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분기 국내 여건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차질, 미중 무역분쟁 등 대회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정부가 임기와 관계없이 잠재성장률과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다. [스쿠프=뉴시스] 3분기 경제성장률이 뚝 떨어졌다.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3%로 전망치의 절반에 머물렀다. 코로나19가 급속 확산한 지난해 2분기(-3.2%)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에 발목이 잡혔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 4%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문별 성장률을 보면 우리 경제의 고질병이 드러난다. 경제의 핵심축인 내수가 심각하게 위축되며 성장률을 갉아먹는 것을 정부의 재정지출과 수출이 메우며 근근이 버틴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민간 소비가 3개 분기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면서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소비는 늘었지만, 음식ㆍ숙박ㆍ오락문화를 비롯한 서비스 분야 소비가 줄어든 결과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투자가 줄며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건설투자는 2분기 연속 뒷걸음했다. 설비투자도 차량용 반도체
롤랑 조페 감독의 ‘미션(The Mission):1986’은 그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최우수 각본상을 받아 ‘걸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교황청에서 선정한 ‘최고의 종교영화 15선’에도 뽑혔다.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상은 받을 만하다 싶은데 ‘교황청상’은 뜻밖이다. 영화 내용이 남아메리카 기독교 선교 과정에서 있었던 참상을 그리고 있고, 그 와중에 교황이 보여준 모습도 긍정적으로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영화 미션은 남아메리카 기독교 선교 과정에서 벌어진 참상을 그리고 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영화 ‘미션’엔 흥미로운 게 많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그리고 파라과이에 걸친 세계 최대 폭포 이구아수 폭포의 장관을 배경으로 한 전성기의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는 이구아수 폭포만큼이나 압권이다. 이제는 액션배우로 자리매김한 리암 니슨이 보여주는 ‘앳된’ 선교사의 모습은 조금 당황스럽다. 혹시라도 인디오들에게 아내와 딸이 납치당해서 인디오들을 때려잡기 위해 사제 복장으로 이구
▲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을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생색내기에 그쳤다. 사진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상주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2019년 2월 21일 경북 상주시 공무원들이 ‘상복 차림’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인구 10만명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성의 의미였다. 상주가 어떤 곳인가. 경상도 명칭이 경주와 상주에서 유래할 정도로 들 넓고 교통이 좋아 물산이 풍부하고 인구가 많았다. 수도권 집중이 심해지기 전인 1965년 26만5000명이었던 상주시 인구는 2019년 2월 8일, 9만9986명으로 끝내 시와 군을 구분하는 마지노선 10만명 아래로 내려갔다. 그로부터 2년 반이 경과한 2021년 9월 주민등록인구는 9만5788명. 그새 4198명이 더 줄었다. 결국 행정안전부가 지난 18일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검은색 상복까지 입었던 상주시 공무원들이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상주에서 아이를 낳거나 어린아이와 함께 이사 오는 가구에 출산육아지원금을 지급함은 물론 중&midd
영화 바벨의 이냐리투 감독은 미국·모로코·멕시코, 그리고 일본 4개 나라의 모습을 통해 감독이 생각하는 세계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전개되는 세계화 현상은 진행 단계를 지나 ‘거의’ 완성단계에 들어섰다곤 하지만, 이냐리투 감독이 보여주는 ‘세계’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 영화 속 모로코는 세계화와는 거리가 멀지만 많은 이가 힐링을 위해 그곳을 찾는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미국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멕시코 아줌마’ 아멜리아는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차를 운전해 멕시코 여행을 떠난다. 국경을 넘어도 차창 밖으로 보이는 멕시코 북부의 풍경은 미국 남부와 다를 바 없다. 자연풍광이 다를 바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마을과 거리의 풍경조차 미국 LA 변두리 어디쯤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닮았다. 도로 표지판, 건물의 모습, 거리의 간판, 거리를 오가는 자동차, 그리고 사람들의 ‘먹성’ 모두 그렇다. 멕시코 사람들도 미국의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마시고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는다. 세계화
▲ 과잉대출을 규제하는 건 필요하다. 하지만 실수요자가 대출난민으로 내몰려선 안 된다. 어느 때보다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에서 보통 국민으로 살아가기는 여간 버겁지 않다. 7년 전인 2014년, 박근혜 정부의 경제부총리는 ‘빚내 집 사라’며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걷어내고 한국은행을 압박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재건축 규제를 풀고 아파트 분양가상한제도 없앴다. 대놓고 부동산 경기를 띄웠다. 하지만 의도했던 전반적 경기는 활성화시키지 못한 채 부동산 시장만 자극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로 2017년 5월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주택시장 투기를 차단하겠다며 부동산 정책 전반에 걸쳐 규제를 강화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다시 조였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높였다. 민간주택에 분양가상한제를 다시 적용했다. 재건축ㆍ재개발도 옥죄었다. 그러나 강남 아파트값 잡는 데에만 집착한 채 주택 공급에는 소홀해 서울 집값은 더 뛰고, 수도권과 전국으로 오름세가 번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치솟는 집값은 전셋값을 밀어올렸다. 세입자 보호를 명분으로 임대차법을 개정해 2020년
일본의 한 젊은 사업가는 어느날 기분을 전환할 겸 혼자 모로코로 사냥여행을 떠난다. 아이를 잃은 미국 부부 리차드도 상심을 달래려 모로코로 여행을 떠난다. 미국에서 일하는 멕시코 가사도우미 아멜리아는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멕시코로 간다. 모두들 참으로 간단하고 쉽게 ‘국경’을 넘나든다. 하지만 국경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 국경을 넘나드는 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리차드 부부는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모로코 사막지대를 지나다 난데없는 총격을 당한다. 그리고 이 소식은 거의 실시간으로 CNN을 통해 전세계로 발신된다. 일본 카페에서 노닥거리던 농아 여고생 린코도 무심하게 뉴스 화면을 본다. 물론 그 사건이 바로 자기 아버지가 모로코 여행에서 남기고 온 사냥총 한자루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알 턱이 없다. 멕시코 결혼식 피로연회장 TV에도 파티의 손님들이 흥겹게 춤추는 가운데 모로코에서 공격당한 미국인 부부 뉴스가 돌아간다. 가사도우미 아멜리아도 흘낏 뉴스화면을 보지만 피격된 부부가 자신의 고용주라는 걸 알 리 없다. 모로코 오지 마을에서 사경을 헤매는 아내를 돌
▲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에너지 위기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국내 가계에도 인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른 물류대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에너지 가격 급등, 성장 둔화 등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천연가스값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석탄 가격은 13년 만의 최고치다.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른바 ‘E플레이션(Energy+Inflation)’ 위기다. 코로나19 사태로 침체했던 세계경기가 회복되고 기상이변이 빈번해지면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전력난을 겪는 중국이 석탄과 천연가스를 사재기하면서 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호주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反中 포위 전략에 가담하자 중국은 국내 발전용 석탄의 절반을 차지하는 호주산 석탄의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다. 당장 국내 석탄 생산을 늘리기 힘들자 인도네시아, 러시아, 몽골 등에서 수입을 늘렸다.
영화 ‘바벨’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크고 작은 ‘불통’에 답답해하거나 분노하거나 좌절하고 극단으로 치닫기도 한다. 바벨탑을 쌓아 올리다 제대로 신에게 응징당한 모습들이다. 이럴 때 불통을 해소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게 상책(上策)인지도 모르겠다. 중간에 있는 사람이 불통의 늪을 더 깊게 만들 수도 있어서다. ▲ 소음만 가득 찬 세상.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모든 말과 글은 서로에게 소음일 뿐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샌디에이고에 사는 리차드와 수잔 부부는 서로의 속마음을 알지 못하고 서운함만 쌓인다. 산티아고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오는 길목에서 맞닥뜨린 미국 경찰은 ‘원칙’과 ‘매뉴얼’대로 움직인다.[※참고: 산티아고는 리차드 부부의 가사도우미 아멜리아의 조카다.] 하지만 경찰은 원칙과 매뉴얼대로 움직일 뿐 산티아고의 사정에 귀 기울여 줄 생각이 없다. 영화 속 등장인물의 답답한 모습들을 보다 보면, 문득 사이먼과 가펑클의 명곡 ‘침묵의 소리(Sound of Silence)&rsqu
▲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적자생존의 현실을 고발한다. 이런 '오징어 게임'을 풍자해 '오십억 게임'으로 불리는 대장동 개발 사업은 한국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10월, 가을색이 짙어졌다. 들판에서 곡식이 누렇게 익어가고 하늘이 높고 푸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온통 뿌옇고 혼란스럽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나날이 전해지는 소식들은 국민을 허탈하게 만든다. 대장동 게이트나 고발사주 의혹 등 대선 정국을 달구는 이슈에 등장하는 이들 면면은 여야 정치인과 법관, 검사, 고위 공직자(출신) 등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다. 50억원 퇴직금 수령과 아파트 분양 등 ‘아빠 찬스’를 이용한 자녀들도 함께 출연했다. 몇십억, 몇 백억 단위 거액이 아무렇지도 않게 오갔다. 게다가 관련된 인물 중 일부는 당장의 비판을 모면하고자 뻔한 거짓말로 둘러댄다. 위기의식을 느낀 정당 수뇌부와 유력 대선 주자들도 나름 노림수를 갖고 말폭탄을 쏟아내며 점입가경의 설전舌戰을 벌인다. 언론이 조각조각 전하는
리차드와 그의 아내 수잔은 관광버스를 타고 무료하게 모로코 사막지대를 달리던 중 느닷없는 총격을 당한다. 수잔이 사경을 헤매지만 병원까지 가기에는 너무 멀다. 어쩔 수 없이 급한 대로 마침 가까운 곳에 있는 관광가이드의 동네로 버스를 몰아간다. ▲ 문화의 차이는 언어처럼 공부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피투성이가 된 아내를 안고 병원 응급실로 달리는 남편 리차드는 황당하다. 통역을 맡은 관광가이드가 있지만 아내를 부탁해야 할 마을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미치고 환장할 일이다. 의사, 간호사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 통역을 통해서 주고받는 의사소통이란 장화 신고 가려운 발을 긁어대는 꼴이다. 리차드는 좌절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오로지 희망은 ‘영어가 통하는 병원’뿐이다. 그러나 사실 리차드를 미치고 환장하게 만드는 소통의 문제가 오직 ‘언어’의 문제만은 아니다. 관광가이드의 영어는 유창하고 마을 사람들과의 ‘언어적’ 소통은 가이드를 통해서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러나 ‘문화’의 소통은 절벽
▲ 자영업의 몰락은 개인의 몰락에 그치지 않는다. 소득 양극화는 물론 사회불안도 야기한다. 얼마 전 세상을 등진 자영업자를 추모하는 조화가 그의 맥줏집 앞에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사태로 생존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세상을 등지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그 대부분이 식당과 치킨집, 노래방, 맥주집 등 생계형 업종 종사자들이다. 서울, 평택, 원주, 충주, 여수 등 전국 곳곳에서 희망의 끈을 놓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23년째 가게를 운영해온 서울 마포 맥줏집 주인은 세상을 떠나기 전 남은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자신이 생활하던 원룸을 빼고 모자란 돈을 지인에게 빌린 것으로 전해진다. 고인의 빈소에는 생전에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고 한다.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한계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계속 연장되면서 2년째 극심한 매출 감소에 직면했다. 자영업자들은 거리두기 방역 조치의 최대 피해자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 핵심 피해 계층에게 제대로 보상하지 않았다. 자영업자들이 겪는 고통은 고용동향으로 입증된다. 8월 전체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51만8000명
리차드 부부는 아이를 하나 잃은 슬픔을 묻어두고 새 출발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낯선 모로코로 여행을 떠난다. 그들 나름대로 많은 생각 끝에 계획한 여행일 테고, 또한 미지의 세계를 향한 초행길인 만큼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을 법하다. 인터넷에서 여행정보도 수집하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계획도 세우고 여행자보험에도 가입했을 터다. 하지만 리차드 부부는 생각지 못한 돌발상황에 부닥친다. ▲ 우리가 세우는 계획들은 항상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에 의해 흔들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리차드 부부가 제아무리 철저히 준비를 했다고 해도, 얼마 전 그들과 마찬가지로 아내를 잃고 마음이 무너진 한 일본인 사업가가 모로코에서 사냥여행을 마치고 사냥총을 여행가이드에게 선물로 주고 간 사실까지 알 리가 없다. 그 사냥총이 돌고돌아 그들의 여행 동선에 포함된 지역의 한 양치기 소년의 손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없다. 열심히 구글링을 해도 그런 정보는 나오지 않는다. 양치기 소년은 처음 잡아보는 사냥총 방아쇠를 당겨보고 싶어 근질거리다 까마득히 먼 곳에 리차드 부부가 탄 관광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가늠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