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정치판의 격변이 온 언론을 뒤덮고 있다. 드라마와 같은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졌으니 우려와 기대, 탄식과 환호 속에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당연하다. 결과를 두고 수많은 분석이 난무한다. 중앙무대의 정치적 셈법을 보여주는 이야기도 나오고 현 정권의 레임덕 이야기도 나온다. 당연한 분석이자 수긍가는 측면도 많다. 그러나 정치가 어떻게 사회적 흐름을 반영했는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이야기들을 아끼는 분위기다. ▲ 20대 총선을 읽는 다른 시각 하나 [제이누리 그래픽] 총선 결과를 보면서 왜 새누리당이 국민의 마음을 읽는데 실패했는지, 더민주당이 잘 하지도 않고 국민의 당이 충분한 설득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승리가 돌아간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공천 파동, 유승민 고사, 대통령의 국회 비난, 당 대표의 역할 부재 등 다양한 원인이 제기된다. 그 같은 행태의 이면에 숨겨진 속성은 무엇일까. 새누리당이 연속해서 정권을 잡으면서 대구경북 등 지역정치 풍토는 중앙정치 무대의 주류였다. 지연과 학연 등으로 대표되는 지역의 정치논리가 전국적인 정치무대로 확대됐다. 종북을 키워드로 한 진영논리를 외피로 삼아 정치인들의 자질과 무관한 정치가 일상화됐다. 지역의
최근 인도영화 ‘런치박스’를 봤다. 이 영화를 통해 국민 대부분이 행복한 나라, 부탄을 처음 알았다. 며칠 후 TV에서 또 부탄을 만났다. 한국에 유학한 부탄 청년이 국민총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이란 걸 얘기했다. 생소한 단어로 인도영화에도 등장했다. 여주인공은 매일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잘못 배달되는 런치박스(도시락)에 편지를 넣는다. 어느 날 그 편지에 이렇게 썼다. “남편이 외도를 해요. 따지려 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아요.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한군데 있긴 해요. 딸이 학교서 배웠다는데 부탄에선 총생산지수가 아니라 총행복지수로 따진데요. 여기(인도)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인터넷에 부탄을 검색하니 많은 내용이 떴다. 히말라야 산맥 동쪽에 있는 나라, 티베트·인도와 접한 사방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인구 75만명 밖에 안 되는 왕국이다. 1972년 당시 국왕이 국정 목표를 국민 행복으로 삼았다. 국민총생산(GNP)이 아닌 국민총행복(GNH) 추구를 천명한 것이다. 2008년 국민행복을 위한 국가 정책 4대 기본 틀을 정했다. 첫째, 평등한 사회경제
며칠 전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제한속도가 넘은 걸 보고 나도 모르게 주위를 살폈다. 지난 1일부터 운행 중인 암행순찰차가 혹 주위에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아하! 바로 이게 암행단속 효과로구나”라고 생각했다. 암행(暗行)의 원조는 조선시대 암행어사다. 임금이 파견하는 관리란 뜻의 어사(御史)는 오래전부터 중국에도 있었으나 암행어사는 우리에게만 있었던 독특한 지방관리 감찰제도다. 암행어사 규찰 대상은 관리지만, 암행순찰차는 일반시민이다. 세조는 암행의 효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암행감찰관을 내려 보내면서 이렇게 훈시했다. “지금 그대들을 보내는 것은 남의 허물만 들춰 내려는 것이 아니다. 옛 사람 말에 ‘고양이 기르는 집에는 쥐가 함부로 다니지 못한다’고 했다. 암행어사가 한 번 나간다면 탐관오리가 저절로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이른바 ‘고양이론’이다. 고속도로에서 과속, 난폭, 보복 운전을 일삼는 ‘쥐’들에게 경각심을 주려면 ‘고양이’(암행순찰차)가 효과적일 수 있다. 옛날 암행어사 파견은 비밀이었다. 누가, 어느
인공지능이 SF(Scientific Fiction)의 영역에서 현실로 들어왔다. 그것도 극적인 상황을 만들면서 '훅'하고 들어왔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대결이 연일 화제다. 인공지능의 최첨단 현신을 보는 놀라움과 그 가능성에 기대와 두려움이 함께 배어나온다. 유럽의 체스나 퀴즈 등에서 이미 가능성을 충분히 보였지만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깝다는 바둑에서는 '아직'이라거나 '글쎄...'라는 나름의 기대가 있었다. 인공지능은 이 기대를 여지없이 부수며 한층 정교해진 논리와 집요함으로 다가왔다. 아직은 부족한 면도 보이지만 느낌이 다르다. 칼로 깊게 베인 느낌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지혈은 되겠지만 찰과상은 아니다. 거즈로 상처를 누르고 반창고를 붙여놓아도 피가 계속 흘러나올 상처다. 흘러나온 피가 온 거즈를 빨갛게 물들이며 짙은 핏빛으로 변할 아물지 않을 상처다. 알파고의 집요함을 보면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는 별로 없어 보인다. 최근 영화 '채피'에서와 같이 인공지능으로의 의식전환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행복한 결말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유토피아(Utopia)가 아닌 오히려 디스토피아(Dystopia)를 묘사하는 영화를 훨씬 먼저
카지노가 또 이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카지노 산업이지만 폐해 역시 만만찮은 게 현실-.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에 이르러 중국자본의 진출과 맞물려 카지노는 다시 새로운 정책의 시험무대에 섰다. 백승주 박사가 이 문제에 대한 해법찾기를 모색한다. 10여회로 나눠 싣는다. / 편집자 주 종전 신화역사공원 부지에 복합리조트 사업을 위하여 투자하고 있는 홍콩 란딩그룹과 싱가포르 겐팅그룹의 합작법인 람정 제주개발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제주형 카지노를 미래 제주경제의 대안으로 추켜 세운 도정을 엄호라도 하듯 사업개시와 더불어 6500명의 직원을 채용하고, 그중 80%인 5200명은 도민 중에서 채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여기에 제주청년 3000여명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람정 제주개발이 도내 대학들과 연계한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프로그램 참여 인원 상당수가 카지노 운영지원 인력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급기야 도의회가 람정 제주개발에 대한 카지노사업 허가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이런 프로그램을 공개적으로 운영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주된 이유가 람정이 혹시 청년취업
▲ 세계수산대학교 조감도. 2월 한 달 동안 범도민적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세계수산대학(World Fisheries University: WFU) 유치전에서 제주가 부산에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탐라대 부지가 마치 이 일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여겨졌던 상황이라 제주사회의 안타까움이 몹시도 컸다. 제주도가 제시한 약속들, 예컨대 태평양을 바라보는 10만평의 부지와 건물, 100억원의 대학발전기금, 그리고 온 도민의 열렬한 환영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지원정책이다. 그런데 WFU가 부산으로 가게 된 이유가 입지환경면에서 제주․충남보다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게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후문이다. 부산시가 세계수산대학의 입지로 제시한 부경대학교는 과거 국립부산수산대학교의 부지다. 이 학교는 1941년에 설립된 부산시 최초의 대학교로, 70여 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켜 왔다. 그러므로 거리상은 부산의 해안순환도로망인 북항대교와 광안대교가 인접한 해안가지만, 실상은 사방이 도시화 되어 있어 도심의 일부라 해도 무방한 위치다. 비교적 평지인 게 장점이긴 하지만, 부경대학의 캠퍼스 내에 WFU가 들어선다면, 시원한 바다를 조망하면서 수산자원과 해양산업의
원희룡 지사가 지난 19일 청와대에 제주공항 복합환승센터 및 연계 교통인프라 구축에 따른 정부지원을 건의했다. 원 지사의 건의 내용 중 “기존 대중교통수단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이 가능한 트램, 자기부상열차 등 녹색교통수단 도입"이 눈에 띈다. 한때 언급됐던 트램, 자기부상열차 등 새로운 교통수단에 대한 논의가 머지않아 수면 위로 오르겠다는 판단이 든다. 제주도의 교통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언급이 필요 없는 수준이다. 도 역시 이를 반영하듯 제주도 전역을 도시교통정비지역으로 지정했다. 교통혼잡 유발이 도심지역 뿐 아니라 읍.면 지역까지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대중교통개편 실행용역도 진행중이며 올해 상반기 중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뜬금없이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제주도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전기차 보급 계획은 제주도내 자동차 댓수를 줄일 수 있을까? 제주도내 자동차 등록현황은 2105년 12월 말 기준으로 43만5000대를 넘어섰다. 그런데 제주도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전기자동차 중장기 종합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도내 운행중인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그 교체대상 자동차
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후보들의 공천신청이 마무리됐다. 새누리당은 제주도내 3개 지역에서 15명이 신청했다. 더민주는 6명의 예비후보가 등록을 했다. 이들 예비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매일 수많은 정책을 쏟아낸다. 도정책을 비판하는가 하면 적극적인 공약을 제안한다. 그 공약들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들로 메워진다.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노인 맞춤형 일자리 창출’, ‘기후변화대응 응용개발연구소 도입’,‘국회의원 소요비용 감축’,‘갈등관리법 제정’,‘제주형 재원마련 특별법 제정’ 등 하루 이틀 사이에 쏟아낸 공약들만 열거해도 끝이 없을 지경이다. 이같은 예비후보자들의 공약을 보면서 이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 주기로 했다. 아름다운 그 바다와 그리운 그 빛난 햇볕 내 마음속에 잠시라도 떠날 때가 없도다 향기로운 꽃 만발한 아름다운 동산에서 내게 준 고귀한 언약 어이하여 잊을까 멀리 떠나간 그대를 나는 홀로 사모하여 잊지 못할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노라 돌아오라 잊지말고 돌아오라 소렌토로 돌아오라 웬만한 사람들은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에 대하여 갈등하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 인공섬에 3000미터 이상의 활주로를 건설하면서 미국은 노골적으로 중국이 인공섬 조성에 불만을 표시하였다. 미국은 2015년 10월 27일 미해군 소속 라센함(USS Lassen)을 수비환초(Subi Reefs)주변 12해리 이내로 항행하게 하는 ‘항행의 자유’작전을 전개하였다. 미국은 과도한 해양 권한을 주장하는 국가들의 쟁점해역에서 군함을 항행하거나 해역상공으로 군용기를 비행시키는 무력시위를 통하여 과도한 권한 주장을 무력화하고 있다. 라센함 (USS Lassen)이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감행한지 95일 만인 지난달 30일 미국 해군 소속 구축함 커티스 윌버(USS Curtis Wilbur)가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에 속한 트리톤 섬(Triton Island)의 12해리까지 근접한 ‘항행의 자유’작전을 실행하였다. 이 두 작전에 대하여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 이 두 작전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라센함(USS Lassen)이 실시한 &lsquo
김부용 시비.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잘 알던 사람을 만난 반가움이랄까. 최근 옛사람의 일기 속에서 반가운 여인을 만났다. 이름은 김부용(金芙蓉). 운초(雲楚)라는 호를 가진 기생으로 19세기 초 평양 인근의 성천에 살았다. 시를 잘 지어 그 명성이 한양까지 알려졌다. 350여 수의 시가 남아 있다. “다채롭고 발랄하다”는 평이 어울릴 정도로 시에 재치가 넘친다. 황진이·이매창과 함께 조선의 3대 기생 시인으로 통한다. 그는 천안출신 원로대신 김이양(1755~1845)의 첩이 되면서 천안과 인연을 맺었다. 나이 30대 전후인 때로 추측한다. 그는 죽어 천안 광덕산에 묻혔다. 1974년 소설가 정비석에 의해 묘 위치가 밝혀졌고, 천안문화예술계는 매년 4월 그곳에서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부용에 대해선 많은 연구가 진행됐지만 대부분 그의 작품과 창작정신에 관한 것이다. 그의 정확한 생몰연대, 양반가 딸로서 기생이 된 내력 등 궁금한 게 많다. 그런데 우연히 동시대를 살았던 한 암행어사의 일기(西繡日記)에서 그를 만난 것이다. 그간의 부용 연구에선 언급되지 않은 자료다. 고전문학 쪽에서 진행되다 보니 암행어사 일기까진 살피지
폭설과 한파로 닫였던 제주공항이 재개장하며 정리 모드로 돌입했다. 발이 묶였던 체류객들이 급속히 섬을 떠나고 공항대합실에 널려 있던 박스와 스트로폼의 숫자가 현격하게 줄었다. 수 많은 제주 체류객들에 이번 사태는 제주관광의 추억보다 훨씬 더 생생한 기억이 될 것이다. 뜻하지 않게 노숙자 신세가 된 사람들을 비롯해 발이 묶였던 이들에게 제주도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즐거운 추억도 있겠지만 악몽의 기억들은 더 오래 남을 것이다. 양적인 관광객 증가와 공항의 포화상태에 직면한 제주도가 육지로부터 고립상황을 겪게 될 때 발생할 다양한 사건을 보는 듯하다. 분야별 대처방식과 운영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들이다. 도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양적 팽창에 몰입해 있는 제주도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예상대로 혼란은 상존했고 없었으면 하던 꼴사나운 모습과 훈훈한 미담 등이 뒤 섞이며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여 줬다. 몇몇 언론은 터무니 없는 바가지 상술을 앞 다투어 보도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다행히 오해가 풀리거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대형 종이박스가 1만원이었다며 폭리상혼을 고발했고 택시기사들의 터무니없는 바가지 요금도 보도됐다. 또한 제주도민들의 따스
지난주 난데없이 ‘이승만 국부론’이 튀어나왔다. 국부(國父)는 말 그대로 나라의 아버지를 말한다. 미국의 조지 워싱턴, 중국의 쑨원, 베트남의 호치민 등을 그들 나라에서 국부로 부른다. 한상진 국민의당 청당준비위원장이 서울 4·19 묘지를 참배하면서 그곳에 묻힌 희생자와 연관된 이승만 전 대통령(1875~1965)을 국부로 평가해야 한다는 ‘용감한’ 말을 했다. 비난이 쏟아졌다. 공인으로 자신의 심중을 밝힌 것이다. 서울대 교수를 지낸 저명한 사회학자인 그가 이 전 대통령을 국부로 평가하는 데는 분명한 학자적 논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급했다. 국부는 전국민적 존경을 받는 인물에 대한 영예로운 호칭이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될 때 ‘초대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국부 칭호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 건국에 많은 공로를 세웠지만 또 큰 과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건국대통령’이란 칭호도 어울리지 않을지 모른다. 그가 독립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식민지 나라를 해방시켰거나 스스로 나라를 세워 대통령이 된 게 아니다. 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