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셜리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에 재능을 발휘해 18세에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정도로 인정받지만 ‘흑인은 피아니스트로 대성할 수 없다’는 1940년대 현실적 장벽에 좌절한다. 시카고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해 박사가 된 그는 음악의 꿈을 접을 수 없어 피아니스트의 삶에 재도전한다. ▲ 짝퉁은 항상 진짜보다 더 진짜 같아야 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영화 속에 그려지는 흑인 클래식 재즈 피아니스트 돈 셜리는 대단히 흥미로운 인물이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저항과 타협의 모든 모습을 종합선물세트처럼 보여준다. 제아무리 재능이 뛰어난들 흑인이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이 있다는 걸 절감한 돈 셜리는 피아니스트 자리로 돌아오면서 전략적 타협을 선택한다. 백인들의 배타적 영역인 클래식 피아노를 포기하고 대신 흑인들에게도 허용되는 재즈 피아노로 방향을 수정한다. 그러나 클래식 피아노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어서 ‘클래식 재즈 피아노’라는 묘한 포지셔닝을 택한다. 좋게 보자면 새로운 영역의 개척이라고 할
▲ 새로운 경제 투톱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과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은 현장의 소리를 경청해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분명하게 구분해줘야 한다. 그래야 불확실성이 줄어 기업들이 투자에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경제라인 투톱을 전격 교체했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인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정책을 주도해온 김수현 정책실장, 윤종원 경제수석을 경질한 것이다. 경제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 성격이 짙다. 김수현 정책실장은 임명된 지 7개월 만에 물러났다. 윤종원 경제수석도 1년을 채우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정책 성과를 강조하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작금의 경제 상황은 자못 심각하다.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7개월 연속 감소세다. 1분기 해외직접투자액이 38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 제조업 투자는 10년 만의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각종 규제와 높은 인건비 등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 한국을 떠나는 제조업체가 늘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미미했던 월별 취업자 증가수가 올 들어 확
▲ 젊은이들이 문화.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 중심으로 작동하는 경제나 정치외교 활동의 성과는 형편 없다. 젊은이들에게 부끄러워할 일이다. [사진=연합뉴스] 역사는 계속 새로 쓰인다. 냉철한 현실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를 내다보며 준비하고 도전하는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서. 그 일을 이번에 우리 한국인이 해냈다. 나이 스물 이하 젊은이들 21명이 하나로 뭉쳐서. 축구사를 새로 쓴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은 탄탄하고 끈끈한 ‘원팀(One Team)’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7위 팀이 결승에서 10계단 위 우크라이나와 당당히 맞섰다. 슛돌이 이강인이나 ‘빛광연’으로 불리는 골키퍼 이광연이나 인터뷰할 때마다 경기를 뛴 선수들이나 뛰지 않은 선수들이나 한마음으로 뛴 성과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그랬다. 코리아 원팀은 스타플레이어 한둘의 팀이 아니었다. 정정용 감독은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벤치에 있던 선수들을 승부처에 과감히 투입했다.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서 후반, 체력이 떨어진 이강인을 주저하지 않고 교체했다. 사실 이번 대표팀은 ‘
미국도 우리네처럼 알게 모르게 ‘족보’를 따진다. 미국 시민권이 있다고 모두 똑같은 미국인이 아니다. 미국을 움직이는 주류 사회는 흔히 와스프(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로 통칭된다. 백인이라고 다 같은 백인이 아니다. 백인이되 영국 앵글로색슨 혈통이어야 하며, 남유럽계 가톨릭이 아닌 개신교여야 한다. ▲ 모두가 갑질의 가해자이자 동시에 모두가 갑질의 피해자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이란 나라의 인종차별 문제는 워낙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문제여서 어지간해서는 심드렁해지기도 하고 따분해지기 쉬운 주제다. 그러나 영화 ‘그린 북’은 토니 발레롱가라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을 등장시켜 미국의 인종문제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라틴계이며 가톨릭 전통을 지닌 이탈리계 미국인은 ‘진골’이나 ‘육두품’ 어디쯤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와스프의 ‘성골’ 신분은 아니다. 토니는 클럽에서 ‘성골’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살아간다. 어느날 클럽이 내부수리를 위해 휴
▲ 문대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휴일을 맞아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은 채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문득 집안일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향 밭을 찾았다. 한참 일하다 보니 어느덧 햇살이 뉘엿해졌다. 초여름 해질녘 햇살을 받고 반짝이는 풀과 나무 그리고 돌담들, 순간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리고 만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망중한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동안일 뿐, 온갖 생각이 영화 속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6월 14일이 되면 JDC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시간이 참 빨리 지난다. 막중한 부담감, 주위의 기대와 우려 속에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숨 가쁘게 달려왔다. 마치 몇 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손에 확실히 잡히는 것은 아직 없다. 취임할 때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이 대신 어깨를 짓누른다.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진다. 취임사에서 “제주도민과 제주도, 정부가 공감하고 환영할 수 있는 국제도시의 이상과 목표를 제시하고, JDC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해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약속을 드렸다. 지난 100일은 이러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체제를
피터 패럴리(Peter Farrelly) 감독의 ‘그린 북’은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ㆍ각본상ㆍ조연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00만 달러(약 239억원) 정도의 제작비가 든 이 작품은 전세계에서 3억 달러 (약 3578억원) 이상을 벌어들였으니 평단과 관객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흔치 않은 성공작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 '그린 북'은 미국의 영원한 스캔들이자 흑역사의 흑백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그린 북’은 미국의 영원한 스캔들이자 흑역사라 할 수 있는 흑백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다. 인종차별을 고발하는 대부분의 영화가 칙칙하거나 우울한 경우가 많은 반면, 이 영화는 어두운 주제를 ‘버디 무비’와 ‘로드 무비’라는 형식을 빌려 경쾌하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돈 셜리(Don Shirley)’ 박사는 ‘비록’ 흑인이지만 명문대학교의 사회학 박사이자 클래식 재즈 피아니스트다. 미국 북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인종차별이
▲ 오병관 제2공항 성산읍추진위원장 제주공항의 항공수요는 2015년에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섰다. 제주공항은 필요할 때마다 확장하고 보완하면서 사용하여 왔었고 그 한계를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그래서 제2공항이 대안으로 떠올랐고 최종적으로 성산으로 발표를 한 것이다. 그런데 제주공항을 보완하면 가능할 것이라는 역대안(逆代案)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바뀌는 모순의 논리다. 그동안 검토위에서 진행한 국토부와 반대측의 토론을 지켜보면서 반대측의 끊임없는 의혹제기는 반대를 위한 트집잡기와 시간끌기라는 인상이 짙다. 제주 제2공항이 성산으로 결정될 때 이미 모든 타당성과 검증절차를 마친 상태이다. 절차와 타당성을 문제 삼고 ADPi 용역을 문제 삼았지만 달라지거나 국토부의 논리를 뒤집을만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국토부와 반대 측이 합의하에 검토위가 진행중인 시점에 주민설명회와 도민 공청회를 무산시킨 반대측의 행위는 정당성을 상실하는 행위였다. 도민의 알 권리와 의견수렴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비민주적인 행태이다. 이는 논리부재와 조급함에서 비롯함이 아닐까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주민의 알권리를 막아서는 안 될 뿐더러 공무집행을 방해하
▲ 과거에도 경상수지 적자는 있었지만 산업과 기술 경쟁력 강화로 돌파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우리에겐 경상수지에 얽힌 아픈 기억이 있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 국란으로 불리는 1997년 말 외환위기다. 한국 경제의 세계화를 부르짖던 1996년, 선진국 클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그러나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인 23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듬해 초부터 대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금융회사의 외화 차입이 막혀 외화곳간이 비었다.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했다. 아픈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86년은 한국 경제사에서 기념비적인 해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정치와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국제무대에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비록 46억 달러 규모였지만, 당시 ‘외채 망국론’이 대두됐고 외채위기가 경상수지 적자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경상수지 흑자는 경사(慶事)였다. 이후 저달러.저유가.저금리의 ‘3저(低) 호황’을 구가하던 경제가 1990년대 들어
우리는 수많은 ‘동화 같은 이야기’와 ‘다큐멘터리’의 혼재 속에서 살아간다.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처럼 신봉하기도 하고, 그것이 다큐멘터리이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수많은 위인전은 대개는 파이의 표류기 같은 동화인 경우가 많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다큐멘터리처럼 믿고 싶어 한다. ▲ 우리는 '동화 같은 이야기'와 '다큐멘터리'의 혼재 속에서 살아간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라이프 오브 파이’는 인도 소년 파이가 망망대해에서 무려 227일간 겪는 표류기다. 보통 표류기도 아니고 구명보트에 무시무시한 벵갈 호랑이와 동승한 표류기다. 사나운 호랑이를 길들이기도 하고, 어부처럼 낚시를 해서 호랑이와 사이좋게 나눠 먹기도 한다. 어떤 날은 갑자기 날치들이 하늘을 뒤덮을 듯 날면서 구명보트 가득 쌓이기도 한다. 표류 중 무인도를 만나 벵갈 호랑이 리차드 파커는 숲속으로 돌아가고, 파이는 항해를 계속해 결국 구조된다. 참으로 기적 같고 동화 같은 표류기지만 관객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
▲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의 크레이드마크이자 딜레마다. 지난 2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시장과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각적으로 살펴야 할 때다.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새로 구성돼 내년 최저임금 심의에 들어갔다. 법상 최저임금 고시 기한이 8월 5일이라서 7월 중순까진 결론을 내야 한다. 그런데 첫 회의부터 경영계는 경제적 어려움을 내세우고,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등 기싸움이 팽팽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의 트레이드마크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경제정책의 뼈대로 삼았고,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을 이끄는 견인차였다. 최저임금위도 이에 보조를 맞춰 2017〜2018년 2년 사이 최저임금을 29% 올렸다. 그런데 최저임금은 받는 쪽에서는 소득이지만 주는 쪽에서는 비용이다. 이런 두 얼굴의 속성 때문에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은 고용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줄이고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부담을 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고용시장 안의 상시 임금근로자 소득은 개선된 반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비정규직 알바 등의 소득은 줄면서 가계소득의 양극화도 심화
제주시 연동신시가지 한 건물 화단에 꽂혀 있는 안내판입니다.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려선 안되겠지요. 하지만 이 안내판 문구를 보다보면 문득 어리둥절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우선 안내문구는 한글과 중국어로 병기돼 있습니다. 이리 본다면 이 경고문구가 염두에 두고 있는 대상은 한국인과 중국인입니다. 영어 표기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쓰레기를 무단투기할 잠재적 범죄자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가상돼 있다는 소리가 됩니다. 그리 생각하다보니 찜찜하다 못해 다소 불쾌한 감정이 들기도 합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제주시내 곳곳 공공기관 안내문구에도 한국어·영어·중국어가 병기돼 있는 마당에 꼭 이런 안내판에는 한글과 중국어만 필요할까요? 오히려 더 짧은 문구로 더 강하면서도 더 효율적인 안내를 할 방법은 없을까요? 더불어 ‘금지한다’는 문구보단 ‘어떤 곳에서 버리라’는 긍정의 문구로 바꿀 수는 없을까요?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해서 이 장면을 여러분들에게 알립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 *** <잠깐만요!!>는 <제이누리>만이 아닌 여러분의 생각도 전하는 코너입니다. 한 컷 또는 여러 컷의 사진에 담긴 스토리와 생각해볼 여지를 사연으로 담아 보내주십시오.
스페인 부부 사이서 태어나 캐나다에 정착한 작가가 자신과 관계가 ‘1’도 없는 인도 소년을 주인공으로 작품을 쓸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듯하다. 아마도 기독교를 비롯한 배타적 ‘유일신 체계’가 아닌 힌두교라는 ‘물렁한’ 종교의 미덕을 생각해보고자 한 것인지 모르겠다. ▲ 아무리 '신념'이 짓밟혀도 그 '신념'때문에 죽지는 않는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파이의 가족이 신봉하는 ‘채식주의’라는 가치관은 캐나다로 향하는 이주선에서 난관에 봉착한다. 요즘은 비행기 기내식단도 채식주의자와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메뉴가 따로 마련되지만, 당시 호화유람선도 아닌 화물선 주방장에게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고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파이의 아버지는 ‘자신의 가족은 모두 채식주의자이니 고기는 빼달라’며 요청하고 채식요리를 원한다. 주방장의 적대적인 반응이 이어진다. 영화에서 이 한 장면 등장하는 화물선의 너절한 주방장 역을 무려 프랑스 국민배우로 유명한 제라르 드파르디외(Gerard Depardie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