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한필/ 충청타임즈 부국장 드라마 ‘해를 품은 달’(해품달)이 PD의 파업 동참으로 마지막회 방송을 다음 주로 미뤘다. 뜨겁게 달아오른 시청자들 애간장을 더 바짝 졸이려는 심보일까. 며칠 전 ‘누가, 누구를 지키려다 죽는다’는 해품달 결말 일부가 유출돼 인터넷이 떠들썩하다. 왕(훤)과 영의정(윤대형)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으니 누군가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지 않겠는가. 그건 제작진 의도대로 풀릴 테니 예측하기 어렵다. 어쨌든 시청률이 42%까지 오른 해품달 마지막 2회분은 영의정 반란이 중심 사건이 될 것 같다. 지난 방송에서 영의정은 양명군에게 왕 제거 계획을 밝히며 이를 ‘반정(反正)’이라고 표현했다. 반정은 말그대로 올바름(正)으로 되돌려(反)놓는다는 것이다.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는다는 뜻으로 영의정이 자신의 거사가 정당하다는 걸 내보인 것이다. 반대 개념으로 역모(逆謀)가 있다. 올바름에 거스르는 음모다. 그러면 해품달 정변은 반정일까 역모일까. 역사적 사실이 아니니 그간 드라마 내용을 따져 봐야겠다. ▲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우리는 해방 이후 여러 번 정변을 겪으면서
▲ 강형구 논설위원/ 미국 앨라배마대 광고홍보학 교수 “Bad Is Stronger Than Good.” 자아심리학 분야에서 꽤 알려진 연구논문이다. 좋은 일, 좋은 행동, 좋은 감정보다는 왜 나쁜 일, 나쁜 행동, 나쁜 감정이 오래 기억되고 파급력이 큰가 하는 가설을 다양한 연구 사례와 실험 결과를 들며 풀어가고 있다. 10만 원이 생겼을 때 갖는 즐거움보다 10만 원을 잃어버렸을 때 당황스러움이 더욱 강하며 오래 기억된다. 부부사이의 사소한 말다툼은 사랑을 나누는 일보다 5배정도의 파괴력을 지닌다. 말하자면 미운 정 하나 쌓일 때 고운 정 다섯을 쌓아야 부부관계는 그나마 제자리다. 남에 대한 칭찬보다는 흠집에 더욱 솔깃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덧댄다. 정답에 대해 “맞았어요”라는 격려보다는 오답에 대해 “틀렸어요”하는 지적이 학습효과가 크다는 연구사례도 있다. 타인에 대한 좋은 인상 보다는 나쁜 인상이나 고정관념이 쉬이 빠르게 형성되고 오래오래 남는다. 이렇듯 “Bad is stronger than good”이라는 가설은 우리 의식과 내면에서 늘 증명되고 있다. 가족 드라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로 인해 유력 정치인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초임검사 시절, 누군가로부터 '잘 처리해달라'는 전화를 받곤 했다. 소위 '까칠'한 초임 시절에 그런 전화를 받으면 우선 화가 났다. 속으로 '청탁이나 하고 말이야..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사람이군' 하면서 소위 칼을 갈기도 하고 청탁 대상자를 소환해 '청탁'에 대해 나무라기도 했다. 2년 후 나름 특수수사의 대가를 부장으로 모시면서 '청탁'에 대한 그 분의 대처법을 배웠다. 그 분은 꼬장꼬장한 특수수사통으로 소위 굵직굵직한 대형사건을 많이 했기 때문에 청탁의 기회도 많았을 것이다.(청탁에 대한 반응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는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청탁은 대부분은 친구를 통해, 검찰 선배로 부터 등 인간적 관계를 등에 업고 찾아온다. 청탁은 들어줘서도 안되지만 매정하게 내칠 수도 없다. 청탁에 흔들려 양심에 반하는 결정을 해서도 안되고 인간적 관계에 지나치게 '팍팍해서도' 안된다.(때로 지나치게 엄격해 청탁에 매우 냉정한 사람들도 많다) 실제 수사에 임하여, 피의자를 소환해서는 수사는 수사대로 엄격하게 진행을 한다. 때론 더 엄격하게... 조사를 마치면 차
▲ 커피로 묘사한 한라산의 노을/ 오동명 작 겨울이 지나 봄이 온 듯 한데 여전히 눈의 연속입니다. 우리가 아는 자연을 깨버리는 자연의 반전,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또 온난화 등등 하늘의 노여움이 아닌가, 하늘을 보며 우려하고 걱정합니다. 지난해 11월 5일 제이누리 창간기념식장을 찾아가던 때에는 제주관측사상 11월 최고의 기온을 기록했다는 뉴스를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넘어오는 시외버스 안에서 땀을 닦으며 들었습니다. 제주도 3년차인 내게 제주 밖 다른 이들로부터 제주도에서 가장 좋은 곳을 물어오면 생각할 것도 없이 ‘하늘’이라 했던 나도 요즘 같은 하늘론 고개를 갸웃하게 합니다. 사실 지난 해 10월 초 거의 두 주 가까이 내 눈도 내 입도 쩌억 벌어져 헤벌쭉한 광대이게 한 하늘에 미쳐 하늘 따라 방황을 했더랬습니다. 이 방황은 부산함을 전제로 한 동중정의 행태로서가 아니라 부동의 그 자리에서 마주하는 정중동의 사색으로 이끌어준 마음여행이었습니다. 미국영화에선가, ‘창조주가 있다면 아마도 창조주는 화가일 것이다’라던 대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하늘은 색으로든 형으로든 참으로 변화무쌍하면서도 전혀 동요를 강요
▲ 조한필/ 충청타임즈 부국장 "궁정동 하룻밤이 싫다면 나는 어떤가?” TV드라마 ‘빛과 그림자’에서 청와대 실력자가 신참 여성 연예인에게 던진 말이다. 이 드라마엔 궁정동이 자주 등장한다. 1970년대 최고 권력자는 이곳에서 여인들 술시중을 받으며 연회를 열었다.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궁정동 연회 관련 장면은 많은 면에서 실제와 싱크로율(유사성)이 높다. 1979년 10월 26일 저녁, 당시 20대였던 가수 심모씨와 한 여대생 모델 신모씨가 연회에 참석했다. 국민들은 10ㆍ26사건이 나고서야 ‘궁정동’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대통령이 살해당한 것 만큼이나 궁정동 정체에 관심이 쏠렸다. 비상조치법으로 뭐든지 옭아 맬 수 있던 유신시대. 대통령 사생활을 조금이라도 언급했다간 경을 칠 수도 있지만 최고 권부에서 흘러나오는 은밀한 얘기에 쉬쉬하며 귀를 세우던 시절이다. 그런데 이젠 대놓고 드라마에서 궁정동의 여인 고르는 얘기를 한다. ▲ 10.26 당시 궁정동 안가(왼쪽)와 1993년 그 자리에 새로이 들어선 무궁화동산 드라마에서 가수 지망생이 “빨리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에” 궁정
▲ 구자헌 변호사 '부러진 화살'은 좋은 영화가 아니다. 팩트를 바탕으로 했지만 팩트가 아니다. 소재만 가져왔을 뿐이다. 제작자는 항소심 공판기록을 토대로 90% 이상 일치하는 대본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건의 대부분 쟁점은 1심에서 정리가 됐다. 따라서 1심의 재판과정을 무시하고 항소심 공판기록만 놓고 봐서는 절대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 하지만 영화는 항소심 공판기록을 토대로 사실을 구성하는 의도된 오류를 범했다. 그 결과 석궁테러가 정당화되고 나아가 피고인이 의인 또는 사법부의 권위에 희생된 순수한 수학자로 비춰지게도 했다. '창작의 자유'를 모르는 바 아니다. 제작자가 이 영화를 창작이 아니라 다큐라고 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서두에 좋은 영화가 아니라고 한 이유다. 필자에게는 많은 왜곡된 진실을 일일이 지적할 지면의 여유가 없다. 다만 사법부에 대한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거나 나아가 '제식구 감싸기' 차원에서 일반인에 대한 상해에 비해 그 형이 너무 중하지 않느냐는 비판에 대해 법조인으로서 변명을 해볼까 한다. 그리고 사법불신의 한가지 잘못된 오해도 덧붙이겠다 판사에 대한 보복성 범죄를 일반인의 그 것과 동일한 선상에서 보는 사람이 많
▲ 강형구 교수 미국에서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한창이다. 각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인단 확보를 위해 50개 주 등을 순회하며 6월말까지 대장정을 펼치게 된다. 이미 치러진 아이오와(Iowa)주 코커스와 뉴햄프셔(New Hampshire)주, 사우스 캐롤라이나(South Carolina) 프라이머리에서 각기 다른 후보자가 득표 1위를 함으로써 앞으로 남은 일정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4월 총선과 12월 대통령 선거, 그리고 각 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임진년 1년은 ‘닥치고 정치,’ 그 운명이다. 선거의 계절에 TV 정치광고 이야기를 주섬주섬 담아본다. 텔레비전 정치광고는 선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초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경우, 후보자의 선거자금 가운데 70~80%를 정치광고에 쏟아 붓는다. 정치광고에 수백만 달러를 들일 만큼 선거판도에 파괴력이 있을까 하는 물음에는 “No”다. 후보자의 상품적 가치가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데 정치광고가 깐느(Cannes) 광고영화제 황금사자상 감이라고 해서 선거결과가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30초란 짧은 틀 안에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삶이 팍팍하다. 지난해를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를 판에 올해는 혼탁함이 더할 것 같은데, 어찌 보내야 할지. 나만 그런가? 아니다. 해가 바뀌면서 ‘용’의 해다, 그것도 ‘흑룡’이다 하며 좋다고 난장을 친다. 이는 현실의 삶이 너무 힘들기에 상징에 희망이란 단어를 붙여놓은 억지다. 그만큼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모든 이들의 어려움을 표출하고 있다는 행태다. 올해 2012년을 ‘임진壬辰’년이라 한다. 壬辰은 ‘간지干支’ 역법에서 왔다. 팔자명리八字命理를 응용한 것이다. 이 ‘팔자八字’의 영향은 대단하다. 중국에서 자주 쓰는 대련對聯 중에 八字如相許,雙杯未可辭.(“八字如相許,雙杯未可辭.”는 원래 唐 吳融의 「送策上人」와 耿湋의 「晚春青門林亭燕集」의 시구에서 한 구절씩 따온 대련이다) 팔자가 서로 허락한다면, 쌍배라도 거절할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쌍배는 ‘주불쌍배酒不雙杯’라는 말을 이해하면 된다. 주석에서 술을 마실 때 잔의 수數가 짝수로 마침을 싫어
오늘 저녁에 아내와 동네 마켓을 들렀다가 한국 소주 아홉병이 나란히 진열된 걸 봤습니다. 참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냉큼 사진을 찍어 놓았습니다. 흔히 미국사람들이 Grocery라고 부르는 제법 큰 규모의 식품점(한국식으로 하자면 마트)에 그것도 주로 백인들이 주고객인 마켓의 입구에서 발견한 고국의 소주. 누가 차게 해서 마시는 게 더 맛있다고 귀띔이라도 해줬는지 냉장고에 가지런히 눕혀져 있습니다. 미국 술들은 다 세워져 있는데 특이하게도 소주병만 누워 있습니다. 시간이 됐으면 매니저한테 왜 뉘어놨냐고 물어 봤을텐데 그걸 못했습니다. 저는 술을 마시지는 않지만 '한류의 힘'을 여기서까지 보여주는 듯해서 은근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미국에도 이제 꽤 알려진 (비록 중국설로 불리우지만) 음력설날 팔려고 내놓은 건지, 아니면 미국에서 1년중 하루 맥주소비량이 가장 많은 슈퍼볼게임(Super Bowl Game)을 코앞에 두고 내놓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국의 소주가 미국에서 제법 인정받고 있는 듯 합니다. 예전에는 Trader Joe's 같은 곳에서 갈비 양념장을 병에 넣어 파는 걸 본적이 있는데 이젠 뭐가 들어올까요? 미국에 처음으로 들어온 한류(韓
▲ 나일경 일본 츄쿄대 교수 나는 독재자? 지난해 말 한국에서 벌어진 돌풍의 무대엔 ‘나는 꼼수다’가 있었다. 그때쯤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은 ‘나는 독재자’였다. 지난해 12월 ‘나는 독재자’라고 주장했던 하시모토 도오루(橋本徹·43) 오사카부(大阪府) 전 지사가 출마한 오사카 시장 선거가 주무대였다. “지금 오사카 거리에 기괴한 모습을 한 요괴가 사람의 가면을 쓰고 설치고 돌아다니고 있다. 그의 이름은 하시즘(橋本主義:현재 오사카 시장인 하시모토(橋本徹)의 머리글자를 따 그의 파시즘적인 정치행동을 비꼬기 위해 만들어진 정치 용어)이다. 그는 꽉 막힌 사회경제적 상황에 지쳐버린 시민의 불평과 불만을 에너지로 삼아 가상의 적을 만들고 철저하게 공격하며, 미디어에 등장해 거드름을 피우며 영웅 행세를 하고 있다.” 언론과 학계에선 그렇게 그를 비난했다. 하지만 하시모토는 그런 비난을 즐기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에 대한 비난이 거셀 수록 자신에 대한 지지가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더욱 더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진영과 기존 언론 및 정당들이 &ldq
▲ 김대용 제주한라대 교수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가 기억나는 때가 있다. 경제성장이 지상과제였던 1970·80년대 석유파동까지 거치며 사우디라고 총칭된 중동 건설 현장으로 취업열풍까지 몰아쳤다. 사막의 열풍 속에서 마른 땀을 흠치며 외화벌이에 나섰다. 희망의 땀과 고난의 가족사가 뒤켠에 있었지만 사우디에서 신기루처럼 이슬람세계도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메카·메디나 등 성지가 있고 성서인 꾸란이 아랍어로 쓰여져 흔히 아랍 중동지역이 이슬람의 전유물인 것처럼 혼동하기 쉬우나 그러나 이 지역은 방대한 이슬람 세계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57개국이나 되는 방대한 이슬람 국가 중에서 산유국이 밀집한 사우디반도 걸프 연안국가들은 석유로 부를 축적했다. 이에 따른 국가 인프라 시설로 도로·항만·병원·학교의 건설은 그들의 후속타였고, 우리에겐 외화획득을 위한 최대의 해외 건설시장이었다. 그것뿐이었다. 단지 해외 건설시장이며 우리경제발전의 디딤돌이 된 그 지역의 문화나 정신적 근간을 이루는 이슬람 문화에 대해 우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수출 드라이브 정책 일변도의 경제 제일주의
▲ 조한필 충청타임즈 부국장 지난 7일 오전 1시30분 충남 천안시의 천안동남서 문성파출소에서 당직 근무 중인 이태영 경사는 천안 사직동의 남산 중앙시장 경비원으로부터 "10대 절도범을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시장에 도착해 보니 때가 절은 옷을 입은 조그만 학생이 검은 시장바구니를 든 채 경비원에 잡혀 덜덜 떨고 있었다. 바구니 속에는 한복 한 벌이 들어 있었다. 중앙시장 상가 문이 닫히기 전 숨어 들어갔다가 한 가게에서 한복을 훔쳐 상가 셔터를 열고 나오려다 경비원에 들킨 것이다. 파출소로 연행해 조사하니 놀라운 사연이 숨어 있었다. 추위와 배고픔에 어렵게 생활하던 중 겨울 이불과 먹을 것을 훔치려 상가에 들어갔으나 큰 이불은 들고 나오기 어렵고 훔칠 음식은 없어 생각 없이 한복을 들고 나오던 중이었다. 중학생인 A군(13)은 몸이 아픈 할머니(82), 그리고 두 남동생(11ㆍ8)과 천안 목천읍의 한 농가주택에서 살고 있다. 할머니가 읍사무소 보조금으로 받은 10여 만원이 이들 네 식구의 생활비 전부다. 할머니는 난방비를 아끼려고 보일러를 항상 '외출'로 놓는다.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씨에 방바닥은 얼음장같이 차가웠지만 엷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