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와 통계청, 한국은행 등에서 나랏돈을 들여 각종 경제통계를 주기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경제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미래 변화를 예측 진단한 뒤 적절한 처방과 선제적 정책을 폄으로써 문제를 치유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정부기관의 공식 통계는 조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함은 물론 통계에 대한 해석과 진단에도 오류나 선입견이 없어야 한다. 특히 정권의 치적이나 특정 부처의 업무성과를 포장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릇된 해석과 진단은 잘못된 정책을 잉태하고 더 나쁜 경제 상황을 초래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5월 10일)을 맞아 여러 여론조사기관과 언론사 등에서 국민 여론조사 및 경제전문가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조사기관마다 이구동성으로 남북관계 개선 효과 등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평가는 괜찮은 반면 경제정책, 특히 일자리 정책과 혁신성장, 규제완화, 노동개혁, 에너지 정책(탈원전 혼선)에는 낮은 점수를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는 등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고용 사정은 되레 악
이 이야기의 시점은 6․13지방선거를 치르고 1년쯤 뒤에 맞추어져 있다. 어느 가족의 가장(家長)이 있었다. 불행스럽게도 그 가장은 자식들로부터 의혹을 받고 있었다. 가장으로써의 도덕성과 자질을, 그것도 여러 종류의 수많은 의혹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말 짓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를 ‘양파가장’이라 불렀다. 양파껍질처럼 아무리 벗겨도 양파의 모습이 그대로이듯, 그의 의혹을 아무리 벗겨도 ‘의혹덩어리’의 모습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그가 여러 명의 새아버지 후보 중 한 사람으로 떠올랐던 그 당시, 새 아버지의 선택권이 있었던 자식들은 그가 훌륭한 가장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를 감싸는 포장이 그럴싸한 것이 그 믿음의 이유였다. 어떻게 맺어졌는지 모르지만 대통령과의 가까운 인연, 직전엔 청와대의 식구였고 한 때는 지방의회의 수장을 지냈다는 이력, 어떻게 취득했는지는 모르지만 석사학위소지자라는 높은 학력 등등이 그를 감싸는 포장이었던 것이다. 애당초, 그러니까 그를 가장인 새아버지로 맞아들일 때부터 자식들의 마음은 편치 못했다. 어찌 보면 화려하기까지 한 아버지였
▲ 남한의 기술과 자본력, 북한의 지하자원과 노동력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내면 '한반도 경제공동체'의 초석이 세워질 수 있다. [사진=뉴시스]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 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ㆍ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하였다.” 판문점선언의 남북간 경제협력 관련 부분이다. 애초 4ㆍ27 정상회담에선 경제협력이 의제로 잡히지 않았다. 남북경협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풀려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남북경협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만큼 북한이 남북경협에 적극적이었다는 방증이다.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이 “북측을 통해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하자 김 위원장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不備)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고 응답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평창올림픽에 다녀온 분에게 들었다며 “고속열차가 좋다고 하더라&r
▲ 제주대 생물산업학부 김민주 지금도 여전히 기억 한 켠에 머물러 있는 단상들. 고향을 떠나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때, 왜 그리도 고향의 봄이 그리웠던가. 그 봄의 소중함을 알지 못한 채 지나온 시절들을 떠올리며 다시 봄을 맞이할 때면 한껏 즐기고 마음 다해 감사하리라고 다짐했던 시간들. 유난히 빛나는 올해 봄의 한복판에서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인턴쉽 생활을 돌이켜 본다. 어학·직무 연수기간을 포함한 4개월은 더 열정을 갖게 하고 꿈을 이루는 원동력이 됐다. 학교에서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직무를 경험했다. 방대한 정보와 뉴스들,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문화가 상존하는 곳임을 새삼 깨달았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나는 피슨콘텐츠(Pison content)에서 소셜미디어 마케팅 업무를 배정받았다. 아티스트와 음악시장을 연결하는 Worldwide Music Delivery Flatform 기업으로 전 세계(126개국 이상) 주요 글로벌 스토어와 국내 대부분의 음원 포털 사이트에 유통 및 배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업무는 두 명의 동기인턴들과 한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소셜미디어 캠페인을 설립하는 것이었다. 트
아일랜드에서는 1845년부터 시작된 긴 장마로 인해 감자잎마름병이 돌았다. 감자 생산량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800만 명의 아일랜드 인구 중 약 200만 명이 굶어 죽었다. 약 200만 명은 살기 위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아일랜드의 인구를 절반으로 감소시킨 감자 대기근(大飢饉, 흉년으로 식량이 모자라서 굶주리는 상태로 필요한 물자가 크게 부족한 현상을 비유한 말)은 기후변화가 인간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영국의 서쪽에 있는 섬나라인 아일랜드는 우리나라보다도 작으며 인구는 350만명 정도다. 조그만 국토에는 늪지대와 얕은 호수가 많으며 토양이 산성이라서 나무가 잘 자라지 않아 가난을 천부적으로 지니고 살아왔었다. 기후는 멕시코 만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북위 50°나 되는 고위도 지방이지만 비교적 따뜻한 편이다. 하지만 흐리거나 비가 자주 내려 서울보다 비 오는 날이 3배 정도 많다. 영국의 식민지로 가난에 찌들려 살아가던 아일랜드에 변화가 일어난 것은 감자가 전파되면서다. 1600년대 초반에 남아메리카에서 도입돼 아일랜드에서는 17세기 후반에 상당한 규모로 재배됐다. 비가 많이 내리
▲ 제주대 영어교육과 김하영 2017년 7월, 지금까지도 또렷이 기억하는 설렘을 품고 미국 땅에 첫 발을 내디뎠다. 새로운 사람들, 낯선 환경, 그리고 알 수 없는 말들.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웠다. 우리는 디즈니월드라는 동화 속에서 어떤 챕터를 써내려 갈 수 있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각자 부푼 꿈을 안고 있었다. 그 해 8월, 몇 차례 긴장되는 면접을 무사히 치르며 간절히 바라고 고대하던 디즈니월드에 드디어 도착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나 또한 그 곳에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던, ‘그 곳’에서 나는 신비롭게 빛나는 신데렐라 성(월트 디즈니 월드의 매직킹덤에 있는 랜드마크)과 마주하고 있었다. 황홀함을 느낌과 동시에 이러한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했고 앞으로의 하루하루가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하지만 그 곳에서의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 음식들이 가득 담긴 카트를 끌어야 했고, 하루에 6시간 이상씩 서 있었다. 그리고 영어가 잘 들리지 않고 일을 하는 도중 실수를 했을 때는 자신감도 떨어지기도 했다. 하루를 무사히 마치기만을 바라
▲ 강성후 (사)탐라금융포럼 이사장 지금 우리는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기계에 의해 노동이 대체되는 1차산업혁명, 대량생산의 2차산업혁명, 디지털 3차산업혁명 시대에 이어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정의한 바 있듯이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다양한 과학기술을 융합하여 패러다임의 역사적 대전환을 가져오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IOT)의 보편화로 인해 디지털 방식에 의한 거래와 정보유통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디지털 시대 부작용인 해킹과 바이러스 침투 등에 의한 정보유출과 위변조, 멸실 등을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이 절실해진 것이다. 블록체인 시스템이 바로 이러한 디지털 시대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동시에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4차산업혁명을 고도화시키고 완성시킬 수 있는 디지털 혁명인 것이다. 지금 전 세계는 국가 전략 차원에서 블록체인 시스템 개발과 구축, 산업 생태계 구축과 행정혁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북유럽 강소국인 에스토니아는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세계에서 가장 앞선 디지털 혁명 시대를 구축하기 위한 e-estonia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정보통신기
검찰의 수사의지가 없었다. 수사능력과 공정성도 결여됐다. ‘검찰의 성추행사건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을 위한 진상조사단’의 3개월 동안의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가진 조희진 조사단장(서울동부지검장)의 기자회견 후 서지현 검사의 독설이다. 조희진 단장은 26일 “서 검사 사건의 가해자, 안태근 전 검사장을 포함해서 성폭력에 연루된 검사와 수사관 7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조 단장은 “안태근 전 검사의 경우 성추행 범죄는 맞지만 공소기간이 지나 처벌할 수 없었고, 2015년 인사에서의 직권남용은 혐의가 인정돼 불구속 기소했다”고 했다. 안 전 검사의 혐의는 2015년 8월 하반기 검사 인사에서 인사원칙과 기준에 반해 부천지청에서 근무한 서지현을 다시 통영지청으로 전보시키는 인사안을 작성케 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발표가 나오자 서지현 검사는 즉시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이 몸 담고 있는 검찰의 민낯을 드러내는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녀는 “조사단을 꾸리는 처음부터 믿을 수 없는 조사단 구성이었고, 수사결과도 역시나 그렇다”고 비난했다
국토의 4분의 3이 바닷물 높이보다 낮은 나라, 지하자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나라가 ‘네덜란드’다. 국토가 넓지도 않으며 인구가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17세기 네덜란드는 유럽 최강국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의 성공 뒤에는 나쁜 조건을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있었다. 소빙기로 날씨가 추워지자 해수온도가 낮아지면서 청어 어장이 아이슬란드 해역에서 북대서양으로 남하했다. 다른 나라는 폭풍이 잦아지고 날씨가 나빠지자 청어잡이 어선을 줄였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대규모 선단으로 고기잡이에 나섰다. 유럽의 다른 모든 나라가 잡은 고기보다 네덜란드가 잡은 청어가 훨씬 많았다. 청어는 훈제하거나 소금에 절여 전 유럽에 팔렸다. ‘네덜란드의 금광’이라고 불릴 정도로 청어는 네덜란드의 엄청난 부를 가져다 줬다. 이들의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는 미힐 드 로이테르(Michiel De Ruyter)의 해상전술에서도 잘 나타난다. 네덜란드 함대사령관이었던 로이테르는 적이 예측하기 어려운 창의적인 장군이었다. 그는 해전에서의 풍상측(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전함의 경우 바람을 등지고 싸울
낙인(烙印)은 불에 달구어 찍는 쇠붙이로 만든 도장이다. 과거 소와 말 등 가축이나 심지어 노예에게 이 낙인을 찍어 구별의 수단으로 삼았다. 현대에선 ‘씻기 어려운, 부끄럽고 욕된 평판’을 ‘낙인’이라고 비유적으로 이른다. 매도(罵倒)의 국어사전적 정의는 ‘심하게 나쁜 쪽으로 몰아세우는 것’이다. 일방적이며 긍정의 가치를 모두 훼손하고 말 그대로 ‘몰아 세우는 것’이다. 구호(口號)의 사전적 정의 역시 “집회나 시위 등에서 어떤 요구나 주장 따위를 나타내는 간결한 말”이다. 예전에는 “궁중 잔치 때 악인(樂人)이 풍류에 맞추어 올리는 찬양의 말을 이르던 말”이다. 2002년 6·13 지방선거에서 패한 한 후보는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나 한 회고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들의 인신매도와 낙인찍기, 덮어 씌우기 전술은 참으로 절묘하단 생각이 든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상대방의 지지그룹을 마치 ‘빨갱이’ 물감을 칠하듯 한 마디로 재단하는 걸 보면 다른 건 몰라도 그들의 음해·공작 방식은 지금도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그 때쯤 내 지지그룹을 통칭하던 말이 유행어처럼 나돌기 시작했다. 천기오축(天基五畜)! 천주교와 기독교 세력을 하나로 몰아 세워
서울의 대표적 오피스타운인 시청역 일대. 점심시간이면 근처 식당과 카페는 가벼운 옷차림에 회사 출입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로 북적인다. 대한항공 빌딩도 부근에 있다. 그런데 거기 다니는 직원들 상당수는 출입증을 풀어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대한항공 직원이라는 것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무엇이 이들 직원들에게 회사 로고가 새겨진 출입증을 감추게 했나. 바로 그 회사 오너 일가의 상식을 벗어난 갑질 행위다. 이는 ‘대한’ 명칭과 태극 문양 로고가 새겨진 국적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글로벌 용어로 승격했다. 외신들이 앞다퉈 ‘chaebol(재벌)’과 ‘gapjil(갑질)’이란 단어까지 소개하며 한국 재벌 일가 특유의 특권의식을 지적하는 바람에. 대기업 오너 일가의 갑질 행위는 심각한 ‘오너 리스크’로 작용한다. 열심히 일하는 일반 직원들의 근무의욕을 저하시킴은 물론 기업가치도 떨어뜨린다. 물벼락 갑질 행위가 외부에 알려지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대한항공 및 계열사의 주가가 급락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대기업 오너 일가의 갑질 행위는 재벌의
고용 쇼크가 두달째 계속됐다. 3월 취업자 증가폭도 2월에 이어 10만명대에 그쳤다. 3월 실업률(4.5%)은 17년 만의 최고치, 청년실업률(11.6%)은 2년 만의 최고치다.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하며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했는데 고용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악화하고 있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월에 이어 3월 고용동향이 던진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두달 연속 취업자 증가폭이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에 머문 것은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의 방향이 잘못돼 있다는 방증이다. 취업자가 어디서 어떻게 줄었는지 분석하면 고용정책 기조의 문제점은 바로 드러난다. 산업별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아파트경비원이 포함된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등에서 감소했다. 영세 자영업 상인이 다수인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에서 3월에만 11만6000명 줄었다. 근로형태로 보면 임시직과 일용직이 감소했다. 인건비 상승에 취약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여건이 불안한 근로계층에서 집중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추운 겨울도 아니고 봄이다. 정부로선 수출이 잘 돼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진단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