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에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믿고 따랐다가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볼 것이란 불안감이 팽배하다.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자찬할 때가 아니다.[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 정부가 7월 2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한 뒤 내놓은 대국민 담화문 제목이다. 제목은 거창했지만, 내용은 무책임했다.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 금융위원장, 경찰청장의 발표를 요약하면 ‘주택공급은 충분한데 집값이 더 오르리란 기대심리와 투기 수요, 불법거래가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집값과 전셋값 급등의 원인을 주택공급 부족이 아닌, 국민의 과도한 수익 기대심리 탓으로 돌렸다. 투기수요와 실거래 띄우기 같은 불법행위가 주범이란 인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집값 띄우기 등 부동산 교란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례적으로 부동산 관련 브리핑 자리에 경찰청장을 참석시킨 배경이다. 문재인 정부 4년 3개월, 유례가 없는 26차례 부동산 대책에도 시장이 안정되지 않은 것은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격은 수요와
영화 ‘미나리’에서 5살짜리 꼬마 데이비드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데이비드가 등장하는 분량이나 영화를 이끌어가는 역할 모두 할머니 순자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을 능가하는 듯하다. 나이 어리다고 조연상 자격이 안 된다면 조금은 억울한 일이다. ▲ 바람은 하늘의 뜻일 뿐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데이비드의 존재감은 영화 포스터에서도 나타난다. 남녀 주연배우들을 모두 제치고 포스터에 단독으로 등장한다. 포스터에서 데이비드는 대형 성조기가 벽면을 덮은 농장 건물 배경의 풀밭 위를 나뭇가지를 들고 걸어오는 모습을 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나뭇가지다. 데이비드가 소중하게 들고 있는 구부러진 나뭇가지 하나에 영화의 핵심 주제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제이콥은 10년간 병아리 감별사로 근근이 모은 돈과 은행에서 받은 대출금을 합쳐 아칸소 외진 곳에 척박한 땅을 산다. 그렇게 농장주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향한 첫발을 내딛는다. 농장을 건설하려면 우선 물이 문제다. 우물을 파주겠다는 전문가가 두개의 나뭇가지를 들고
▲ 전력 공급이 부족해질 위기에 처하지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재가동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정비 중이던 원전을 전력 생산에 투입하기도 했다. 아이러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정부청사와 공공기관에 낮 시간 중 30분씩 돌아가면서 에어컨 가동을 멈추도록 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기업들에는 전기 사용을 줄이면 보상금을 주는 ‘수요반응(Demand Response)’ 제도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여름 더울 때 에어컨을 끄고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데도 생산라인 가동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은 전력 공급이 부족해질 위기에 몰렸다는 것이다. 에어컨 가동중단이나 전력사용 감축 요청은 2013년 이후 8년 만의 이례적 조치다. 여유 전력을 나타내는 전력예비율은 1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일부 발전소가 고장 등으로 멈춰 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정전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평소 20~30%를 유지하던 전력예비율이 7월 둘째주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위험주의보다. 올여름 전력수급 불안은 2017년 대선 공약인 탈(脫)원전의 아집에 갇힌 문재인 정부가 자초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영화 ‘미나리’는 미국에 이민 온 한 한국인 가정을 보여주지만 이름만 ‘한국인 가정’일 뿐, 그들이 보여주는 가족관계는 전형적인 한국인 가정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 가족이 보여주는 모습은 한국적이라기보다는 ‘미국적’이고 ‘세계적’이다. ▲ 과거 욕망과 니즈의 ‘서열화’는 공동체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장치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나리’가 미국과 세계 각국의 평론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아카데미상 6개 부문에 후보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어쩌면 그 가정의 모습이 ‘미국적’이거나 ‘세계적’이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반면 아카데미상 수상작이라는 ‘국뽕’에 불을 지피는 엄청난 ‘버프’에도 국내 흥행이 기대에 못 미쳤던 건 한국 관객들이 보기에 ‘미나리’ 가족의 모습이 왠지 ‘한국적’이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가끔 듣게 되는 ‘가장 한국적인
▲ 때마다 노사간 대립으로 치닫는 최저임금 결정 제도를 방치하는 건 정부와 정치권의 직무유기다. 사진은 12일 공익위원의 안에 반발하며 전원 퇴장하고 있는 사용자위원들.[사진=연합뉴스]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13일 새벽에야 가까스로 결정됐다. 올해(8720원)보다 5.1% 많은 시간당 9160원이다. 이번에는 조금 달라지나 기대했는데, 노사 양측은 변함없이 벼랑 끝 전술로 버티다가 결정된 뒤에도 반발하는 구태를 답습했다. 1988년 최저임금제 시행 이후 35차례 결정과정에서 노사가 합의한 경우는 5분의 1인 단 7회에 불과했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다. 하지만 위원회 앞에 붙는 ‘사회적 대화기구’다운 합리적 근거에 입각한 제안과 협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서로 상대방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노사가 요구하는 인상안의 격차가 큰 데다 주장을 굽히지 않아 법정시한을 넘겨 허겁지겁 투표를 통해 공익위원 중재안대로 결정해왔다. 이번에 노사 양측이 제시한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 인상률은 23.9%(1만800원) 대 0
‘미나리’는 미국에 이민 간 한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다. 제목은 어디에 갖다 심어놓아도 잘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미나리에서 따왔다고 한다. 제목만 봐선 미나리처럼 강인한 한국인 이민 가정이 미국에서 억척스럽게 뿌리내리는 희망찬 이야기를 짐작하게 한다. ▲ 명분이 사라져도 방향이 바뀌진 않는다. 또다른 명분을 내세워 욕망을 향할 뿐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화속에서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으로부터 ‘급파’된 외할머니 순자(윤여정 분)는 한국에서 미나리 씨를 가져와 딸네 부부가 아칸소주 어디쯤에서 일구는 농장 한편에 뿌려 가꾼다. 씨앗과 열매는 통상 외국여행 반입이 불가한데 이 문익점 같은 할머니는 어떻게 미나리 씨앗 한움큼을 ‘밀반입’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기는 하다. 공항 검색이 이렇게 허술해서야 미국의 생태계는 한 세대도 못 견디고 붕괴될지도 모르겠다. 순자가 밀반입한 미나리는 과연 그 이름답게 아칸소에서도 잘 자란다. 그러나 정작 제이콥과 모니카 부부의 가정생활은 그다지 순탄치도 못하고 정말 미나리처럼 미국땅에 제대로 뿌리내릴 수
▲ 4차 대유행의 원인은 젊은층,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이다. 원인이 드러난 만큼 처방도 여기에 맞춰야 한다.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2030세대의 접종에 속도를 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4차 대유행에 진입했다. 확산 추세로 볼 때 1500명대를 거쳐 2000명대로도 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이번 대유행은 시기나 지역적으로 좋지 않다. 여름 방학과 휴가철, 2학기 전면 등교를 앞둔 시점이다. 국토 면적의 12%밖에 안 되는데 인구의 절반 이상이 오밀조밀 모여 사는 수도권이 가장 심각하다. 코로나 사태 1년 6개월, 끝내 4차 대유행 단계에 접어든 것은 지난해 1~3차 대유행을 겪으면서도 교훈을 제대로 새기지 못한 측면이 적지 않다. 4차 대유행을 조기에 진정시키고, 5차 대유행을 막기 위해선 4차 대유행에 이르기까지의 실패 경험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1차 대유행의 정점은 하루 신규 확진자가 900명대를 기록한 지난해 2월 말. 코로나 바이러스 유입 초기로 마스크 대란을 겪는 등 대책이 미흡했고, 대구 신천지교회발 집단감염이 확산됐다. 정부는 강력한 사회
정이삭 감독의 화제작 ‘미나리’는 사실 감독부터 주연배우들까지 모두 생소하다. 오히려 ‘Plan B’라는 제작사 이름이 브래드 피트 이름값에 힘입어서인지 익숙한 편이다. 영화 출연진 중에 그나마 눈에 익은 이름은 조연으로 이름을 올린 윤여정뿐이다. ▲ 영화의 배경은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바람이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하던 레이건 대통령 시대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스토리로 알려진, 미국에 이민 온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다. 대부분 사람들의 삶이 그렇듯 그저 조금은 답답하기도 하고 잔잔하기도 하다. 호화 캐스팅에 어마어마한 물량을 투입해서 때려부수는 블록버스터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독립영화’ 같기도 한 ‘미나리’는 조금은 따분하기도 할 듯하다. 그럼에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윤여정에게 여우조연상까지 안겨줬다. 외국 관객들에겐 무명에 가까운 감독과 배우들이 200만 달러란 저예산으로 이뤄낸 대단한 성과다. 당연히 무엇이 수많은 영화제와
▲ 일자리는 소득과 소비를 늘리는 등 경제성장의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세계 각국이 일자리 마련을 위해 적극적인 리쇼어링 정책을 펼치는 이유다.[뉴시스] 정부가 6월 28일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슬로건은 ‘완전한 경제회복+선도형 경제로의 구조 대전환’이다. 여기서 완전한 경제회복은 4% 이상 성장과 고용 회복을 의미한다고 적고 있다. 127쪽 두툼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연간 성장률 4.2%, 취업자 수 25만명 증가를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곳곳에 복병이 도사리고 있어 낙관할 수 없다.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19 재확산이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췄다. 소득 하위 80%에게 1인당 25만~35만원씩 코로나19 위로금을 지급한다. 이를 위해 33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다. 또한 신용카드를 2분기 월평균 사용액 대비 3% 이상 더 쓰면 증가한 사용액의 10%를 캐시백으로 돌려준다. 코로나가 확산하며 중단한 소비쿠폰도 추가 발행한다. 소비를 자극하기 위해 돈을 더 푸는데 코로나19가 계속 기승을 부리면 이미 위험수위인 자산 거품을 더 키울 수 있다. 백
공감능력이 좋은 사람들은 상대방을 감싸고 보듬어준다. 하지만 상대방의 아픈 곳을 잘 후벼 파는 사람들도 공감능력이 뛰어나다. 남이 아파하는 걸 공감해야 남의 아픈 곳을 찌를 수 있어서다. 문제는 공감능력을 후자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사회가 시끄러워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어떨까. ▲ 사회가 다양화·파편화하면서 ‘공감’의 문제가 제기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멜빈 유달(잭 니콜슨)은 ‘잘나가는’ 소설가다. 그것도 로맨스 소설 작가다. 그렇다면 유달은 당연히 뛰어난 공감능력의 소유자라야 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의 미묘한 ‘사랑’ 감정을 정교하게 다루지 못한다면 로맨스 소설 자체가 성립되지 못하고,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도 없을 것이다. 사실 영화에서 멜빈 유달이 벌이는 행각을 언뜻 보면 ‘공감능력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유달의 공감능력은 소설가답게 뛰어난 편이다. 지정석이 있는 것도 아닌 일반 식당에서 매일 자신이 앉는 자리를 고집하다 ‘자기 자리’에 앉아 있는
▲ 자산 거품이 꺼지면 빚내 부동산을 구입한 가계뿐만 아니라 빚을 내준 금융회사도 위험해진다. 정부의 한은의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사진=연합뉴스] 보통 사람들이 보아도 경제와 사회 돌아가는 것이 기이하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반째 지속되며 다들 힘들어한다. 지난해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집값은 치솟았다. 주가도 올랐다. 가상화폐 시장도 달아올랐다. 여기에 식료품 가격까지 뛰니 장보기가 겁난다. 박사급 경제 전문가들이 포진한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자산시장, 특히 부동산과 주식 거품은 외환위기 직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경제가 역성장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6월 22일 공개된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 내용이다. 직설화법 대신 에둘러 표현해오던 평소 태도와 사뭇 다르다. 그동안 집값 거품에 대한 경고가 여러 곳에서 나왔지만, 통화신용정책을 결정하는 중앙은행이 직접 지적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서다. 한국 경제는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굴러간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영화의 남녀 주인공은 분명 괴팍한 소설가 멜빈 유달과 식당 웨이트리스 캐롤 코넬리다. 하지만 영화의 전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조그만 강아지 버델도 만만치 않다. 이 강아지는 영화의 포스터에도 잭 니콜슨과 함께 당당히 투톱으로 등장한다. 이 영화의 여자주인공이 ‘무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심상치 않다. ▲ 뮤즈란 관찰자로 하여금 기억의 창고 속에 잠들어 있던 무엇인가를 깨워주는 존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버델은 유달과 같은 아파트 같은 층에 사는 게이 화가 사이먼 비숍의 반려견이다.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젊은 화가의 반려견이니 서로가 죽고 못 사는 사이일 것 같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비숍은 버델에 죽고 못 살지만, 버델은 딱히 그렇지도 않다. 상당히 쿨하고 주인과 거리를 둔다. 어느 날 비숍이 강도를 만나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 맞고 입원해 있는 동안 유달이 임시로 맡아 돌본다. 지독한 위생 결벽증이 있는 유달과 털북숭이 강아지 버델은 예상외로 궁합이 잘 맞는다. 유달과 산책할 때면 유달처럼 보도블록 경계를 절대 밟지 않는 강박증도 닮았다. 버델을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