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한필/ 제이누리 객원논설위원, 충청타임스 부국장 충남 천안 나사렛대서 진행 중인 ‘충남학’ 강사 양성과정의 답사에 동행했다. 논산시 노성면의 명재 윤증(1629~1714) 고택 등 기호유학 유적지를 돌아보는 코스였다. 명재는 송시열과의 불화로 서인이 노론·소론으로 갈려 소론의 영수가 된 인물이다. 파평 윤씨들이 문중 자제들을 교육하려 지었다는 종학당(宗學堂)을 찾았다. 답사 해설을 맡은 건양대 김문준 교수가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줬다. 종학당은 임진왜란(1592~98년), 정묘호란(1627년), 병자호란(1636년) 등을 겪은 직후인 1643년 건립됐다. “전대미문의 대전란으로 국가적 위기를 맞아, 국가 재건 방법을 찾기 위해 인재를 길러야겠다는 필요성에서 가문 교육기관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말인즉, 더이상 국가를 믿고 기다릴 수 없다는 소리다. 이런 설명에 한 참석자가 토를 달았다. “세월호 참사로 공무원의 무능함이 백일하에 드러난 지금 상황과 비슷하군요. 우리도 새로운 모습의 공직자를 길러낼 시스템을 창안해야 할 때가 아닙니까.” 국가 권위가 떨어지고 지도층의 도덕성이
국가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해야 지방선거에서 도로․다리의 건설과 복지 공약은 단골 메뉴다. 일본은 거품 붕괴 이후 엄청난 재정을 투입했으나 경기부양에 실패했다. 일본은 공공투자의 53%를 도로·항만·공항에 집중적으로 쏟아 부었다. 반면 한계생산성이 높은 정보기술(IT)과 철도에 들어간 공공투자 비중은 10%에 그쳤다. 일본의 도로·항만·공항의 한계생산성은 IT·철도의 5분의 1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정치 논리와 지역 이기주의에 따라 공공투자를 왜곡한 결과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한 데 근본 원인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이미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지방공항과 다리들은 텅 비었고, 국토면적 대비 고속도로 길이는 OECD 가입국 중 상위권이다. 지방에는 차량운행이 많지 않은 도로가 많다. 제주도 예외가 아니다. 이 모두가 정치인과 공무원의 야합에 의한 치적 쌓기용 산물인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한계생산성이 낮은 사회간접자본에 재정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이제 자원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경쟁력
“엄마, 내가 말 못할까 봐 보내 놓는다. 사랑해.” 가라앉는 배 안에서 보내 온 이 마지막 인사를 보고 통곡하지 않을 어미가 어디 있으랴. 이 땅의 모든 어미들은 내 아이가 보내 온 문자 같아서 가슴을 치며 눈물을 삼킨다. 온 몸이 저려들게 하는 이 말이 하늘도, 땅도, 바다도 울게 한다. 지상의 이 마지막 인사가 날이 갈수록 어미들의 가슴을 더욱 더 사무치게 한다. 온 세상이 비통에 잠겨 있어, 제주행 비행기 안으로 비쳐드는 하늘도 바다처럼 슬프다. 먹먹한 가슴으로 눈길을 돌리는데, “남겨진 이들에게 손 내미세요… 그들이 자책하기 전에”라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14년 전, 부일외고 수학여행 버스 참사 생존자가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보내 온 신문기사 속의 편지다. “살아 있는 사람도 돌봐 주세요. 생존자가 살아남았기 때문에 견뎌야 하는 처벌이 죄책감입니다. 내가 보내지 않았다면, 내가 가지 말라고 붙잡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평생을 따라다니면서 가슴팍을 짓누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마음들도 죄책감에 잠겨 있다. 세월호의 단면을 통해 보여주는 이 사회의 총체적 부실 앞에 그저 아연실색,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주소요, 우리 사회의 민얼굴이다
경쟁적으로 선심성 공약 보따리 푸는 제주 정치 제주를 둘러싼 제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성장은 둔화되며 전국 최하위로 추락하고 있고 공동체적 유대감은 내분과 갈등의 덫에 갇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폐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6·4 지방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선심성 공약 보따리를 풀어 표심을 흔들고 있다. 이들에게서 제주의 미래를 염려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은 한 세월 잡아보겠다고 앞 다투어 선심을 찾아나서며 지금 당장 유권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별로 지킬 생각도 없이 표심만을 잡으려 애당초 현실성 없는 약속을 내걸었거나, 실현 가능한 공약인데도 선거 이후 마음이 바뀌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포퓰리즘에 편승한 일탈적 선심 공약들이다. 이는 도민 혈세로 선물 돌리겠다는 얌체성 약속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선심 공약엔 무리한 재정 투입이 뒤따른다. 재정은 도민들이 내는 혈세이기에 선심 공약이 세금 도둑이 되지 않도록 도민이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 선심성 선거 공약은 필연적으로 도민 살림 축낸다 지방선거에서의 무지갯빛 선심성 날림 공약은 필연적으로 해당 자치
초기에 구조된 학생들과 탑승객들은 무사히 병원에서 치료 받거나 안정을 취하고 있다. 첫날, 배가 넘어가는 몇 시간을 제외하고 구조되는 사람들은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의료진이 그다지 필요없다고 생각돼 방송을 통해 구조요원들의 활동 소식만 접하면서 안타까워 할 뿐이었다. "지금 진도의 팽목항 현장과 학부모와 탑승객들 가족이 대기하고 있는 진도 체육관에 의료진이 필요하오니 참여하실 분들은 급히 연락바랍니다." ▲ 학생들 신상착의를 적은 안내문 진도에 가 있는 홍승권 교수(카톨릭 의대)로부터 문자를 받고 전화 통화를 하고 나서야 "의료진의 손길이 더 필요하구나" 느끼게 되었다. 여러 병원과 군의료팀까지 왔지만 가족들 관리와 자원봉사자들까지 봐드리려면 의료인력이 더 필요하단다. 나는 내가 있는 병원의 의사들과 의논을 하고 진도로 떠나기로 했다. 진도 팽목항까지 제주항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서 3시간 좀 안 돼 진도 북쪽 벽파진항에 내렸다. 거기서 버스를 타고 진도 읍내에 위치한 진도체육관에 도착해서 보건복지부에서 파견온 사무관으로부터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가족들은 처음에 격앙된 상태에서 많이 나아지
▲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된 여객선 세월호(SEWOL). [Joins=뉴스1] 최근 우리나라 고3 수험생들은 누구나 재난대응(disaster response)에 대한 글을 영어로 읽었을 것이다. 수능특강 3강 6번 지문인데, 첫 문장이 이렇다. “재난 대응은 새로운 사건이 일어남에 따라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Disaster response is becoming increasingly complex with each new event.) 이렇게 더 복잡해지는 이유를 이 글의 작자는 점점 더 많은 기관들이 지진이나 홍수 같은 재해현장(the scene of an earthquake or flood)에 몰려들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리고 수많은 단체들이 식량 지원(food aid), 대피소(shelter), 의료 지원(medical assistance), 그리고 재건(rehabilitation)을 위해 많은 것을 제공한 사례를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단체들이 제각각 일하는 경향(tend to work independently and in an uncoordinated manner)이
▲ 박재욱 논설위원/ 한국지방정부학회 회장 6월 4일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4년마다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있지만 지방선거가 말 그대로 단지 지방의 단체장이나 의원을 선출하는 데 그치고 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더구나 중앙정치와 차별적인 지방정치의 내용성과 특징을 가져야 한다는 당위론에서 볼 때 지난 1991년 지방의회 부활 이후의 과정에 대한 평가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결국 중앙정치의 입김과 영향력 하에 종속된 지방정치, 지방정부 자치권의 제약, 주민들의 무관심, 주민참여의 부진 등에 기인한다. 사실 지방선거는 다른 선거, 즉 대선이나 총선을 통해 대통령과 국회, 정당 등의 그간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더불어 새로운 비전이나 전망이 창출되듯이 기존 지방정부의 단체장, 지방의회의 의원에 대한 평가와 함께 새로운 비전, 전망, 사업 등을 발굴해내는 과정이다. 그리고 기존 단체장이나 의원을 교체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새로운 지역 일꾼을 찾아내 주민의 대표로 선출하는 과정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기대와는 다르다. 우선 지방정부의 자치권은 여전히 제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오히려 제약의 강도가
▲ 반기성/ 기상전문위원 이스라엘 사해(死海) 인근의 유대 광야 오른편에는 우뚝 선 특이한 형태의 언덕이 있다. 꼭대기는 평평하고 주위는 급경사인 메사(mesa)지형으로 높이는 450m, 정상 부분은 길이 600m, 폭(가운데 부분)이 250m 정도다. 유대 역사상 잊을 수 없는 비극의 현장이자 천연적인 요새(要塞)인 이곳이 바로 ‘마사다(Masada)’이다. 기원후 70년 반란군이 400m 높이인 난공불락의 바위산 ‘마사다’ 요새를 거점으로 게릴라 활동을 펼치자 반란의 불길이 번질 것을 우려한 로마 황제는 제10군단장인 루시우스 플라비우스 실바 장군을 시켜 요새를 토벌토록 지시한다. 72년 실바가 이끄는 로마 제10군단이 마사다로 진격했다. 로마군은 마사다 요새를 포위하고 여러 차례 공격했으나 성벽은 무너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곳의 기후는 로마군의 편이 아니었다. 이곳의 여름은 50℃에 이르는 무더위에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다. 겨울엔 가끔 장대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매우 나쁘다. 혹독한 기후를 이겨내기 위해 마사다 요새를 만든 헤롯왕이 거대한 탱크를 만든 이유다. 과거 기록에 따르면 로마군은 유대인의 기
▲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공공성은 사회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공공성은 사회를 떠받쳐주는 기둥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공공성은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고 있다. 공공성이 무너지면 국가 공동체가 무너지고 사회가 각박해지며 우리의 삶에도 많은 해악을 초래한다. 지도자가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공공성의 가치를 존중하고 이를 실천해야만 하는 이유다. 공공성 회복을 위해서는 소아를 버리고 대의를 추구해야 하며, 이는 철저한 소명의식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소명의식을 가진 자만이 공공의 선을 위해 선공후사(先公後私)의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명의식의 유무가 과거사를 바라보는 독일과 일본의 국가적 자세와 그 사죄의 방법을 갈랐다. 독일의 대표적인 종교사회학자인 칼 프리츠 다이버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공성의 회복임을 강조한다. 모두가 공공의 선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권력의 사유화로 공공성 훼손에 앞장서는 지도자들 제주 사회의 공공성 구현 수준은 어떠한가? 탐욕적 이기주의 지도자와 그 패거리들이 제왕적 권력을 악용, 제주 사회를 사유화하면서 도민이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공동체
내가 아프리카에 가게 됐다고 몇몇 아는 사람들에게 얘기했을 때 아무도 아프리카 어디 가냐고 묻지 않았다. 그저 아프리카 가는구나, 덥고 힘든데 고생하겠구나 정도 걱정할뿐이었다. 나도 오기 전까지는 그런 분위기였다. 아프리카는 한 나라인 것처럼 여겼다. 아프리카는 하나가 아니었다 아프리카는 밀림이나 초원만 있고 야생 동물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생각이 착각인 것처럼 아프리카는 뭐든지 하나로 통한다는 생각도 착각이다. 오기 전에, 아니 도착하는 순간까지 현지 언어를 배운다고 아프리카 남동쪽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라고 해서 '스와힐리어'책을 사서 보기 시작했다. 동방예의지국 사람으로 인삿말부터 외우고 기본적인 말들을 참 열심히 공부했다. "아산떼(고맙습니다)" "싸마하니(미안합니다)" "함나 시다(괜찮아요)" ▲ 몇개의 군 단위에 하나 있는 보건소. 하지만 거의 의사가 없다. 거의 24시간 걸려서 도착한 모잠비크의 수도 마푸투(Maputo) 공항이야 그렇다쳐도 내가 가야할 곳까지 가면서 그 어디에서도 스와힐리어가 씌여있다든지 그 말을 쓰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아니 시골 농부에게 길을 묻거나 상점에
지금 제주를 둘러싼 제반 상황을 보면 제주는 바람 앞의 등잔불 신세다. 앞으로 우리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성장은 둔화되고 공동체적 유대감은 내분과 갈등의 덫에 갇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폐해지고 있다. 제주 도민은 이러한 암울하고 혼란스런 상황에서 제주의 명운을 가르는 중차대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맞이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벌써부터 이들의 염치없는 탐욕이 저지르는 말잔치와 정치 놀음으로 제주 사회가 온통 정치꾼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니라 풀뿌리 포퓰리즘을 보는 듯하다. 조만간 화려한 포장지로 치장되었지만 내용이 건성건성 대충인 무수한 ‘사기성 날림 공약’들이 선거판을 휘젓고 다닐 것이다. 포퓰리즘에 편승한 일탈적 선심 공약들이다. 도민 혈세로 선물 돌리겠다는 얌체성 약속이나 다름없다. 지방 선거에서의 무지갯빛 사기성 날림 공약은 필연적으로 해당 자치단체에 치명상을 안기게 된다. 용인 경전철, 인천 월미 관광철도, 태백 오투리조트,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등 자치단체 부실사업의 대표적 사례는 대부분 선거 과정에서 돌출한
▲ 고병수 원장/ 논설위원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온 지 닷새째다. 직항이 없어서 비행기를 여러 번 갈아타고 차를 타고 다시 두 시간을 달려 마다가스카르와 마주한 인함바네(Inhambane)라는 지역으로 왔다. 우리가 어릴 때는 아프리카는 타잔이 줄을 타고 다닐 정도로 밀림이 우거지고, 어디서나 코뿔소나 기린이 어슬렁거리며 풀을 뜯어먹고 있을 것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어 지금 생각에도 그럴 것 같지만 나흘 동안 모잠비크의 몇 군데를 돌아다녀봐도 동물이라고는 염소와 소, 닭 뿐이었다. 현지인들도 사자나 코끼리를 보려면 흔히 사파리라고 부르는 야생 국립공원 정도 가야 본다고 하니 우리네 상상처럼 아프리카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아프리카에서의 미션> 몽골, 캄보디아, 필리핀 쪽을 여러 차례 다녀왔고, 멀리는 스리랑카까지 진료하러 다녀봤지만 아프리카 국가는 처음이다. 이번은 진료 보다는 저개발국가들을 지원하는 국제단체의 요청으로 산모와 어린이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사업 준비를 하기 위해 현장 조사차 온 것이다. 힘들지만 의료의 손길을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겠다는 게 평소의 내 생각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흔쾌히 요청을 받아들였다.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