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년 전인 신생대 3기와 4기 300여차례의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제주도-. 제주도가 물의 매장량이 풍부하고 품질이 뛰어난 것은 화산활동에 기인한다. 제주도는 섬인 데다 비구름대가 섬 중앙부의 한라산에 부딪히는 지형적 특성으로 국내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곳 중의 하나다. 강우량이 국내 연평균보다 600mm 많은 1975mm다. 태평양 상공의 수증기가 비로 변해 화산토 지형 덕분에 빠르게 땅속에 스며들어 제주도 지하층에는 물이 가득 차 있다. 제주도 상수도본부는 연간 강우량의 41% 정도인 15억8000만t의 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층구조도 화산회토(화산재)와 다공질 현무암.조면암층 등으로 돼 있어 빗물이 지하로 침투하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여과된다. 모래침전조.활성탄.다단계 마이크로 여과 등 보통 생수 회사의 정수시스템과 맞먹을 정도다. 이래서 제주도 생수는 세라믹.자외선을 이용해 두 차례만 여과해 제품으로 내놓는다. 내륙지방과 달리 공장이 많지 않아 지하 420m에서 뽑아 올린 제주도의 생수는 청정수, 바로 그 자체다.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과망간산칼륨과 질산성질소의 측정치는 각각 0.3, 0.2㎎/ℓ다. 프랑
2002년 9월 미국 코카콜라사 아시아 담당 사장이 은밀히 제주도를 찾았다. 제주도지사 집무실에서 우근민 당시 지사와 마주한 그는 이렇게 제안했다. "대가는 충분히 치르겠다. 제주산 생수의 판매권을 우리에게 달라." 물론 그들이 최종적으로 얻은 답은 "노(No)"였다. 하지만 2년 뒤인 2004년 1월 이번에는 같은 회사 북미담당 수석부회장이 서철건 당시 제주개발공사 사장을 찾아왔다. 제주개발공사는 제주산 생수를 독점 생산하는 제주도 출자기업. 서 사장도 같은 제의를 받았다. 물론 똑같은 “노(No)”란 답을 듣긴 했지만 그만큼 집요했다. 제주산 생수의 품질과 성장 가능성에 대해 세계적 다국적 기업 역시 군침을 흘렸다. ‘물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제주삼다수’ 판권을 둘러싼 대회전이다. 부동의 먹는 샘물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삼다수’의 국내 유통시장 맹주 자리를 놓고 국내 음료기업들의 일촉즉발 대전의 막이 올랐다. 대형 유통사들까지 가세, 격전이 예고됐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이달 21일부터 8월 31일까지 제주도 이외 지역 삼다수
▲ 환상자전거길이 불법주차, 농산물 등으로 환장할 자전거길이 돼가고 있다. 환상을 기대하고 자전거에 오른 라이딩족의 얼굴이 붉다. 제주의 여유와 낭만을 느끼려 올레길을 찾은 올레꾼들의 얼굴엔 불만이 가득하다. 환상자전거길과 올레길이 불법주차장, 농산물 작업장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낭만이 깨지는 것은 물론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다. ◆ “환상 자전거길? 환장할 노릇이네요” 지난달 29일 3박4일 일정으로 제주에 온 김모(23)씨 자매는 자전거 여행을 계획했다. 전기자전거를 빌려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일대 환상의 자전거길을 내달렸다. 즐거움도 잠시, 김씨 자매의 얼굴엔 근심이 내려앉았다. 갑자기 좁아진 자전거길은 자전거 한 대만 겨우 지나갈 폭이었다. 불법주차도 예사다. 20초 동안 무려 7대의 불법주차 차량이 액션캠코더에 담겼다. 게다가 자전거길 곳곳마다 여기저기 농산물과 해조류가 널브러져 있었다. 결국 김씨 자매는 차도로 내몰렸다. 환상자전거길은 제주도가 만든 제주도 일주 자전거길이다. 제주 해안을 따라 2010~2015년 5년에 걸쳐 만들어진 이 길은 사업비만 358억원이 들었다. 총 234㎞의 환상의자전거길은 송악산,
▲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닭들이 살처분 되고 있다. <뉴시스> ‘AI’청정지대였던 제주가 허무하게 타이틀을 내려놨다. 사상 처음으로 제주도내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데다 추가로 또 다른 농장이 확인되는 등 한마디로 제주엔 초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제주는 국내에선 유일하게 농장에서 AI 확진판정이 나오지 않은 ‘최후 방어선’이었다. 과거 철새 분변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게 고작이었다. 그것도 2014년과 2015년, 올 연초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마저도 제주 특성상 공·항만을 통한 바이러스 유입 차단이 가능했고, 집중 방역과 이동통제 등으로 무난히 위기를 넘기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AI가 진정국면에 들어가면서 정부도 비상태세를 종료했고, 제주 역시 긴장의 끈을 놓았다. 결국 상황은 급반전했다. 지난해 말 촉발된 AI가 소강국면에 진입하자 제주도는 지난 달 13일 전북 익산을 끝으로 다른 지방 가금류 반입금지 조치를 풀었다. 문제의 오골계는 그 이후 제주로 반입됐다. 지난달 25일 오골계 1000마리가 제주로 팔려왔고, 제주 오일시장에서 160마리가 또 제주 곳곳으로
▲ 지난달 14일 서귀포시 감귤박물관에 지드래곤 숲이 개장했다. 이제는 숲이다. 그것도 청정 제주의 자연이 자연스레 만든 숲이 아니다. 저마다 주제가 있고 사연이 있는 '스토리' 숲이 등장하고 있다. 알음알음 소문으로 번지면서 '힐링과 치유'의 제주관광 새 패턴을 만들어내고 있다. 스타의 이름을 딴 숲과 외국 대통령 이름을 차용한 숲은 물론 쓰레기장이 숲으로 변신한 사례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 “생일 축하해, 숲 선물이야” … 제주 1호 스타숲 ‘지드레곤 숲’ 등장 서귀포시 감귤박물관에 지드레곤(권지용)숲이 등장했다. 제주지역 제1호 스타숲이다. 지난달 14일 개장한 지드레곤 숲은 가수 지드레곤의 29번째 생일을 기념해 팬들이 만든 숲이다. 지드래곤의 한국 팬 사이트 ‘Always-GD’와 나무 심기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과 제주도는 지난해 8월부터 스타숲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팬클럽은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일은 환경파괴로 병들어가는 지구를 살리는 실천임과 동시에 미래세대에 남겨줄 수 있는 갚진 유산”이라며 “권지
▲ 서귀포시 범섬 상공에서 바라본 푸른 제주 바다.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는 바다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섬이다. 관광명소가 돼 세계인을 끌어모으는가 하면 예부터 해녀, 어부들의 삶의 터전이다. 그런 제주바다에 적신호가 켜졌다. ‘청정’이란 타이틀이 흔들리고 있다. 현실은 괭생이 모자반 습격으로 뭉개지고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 2017년 제주바다 현 주소는? 괭생이모자반, 살파류, 해양쓰레기 몸살 지난 29일 제주시는 분주히 연안과 마주했다. 행정은 물론 주민과 군 부대, 환경단체, 어촌계가 똘똘 뭉쳤다. 해안가를 덮친 괭생이모자반과의 전쟁에 나선 것이다. 올 들어 중국발 괭생이모자반으로 인한 피해가 점점 늘고 있다. 경관을 헤치는 것은 물론 악취도 장난이 아니다. 어선, 통발에도 엉켜 조업에도 방해가 되는 등 사고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12일 제주지역 양식장에는 ‘살파류 주의보’가 내려졌다. 제주시 외도동, 애월읍 일대에서 살파류 군집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살파류는 몸체가 젤라틴으로 이뤄진 부유성 멍게류다. 1개체 당 2~5㎝ 크기고 실물성 플라크톤을 먹고 사는 무독성의
제주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여행트렌드에 맞춘 새로운 일자리.사업이다. 중국관광객 급감 추세를 비웃듯 어느덧 형성된 제주의 새로운 관광패턴을 포착, 새로운 일자리·사업이 뜨고 있다. 국내 굴지의 신혼여행지에서 개별여행객의 낙원이 된 제주에 생긴 새 트렌드다. 7080시대에 신혼부부의 발이 돼 주던 관광택시기사가 ‘핫’ 했다면 이젠 ‘뚜벅이’들의 손이 돼주는 ‘딜리버리 서비스’가 인기다. 어느샌가 ‘제주관광’의 키워드는 ‘신혼’보다 ‘나홀로’·‘즉흥’·‘힐링’이 됐다. 나홀로족과 힐링족, 반려동물 여행족이 '제주판 신(新)노동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 “무겁지? 짐은 내게 맡겨” … 뚜벅이 여행족 위한 ‘딜리버리 서비스’ “여기 제주시 A게스트 하우스 인데요, 제 짐 좀 서귀포시 B게스트하우스로 옮겨 주세요.” 올레길과 오름, 숲길. ‘힐링’ 여행객
▲ 제주 해군기지 전경. 제주해군기지가 벌써 준공 1년을 맞았다. 하지만 기지조성지인 강정마을과의 갈등 등 논란이 끊임 없다. 진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해군본부는 제주해군기지(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준공 1년인 오는 26일 공식행사 없이 자체적으로 환경정화 활동 등을 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제주해군기지는 1993년 12월 정부 합동참모회의에서 최초 반영된 후 14년만인 2007년 서귀포시 강정동이 건설지역으로 정해졌다. 2008년 9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민과 군이 함께 사용하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으로 이름을 바꿨다. ▲ 제주 해군기지 전경. 국방부는 강정마을 토지 29만㎡를 매입하고 해안가 20만㎡를 매립해 2010년 1월 총 49만㎡ 규모의 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시작했다. 사업비만 1조765억원이 들어갔다. 6년에 걸친 공사 끝에 국방부는 계류부두 2.4km, 방파제 2.5km 규모의 해군기지 공사를 마쳤다. 항만에는 함정 20여척과 15만t급 크루즈선 2척을 계류시킬 수 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초기 해군은 기동함대 수준으로 기지를 조성하려 했다. 하지만 제주도와 강정마을 주민들의 반발로 이는 무산된 바 있다. 현재 제주민군복합항에는 3개의
조기대선 시계가 곧 가동될 분위기다. 이른바 대선국면이다. 표심경쟁도 치열하다. 예비후보로 거명되는 후보들이 속속 공약을 내밀고 있다. 인사들이 하나 둘 ‘공약’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지역간 갈등의 소지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님비(Not In My Back Yard)’ 현상을 부추길 수 있는 가능성은 물론 특정 지역의 희생이 강요되는 대목도 등장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제주가 '봉'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안철수 “제주해군기지 기동전단, 기동함대로 승격!” 지난 15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현재 기동전단급인 제주해군기지를 기동함대로 승격시키겠다”는 대선공약을 발표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대전 국방과학연구소를 찾아 ‘자강안보(自强安保)’ 대선공약을 내세웠다. 한·미동맹의 공동이익과 기치를 기반으로 한 자체방위력을 향상하겠다는 취지였다. 안 전 대표는 자강안보 5대과제로 ▲첨단 국방력 건설 ▲한반도 비핵화 ▲한·미동맹 유지 ▲국방개혁 추진 ▲청화대 국민안전 컨트롤타워화 등을 꼽았다
아무리 좋은 약을 처방한다해도 진단이 엉터리면 오히려 병을 악화시킨다. 통계의 함정과 해석의 오류로 난맥상을 보이는 제주의 현실이다. 그래서 '정확한 진단'은 더 중요하다. ◆ 통계, 믿을 수 있는 정보인가? … 통계의 함정와 해석의 오류 제주가 치욕스런 불명예를 안았다. 범죄의 소굴이자 넘치는 쓰레기로 오염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범죄 발생률과 1인당 쓰레기 배출량에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9일 대검찰청은 ‘2016 범죄분석’을 발간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2015년 전국 평균 범죄 발생건수는 10만명 당 3921건. 그러나 제주는 10만명 당 5739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보다 1800여건이 많다. 2010년 이후 6년 연속 범죄 발생비율 1위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최근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는 '치안전망 2017'을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지역 인구 10만명 당 범죄 발생 건수는 2011년 4470건에서 2015년 5758건으로 약 29% 증가했다. 치안연구소 관계자는 " 이 같은 흐름은 제주도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 급증과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X놈이 번다’. 제주가 그렇다. 도민에게 돌아오는 건 그저 의무와 책임이다. 외국 관광객의 급증으로 정작 호황을 누리는 건 면세점들이다. 카지노의 경우 매출액에 관광진흥기금이 얹어지지만 이 마저도 없다. 관광 호황으로 제주에서 일부 업계는 막대한 수입만 거둬들일 뿐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제주도내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쓰레기 문제 해결도, 감귤 문제 수매도 모든 게 도민 몫이다. 제주행 인구는 느는데 무거운 짐을 진 건 모두 제주에 살고있는 도민이란 푸념이 들리고 있다. ◆ “내 배만 부르면 그만” 호의호식 면세점 지난해 10월 31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제주도개발공사를 상대로 벌인 행정사무감사 현장. 한 지적이 나왔다. “제주에서 수천억을 벌어들이는 롯데가 감귤수매엔 난색이다”는 것이다. 그동안 가공용 감귤 수매에 나섰던 ㈜일해와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감귤수매에 난색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고정식 도의원은 “그동안 감귤수매를 해오던 기업들이 구매를 꺼리고 있다”며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부 기업의 사정
제주판 ‘인구빅뱅’(Big Bang)이 현실화되고 있다. 폭발 일보 직전이다. 인구·관광객의 급격한 증가로 청정과 공존의 섬이란 가치도 무색할 정도다. 자연의 생채기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고, 주택 등 부동산 값 폭등으로 그동안 제주의 자랑거리였던 '삶의 질'은 피폐 일로다. 하지만 해결책은 여전히 아리송한데다 진단과 처방은 앞뒤가 맞지 않고, 선후가 엉켜 있는데다 뾰족한 출구를 알리지도 않고 있다. <제이누리>가 3연속 진단기획으로 제주공존의 길을 모색했다. <편집자 주> ◆ 여전히 뜨거운 제주 이주 열풍 …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닌 '젠트리피케이션' 지난해 말 장모(35)씨는 정든 보금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고공행진하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한 그의 선택이다. 지금껏 살아온 제주시 도심지를 벗어난 다소 동떨어진 외곽지역으로 거처를 옮겼다.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했던 회사는 이젠 차를 타고 30분을 내달려야 한다. 본가에서 홀로 독립, 아직 제 집을 마련하지 못한 장씨의 시름은 깊어져만 간다. 하루빨리 임대형 행복주택이 생기기만을 바랄 뿐이다. 제주 도심지역 개발로 원주민들이 밀려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