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관리는 윤석열 정부의 첫 시험대이자 새 정부의 능력을 판가름하는 중대한 숙제다.[더스쿠프=뉴시스]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리터(L)당 2000원을 넘나드는 기름값에 운전대 잡기가 겁난다. 10만원 들고 나가 장바구니 채우는 것도 힘들다. 찬거리를 사다 보면 1만원짜리 지폐가 잔돈처럼 여겨질 정도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 4%대 물가상승률은 2011년 12월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물가 오름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봉쇄가 풀리면서 전 세계 소비가 동시다발적으로 늘었는데 글로벌 공급망이 차질을 빚었다.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에너지, 원자재, 곡물 수급체계 전반이 흔들렸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하자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긴축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3월 금리인상에 이어 5월 초 양적긴축에 돌입하면서 추가로 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중반 미국 금리가 3.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현재 1.25%이니 앞으
▲ 코로나 피해 보상을 위한 재원은 적자국채 발행 없이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 재원이 부족하면 국민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이해를 구하는 편이 낫다.[더스크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 19일 만에 회동한 3월 28일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국고채 2년·3년·5년물이 일제히 20bp(1bp=0.01%포인트) 넘게 치솟았다. 미국발 금리인상 및 통화긴축이라는 외부 요인에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적자국채가 대거 시장에 쏟아질 것이라는 내부 우려가 가세한 결과다. 윤석열 당선인은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50조원 규모의 2차 추경 편성 방침을 공식화했다. 당선인 측은 본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지만, 지금까지 세출 구조조정으로 수십조 재원을 마련한 역사는 없다. 결국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 조달할 테고, 이는 채권 공급을 늘려 가격을 떨어뜨릴 것으로 보고 시장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예산의 지출 구조조정은 말처럼 쉽지 않다. 본예산 중 절반은 교부금, 채무상환, 법정부담금(연금·건강보험), 사회보장지출 등 지출 근거와 요건이 법으로 정해진
▲ 협치가 실종된 분노의 정치는 정치혐오를 넘어 국민을 절망시킨다. 신구 권력 모두 국민을 바라봐야 할 때다.[사진=뉴시스] 대한민국은 정치가 국민의 삶을 염려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권 행태를 걱정하는 특이한 나라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 불발에 이어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 한국은행 총재 후보 지명에 대한 반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법무부 업무보고 보이콧 등 사상 초유의 신구 권력 힘겨루기가 연속적으로 나타나며 국민을 신물나게 한다. [※ 참고: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8일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겸한 첫 회동을 갖는다. 대선이 치러진 지 19일 만으로,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중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려 성사된 만남이다.] 대내외 경제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 등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로 세계는 신新냉전으로 치닫고 있다. 그 여파로 원유와 밀 등 곡물, 각종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며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과 성장둔화란 2중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미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연내 6차례 금
▲ 리쇼어링 기업에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건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이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도 도와야 한다. 유턴기업에 최대 50억원을 지원하는 대구시의 사례는 벤치마킹할 만하다.[사진=대구시·더스쿠프 포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정세가 미국과 유럽 등 서방 대對 중국·러시아 간 ‘신新냉전’ 구도로 변화하면서 외부의 경제적 공세에 맞서 자국 경제를 보호하는 경제안보(econo mic security)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주요국들이 중국·러시아에 치중된 글로벌 공급망과 해외사업의 재편과 다변화를 꾀하면서 해외로 나간 기업을 자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reshoring)에 관심을 쏟고 있다. 미국-중국 간 무역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은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노출했다. 코로나 확산 초기인 2020년 2월 중국 내 생산에 의존했던 자동차 배선뭉치가 제때 수입되지 못해 국내 완성차 공장이 조업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글로벌 공급망이 차질을 빚자 그동안 중시돼온 ‘비용 절감’ 못지않게 ‘공급의 안정성’이 변수로 떠올랐다.
▲ 민심은 윤석열 당선인에게 ‘한번 해보라’고 기회를 주면서도 충분한 지지를 몰아주진 않았다. 국민과 소통하며 옳은 일을 가려서 해야 할 책무가 윤 당선인에게 주어졌다.[더스쿠프=뉴시스] 국민의 심판은 준엄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48.56% 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47.83%. 1987년 대통령직선제 부활 이후 가장 적은 표 차이(0.73%포인트·24만7077표)로 당락을 가른 20대 대통령선거는 냉정하고 무서운 민심을 엿보게 하고 여러 숙제를 남겼다. 국민은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져온 진보-보수 권력의 10년 주기를 5년으로 단축했다.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과 장모를 둘러싼 주가조작 의혹 등 문제가 불거졌지만, 유권자들에게는 부동산값 폭등, 양극화 심화, 청년실업 등 현 정부 5년의 실정이 더 크게 다가왔다. 시도별 득표 상황을 보면 얼추 서울에서의 표 차이(31만766표)만큼 이 후보가 총 득표에서 밀렸다. 그만큼 서울 시민의 집값 민감도가 컸다는 방증이다. 게다가 이 후보는 호남에서, 윤 당선인은 영남에서 각각 싹쓸이에 가까운 표를 얻음으로
▲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 등 서방과 중국‧러시아 간 갈등이 고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안보’를 중시하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더스쿠프=뉴시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커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증폭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에너지ㆍ원자재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금융시장 혼란 등이 심화하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고 부존자원이 빈약한 한국 경제로선 모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난제들이다. 발등의 불은 고유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쳐들어간 2월 24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3월 2일에는 110달러 벽도 뚫었다.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이 11년 만에 비상 비축유 6000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는데도 소용이 없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에선 ‘3차 오일쇼크’를 우려한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이자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러시아와 서방의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이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수출에
▲ 코로나19 쇼크가 지속되는데도 한국 경제가 버텨낸 건 교역에서 벌어들인 외화 덕분이었다. 정부가 무역적자가 울리는 경고금을 흘려듣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사진=연합뉴스] 나라살림의 건전성 지표인 재정수지와 대외 지불능력 척도인 경상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내는 ‘쌍둥이 적자’ 경고등이 켜졌다. 잦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게다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수출로 벌어들이는 것보다 수입으로 나가는 달러가 많아지면서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내게 생겼다. 정부 수입과 지출의 차이인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12조원), 2020년(-71조2000억원), 2021년(-30조원)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도 1차 추경을 반영해 이미 70조원 적자고, 대선 이후 2차 추경이 나오면 적자가 1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통합재정수지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것도, 100조원대 적자도 사상 처음이다. 재정건전성이 위협받는 와중에도 기업들의 수출 호조에 따른 무역흑자 덕분에 국가신인도가 유지됐는데 이마저 흔들릴 상황에 처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4억50
▲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앞으로 한두달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본다. 보다 과학적인 방역 체계를 구축하되 단계적 출구 전략도 준비해야 한다.[더스쿠프= 뉴시스]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며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오미크론이 국내 우세종이 된 1월 셋째주 이후 매주 곱절씩 불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루 신규 확진자가 2월 마지막주 13만~17만명, 3월 초에는 20만~36만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국내 코로나19 대유행은 2월 둘째주에 해외 주요국 수준을 넘어섰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만명 당 하루 평균 확진자는 1060명(2월 8~14일 기준)으로 방역을 대폭 완화한 영국(1018명)보다 많다. 일본의 1.6배, 미국의 2.3배 수준이다. 그나마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은 경우가 이렇지 경증과 무증상자가 많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상 ‘숨겨진 확진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확진자 발생이 아직 정점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대유행의 정점이 언제일지, 어떤 규모일지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그새 의료ㆍ치안ㆍ소방ㆍ교육
▲ 추경을 편성해 소상공인들에게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보상한다지만, 되레 대출금리가 상승해 이들 취약계층이 어려움에 빠지는 역설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의 결단이 긴요하다.[더스쿠프= 뉴시스] 나라살림, 재정은 국민과 기업들이 부담하는 세금으로 마련해 쓰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세금만으로 재원을 충당할 수 없어 국가가 채권을 발행해 조달할 경우 여러 부작용과 후유증을 낳는다. 정부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박에 못 이겨 한국전쟁 와중이던 1951년 이후 71년 만에 1월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대선을 앞둔 선심성이란 비판을 무릅쓰고 14조원 규모로 편성했다. 35조원(더불어민주당), 50조원(국민의힘)으로 늘리자는 요구가 이어지더니만,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에서 4배에 가까운 54조원으로 뻥튀기됐다. 추경 증액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3ㆍ9 개나리 대선과 6ㆍ1 지방선거 등 잇따른 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해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증액에 대해선 여야 합의보다 행정부 판단이 고려돼야 한다’며 반대하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부총리의 월권’ ‘임명 권력은
▲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일본에까지 뒤질 것으로 예측된 것은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이 식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가의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에 대한 논의가 긴요하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가 4% 성장했다. 2010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페이스북에 “G20 중 가장 빠르고 강한 회복세”라며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위기에 강한 경제’임을 입증했다”는 글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해 경제성적표를 받아들고 뿌듯해한 모습이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지난해 성장률 4%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역성장(-0.9%)한 2020년과 비교한 수치다. 기저효과에 따른 통계적 착시가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0년과 2021년 2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5%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은행이 제시한 잠재성장률(2%대 초반)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지난해 4% 성장에는 두차례에 걸쳐 50조원 가까이 쏟아부은 추가경정예산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 그런데도 일자리 구하기가 여의치 않자 구직단념자(
▲ 20대 대선에서 ‘최선’ ‘차선’도 아닌 ‘차악’을 뽑는 극한 선택을 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는 유권자가 많다. 지금이라도 정책으로 대결하고, 토론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마스크를 벗지 못한 채 생활하기 어언 2년, 또 이렇게 설을 맞는다. 명절임에도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6명까지만 모일 수 있어 일가친척이 모두 만날 수는 없다. 그래도 20대 대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이라 차례상을 물린 뒤 선거 이야기가 화제로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판은 온갖 의혹 제기가 난무하는 네거티브 일색이다. 대장동 개발 비리와 고발사주 의혹 등 유력 후보들 본인의 사법 리스크와 함께 가족의 신상 문제가 집중 거론되더니 급기야 후보 부인과 후보 본인의 대화 녹취록 공개 파문이 일었다. 그사이 양대 정당 후보들은 서로 ‘내가 더 많이 퍼주겠다’고 경쟁한다. 내세우는 공약들은 좋게 말해 ‘생활밀착형’이지 후보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거대 담론이나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토론을 기피
▲ 금리인상 충격은 저신용자, 잇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영업에 애로가 많은 자영업자들이 더 크게 받는다. [사진=연합뉴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을 요즘처럼 실감한 적도 없는 것 같다. 달걀은 ‘금란’이 된 지 오래고, 우유·라면·쌀 등 식료품과 갈비탕·백반을 비롯한 음식값이 다 올랐다. 새해 들어선 커피·햄버거값도 인상됐다. 물가 급등세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 정부 공식통계로도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 10월부터 3개월 연속 3%대였다. 가격변동이 작은 공산품을 포함한 평균이 이렇지 사람들이 자주 구입하는 생활물가 상승률은 4~5%대를 넘나들었다. 2011년 이후 10년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우리나라만 물가가 오른 게 아니다. 미국은 더 심각하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0%. 1982년 6월 이후 40년 만의 최고치다. 물건값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물품을 구입하기도 적잖게 어렵다. 대형 쇼핑몰에서 빈 진열대가 자주 눈에 띌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