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제주학연구센터와 <제이누리>가 제주의 말과 글을 되살리고자 마련한 공모전의 수상자가 확정됐다. '제8회 아름다운 제주 말.글 찾기' 공모전의 수상자다. 이번 공모전 대장작에는 일반부 글쓰기부문 김미화씨의 '삶'이 선정됐다. 일반부와 학생부로 나누어 진행된 이 공모전의 심사 결과는 대상 1명 최우수상 2명을 포함해 총 21개 작품이 선정됐다. 최우수작에는 일반부 글쓰기부문 김신자씨의 '아버님의 ᄆᆞᆯ른 입상귀에 물 흠빡 주고정 ᄒᆞ우다'와 학생부 글쓰기부문 윤은지(제주여고)양의 '숨비소리'가 선정됐다. 부상으로 대상(도지사상) 수상자에게는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 최우수상(도의회 의장상) 수상자에게는 70만원 상당의 상품권이 각각 주어진다. 우수작에는 일반부 글쓰기부문 강래화씨의 '식게 먹으레 가게', 김순이씨의 '아ᄁᆞ운 우리 손지', 허은도씨의 '우리 어멍 ᄀᆞᆮ는 소리, 날 어떵 낳아신고' 등 3개의 작품
▲ 어머니와 아이가 나란히 땔감을 해서 등짐을 지고 가는 모습. [사진=제주도] 옛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나무꾼이 사냥꾼에게 쫓기던 사슴 한 마리를 나뭇더미 속에 숨겨 구해 주었다. 사슴은 그 보답으로 나무꾼에게 하늘나라 선녀 전용 연못을 알려 주면서 멱 감는 틈을 타 날개옷을 감추라고 사주했다. 각본대로 나무꾼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선녀와 동거해 애 둘 낳고 (잘)살았다. 지역마다 시대마다 변이(變移)되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결말은 그리 좋지 않다. 당연한 처사다. 요즘 제도로 보면 업무 방해, 사기, 절도, 편취, 납치에 강제 결혼까지. 무엇보다 하늘나라 법을 농락하였으니 목숨 부지만 해도 조상님 은덕(恩德)이다. 결국엔 닭이 되어 새벽부터 지붕에 올라가 하늘에 거주하는 사실혼 아내와 자식 둘을 애타게 그리워하며 ‘꼬끼오’ 하는 계(鷄) 신세가 됐다. 예전 한라산엔 나무가 아주 많았다. 삼림령 이전에는 그 나무를 베어다 집 짓고 덕판배 만들고 테우를 이어 메우기도 했다. 그러려면 목재를 자르고 쪼개고 다듬고 소에 지워 내려와야 한다. 지금이야 좋은 장비들이 많지만 당시는 길도 험하고 도끼나 자귀,
▲ 구름모자 쓴 산방산.(오희재 작품)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이 제주지방기상청에서 기획한 ‘2020년 기상기후 사진전’을 다음달 4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회에는 바다 위 거대한 쌍(雙) 용오름 현상을 담은 작품을 비롯, 제주의 아름다운 구름 등 자연현상을 담은 사진 총 30점과 타임랩스(일정 간격으로 대상을 저속 촬영한 다음 정상 속도로 보여주는 영상 기법)에 담긴 영상작품 3점이 전시된다. 또 약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주지방기상청의 역사와 과거기상측정기도 함께 전시된다. 부대행사로 ‘SNS 참여 이벤트’와 ‘기상기후사진 엽서 발송 이벤트’가 진행된다. 권오웅 제주지방기상청장은 “제주 사람들은 늘 날씨와 기후를 예측하며 세시풍속을 이끌어왔다”면서 “최근 제주도가 기후변화 연구의 최적지로 부각되는 만큼 변화무쌍한 기상·기후 사진전을 유치하게 됐다”며 소감을 밝혔다. 노정래 민속자연사박물관장은 “기상·기후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기상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 탕건 탕건노래는 갓 쓰기에 앞서 머리를 감싸던 말총으로 만든 탕건을 결으며 부르던 민요다. 조선시대부터 근래까지 탕건 겯기가 가장 왕성했던 제주에서 전승되었다. 제주에서 화북(禾北), 삼양(三陽) 등 제주시 일대와 신흥(新興) 등 조천읍 지역에 분포되었던 탕건 겯기는 양태, 모자, 망건 겯기와 더불어 제주도 부녀자들의 중요한 가내수공업이었다. 조천(朝天)은 과거에 조천관과 포구가 있어 내륙과의 문물 교류가 왕성했고 원료와 완제품 이출입이 용이했다고 한다. 고정종(高禎鍾)의『제주도편람(濟州島便覽)』에 의하면, “제주도의 공업은 유치한 수준, 단계로 제주도의 자원, 즉 자연환경을 이용한 약간의 자원을 가공하는 수공업 제품들 예를 들면, 죽제품, 조선모자(帽子), 탕건, 양태 등이 주를 이루었고 이외에 주로 자급적 성격을 지닌 약간의 면직물 제품이 존재했다”고 한다. 1929년 조사에 의하면, 제주 도내 양태(凉太) 생산 종사 호수 1만3700호, 1개년 생산 수량 135만개, 생산액 40만5000원, 탕건(宕巾) 생산 종사 호수 128호, 1개년 생산 수량 9300개, 생산액 1만5810원, 망건(網巾) 생
제주 전래 농기구는 농경 과정에 따라 파종구(播種具), 육성구(育成具), 수확구(收穫具), 운반구(運搬具), 탈곡구(脫穀具), 도정구(搗精具), 저장구(貯藏具) 및 기타로 분류한다. 철재 농기구는 파종구나 육성구가 많다. 제주 지역 토양은 자갈이 많고 토심(土深)이 얕다. 그래서 ‘보섭(보습)’이 넓으면 잘 긁어지지 않으므로 제주 농기구는 대체로 뾰족하다. 이처럼 제주에서는 농토를 갈고 경작하는 데 효율적인 농기구로 뾰족하고 가는 연장이 발달하였다. 소를 이용하는 쟁기 역시 보습과 볏이 작아 돌이 많은 땅을 일구기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다. 김매고 작물 솎아 주는 육성 농기구로 ‘ᄀᆞᆯ갱이’ 가 있다. ᄀᆞᆯ갱이는 자갈밭용과 점토질인 질왓용 두 종류가 있다. 자갈밭용은 끝이 가느다란 모양으로 돌 틈의 풀 뽑기에 편리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곡식이나 풀을 베고 나무를 치는 데 사용하였던 낫이 있다. 이를 제주에서는 ‘호미’라 부른다. 이와 함께 개간 용구로 코끼리 이빨형의 쌍따비와 주걱형의 웨(외)따비, 뾰족형의 벤
▲ 2019년 추자마을미술 조형물 중 추자의 'ㅊ' 조형작품(하석홍 작가) 제주도는 ‘2020 마을미술 프로젝트 참여 작가 전시회’를 시작으로 올해 마을미술(추자예술섬)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6일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재)아름다운 맵과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이번 공모 사업에 제주도와 (사)문화조형연구센터가 최종 선정됐다. 사업비 8억2000만원이 투입된다. 이번 전시회엔 6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추자면 후포갤러리에서 마을미술(추자예술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작가 8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앞으로 전시회 참여 작가를 주축으로 추자도에 7개의 예술작품을 설치하고, 추자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8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추자도에 미술작품 6개소가 설치됐다. 주민프로그램은 10개가 운영됐다. 마을미술프로젝트 책임 작가인 하석홍씨는 “추자도의 주민들과 뜻을 모아 아름다운 보물섬 추자도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매력적인 문화예술의 섬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승철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은 “추자예술섬 프로젝트 사업이
“제주도 산북지역에서는 옥돔을 ‘셍선’이라 부르는데 왜 산남지역에서는 ‘솔라니’라고 부를까요?” 제주는 좁고도 넓다. 그러나 제주 사람들이 향유해온 문화는 결코 작지 않다. 제주 사람들이 사용해온 언어를 보면 알 수 있다. 제주시를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의 말이 다르고, 한라산을 중심에 두고 남쪽과 북쪽의 말이 다른 경우도 있다. 왜일까? 그 궁금증을 풀어줄 책이 나왔다. 언론인이자 방언학자인 제주학연구센터 김순자 센터장이 펴낸 '제주도 방언의 언어지리'다. 저자가 10년 전에 발표했던 박사학위 논문을 깁고 보태 엮은 책이다. 논문의 오류를 바로 잡고, 글을 쉽게 고쳐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저자는 조사 어휘 중 분화상이 뚜렷한 155개의 어휘를 지도 위에 표시해 방언 구획을 했다. 제주도 방언 구획이 고려 말 행정체제인 동서도현과 조선시대 삼읍체제가 주요 요인임을 밝혔다. 언어 지도는 방언 조사를 바탕으로 방언의 지리적 분포 상태를 표시한 지도다. 이 언어지도를 통해 지리적 조건에 의하여 언어가 분화한 현상을 밝히는 학문이 곧 언어지리학인 셈이다. 따라서
제주인의 공동체 문화와 역사를 상징하는 팽나무를 기록한 작품집이 나왔다. 글과 사진으로 제주의 가치를 알려온 사진가 강정효가 제주도 곳곳의 팽나무를 기록한 사진집 ‘폭낭, 제주의 마을 지킴이’다. '폭낭'은 팽나무를 이르는 제주 말이다. 제주에서 폭낭은 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마을에서 가장 큰 나무일뿐만 아니라 마을의 신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마을 공동체와 함께 해 온 마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폭낭'은 제주마을 공동체와 함께해온 팽나무 사진 140여 점을 수록하고 있다. 사진은 크게 신당의 신목으로서의 폭낭과 4‧3 당시 잃어버린 마을에 덩그러니 남아 역사를 증언하는 폭낭, 그리고 마을 안의 정자나무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작품집은 4‧3의 학살 현장을 지켜봤던 폭낭을 비롯해 마을이 불태워지며 사람들이 떠나버린 잃어버린 마을의 폭낭도 담고 있다. 폭낭은 북촌리 당팟에서의 학살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집단학살에 앞서 주민들을 소집했던 동복리 장복밧에도 폭낭이 서 있었다. 뿐만 아니라 4‧3 이후 복구되지 못한 잃어버린 마을 130여 곳을 묵묵히 지키며 역사를 증언하고 있는 폭낭도 볼 수 있다. 또 지금은 그 모습이 사라진 나무들도 상당수 볼
▲ 도리깨질하는 농민들. [제주도] 어떤 사람 팔재 좋앙 고대광실 높은 집에 팔재 좋게 저마는 요네 팔재 험악 허영 불더위에 요 마당질 허야도 홍아 타작(打作)은 곡식 이삭을 떨어 낟알을 거두는 농사일이다. 바심, 풋바심이라고 한다. 조+바심=조바심=조의 이삭을 떨어서 좁쌀을 만듦. 추수는 감사하나, 타작은 그렇게 마음 졸이는 작업이다. 그러나 걱정은 우리를 힘들게만 할 뿐 어디에도 데려다 주지 못한다. 제주에서는 밭 구석이나 마당에서 도리깨를 이용하여 보리나 조, 콩 등 잡곡을 타작했다 도리깨로 타작하는 곡식이 주로 보리였기 때문에 ‘보리 타작소리’라고 했다. 또한 콩이나 팥도 도리깨로 타작하기 때문에 그냥 ‘타작노래’라 부른다. 아울러 도리깨를 사용하는 일이므로 ‘도리깨질 소리’, 주로 마당에서 타작이 이루어졌음으로 ‘마당질 노래’라고 했다. 욜로(여기서) 요레(여기) 누게나(누가) 앉고 허야도 홍아 설룬(서러운) 정례(貞女) 말이로구나 두드렴시민(두드리다보면) 부서나진다 ᄒᆞᆫ(한) 번
▲ 60년대 해녀 -출처 제주해녀박물관 “어떤 사람은 복도 좋아 앉아 살리. 우리네는 바람이랑 밥으로 먹고 구름으로 똥을 싸고 물결을 집안 삼아, 부모 동생 떼어놓고 오늘도 바다에 든다.” “요 물질하여 소를 살까, 밭을 살까. 한 손에 빗장, 다른 한 손엔 호미 들고 미역, 생전복 따다가 어린 자식 공부시켜 판사 만들려고 힘들어도 바다 위에서 시달리는 불쌍한 이내 몸아. 어느 때면 이내 몸도 좋은 세상 만나서 남들처럼 잘 살 수 있으려나.” 힘든 바다 물질해서 벌어들인 소득으로 소나 밭을 사거나, 자식 교육시켜 판사 만들어 생활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은 해녀노래다. 노 저어 차귀도나 비양도 등 주변 섬으로 물질 작업 가거나 육지로 출가 물질 가며 불렀다. 테왁 짚고 물에 뛰어들어 ‘갓물질’ 작업 위해 헤엄치며 불렀다고도 한다. 어떤 사름(사람) 복도 좋앙 앚아(앉아) 살리 우리네는 ᄇᆞ름(바람)이랑 밥으로 먹곡 구룸(구름)으로 똥을 싸곡 물절(물결)이랑 집안 삼앙(삼아) 부모 동싕(동생) 떼여 두곡 오Ƴ
▲ 2020년도 한라산국립공원 지정 50주년 기념 사진 공모전 당선작. 고영석의 '왕관릉과 오름군' (최우수)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국립공원 지정 50주년을 맞아 이달 16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한라산 자연생태 및 경관 사진 공모전 수상작 야외전시 ‘숲 속 전시회 휴식(休息)’을 연다고 17일 밝혔다. 숲속 전시회 ‘휴식(休息)’은 코로나19 감염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도민과 관광객에게 한라산 숲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치유효과로 심신의 재충전 기회를 제공하고자 야외전시로 기획됐다. 한라산 관음사 탐방로 일대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단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후 관람객 간 2m이상 거리유지를 지키고 지정된 위치 내에서만 관람할 수 있다. 야외 전시회는 한라산의 자연생태 및 경관사진 부문 공모전에서 당선된 47점을 세 가지 테마로 나눠 전시한다. 계절 정상부 전경 26점은 이달 16일부터 30일, 한라산 주변 풍광 21점은 다음달 5일부터 16일, 공모전 장려상 이상 수상작 16점은 다음달
▲ 아낙들이 물허벅에 물을 지고 집으로 가고 있다. [제주도] 제주사회는 전통적으로 삼무(三無)사회였다. 거지 없고(乞無) 도둑 없고(盜無) 대문이 없었다(大門無). 이에 대한 해석은 두 갈래다. 이를 미풍양속으로 보면, 서로 믿고 존중하며 다 아는 사회여서 도둑이 없었다. 그래서 굳이 대문이 필요 없었다. 다만 가축 출입을 통제하고 집주인 출타 상황 알림 기능을 하는 정낭만 있으면 된다. 이를 불편한 진실로 보면, 다들 물질적 삶이 궁핍하여 가져갈 재물과 나눠줄 식량이 없어 도둑과 거지가 없었다. 그래서 대문이 없다. 이 해석은 한때 삼무정신을 계승가치(이념)로 삼아 교육했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경제사 관점에서 잉여(surplus) 부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예전 제주사회는 저생산 사회였기 때문에 축적할 만한 잉여(剩餘)가 부족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 그러면 빈 곳간에서는? 지역마다, 시대마다 빈곤(가난)에 대한 대처가 다르다. 나라야마 부시코(1983 제작, 1999 개봉)라는 일본 영화가 있다. 윤리, 도덕, 제도 발생 이전, 본능 특히 성욕과 종족 보존, 야만성만이 존재하던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