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로 고객들이 고통을 받는 판에 손쉬운 이자 장사로 수익을 올리고 성과급 잔치를 벌인 은행들이 개혁 수술대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과점 폐해를 줄이는 경쟁 시스템을 강화하라고 지시하자 금융당국이 상반기 중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막대한 이익을 내는 것은 경영을 잘해서가 아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편승해 예금금리는 조금 올리고 대출금리는 많이 올리는 식으로 예금·대출 마진을 확대해 이자 수입을 거둔 덕분이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은 지난해 14조원에 육박하는 이익을 남겼다. 그 수익의 90% 이상은 높은 대출금리와 낮은 예금금리의 차이를 이용한 이자 장사로 벌어들였다. 이자수익 비중이 60%대인 선진국 은행들보다 월등히 높다. 이렇게 번 돈으로 평균 연봉이 1억원대인 임직원들에게 기본급의 300~400%씩 상여금을 주고, 희망퇴직자에게 6억~7억원씩 안겼다. 은행들의 폭리가 가능한 것은 정부가 쳐놓은 진입 장벽의 울타리 안에서 5대 은행이 시장을 나눠 먹는 과점 구조이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예금·대출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74.2%, 63.4%에 이른다. 상황이 이러니 은행
한국 경제를 지켜보는 나라밖 시선이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내로라하는 국제금융기구나 투자은행이나 마찬가지다.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른 소비 증가와 에너지난 완화 등을 근거로 세계경제와 대다수 국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도 유독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그전 전망치보다 낮췄다. 1월말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렇게 했다. 세계경제는 물론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의 성장률이 모두 반등할 것이라면서도 한국은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하향 조정했다. 그 바람에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1.7%)가 1998년 외환위기 때 이후 25년 만에 일본(1.8%)보다 낮아질 상황에 처했다(표 참조).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9개 해외 투자은행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1%로 IMF 전망보다 낮다. 이들 투자은행도 아시아 국가 대부분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중국(4.8→5.2%), 베트남(6.0→6.1%), 필리핀(5.1→5.3%), 태국(3.7→3.8%) 등.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원자재 가격 안정, 통화긴축 완화 기대 등을 반영했다. 하지만 한국은 예외였다. 간신히 1%에 턱걸이하는 성장 전망을 유지했다. 아시아
2월이 열리면서 따사로운 봄소식이 들릴 줄 알았는데, 경제에는 한겨울 한파가 몰아쳤다. 1월 무역적자가 126억9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월 물가상승률도 5.2%로 뛰며 5%대 고공행진을 9개월째 이어갔다. 반도체 쇼크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97% 급감했고, SK하이닉스는 10년 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를 간파했는지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와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의 성장률이 모두 반등할 것이라면서도 유독 한국의 성장률만 지난해 10월 전망보다 낮춰 잡았다. 그 바람에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1.7%)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1.8%)보다 낮아질 상황에 처했다. 경기가 침체할 때 가장 걱정되는 국면이 저성장 속 고물가, 스태그플레이션인데 한국 경제가 그 늪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나라 밖에선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정점을 찍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피크 코리아(Peak Korea)’ 우려까지 나온다. 월간 무역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475억 달러)의 27%를 불과 한달 만에 쌓은 셈이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무역
설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만나지 못했던 가족·친지들이 3년 만에 함께 차례를 지내고 세배도 하게 됐다. 일상 회복에 따라 귀성·귀경객은 물론 여행객이 동시에 몰리며 설 연휴 기간 교통 혼잡이 상당할 전망이다. 명절이면 흔히 ‘민심의 용광로’가 열린다고들 한다. 차례와 밥상머리에서 으레 정치판 돌아가는 것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이것이 여론 형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달라 보인다. 이미 지난해 추석 때부터 그런 흐름이 있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모여도 과거보다 정치 이야기를 덜 한다. ‘정치 말고 다른 이야기하자’며 애써 피하려 든다. 정치판이 워낙 극단화돼 있어 정치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족·친지들 간에도 얼굴을 붉히거나 큰소리를 내게 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큰 선거가 없는 해다. 경제 상황은 좋지 않고 민생이 팍팍한데 정치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짜증을 더한다. 여야 정당 가릴 것 없이 당대표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다.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문제로,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표를 새로 뽑는 문제로 시끄럽다. 그러면서 지지층만 바라보는 진영·팬덤 정치,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 당론 정치는 강경파의
우리는 저출산에서 비롯되는 사회문제들을 목도하며 살아간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이 급속도로 떨어지며 생산·소비가 위축되는 ‘인구절벽’에 이어 총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위기’를 입증하는 증거와 통계는 차고 넘친다. 지금 대학 정시모집 기간인데, 전국 14개 대학 26개 학과에 단 한명의 지원자도 없었다고 한다. 또한 평균 경쟁률이 3대 1에 못 미치는 대학이 전체 188개 대학 중 65곳이었다. 응시생이 3곳까지 원서를 내는 정시모집에서 경쟁률이 3대 1이 안 되면 '사실상 미달'로 간주된다. ‘미달’ 대학 65곳 중 59곳, 86.8%가 지방 소재 대학이다. 정시모집에서 미달학과 및 대학이 증가하는 것은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 감소가 가장 큰 요인이다. 수도권에서 멀수록 입시 경쟁률이 낮고 미달이 많다. 정시·수시 모집에 관계없이 합격자 등록률도 지방대일수록 낮다. 대학가에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나도는 배경을 넘어 지역소멸을 예고한다. 저출산은 출산·양육에 들어가는 비용과 부담이 큰 데다 취업과 결혼을 하기도 쉽지 않은 사회여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게다가 결혼을 늦게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초혼(初婚)
새해 벽두에 부동산 관련 규제가 대거 해제됐다.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풀렸다. 은행 대출이 쉬워지고 부동산 세금이 줄어든다. 전매제한이 완화되고,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도 폐지된다. 모든 분양주택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대출 한도도 사라진다. 중앙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에 넘긴다. 서울 전역과 과천·분당 등 경기 4개 지역만 남겨두고 규제지역을 푼 지 54일 만에 나온 추가 조치다. 지난해 6·9·11월에 이어 윤석열 정부 들어 4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이로써 규제지역, 중도금 대출, 분양가상한제, 전매제한 등 문재인 정부에서 강화한 부동산 규제가 대부분 풀렸다. 정부는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조치임을 강조한다. 부동산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며 실수요자의 주택거래까지 어려워졌다.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주택 분양시장 침체는 건설업과 금융업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1·3 대책 발표된 뒤 서울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둔촌동 주공아파트 견본주택에 계약과 상담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12억원을 웃도는 분양가로 불가능했던
2023년 토끼띠 새해가 밝았지만, 어디 한 구석 밝은 빛이 보이지 않는다. 투자와 생산, 수출의 주체인 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사면초가 한랭전선이다. 고금리가 지속되며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데다 미국-중국 간 갈등 및 북한의 무인기 도발 등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원자재·에너지 가격 상승, 세계경기 위축 등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기업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한 배경이다.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전자는 2022년 말 ‘비상경영 체제 전환’ 공지문을 사내 연결망에 올렸다.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 긴급회의도 열었다. 계열사 사장단 회의는 2017년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 폐지 이후 6년 만이다. 반도체 사업 실적 악화가 핵심 의제였다. ‘반도체 빙하기’는 2022년 하반기 예고됐다. 글로벌 수요가 침체하면서 증시가 먼저 반응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하락하며 ‘5만전자’ ‘7만닉스’ 탄식이 흘러나왔다. 급기야 2023년 1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적자전환 전망까지 제기됐다. 현실화한다면 2009년 1분기(7052억원 적자) 이래 13년만의 일이 된다. 증시는 실물경제의 거울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곳곳에서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의 직격탄을 맞은 면세점과 가전 양판업계가 인력 줄이기에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비대면 수요가 늘어 인력을 채용했던 정보기술(IT) 업계도 긴축 모드로 돌아섰다. 증시 침체의 영향권에 놓인 증권업계와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둔 은행권마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아마존·페이스북·트위터 등 미국 빅테크 기업에서 시작된 구조조정 바람이 국내에도 불어닥쳤다. 기존 인력을 감축하는 마당에 신규 인력 채용은 언감생심이다. 올해보다 경제 상황이 악화할 내년에 역대급 고용한파가 예고된다.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에게 새해 업무보고를 하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1.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한국은행(1.7%)의 전망치보다 낮다. 1%대 성장은 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1998년과 2009년,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2020년 등 극심한 경제위기 때를 제외하곤 가장 낮은 수치다. 내년 경제성장률 하락의 핵심 요인은 수출과 기업 투자의 감소세 전환이다. 정부는 내년 수출이 올해 대비 4.5%
“한국은행이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로부터는 그렇지 않다(8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한은이 연준에 앞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어도 연준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멈추기는 쉽지 않다(8월 29일 연준 주최 잭슨홀 회의 현장).” “금리 결정을 할 때 연준이 우선된다고 해석하는 건 과도하다. 물가 등 항상 국내 요인이 먼저다(11월 24일 금통위 직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잇따른 금리인상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한 발언록이다. 국제 결제와 금융거래에 쓰이는 달러화 같은 기축통화 보유국이 아니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한은 총재로서의 고민이 묻어난다. 한국 입장에선 기준금리를 미국보다 약간 높거나 비슷하게 가져가는 것이 안전하다.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가 역전되거나 미국보다 큰 폭으로 낮아지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높은 수익률을 좇아 빠져나갈 수 있다. 또한 원화가치를 하락(원달러 환율상승)시키고, 높아진 환율만큼 수입 원자재 및 상품의 원화 환산 가격을 부풀려 국내 물가 전반을 자극하게 된다. 통화정책에 대한 한은과 이창용 총재의 고민은 세밑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위태롭다. 수출이 10월, 11월 두달 연속 감소했다. 수출과 달리 수입은 계속 증가하며 무역수지가 8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이후 두번째로 긴 적자 행진이다. 그래도 올해 연간 수출은 지난해보다 5% 많은 68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연간 수출규모 순위도 지난해 세계 7위에서 6위로 한 계단 올라선다. 반도체·자동차·석유제품 등 주력 세 품목과 아세안·미국·유럽연합(EU)·인도 네 시장에서 최대 수출액을 달성한 덕분이다. 대미 수출은 사상 처음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아세안 수출도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12월 5일은 제59회 ‘무역의 날’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자축하기 쑥스러웠다. 사상 최대 수출에도 11월까지 무역적자(426억 달러)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이 워낙 큰 폭으로 불어났다. 제품을 수출해 벌어들인 흑자를 에너지 수입에 다 쓰고도 부족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주요국의 긴축에 따른 세계경기 둔화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사실 수출이 줄고 에너지 수입이 늘어난 것은 독일·일본 등 제조업 강국의 공통 현상
끝내 10월 생산이 확 꺾였다. 감소폭(-1.5 %)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크다.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 엔진이 식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가 침체의 혹한기로 진입했다는 신호다. 이태원 참사와 화물연대 파업 등 돌발 악재는 반영되지 않은 수치가 이 지경이니 앞으로가 더 문제다. 실물경제 지표들이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봄 수준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이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경기둔화 여파로 수출이 부진해지자 재고를 털어내야 하는 기업들이 공장을 덜 돌린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2.7%포인트 급락했다. 공장 가동이 줄어든 가운데 반도체 등 주요 업종의 재고는 자꾸 쌓이고 있다. 제조업만 부진한 게 아니다. 올해 들어 수출 못지않은 엔진 역할을 해온 내수도 주춤거리고 있다. 10월 서비스업 생산이 0.8% 줄었다. 감소폭이 2020년 12월(-1.0%)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크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회복되던 숙박·음식점업과 예술·스포츠 등 개인 서비스업 생산이 동반 감소했다. 10월 소매판매액(소비)도 0.2% 줄며 두달 연속 감소했다.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른 가운데 금리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연 3.25%로 2012년 7월 이후 10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3.75~4.0%)과의 금리격차는 0.75%포인트로 좁혀졌다. 한은은 사상 처음 여섯 차례 연속(4·5·7· 8·10·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속도를 조절했다. 레고랜드 사태발發 자금시장 경색과 잇따른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기업과 서민들의 대출이자 부담 증가를 고심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금리인상 페달에서 발을 뗄 수도, 브레이크를 밟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상승률과 한미간 금리차 등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7%로 여전히 높다. 물가상승률은 7월(6.3%)에 6%대를 기록한 뒤 8월(5.7%), 9월(5.6%) 낮아지다가 다시 높아졌다.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보다 낮으면 그만큼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할 위험도 커진다. 12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최소 빅스텝(기준금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