원수가 코모두스이기 때문이다. 억울하게 죽은 아우렐리우스 황제와 내 처자식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 카메라도 막시무스의 영웅적인 전투와 일편단심 로마와 황제를 향한 충절, 그리고 막시무스의 아내와 아들이 나무에 매달려 불타 죽은 모습에 막시무스가 처절하게 절규하는
민간 주도 경제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표방한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고강도 혁신에 시동을 걸었다. 부실하고 방만하기 짝이 없는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가 나오자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혁신의 방향을 제시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과하게 넓은 사무공간을 축소하고, 호화 청사도 매각해 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지 않나” “고연봉 임원의 경우 스스로 반납하고, 과도한 복지 제도도 축소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공기관 청사 현황에 대한 전수 조사가 시작됐다. 청사 부지 면적과 연면적, 기관장 집무실 및 부속실, 접견실과 전체 사무공간 면적 등등. 대통령실에 따르면 현재 공공기관 수는 350개, 인력은 약 44만명이다. 예산은 국가 예산의 1.3배인 761조원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동안 공공기관은 29개, 인력은 11만5000명 늘었다. 인건비는 7조4000억원, 부채는 84조원 불어났다. 공공기관 임직원 수가 급증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정부) 주도 성장을 추진하면서 세금으로 손쉽게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공공기관들의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