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삶이 팍팍하다. 지난해를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를 판에 올해는 혼탁함이 더할 것 같은데, 어찌 보내야 할지. 나만 그런가? 아니다. 해가 바뀌면서 ‘용’의 해다, 그것도 ‘흑룡’이다 하며 좋다고 난장을 친다. 이는 현실의 삶이 너무 힘들기에 상징에 희망이란 단어를 붙여놓은 억지다. 그만큼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모든 이들의 어려움을 표출하고 있다는 행태다. 올해 2012년을 ‘임진壬辰’년이라 한다. 壬辰은 ‘간지干支’ 역법에서 왔다. 팔자명리八字命理를 응용한 것이다. 이 ‘팔자八字’의 영향은 대단하다. 중국에서 자주 쓰는 대련對聯 중에 八字如相許,雙杯未可辭.(“八字如相許,雙杯未可辭.”는 원래 唐 吳融의 「送策上人」와 耿湋의 「晚春青門林亭燕集」의 시구에서 한 구절씩 따온 대련이다) 팔자가 서로 허락한다면, 쌍배라도 거절할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쌍배는 ‘주불쌍배酒不雙杯’라는 말을 이해하면 된다. 주석에서 술을 마실 때 잔의 수數가 짝수로 마침을 싫어
▲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 고권일 그냥 돌이면 할 말이 없다. 테트라포트(일명 삼발이) 1400여개를 옮기는 일이다. 강정포구가 2종항으로 승격되어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동방파제의 월파저감장치로 완공되고 유지되어오던 구조물을 들어내기 때문에 주민들이 납득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관련부서인 항만개발과에 의의제기를 했더니 책임자가 마을에 와서는 돌 하나 옮기는 데도 일일이 주민설명을 해야 되나 라며 눙치고 나올 때는 할 말을 잃었다. 너무나 타당해서 할 말을 잊은 것이 아니라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고 대꾸조차 할 값어치가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해군기지사업 때문에 강정은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다. 그야말로 준전시상태에 가까운 긴장상태의 연속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져 이제는 해군이나 시공업체의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수가 없는 상태다. 오로지 거짓과 탈법과 편법으로 공사를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해군은 뻔히 미항공모함이 들어오는 전제조건으로 항만을 설계하고 입출항시뮬레이션을 하여 보고서를 만들어 놓고도 미항공모함이 들어오는 군항이 아닌 15만톤급 크루즈 유람선이 들어오는 관광미항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대국민 사기극을 벌여왔다. 제주도와 MOU
▲ 양성철/ 제이누리 발행,편집인 인민재판이란 말이 있다. 6·25동란을 거친 우리 어르신 세대들에겐 흔한 말이다. 지주나 관리를 군중 앞에 내세우고 죄목을 나열한 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방식이다. 이미 군중 곳곳엔 앞잡이·모리배들이 포진하고 있다. ‘죽여라’ 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그게 전체 군중의 목소리로 뒤바뀌면 인민재판대에 오른 이는 총살형으로 세상을 하직하게 된다. 무서운 현실이었고, 공포였다. 그들이 휘두르는 권력은 공포 그 자체였고, 아무 힘 없는 민중들은 그저 그 앞에 고개를 조아려야 했다. 걸려들지 않는 게 최선이고, 잘 보여야 살 수 있었다. 춤추라면 춤추는 시늉을 해야 했고, 선동하는 소리엔 동조해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 반대쪽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를 ‘빨갱이’로 낙인 찍었는데 ‘아니다’란 헛소리를 하면 여지없이 총 개머리판이 날아왔다. 좌익분자 색출이 명분이었지만 평소 밉보였던 지식인이나 비판적 인사들은 ‘세트’로 청소됐다. 6·25 전란의 상처가 없는 듯 한 제주지만
▲ 제주한라대학 사회복지과 한소미 2012년 1월 2일. 나와 가정위탁의 인연이 시작된 날이다. 처음 “가정위탁”이라는 말은 나에게 낯설게만 다가왔다. 하지만 아이들을 직접 만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전달하고 함께 나누는 과정을 통해 어느새 “가족”이라는 말처럼 따뜻함으로 다가와 있었다. 특히나 설명절을 맞이하면서 만난 아이들이었기에 따뜻함이 두 배로 커진 기분이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설명절은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덕담을 나누는 날로만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것이 내가 알고 있고 경험했던 설명절의 전부이다. 하지만 이번 설은 나에겐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늘 마음속으로 다짐했던 ‘사랑의 실천’을 실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설명절을 앞두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따뜻한 정(情) 나눔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아이들과 삼삼오오 모여 웃음으로 만들어진 “사랑의 김치”와 함께 따뜻한 이웃들이 후원해 준 쌀과 생필품, 상품권 등 우리는 제주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따뜻한 정(情)을 나누었다. 엄마의 손맛처럼 맛있는 김치는 아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한 따
오늘 저녁에 아내와 동네 마켓을 들렀다가 한국 소주 아홉병이 나란히 진열된 걸 봤습니다. 참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냉큼 사진을 찍어 놓았습니다. 흔히 미국사람들이 Grocery라고 부르는 제법 큰 규모의 식품점(한국식으로 하자면 마트)에 그것도 주로 백인들이 주고객인 마켓의 입구에서 발견한 고국의 소주. 누가 차게 해서 마시는 게 더 맛있다고 귀띔이라도 해줬는지 냉장고에 가지런히 눕혀져 있습니다. 미국 술들은 다 세워져 있는데 특이하게도 소주병만 누워 있습니다. 시간이 됐으면 매니저한테 왜 뉘어놨냐고 물어 봤을텐데 그걸 못했습니다. 저는 술을 마시지는 않지만 '한류의 힘'을 여기서까지 보여주는 듯해서 은근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미국에도 이제 꽤 알려진 (비록 중국설로 불리우지만) 음력설날 팔려고 내놓은 건지, 아니면 미국에서 1년중 하루 맥주소비량이 가장 많은 슈퍼볼게임(Super Bowl Game)을 코앞에 두고 내놓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국의 소주가 미국에서 제법 인정받고 있는 듯 합니다. 예전에는 Trader Joe's 같은 곳에서 갈비 양념장을 병에 넣어 파는 걸 본적이 있는데 이젠 뭐가 들어올까요? 미국에 처음으로 들어온 한류(韓
▲ 나일경 일본 츄쿄대 교수 나는 독재자? 지난해 말 한국에서 벌어진 돌풍의 무대엔 ‘나는 꼼수다’가 있었다. 그때쯤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은 ‘나는 독재자’였다. 지난해 12월 ‘나는 독재자’라고 주장했던 하시모토 도오루(橋本徹·43) 오사카부(大阪府) 전 지사가 출마한 오사카 시장 선거가 주무대였다. “지금 오사카 거리에 기괴한 모습을 한 요괴가 사람의 가면을 쓰고 설치고 돌아다니고 있다. 그의 이름은 하시즘(橋本主義:현재 오사카 시장인 하시모토(橋本徹)의 머리글자를 따 그의 파시즘적인 정치행동을 비꼬기 위해 만들어진 정치 용어)이다. 그는 꽉 막힌 사회경제적 상황에 지쳐버린 시민의 불평과 불만을 에너지로 삼아 가상의 적을 만들고 철저하게 공격하며, 미디어에 등장해 거드름을 피우며 영웅 행세를 하고 있다.” 언론과 학계에선 그렇게 그를 비난했다. 하지만 하시모토는 그런 비난을 즐기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에 대한 비난이 거셀 수록 자신에 대한 지지가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더욱 더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진영과 기존 언론 및 정당들이 &ldq
▲ 김대용 제주한라대 교수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가 기억나는 때가 있다. 경제성장이 지상과제였던 1970·80년대 석유파동까지 거치며 사우디라고 총칭된 중동 건설 현장으로 취업열풍까지 몰아쳤다. 사막의 열풍 속에서 마른 땀을 흠치며 외화벌이에 나섰다. 희망의 땀과 고난의 가족사가 뒤켠에 있었지만 사우디에서 신기루처럼 이슬람세계도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메카·메디나 등 성지가 있고 성서인 꾸란이 아랍어로 쓰여져 흔히 아랍 중동지역이 이슬람의 전유물인 것처럼 혼동하기 쉬우나 그러나 이 지역은 방대한 이슬람 세계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57개국이나 되는 방대한 이슬람 국가 중에서 산유국이 밀집한 사우디반도 걸프 연안국가들은 석유로 부를 축적했다. 이에 따른 국가 인프라 시설로 도로·항만·병원·학교의 건설은 그들의 후속타였고, 우리에겐 외화획득을 위한 최대의 해외 건설시장이었다. 그것뿐이었다. 단지 해외 건설시장이며 우리경제발전의 디딤돌이 된 그 지역의 문화나 정신적 근간을 이루는 이슬람 문화에 대해 우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수출 드라이브 정책 일변도의 경제 제일주의
▲ 조한필 충청타임즈 부국장 지난 7일 오전 1시30분 충남 천안시의 천안동남서 문성파출소에서 당직 근무 중인 이태영 경사는 천안 사직동의 남산 중앙시장 경비원으로부터 "10대 절도범을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시장에 도착해 보니 때가 절은 옷을 입은 조그만 학생이 검은 시장바구니를 든 채 경비원에 잡혀 덜덜 떨고 있었다. 바구니 속에는 한복 한 벌이 들어 있었다. 중앙시장 상가 문이 닫히기 전 숨어 들어갔다가 한 가게에서 한복을 훔쳐 상가 셔터를 열고 나오려다 경비원에 들킨 것이다. 파출소로 연행해 조사하니 놀라운 사연이 숨어 있었다. 추위와 배고픔에 어렵게 생활하던 중 겨울 이불과 먹을 것을 훔치려 상가에 들어갔으나 큰 이불은 들고 나오기 어렵고 훔칠 음식은 없어 생각 없이 한복을 들고 나오던 중이었다. 중학생인 A군(13)은 몸이 아픈 할머니(82), 그리고 두 남동생(11ㆍ8)과 천안 목천읍의 한 농가주택에서 살고 있다. 할머니가 읍사무소 보조금으로 받은 10여 만원이 이들 네 식구의 생활비 전부다. 할머니는 난방비를 아끼려고 보일러를 항상 '외출'로 놓는다.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씨에 방바닥은 얼음장같이 차가웠지만 엷은
▲ 강철수 제주시주민생활지원과장 용의 해 임진년 새해를 맞이한지도 열흘이 훌쩍 넘었다.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다가오고 있다. 설은 우리 모두에게 가슴 설레이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설명절의 들뜬 분위기와는 달리 쓸쓸하고 힘들게 보내는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있다. 경제의 양극화의 그늘 속에서 장애인․노인․한부모․조손가정 등 추운 겨울에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들을 많이 볼 수가 있다. 제주시는 설명절을 맞이하여 어려운 이웃들에게 온정을 함께 베푸는 이웃 나눔 사랑을 전개하고 있다. 이 이웃사랑 운동에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대한적십자사제주지사가 적극 참여해주고 있다. 그리고 제주시장을 비롯한 제주시 1,500여 공무원도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온정을 나누는데 동참하고 있다. 특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얼굴 없는 익명의 기부천사들도 10년째 일도2동, 화북동, 우도면사무소에 수백포의 쌀을 기탁 하면서 진한 감동을 던져주고 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기부천사들은 우리사회의 빛과 소금 같은 사람들이다. 이 세상에는 홀로 존재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 네가 있으므로 내가 있고, 내가 있기 때문에 네가
▲ 구자헌 변호사 초임검사 시절. 황 할머니 사건 이야기다. 일제시대 인텔리겐차 또는 일본 늙은 게이샤 분위기를 풍기며 한 손에 사탕 하나 쥐고 나를 찾아왔다. 이미 대전지검에서는 유명하신 분. 수십년 전부터 고소와 진정을 반복하면서 40년 전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생떼'를 쓰시던 분이다. 늘 서울에서 대전까지 기차를 타고 찾아 왔다. 목에 스카프를 두르고 달달한 사탕하나 손에 쥐던 모습이 생생하다. 세월깊은 미소로 사탕하나 건네면 아무 것도 해줄 게 없는 나로서는 불편한 웃음으로 사탕 하나 받아 입에 넣었다. 몇 번을 반복하다가 문득 '도대체 무슨 사건이길래 40년이나 지나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되어 어찌할 방법이 없는 사건에 저토록 많은 세월을 쏟으시는가, 혹시 너무나도 억울한 그 무엇이 숨어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대화를 시도했다. 황 할머니의 하소연은 '40년 전에 동네 사람들에게 땅을 빼앗겼고 이를 해결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했지만 번번히 기각을 당해 그 과정에서 딸 하나를 잃었다. 그래서 평생을 매달렸고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는 눈을 감을 수 없다. 평생에 한(恨)이다.'라는 이야기... 고민을 하다가 할머니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 제주도의회 김희현 의원 지난 연말 제주도와 도교육청의 2012년도 예산안이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작년 예산심의도 여러 가지 난관이 있었지만 예년에 비해서는 매우 양호하게 진행됐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 예산심의과정에서 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사항중의 하나가 무상급식 확대를 둘러 싼 예산심의 과정이었다. 이는 무상급식을 둘러 싼 논의와 정책결정방식이 현재 우리 사회의 총체적 현상을 대변하는 사안이며, 이미 무상급식 확대 시행이라는 의제는 우리 사회의 복지, 더 나아가 향후 국가, 사회공동체의 지향점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정치,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킨 핵심 사안이기 때문이다. 저명한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를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정의하였다. 여기서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을 위한 소통구조와 이러한 소통구조를 합리적으로 기능케하는 ‘시대정신’에 대한 인식이 국가와 사회공동체의 명운을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며, 이러한 측면에서 무상급식 확대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복지문제 논의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선 무상급식 확대를 포함한 전반적인
▲ 서정민 연세대 교수 다산 정약용 선생이나 추사 김정희 선생을 비롯한 많은 선비들은 섬으로 유배를 가면 도성의 정치와 떨어져 자연을 벗 삼으며 많은 명작들을 쓰곤 하였다. 그런데 정작 나 자신은 하와이대학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까지 6년간 재직하며 무얼 하였나 하는 자격지심을 느낄 때가 많다. 다만 이따금 하와이에서의 경험을 한국의 친구들과 나누고 싶은 생각은 든다. 많은 사람들이 하와이를 지상낙원쯤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막상 한국사람으로 6년을 지낸 기억은 그곳을 관광지로 방문한 수많은 사람들과 무척 다르다. 이는 아마도 제주를 생활의 터전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과 신혼여행지로 찾은 사람들 간의 간극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와이의 교민사회와 접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중 하나는 기억과 이념에 관한 문제다. 어느 날 한 어르신과 식사를 하며 나누었던 대화가 기억이 난다. 느닷없이 이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빨갱이’라고 하신다. 어? 이분이 박정희의 남로당 시절을 잘 알고 계신가 했더니 그게 아니라 국부(國父)이신 이승만 박사를 배신했을 뿐만 아니라 국외로 망명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