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는 우연만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경고성 징후가 수없이 등장하고 난 뒤 사고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333의 법칙’이란 말도 있다. 경미한 300여차례의 신호, 다시 30여차례의 경고, 그리고 단 3번의 강도 높은 경고. 그 이후 거대한 재난에 직면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하인리히 법칙’이라 이른다. 사소하게, 무관심하게, 소홀히 ‘신호’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 대형사건·사고는 어느덧 우리 코 앞에 등장하게 된다. 추석연휴 막바지이던 지난 17일 제주시 연동의 한 성당. 고요한 아침 미사를 올리던 한 여성신자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느닷없는 참극이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휘두른 흉기에 스러지던 그의 비명은 재난이자 대형사고였다. 영결미사에서 “난개발의 열병에 시달리던 제주가 맞닥뜨린 참혹한 메시지”란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의 진단이 내려꽂힌 지점이었다. 제주 여느 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평범한 한 가정의 행복은 그렇게 무참히 깨졌다. ‘하인리히 법칙’을 운운할 필요도 없다. 과연 그동안 이런 사건의 전조는 없었나?
어떤 현상을 종합적으로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일정한 체계에 따라 숫자로 나타낸 것이 있다. 사회나 자연현상을 정리·분석하는 수단, 즉 ‘통계’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는 ‘2016년 지적통계연보’를 발표했다. 그러자 제주도가 관할하는 7개의 부속섬이 돌연 사라졌다. 사라진 것만이 아니다. 갑자기 ‘섬’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돌연 등장한 섬들도 있었다. 심지어 필지와 면적도 뒤죽박죽이었다. 직접 국토부의 2016 지적통계연보와 제주도 디자인건축지적과의 지적공부등록 도서현황, 제주도 해양수산국의 무인도서현황을 살폈다. 그 결과 지적통계와 지적공부에는 9개의 유인도와 78개의 무인도가, 무인도서현황에는 8개의 유인도와 79개의 무인도가 있었다. 국가와 제주도는 물론 정작 제주도청 안에서도 관리하는 섬이 제각각이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서로 생각하고 있는 섬의 기준도 달랐고 필지와 면적도 달랐다. 유인도 수는 우도의 비양도를 섬으로 볼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차이였다. 무인도 개수를 따지고 들어가자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표면상 차이는 7개였지만 사실 13개의 섬이 따로
수능시험 한파가 지나갔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성년을 맞는 수헙생들이 인생에서 맞닥뜨릴 어찌보면 가장 중대한 문제다. 수능시험을 치르고 압박감에서 벗어난 학생들은 이제 위험에 직면해 있다. 정신이 해이해져 폭력, 성경험, 음주, 흡연, 신분증 위조 등의 탈선행위로 이어지기 일쑤다. 인생의 첫 고비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주경찰청, 제주도교육청은 13일 오후부터 연말까지 걸쳐 학생들의 수능시험 뒤 발생하기 쉬운 학교폭력, 유해업소출입 등 각종 탈선행위를 예방·선도 및 단속키로 했다. 그러나 민관기관의 각종 노력에도 불구, 학생들의 수능 후 일탈행위는 근절되지 못하고 매해 반복되면서 오히려 증가하는 실정이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상으로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신분증을 위조하는 방법을 서로 공유하면서 암암리에 신분증 거래(사문서 위조) 등이 성행하고 있다. 신분증을 위조해야 음주, 흡연, 유해업소 출입, 성경험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신분증 위조로 적발된 청소년사범은 전국적으로 지난 3년 간(2011∼2013) 5000여명에 달한다. 심지어 수능이 끝난 뒤 유흥비를 마
한라산을 베개삼고 누우면 한쪽발은 성산일출봉, 한쪽발은 제주시 앞 관탈섬에 걸쳐졌다는 거구의 여신(女神) 설문대할망, 그의 아들인 오백장군, 풍랑을 만난 제주어부의 선박을 구해주고 외눈박이거인에 의해 살해돼 유기됐으나 제주도의 농경신이 된 영등할망, 여성들만 살며 고통이 없다는 환상의 섬 이어도 설화, 저승의 왕 대별왕과 이승의 왕 소별왕 설화. 농경신 자청비 신화, 고량부 삼성의 시조 발원지로 알려져 있는 삼성혈 설화, 하늘로부터 내려온 선녀에게 반한 용왕의 아들이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바위로 변했다는 섭지코지 바위 설화. 각종 신화, 설화가 수두룩한 제주도는 1만8000여 신(神)들의 고향이다. 제주도에는 신들의 자취가 드리우지 않는 곳이 없다. 부엌에서부터 돌담, 각종 오름과 지질, 풍습 등에까지다. 특히 제주 1만8000여 신이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집단적으로 천국캠프(?)에 나섰다는 신구간(대한 후 5일째 입춘 3일 전까지)의 이사풍습은 유명하다. 하지만 제주신화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 연구, 문화콘텐츠적인 홍보 방안 구상 등은 미흡한 상태다. 고조선 건국신화를 기념한 개천절을 맞아 숙고해 볼 일이다.
2010년부터 2013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제주가 4년 연속 학력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자랑스러운 성적이다. 수도권 아이들에 비해 열악한 교육환경인데도 4년 연속 1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제주도 교육자들도 "제주도 교육은 전국 최고"라며 자랑한다. 그러나 '학력 최고'에 비해 억눌린 '인권하락' 현장도 있다. 11일 기자의 귀를 의심케 하는 놀라운 제보가 하나 들어왔다. 내용은 이렇다. 최근 제주도내 중학교가 1학기 기말시험을 치르고 있는데 일부 학생들이 교실 밖 복도에서 시험을 치루고 있다는 것이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비지땀을 흘리며 시험을 본다"는 것이다. 80년대 이전 교육현장의 모습이었다. 왜 에어컨이 있는 교실을 두고 학생들은 복도로 쫓겨나야 했을까? 더구나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그 아이들은 선풍기 하나 없이 푹푹찌는 복도에서 왜 시험을 쳐야 했을까?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확인차 인근 중학교로 취재를 나갔다. 사실이었다. 학교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학생들을 복도에 한 줄로 책상을 세워놓고 시험보고 있었다. 심지어 복도에
지난 1일은 민선5기 우근민 제주도정이 출범한지 만 3년이 되는 날이다. 우 지사는 이날 오전 10시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취임 3년 성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 <장면 1>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가진 직원 정례조회에서 우수공무원에 대한 표창 수여 뒤 약 10여분 동안 제주도청 공무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했다. 내용은 ▶최근 63년 만에 메이저대회 3연승을 한 골프선수 박인비가 IMF 외환위기 당시 자신이 만든 행사인 ‘제주도지사배 주니어 골프선수권대회’ 우승자라는 것 ▶민선 5기 도정 만 3년 동안 제주가 발전한 것은 공직자들의 노고가 있었다는 것 ▶자신의 공약사항인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 지시 등이다. 이 내용은 모두 제주도청 기자실 모니터를 통해 방송이 됐다. 일부 기자들은 이 내용을 모니터 하며 기사화 했다. <장면 2> 이어 오전 10시가 되기 직전 제주도청 기자실. 우근민 지사의 민선5기 제주도정 출범 3주년 기념 기자회견에 맞춰 도청 각 실·국·본부장들이 먼저 들어와 기자회견 장에 앉아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무죄다. 나는 다만 나치독일의 일원으로서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장교로서 유대인 학살을 수행했던 아이히만에 대한 전범재판 현장. "상부의 명령을 수행한 자신은 무죄"라며 아이히만이 항변했다. 요즘 제주사회가 들끓고 있다. “경찰은 명령만 내리면 가는 거 아냐? 싸우다보니 몰라갖고 할 수도 있고…. 폭도 ×의 ××들이 끼어가지고….”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있었던 도지사의 말이 문제가 됐다. 그런데 언론을 위시한 도민사회의 타박이 ‘폭도××’라는 점잖지 못한 어격(語格)에만 쏠려있다. 물론 제주도정의 최고 책임자가 뱉어낸 말이 도민 사회에서는 거의 금기시 되는 것이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를 우린 넘어가고 있다. 그저 지나 버릴 말이 아님에도 그렇다. 명령에 따라 유대인을 학살한 아이히만이나 역시 명령에 따라 4·3당시 부녀자, 어린아이들까지 집단으로 쏘아 죽인 경찰은 무죄인가? 재판을 참관한 여성철학자 아렌트는 아이히만에게
▲ 김영하/ 뉴스콘텐츠국 부장 14일 오후 5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 평일이면서도 도의회 임시회가 처음 시작하는 날 의회 청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3시간 전인 오후 2시 도의회가 주관한 ‘특별자치도 5단계 제도개선 과제 토론회’가 열리고 나서 3시간여만에 비슷한 성격의 토론회가 또 열렸다. 차이가 있다면 5시 행사는 제주도 주최.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120석 규모 청중석이 꽉 찰 정도였다. 3시간 전 도의회 주관 토론회 참석자와는 규모 면에서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그러나 도가 주최한 토론회의 참석인원이 많았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의회 주최 토론회의 참석자들은 소수지만 시민단체와 학계 등 ‘특별법 제도개선 과제’에 관심을 갖는 도민들이 대다수였지만 제주도 주최 토론회의 참석자들은 대부분 공무원이었다. ▲ 14일 오후 5시에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특별법 5단계 제도개선 관련 토론회'에 등장한 출석 명부. 더욱이 도 주최 토론회에 온 공무원들은 자발적이라기 보단 마치 끌려나온 인상이 역력했다. 토론회 입구에서부터 분위기는 감지됐다. 출석 체크를 하듯 공무원들은 토론회장 입구에 마련
▲ 백진석/ 뉴스콘텐츠국 기자 "어제도, 오늘도 못 먹었어요. 집에 가서 먹어야죠." 14일 오전 11시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WCC) 행사장. 학교의 허락을 받아 시간을 쪼개 현장을 나온 김서현(17·신성여고2) 양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자원봉사가 그의 임무. 하지만 김양은 점심끼니를 때울 걱정을 하고 있었다. "몇몇 친구들은 하다가 그만뒀어요. 영어를 아주 능통하게 구사하는 친구들인데 주차장이나 식수대에 배치해 굳이 그곳에서 자신이 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불평했어요. 결국 며칠 하다 그만뒀습니다." "속으로 부아가 치밀어 오르지만 그래도 묵묵히 일한다"는 김모(55.서울)씨는 속이 매우 상한 눈치였다. "봉사를 위해 생업까지 접고 이곳을 찾았지만 마치 잡역부를 대하듯 주최측이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리다"는 것이다. "식비마저 총회가 끝난뒤에 준다니..."라며 그는 혀를 찼다. WCC가 열리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현장에는 자원봉사자 800여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 가운데 300여명은 제주가 아닌 뭍에서 행사의
‘버스에서 졸고 있는 여성 성추행한 70대 노인’, ‘간경화 입원 50대 남성, 10대 간호실습생 성추행’ 각각 8월 8일과 9일 모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제목들이다. 제목을 봐도 내용은 눈에 선하다. 누가 올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경찰관이 직접 올렸다는 것이다. ‘우리 경찰관들이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홍보하기 위함이다. 소관 담당 직원은 ‘보도가 되면 안 되는데 어떻게 알았느냐’며 기자에게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기자는 이 사이트에 올라온 내용을 참고하고, 부족한 부분은 취재를 통해 기사화했다. 그런데 이 사이트를 자세히 보면 취재를 하거나 기사화 할 만한 내용들이 많다는데 주목할 만 하다. 10일에는 ‘제주동부경찰서, 뺑소니 피의자 검거’라는 제목의 글도 올라왔다. 이 보다 앞서 일주일 전에는 태풍 ‘담레이’ 북상 당시 불어난 물에 빠진 자폐아동을 구조한 서귀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찰관 2명을 칭찬한 내용이 비교적 장문으로 게재되기도 했다. 그럼 왜 경찰은 이 사이트에 글을 자주 올릴까? 우선 현직 경
제주시내권 관광지 접근 편리 도모를 위해 운행되는 정기순환 버스 ‘시티투어버스’. 제주시는 이 사업을 지난해 10월부터 시범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 급증하는 도보여행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여유 공영차량 4대 중 2대를 활용하고 있다. 성인 기준으로 5000원이면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다. 코스는 제주시외버스종합터미널-제주시청-별빛누리공원-한라생태숲-사려니숲길입구-교래사거리-제주돌문화공원-절물자연휴양림-노루생태관찰원-제주4·3평화공원-봉개-국립제주박물관-국제부두-연안부두-동문시장-관덕정-서문시장-용두암-공항-제주시외버스종합터미널이다. 그 목적으로 보나, 저렴한 여행 및 관광을 위해서나 나무랄 데 없는 시책이다. 그러나 이용객은 기대치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운행할수록 적자만 늘어나고 있다. ▲ 제주시티투어버스 지난 24일 제주시에 따르면 3월2일부터 이달 20일까지 80여 일간 이용객은 모두 3211명이다. 주중 하루 평균 37명, 주말 47명으로 하루 평균 40명이 이용했다. 하루 10회 운행하니 버스를 한 번 운행하면 4명이 이용하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1
제주시 여성가족과는 20일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제주지역 모 소주 소비촉진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유는 최근 이 업체의 소주 소비량이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이 업체에 사회기부를 하라고 제안했고, 업체도 수긍했다. 병뚜껑 1개당 100원씩 적립해 불우이웃 성금으로 기탁하기로 한 것이다. 취지를 보면 나무랄 것이 없다. 다만 이 업체가 제주지역에서는 잘나가는(?) ‘대기업’ 축에 속한다는데 시선이 곱지 않다. 게다가 이를 빌미로 주류 소비까지 조장하고 있고, 특히 특정업체만 밀어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더구나 여성과 가정에 관한 시책, 그리고 건전한 소비시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담당하는 부서가 나서고 있다는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주류 소비량은 제주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줄고 있다. 지난달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서민의 술’ 소주 소비량은 0.07% 줄었다. 건강을 생각하는 정서가 커졌기 때문이다. 제주지역에서는 이와 함께 이 기업과 경쟁하는 전국적 기업의 적극적인 기업마케팅으로 이 업체의 소주 소비량이 감소하는 이유도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 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