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됐다. 조사기관마다 구체적 수치는 조금씩 차이나지만, 공통적인 사항은 한국·미국·일본의 안보협력 강화 등 외교안보 분야는 괜찮은 점수를 받는 반면 살림살이가 나빠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 악화의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 여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외생 변수로 인한 고물가·고금리 상황도 있지만, 장기화하는 수출 부진에 따른 한국 제조업의 위기 및 고용 둔화를 빼놓을 수 없다. 4월 고용통계에서 전체 취업자 수가 늘었다지만, 공공 알바가 대부분인 60대 이상을 제외하면 되레 줄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괜찮은 일자리인 제조업 취업자는 9만7000명 줄어 28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한창 일할 15~29세 청년층 취업자가 13만7000명 줄며 6개월 연속 감소했다.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40대 취업자도 2만2000명 줄며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경제의 성장 엔진인 제조업의 고용은 줄고, 미래 세대인 청년층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취업자가 증가한 분야는 코로나19 종식으로 대면 영업이 늘어난 숙박·음식점업, 보건복지업으로 대부분 저임금이거나
정치와 정부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의 삶을 보다 낫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정치가 선거 때 약속한 것처럼 얽히고설킨 갈등의 매듭을 풀어주길 바란다. 정부 정책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성과를 내는 동시에 오늘보다 밝은 미래를 밝히길 기대한다. 출범 1주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평가도 마찬가지다. 4월 마지막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간신히 30%에 턱걸이했다.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두배 많은 63.0%였다. 부정평가 사유로는 외교, 경제 · 민생 · 물가, 한일 관계 · 강제동원 배상 문제, 발언 부주의, 경험과 자질 부족 · 무능, 소통 미흡 등의 순서로 꼽혔다. 정부 출범 1년에 맞춰 경제 · 복지 · 교육 · 대북 · 외교 · 부동산 정책과 공직자 인사가 어땠는지 묻자, 7개 분야에서 모두 부정평가 비율이 높았다. 특히 공직자 인사와 경제 · 외교 정책 분야는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60% 이상인 데다 ‘잘하고 있다’는 평가의 두배를 웃돌았다. 그만큼 고위 공직자 인사를 비롯해 경제정책, 외교 현안을 다루는 데 있어 최종 소비자인 국민의 정책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다른 기관이나
우리 경제의 1분기 성장률을 들여다보면 곳곳이 암초다. 수치상으론 0.3%로 지난해 4분기 역성장(-0.4%)에서 탈출했다.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마이너스를 벗어났지만, 경제 회복세를 예단하긴 이르다. 고꾸라진 성장의 구원투수는 민간 소비였다. 고물가·고금리 충격에 얼어붙었던 소비가 오락문화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기지개를 켰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여행과 공연·관람 등 대면활동이 늘어난 덕분이다. 민간 소비의 성장 기여도는 0.3%포인트였다. 반면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4% 감소하며 성장률을 갉아먹었다(-0.4%포인트). 순수출(수출-수입)도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내렸다. 무역적자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순수출이 네 분기째 성장률을 갉아먹기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분기~199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피했지만, 향후 경기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1분기에 버팀목이 돼준 민간 소비도 체감물가의 고공 행진과 고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 증가로 마냥 기대할 수 없다. 수출과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정치권과 국회는 늘 이런 식으로 뒤늦게 부산을 떤다. 피해자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전세사기가 사회문제화하자 여야 정당들이 경쟁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여야는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매를 유예하고,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긴급 저리 대출을 시행하는 데엔 뜻을 같이했다. 아울러 피해 주택을 경매 시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피해 주택을 공공매입하는 방안과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특별법에 대해선 이견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피해 주택 공공 매입 방안을 두고 선순위 채권자에게만 이익이 돌아가고, 사인私人간 악성 채무의 공적 변제는 국가재정에 부담을 준다며 반대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특별법에 의한 ‘선先지원 후後구상권 청구’ 해법을 주장했다. 정의당은 초당적 전세사기 재난 대응기구 설치를 요구하며 ‘깡통전세 대책 3법’을 제안했다.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진 원인과 관련해 여야는 이번에도 서로 네 탓을 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급등한 가운데 졸속 임대차3법 개정으로 전세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피해자들이 지속적
경제예측기관들의 전망이 딱 들어맞진 않는다. 그래도 증권시장은 물론 기업과 정부,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이에 주목하는 것은 미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국내외 예측기관들 가운데 신뢰도가 높은 곳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 꼽힌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급전을 제공했던 IMF가 지난 11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수정했다. 직전 1월말 전망치(1.7%)보다 0.2%포인트 낮췄다. 1년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에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에 따른 선진국 금융시장 불안이 겹쳐 한국 경제가 더 위축될 것으로 봤다. IMF의 성장률 하향 조정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과 10월, 올해 1월에 이어 3개월 주기로 4연속 미끄럼을 탔다. 주요 10개국 중 4연속 하락 전망은 한국뿐이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전망치(2.9%) 대비 거의 반토막 났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전망은 더 어둡다. 8개 투자은행들이 지난 3월 말 제시한 한국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1.1%. 6개 투자은행이 1%대로 내다본 반면 0%대 및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한 곳도 있었기 때문이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경기가 급랭하고 중국의 리오프닝
4월 5일 실시된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진보당 후보가 당선됐다. 직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함에 따라 치러진 재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이던 두 후보가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의 상징인 파란색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을 했지만 선택받지 못했다. 국민의힘 후보는 5위로 낙선했다.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는 국회의 역할을 방기한 채 사사건건 충돌하는 양당 체제의 폐해에 대한 유권자의 경고로 해석된다. 투표율 26.8%는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2014년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중 세번째로 낮은 것이다. 당선인의 득표 수는 전체 유권자의 10.4%에 그친다. 정치 무관심 내지 혐오의 표시이자 투표 포기를 통해 기득권 정당들의 행태에 항의의 메시지를 보낸 것일 수 있다. 양대 정당을 향한 경고는 여론조사 결과로 입증된다. 한국갤럽의 3월 마지막 주 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며 33.0%로 같게 나타났다. 반면 무당층은 29.0%로 4%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2030세대 젊은층에서 무당층은 각각 46.0%, 41.0%로 양당 지지율보다 높았다. 이념 성향 중도층에서도 양당 지
중국은 1992년 수교 이후 ‘달러 박스’로 여길 정도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무역흑자국이었다. 그러던 중국이 올해 무역적자 1위국으로 바뀌었다. 1월 대중(對中) 무역적자가 약 40억 달러, 1~2월 누적 적자는 50억 달러를 넘어섰다. 천연가스와 원유를 사오느라 그동안 최대 무역적자국이었던 호주나 사우디아라비아보다 적자가 많아졌다. 중국은 불과 5년 전 2018년만 해도 연간 흑자 규모가 500억 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우리나라의 압도적인 무역흑자국이었다. 이후 2021년까지 200억 달러가 넘는 흑자를 내며 무역흑자국 2~3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흑자액이 12억 달러로 급감했고, 흑자국 순위도 22위로 밀렸다. 그리고 올 들어선 대중 무역수지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 이어 아예 최대 무역적자국이 된 것이다. 3월에도 대중 무역적자는 이어졌다. 어느새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최대 이익을 내던 무역 상대국이 최대 손실이 나는 교역국으로 바뀐 것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제로(0) 코로나 정책과 지역 봉쇄로 중국 경제가 침체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대중 수출 감소가 설명되진 않는다. 코로나 봉쇄 조치로 중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3월 기온이 기상관측 이후 가장 높고 벚꽃도 일찍 피었지만 취업전선에는 찬바람이 쌩쌩 분다. 지난 2월 우리나라 취업자 수 증가는 31만2000명으로 2년 만에 가장 적었다. 특히 15~ 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2만5000명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577만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는 최근 10년 새 두배로 늘었다. 이처럼 고령 취업자는 해마다 수십만명씩 늘어나는 데 청년층 취업자는 줄고 있다. 반도체 등 제조업이 부진한 데다 취업을 유예하면서라도 괜찮은 일자리를 찾으려는 청년들이 많아진 결과다. 더 큰 문제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쉰다’는 청년이 50만명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자신의 상태를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취업 포기 청년층이 49만7000명이다. 사상 최대 규모다. 취업·진학 준비나 군 입대 등 특별한 사유 없이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일하지 않는 청년이 이 정도라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국가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알바나 임시직 등 원하지 않는 일자리에 내몰리다 이마저 끊기면서 구직 의욕를 잃은 것이다. 이는 젊은 층의 결혼·출산 기피로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4076만㎡(약 1200만평) 규모의 15개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지정이자 역대 정부에서 지정한 산업단지 중 최대 규모다. 반도체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미래차, 로봇 등 6개 첨단산업에서 2026년까지 550조원 규모 민간 투자를 유도한다. 정부는 인공지능(AI) 등 12대 연구개발(R&D)에 25조원을 투자한다. 계획이 실현되면 전국 15개 산업단지가 첨단산업 제조기지로 변신하게 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경기도 용인에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청사진이다. 정부는 이곳에 710만㎡의 산업단지를 지정하고, 삼성전자는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공장 5개를 설립한다. 기흥·화성·평택·이천 등 인근 기존 반도체 생산단지와 연계하고, 국내외 소재·부품·장비 업체 및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등 150개 기업과 연구기관을 유치한다. 세계적 반도체 기업들을 자국으로 끌어들여 주도권을 쥐려는 미국, 반도체산업 고도화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는 중국에 맞서는 한국 반도체산업의 본산이자 보루 역할이 기대된다. 삼성전자의 3
3월 봄바람과 함께 기업의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시즌이 다가왔다.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8~15일 지원서를 접수한다. 예년처럼 1만명 안팎을 뽑을 예정이다. 삼성은 주요 그룹 중 유일하게 신입사원 공채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 6개 계열사도 26일까지 신입사원 채용 원서를 받는다. SK그룹은 세자릿수의 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포스코그룹 4개 계열사도 22일까지 원서를 접수한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의 54.8%는 상반기에 직원을 새로 뽑지 않거나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경련이 매출액 상위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규 채용계획이 없는 곳은 15.1%로 지난해(7.9%)의 두배에 가까웠다. 채용계획이 있다는 기업은 절반에 못 미치는 45.2 %였다. 그나마도 채용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줄이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세계 경기가 침체하며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하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가 압박하는 등 악재가 쌓이자 기업들이 채용계획을 보수적으로 잡는 모습이다. 게다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기술(생산)직 채용에 나선 현대차의 지원 서류를 받는 홈페이지
1983년 2월 8일, 당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일본 도쿄 출장길에 반도체 중에서 첨단 기술인 초고밀도집적회로(VLSI)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도쿄 선언’이다. 이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사업이 본격화한 날로 가히 삼성의 운명을 바꾼 날이다. 앞서 1974년 12월 삼성전자는 파산 직전인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사업에 손댔다. 하지만 자체 기술 없이 조립하는 수준이었다. 당시 삼성은 가전제품용 고밀도 집적회로(LSI)도 겨우 만들던 때라 미국 인텔이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조롱했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는 속전속결이었다. 6개월 만에 반도체 공장을 지었다. 그해 말 세계 반도체시장의 주력 제품인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일본과 비교해 10년 넘게 벌어졌던 기술격차를 단숨에 4년 정도로 줄였다. 이듬해인 1984년 5월, 삼성반도체 기흥 1공장을 준공했다. 국내 최초, 세계에서 세 번째 반도체 생산국은 이렇게 탄생했다. 한국의 반도체 신화는 기업의 의지, 우호적인 국제환경, 정부의 지원 등 3박자가 맞춰진 합작품이었다. 삼성은 창업주의 경영철학 ‘사업보국(事業報國)’에 맞춰 기술개발에 전념했다. 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동결을 의결한 23일 오전 그 시각 청와대 영빈관에선 대통령 주제로 수출전략회의가 열렸다. ‘수출 플러스(+) 전환’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전 부처의 산업부화’를 주문했다. 정부는 올해 수출 목표를 6850억 달러로 지난해 말 제시한 것보다 50억 달러 늘렸다. 부처별로 수출 목표액을 설정하고, ‘수출·투자책임관(1급)’을 지정해 이행 상황을 점검·관리하도록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임을 자임하며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와 수출에 놓고 최전선에서 뛰겠다”고 약속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무역전선에 비상등이 켜진 지 오래다. 수출이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은 에너지를 중심으로 계속 증가했다. 그 결과,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12개월째 적자 상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2월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186억3900만 달러. 불과 50여일 만에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472억 달러)의 40%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다. 전년 동기(69억8400만 달러)와 비교하면 거의 세배 수준이다. 비상 상황에서 범부처 수출 총력 대응체계를 구축해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은 필요해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