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설이 내린 지난 11일, 신제주로터리에서 차량 몇 대가 서행을 하고 있다. 도로 전체가 쌓인 눈으로 가득하다. 역대급 폭설·강풍·한파가 이틀째 제주를 덮쳤던 지난 12일. 제주도민은 침착했다. 승용차를 아예 집에 뒀다. 출근길 시민들은 애당초 마음을 비우고 버스로 향하는 발길이 대다수였다. 심지어 ‘고립’을 자초하고 생업을 포기한 사람도 많았다. 덕분에 폭설로 인한 교통사고는 드물었다. 우려했던 ‘출근길 대란’도 눈에 띄지 않았다. 해마다 반복된 ‘학습효과’에 힘입은 제주도민들의 재난대처 방식이다. 기습적인 폭설로 교통사고로 1명이 사망하는 등 수십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던 전날 11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니 제주도정의 재난대처는 무능했다. 도지사를 중심으로 대책본부를 꾸려 재난대응을 진두지휘했다고 하지만 제대로 제설작업을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대책본부의 관심은 제주공항에만 쏠렸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2016년 1월 3일간의 폭설대란에 등장한 8만9000여명의 제주 체류객, 또 공항
▲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4월3일 열린 4·3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했다. 2006년 4월3일의 일이다. 당시 대통령이던 노무현 대통령이 4·3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4·3위령제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그해 3월 12일 탄핵 파동으로 참석이 어려운 처지가 됐다. 2006년 4·3위령제에서 그는 “국가권력은 어떤 경우에도 합법적으로 행사돼야 하며 일탈에 대한 책임을 특별히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며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4·3영령과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그 이전인 2003년 10월 말 제주를 찾아 유족들 앞에서 정부수반으로서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된 일'이라는 걸 확인, 공식 사과한 내용을 재확인한 것이다. 당시 그는 "저는 (4·3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
▲ 15일 오후 중국인 관광객들이 빠진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는 한산하기만 하다. 15일 오후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 중국인으로 들끓던 거리였지만 한산하기만 하다.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중국어 소리가 들끓던 거리였지만 들리는 소리는 한국말이다. 손님으로 들끓던 상점가들은 파리만 날리고 있다. 매출도 며칠사이 70%나 줄어 업주들은 울상이다. 중국이 ‘한국관광 전면금지’ 조치를 내린 첫 날 바오젠거리 풍경이다. 2011년 9월 15일, 제주에 첫 ‘명예거리’가 생겼다. 2011년 9월 중국 건강용품 업체인 바오젠 그룹이 직원 1만1000명이 방문했다. 이후 대규모 중국관광객들이 이 거리를 찾았고, 제주도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바오젠거리’로 지정했다. 이후 바오젠거리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언제나 붐볐다. ‘제주 속의 중국’으로 불릴 정도다. 거리의 간판은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많고, 가게 앞에 내건 현수막도 중국어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6월 바오젠거리의 도로명 사용 기간이 만료됐다. 하지만 제주도는 중국 관광객 폭주 추세에 맞춰 ‘바오젠거리’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10일 오전 11시 21분 이정미 헌법재판소 권한대행이 입을 뗐다. 그간의 촛불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하지만 촛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대통령 파면결정 선고가 내려진 당일 퇴근 무렵. 제주시청과 서귀포 1호광장에선 긴급 촛불집회가 열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환영하는 자리였다. 사람들은 잔치떡을 돌리며 서로를 격려했다. 눈물을 흘린 이들도 있었다. 촛불은 여느 때보다 밝았다. 촛불을 든 이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이 자리에서 박찬식 육지사는 제주사름 대표는 “우리나라를 소수권력자들의 나라가 아닌 국민·인민의 나라로 대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수가 뒤따랐다. 집회에 참가한 김미선(31·제주시 용담동)씨도 그의 말에 공감했다. 김씨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민 80%가 촛불로 통합됐다"며 "일어나선 안될 일이었지만 어찌됐든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준 계기였다. 앞으로 20%의 국민들과도 함께 가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곳곳에는 ‘민주주의여 행복하라’, ‘고생
▲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왼쪽 첫번째)가 6일 제주항일기념관에서 열린 '자유·법치·사회 회복을 위한 시국강연회'에 참가했다. 6일 오후 2시 제주시 조천읍 제주항일기념관. ‘자유·법치·사회 회복을 위한 시국강연회’를 알리는 현수막이 입구에 펼쳐져 있다. 강연장에는 ‘행주치마 의병대’라고 적힌 태극기를 둘러매고 한 손엔 태극기를 든 이들로 가득했다. 족히 100여명은 넘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무언가 다른 분위기도 있었다. 그들과 거리를 두고 마치 대치하듯 그 반대편에는 ‘3·1영령을 욕보이지 마라’. ‘항일정신 산교육장에 이념논쟁 웬말이냐’라고 적힌 피켓을 든 제주4·3유족회와 시민단체 회원들. “이 곳이 어떤 곳인지 아느냐”며 “신성한 이곳에서 지금 무얼 하려 하느냐”며 고성이 오고 갔다. 급기야 서로에겐 욕설과 막말이 오갔고 일부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상대편이 든 피켓을 부수고 어깨를 밀치는 등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10여분 뒤 자리가 정돈됐
지난 12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어울림 광장 일대. 2000여명의 인파가 빼곡히 자리를 잡았다. 손에 쥔 건 모두가 촛불. ‘박근혜 정권 퇴진·하야’를 요구하는 손팻말을 든 이들의 얼굴에 비장감이 흘렀다. 특정 정파도, 여느 노동운동 세력도 아니었다. 어린이 손을 잡고 현장을 찾은 부부, “답답한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는 청년, “내가 지난 선거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너무도 후회한다”는 한 60대 노인, 교복을 입고 나온 중·고생들. 남녀노소 각양각색이었지만 그들의 외침은 모두 하나였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발언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고등학생은 “어렵게 꽃피운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을 되찾아야 한다”며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각 서울 광화문에서도 소식이 들려왔다. 몰려든 인파는 100만. 여러 미디어들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최대 인파’라고 뉴스를 쏟아냈다. 박종철·이한열 두 대학생의 비통한 죽음과 맞물려 정권말기 폭정의 끝을 향해가던 1987년 6월 민주
대형사고는 우연만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경고성 징후가 수없이 등장하고 난 뒤 사고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333의 법칙’이란 말도 있다. 경미한 300여차례의 신호, 다시 30여차례의 경고, 그리고 단 3번의 강도 높은 경고. 그 이후 거대한 재난에 직면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하인리히 법칙’이라 이른다. 사소하게, 무관심하게, 소홀히 ‘신호’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 대형사건·사고는 어느덧 우리 코 앞에 등장하게 된다. 추석연휴 막바지이던 지난 17일 제주시 연동의 한 성당. 고요한 아침 미사를 올리던 한 여성신자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느닷없는 참극이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휘두른 흉기에 스러지던 그의 비명은 재난이자 대형사고였다. 영결미사에서 “난개발의 열병에 시달리던 제주가 맞닥뜨린 참혹한 메시지”란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의 진단이 내려꽂힌 지점이었다. 제주 여느 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평범한 한 가정의 행복은 그렇게 무참히 깨졌다. ‘하인리히 법칙’을 운운할 필요도 없다. 과연 그동안 이런 사건의 전조는 없었나?
어떤 현상을 종합적으로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일정한 체계에 따라 숫자로 나타낸 것이 있다. 사회나 자연현상을 정리·분석하는 수단, 즉 ‘통계’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는 ‘2016년 지적통계연보’를 발표했다. 그러자 제주도가 관할하는 7개의 부속섬이 돌연 사라졌다. 사라진 것만이 아니다. 갑자기 ‘섬’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돌연 등장한 섬들도 있었다. 심지어 필지와 면적도 뒤죽박죽이었다. 직접 국토부의 2016 지적통계연보와 제주도 디자인건축지적과의 지적공부등록 도서현황, 제주도 해양수산국의 무인도서현황을 살폈다. 그 결과 지적통계와 지적공부에는 9개의 유인도와 78개의 무인도가, 무인도서현황에는 8개의 유인도와 79개의 무인도가 있었다. 국가와 제주도는 물론 정작 제주도청 안에서도 관리하는 섬이 제각각이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서로 생각하고 있는 섬의 기준도 달랐고 필지와 면적도 달랐다. 유인도 수는 우도의 비양도를 섬으로 볼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차이였다. 무인도 개수를 따지고 들어가자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표면상 차이는 7개였지만 사실 13개의 섬이 따로
수능시험 한파가 지나갔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성년을 맞는 수헙생들이 인생에서 맞닥뜨릴 어찌보면 가장 중대한 문제다. 수능시험을 치르고 압박감에서 벗어난 학생들은 이제 위험에 직면해 있다. 정신이 해이해져 폭력, 성경험, 음주, 흡연, 신분증 위조 등의 탈선행위로 이어지기 일쑤다. 인생의 첫 고비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주경찰청, 제주도교육청은 13일 오후부터 연말까지 걸쳐 학생들의 수능시험 뒤 발생하기 쉬운 학교폭력, 유해업소출입 등 각종 탈선행위를 예방·선도 및 단속키로 했다. 그러나 민관기관의 각종 노력에도 불구, 학생들의 수능 후 일탈행위는 근절되지 못하고 매해 반복되면서 오히려 증가하는 실정이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상으로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신분증을 위조하는 방법을 서로 공유하면서 암암리에 신분증 거래(사문서 위조) 등이 성행하고 있다. 신분증을 위조해야 음주, 흡연, 유해업소 출입, 성경험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신분증 위조로 적발된 청소년사범은 전국적으로 지난 3년 간(2011∼2013) 5000여명에 달한다. 심지어 수능이 끝난 뒤 유흥비를 마
한라산을 베개삼고 누우면 한쪽발은 성산일출봉, 한쪽발은 제주시 앞 관탈섬에 걸쳐졌다는 거구의 여신(女神) 설문대할망, 그의 아들인 오백장군, 풍랑을 만난 제주어부의 선박을 구해주고 외눈박이거인에 의해 살해돼 유기됐으나 제주도의 농경신이 된 영등할망, 여성들만 살며 고통이 없다는 환상의 섬 이어도 설화, 저승의 왕 대별왕과 이승의 왕 소별왕 설화. 농경신 자청비 신화, 고량부 삼성의 시조 발원지로 알려져 있는 삼성혈 설화, 하늘로부터 내려온 선녀에게 반한 용왕의 아들이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바위로 변했다는 섭지코지 바위 설화. 각종 신화, 설화가 수두룩한 제주도는 1만8000여 신(神)들의 고향이다. 제주도에는 신들의 자취가 드리우지 않는 곳이 없다. 부엌에서부터 돌담, 각종 오름과 지질, 풍습 등에까지다. 특히 제주 1만8000여 신이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집단적으로 천국캠프(?)에 나섰다는 신구간(대한 후 5일째 입춘 3일 전까지)의 이사풍습은 유명하다. 하지만 제주신화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 연구, 문화콘텐츠적인 홍보 방안 구상 등은 미흡한 상태다. 고조선 건국신화를 기념한 개천절을 맞아 숙고해 볼 일이다.
2010년부터 2013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제주가 4년 연속 학력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자랑스러운 성적이다. 수도권 아이들에 비해 열악한 교육환경인데도 4년 연속 1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제주도 교육자들도 "제주도 교육은 전국 최고"라며 자랑한다. 그러나 '학력 최고'에 비해 억눌린 '인권하락' 현장도 있다. 11일 기자의 귀를 의심케 하는 놀라운 제보가 하나 들어왔다. 내용은 이렇다. 최근 제주도내 중학교가 1학기 기말시험을 치르고 있는데 일부 학생들이 교실 밖 복도에서 시험을 치루고 있다는 것이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비지땀을 흘리며 시험을 본다"는 것이다. 80년대 이전 교육현장의 모습이었다. 왜 에어컨이 있는 교실을 두고 학생들은 복도로 쫓겨나야 했을까? 더구나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그 아이들은 선풍기 하나 없이 푹푹찌는 복도에서 왜 시험을 쳐야 했을까?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확인차 인근 중학교로 취재를 나갔다. 사실이었다. 학교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학생들을 복도에 한 줄로 책상을 세워놓고 시험보고 있었다. 심지어 복도에
지난 1일은 민선5기 우근민 제주도정이 출범한지 만 3년이 되는 날이다. 우 지사는 이날 오전 10시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취임 3년 성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 <장면 1>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가진 직원 정례조회에서 우수공무원에 대한 표창 수여 뒤 약 10여분 동안 제주도청 공무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했다. 내용은 ▶최근 63년 만에 메이저대회 3연승을 한 골프선수 박인비가 IMF 외환위기 당시 자신이 만든 행사인 ‘제주도지사배 주니어 골프선수권대회’ 우승자라는 것 ▶민선 5기 도정 만 3년 동안 제주가 발전한 것은 공직자들의 노고가 있었다는 것 ▶자신의 공약사항인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 지시 등이다. 이 내용은 모두 제주도청 기자실 모니터를 통해 방송이 됐다. 일부 기자들은 이 내용을 모니터 하며 기사화 했다. <장면 2> 이어 오전 10시가 되기 직전 제주도청 기자실. 우근민 지사의 민선5기 제주도정 출범 3주년 기념 기자회견에 맞춰 도청 각 실·국·본부장들이 먼저 들어와 기자회견 장에 앉아 대기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