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한필/ 충청타임즈 부국장 이틀 후인 4월 28일은 충무공 탄신일이다. 30~40년 전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이 날을 큰 국경일로 알고 자랐다. 그래서 날짜를 기억한다. 당시 충청권 초등학교에서 5,6학년이 돼, 난생 처음 수학여행을 갈 때면 꼭 충남 아산의 현충사를 갔다. 그 후 성장하면서 4ㆍ28과 현충사의 주인공인 이순신 장군에 대해 더 알게 됐다. 알면 알 수록 존경스러웠다. 어려운 상황에서 일궈낸 승리와 그의 인간됨, 모든 게 놀라웠다. 20여 년 전 충무공 때문에 폄하됐다는 논리를 편 ‘원균은 억울하다’는 글을 봤을 때 어느 정도 수긍은 했으나 그렇다고 충무공에 대한 존경심은 흔들리진 않았다. 선조의 무모한 공격 명령을 따르지 않아 백의종군당한 자와 그 명령을 따라 전사한 자가 있을 뿐이었다. 이순신과 원균은 임진왜란 후 행주대첩의 권율과 함께 나란히 선무일등공신 3인에 올랐다. 충무공 탄신일엔 현충사에서 다례행사를 한다. 현충사를 성역화시켰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매년 참석했다. 18년 재임기간 14회 아산을 찾았다. 그후 노태우 태통령(4회)과 김영삼 대통령(3회)을 제외하곤 거의 오지 않았다. 이명
▲ 구자헌 변호사 매일 제주교도소를 가다시피 한다.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제각각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구속될만한 사연을 가진 사람도 있고, 교도소에 안 어울리는 사람도 있다. 많은 시간을 같이 하다보면 처음 만났을 때 느껴졌던 절박함이 옅어지면서 어느 순간 평온(적어도 그래 보이는)해진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암담함에 절절 매던 사람이 극한의 터널을 빠져나와 마주 앉은 사람에게서 조금이나마 여유가 느껴질 때 변호사는 안도하는 마음이 된다. '이제 합리적인 조언이 받아들여지겠구나'라고 느껴지고, 그러면 무리한 선택은 피해갈 수 있게 된다. '속도가 한계를 넘으면 드라이버도 동승자도 모두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일단 구속이 되면 그 환경에 맞는 패턴을 따라가게 된다. 그러므로 패턴을 벗어나는 요구(대개 구속이 되자마자 석방 대책을 세워주길 바라는)는 열 중 여덟 아홉은 실패로 돌아간다. '세상이 그런 것 같다.' 실수와 과욕으로 제법 큰 돈을 날렸을 때, 신속히 만회할 욕심에 합리적 판단을 못하고 다시 고위험을 무릅쓰는 우를 범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위로 하면서... 나는 그 때 과욕과 실수를 받아들이고 나를 최대한 낮추고 돌아봤어야 한다.
‘무조건’은 ‘절대’의 뜻으로 말하곤 하지만 ‘무턱대고, 덮어놓고’의 의미를 더 갖고 있다. ‘제주도, 무조건 오지마라’는 좋다, 살고 싶다, 라는 순간감정만으로 오지 말라는 말이다. ‘따져보고 오라’의 반어이다. 단, 따져보지 않고 떠나온다면 후회, 회한의 삶이 될 수도 있는 곳이 제주도이기도 하다. 따져보면 볼수록 더 쏙 맘에 차오는 곳이 바로 제주도다. 그 뒤, ‘무조건’ 제주도를 즐겨도 늦지 않다. 무언의 제주도는 당신의 순수한 가슴을 받아들이고자 그 풋풋한 두 팔을 벌리고 이 자리 그대로 있다. “자신의 고향을 달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심약한 초심자이리라. 또 어디를 가도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강건한 사람이다. 그러나 완벽한 사람은 온 세상을 낯선 것처럼 느끼는 사람이리라.” -성 빅토르의 휴고「디다스칼리온」중에서 ▲ 오동명/ 제이누리 논설위원 귀소본능이라고 하나요? 가까이에는 세상에 나오기 전 9개월 간 있었던 어머니의 자궁을, 멀게는 원시시대의 옛 조상들이 살았다던 동굴을 우리
▲ 이혜정/ 한남대 교직과 교수 “삭발 끝!” 얼마 전 문자로 보내온 중학생 아들의 핸드폰 문자메시지다. 그 전날 정기적으로 행하는 두발검사를 위해 미용실을 다녀온 아들은 더 짧아야 한다며 저녁도 거르고 미용실로 갔다. 그리곤 두 시간 만에 이렇게 뜻밖의 소식을 전해왔다. 그리고 10여분 뒤 후드 티로 머리를 가리고 들어온 아들을 보고 우리 식구 모두는 순간 할 말을 잊었다. 1970년대로 돌아간 듯, 군 입대하는 듯한 머리 모양을 보고···. 조금 전 아들의 메시지를 애교 섞인 투덜거림인 줄 알았던 나는 조금 미안한 마음에 “우리 아들, 얼굴이 잘 생겨서 짧은 머리도 잘 어울리네”란 말로 위로 아닌 위로를 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두발단속 강화에 대한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학부모 총회에서 교장선생님께 건의할 것이라는 말들과 함께 1주일 정도 학교와 가정은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의 장 속에서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었다. 드디어 학부모 총회가 열리던 날! 아이들의 열망을 가슴에 품고 비장한 심정으로 출정한 학부모 어느 누구도 새로
▲ 조한필/ 충청타임즈 부국장 “중앙박물관에서는 늘 검은 양복 아저씨가 다가오지. 카메라를 손에 들면, 플래시는 안됩니다~. 가방에 있던 물을 마시려 하면, 나가서 마시고 들어오세요~.“ 한 네티즌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국립중앙박물관 만찬과 관련해 올린 글이다. 그는 “박물관의 새 상식 패러다임을 제공해준 김 여사께 감사한다”며 말을 비틀어 비판했다. 지난달 26일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외국 정상 부인들을 대통령 부인이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초청해 저녁 한 끼 먹은 것이 문제가 됐다. 기획전시실에서 식사를 하면서 한 쪽 벽에 백자ㆍ분청사기 등을 전시한 게 화근이었다. 한 역사학자가 곧바로 SNS를 통해 강하게 비난했다. “어떤 사람이 박물관 전시실에서 국보급 문화재들을 늘어놓고 만찬을 하겠다고 하면, 그가 누구든‘미친 사람’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순간에 대통령 부인이 미친 사람이 돼 버렸다. ▲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수반의 부인들을 초청한 국립중앙박물관의 만찬. 국립중앙박물관이 해명에 나섰다.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프랑스 루브
▲ 이상훈/ 한국해외원조협의회 연구위원 대학에 갓 들어와 지성인이라는 단어의 무게에 눌려 제대로 이해도 가지 않는 철학책 한 두권을 들고다닌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합니다. 저만 그렇습니까? 쉬운 말도 어렵게 하는 능력이 학자들의 능력인가 싶은 글들을 읽다가….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면 이마에는 이미 굵은 줄이 아로 새겨져 있고 책은 흘린 침으로 흥건히 젖어 있곤 했었습니다. 그 책 속에는 저를 당혹스럽게 했던 단어들이 가득했습니다만 아직도 기억나는 것 중에 하나가 ‘대자적 존재’ 라는 말입니다. 그저 돌이나 물처럼 존재할 뿐이기만 하는 ‘즉자적 존재’에 비해 주변의 사물, 즉 타자를 바라보면서 그들과 구분된 자아를 인식할 수 있는 인식능력을 갖춘 존재를 ‘대자적 존재’ 라고 합니다. 이것이 정확한 표현인지 지금도 알 수 없으나 당시에 제가 깨달은대로 기억하는대로 쓰자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쉽게 표현해 본다면 자기 자신을 바르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비추어 볼 거울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 세상에는 존재하는 타자들이 바로 이 거울과 같은 존재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
▲ 오동명 논설위원 제주도로 옮겨온 기간은 3년쯤 되지만 도민이 된지는 불과 몇 달이 안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제주도에 정착 가능성을 타진했던 전야제 같은 시간을 거의 3년이나 가져야했다. 그동안 겪은 일도 많아서다. 겪은 일은 제주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했다. 그러나 그래도 좋은 제주도를 알게 되고 나는 주민등록을 그제야 옮길 수가 있었다. 해서 이번 총선은 나에게는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도민권리행사를 치루는 첫 날밤의 경험과 같아 서울서 자주 치렀던 의례투표와는 그 기준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방인이면서도 주체이기도 한 내가 선거를 바라보고 있어서다. 제주도에서 행해야 하는 선거에 대해, 나와 같은 도민이지만 이주민들인 주변인들은 대체로 두 종류로 나뉜다. 선거에 무척 관심을 보이는 매우 적극적인 사람들과 전혀 무관심한 사람들이다. 어중간한 사람은 보기 힘들다. 작년에 있었던 서울시장 선거에 나에게도 손길이 미쳐왔었다. 이런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제주도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 섬까지 와서, 하물며 선거를 의도적으로 기피하며 자기 삶에 천착하고 산다. 나도 후자에 속한다. 별 관심이 없는 것은 서울서 기자를 오래 해서 질렸
▲ 조한필/ 충청타임즈 부국장 “국회의원이 되는 것, 어렵지 않아요”라고 말했다가 지난해 말 국회의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던 개그맨 최효종, 그 덕에 최고 유명세를 누렸다. 어떤 정치학자나 시사평론가보다 개그맨 말 한마디가 더 영향력 있는 시대를 산다는 게 놀라울 뿐이었다. 4ㆍ11 총선 거리유세가 시작되는 지금, 한 번 더 웃어보자는 생각으로 되새겨 보자. 1 선거유세 때 평소 잘 안 가던 시장을 돌아다니며 할머니들과 악수만 해주면 되고요. 평소에 먹지 않던 국밥을 한 번에 먹으면 돼요. 2 공약을 얘기할 때는 그 지역에 다리를 놔준다든가, 지하철 역을 개통해 준다든가. 아~ 현실이 너무 어렵다고요? 괜찮아요. 말로만 하면 돼요. 3 또 (상대방) 약점을 개처럼 물고 늘어지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어요. 국회의원 되는 게 이처럼 쉽다고 여겨 출마한 후보는 없다. 요즘 유권자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진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선거유세에 나서면 이 사실을 까맣게 잊는다. 각 지역의 재래시장들은 선거 때만 되면 출마자를 응원하러 온 정당 대표들의 단골 방문지가 된다. 악수 한 번 했다고 찍어주는 순정파 유권자가 드문데 말
▲ 박재욱/ 신라대 교수, 한국지방정치학회 회장 # 70년대 영국 보수당의 한 모임에서 14세의 어린 학생이 “철의 여인”으로 유명한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인 마가렛 대처 앞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대처 총리는 어리지만 다부진 이 소년 연사를 지켜보며 만면에 연신 웃음을 잃지 않았지만 연설장 분위기는 여느 행사와 별반 다름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소년은 바로 현재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내각 내에서 대외 문제를 총괄 책임지고 있는 윌리엄 헤이그 외무장관이다. # 지난해 7월 22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30㎞ 떨어진 우토야섬에서 지금도 충격적인 끔찍한 대형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69명의 어린 영혼들이 한 정치적 광신자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었다. 당시 우토야섬에서는 19세 이하 560명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집권 노동당의 정치캠프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사건 전날에는 외무장관이 방문했고, 다음 날에는 이들을 대상으로 총리의 연설도 예정되어 있었다. 매우 비극적인 사건이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노르웨이에서는 청소년 정치캠프가 일상화되어 있으며, 총리를 비롯한 정부요인들이 직접 참석해 청소년들에게 많은 조언과 격려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이명박 정부와 해군이 강정마을 주민들과 소통하고 대한민국 국민인 주민들을 보호, 관용하기를 거부한 결과, 자초한 문제다. 대통령과 정부, 해군이 이어도를 빌미로 ‘중국 해양위협론’을 느닷없이 꺼내들고 국민과 제주도민을 겁박하지 않더라도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이 정부가 기본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아주 쉽게 풀린다. 진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기본과 진실의 문제다. 대통령은 제주해군기지의 안보시설 여부, 강정마을 주민동의와 제주도지사 절대보전지역 해제처분의 위법 여부, 잘못된 계획(15만톤 크루즈 2척 동시접안)에 대한 책임소재만 가려내면 된다. 그러나 대통령이 진실을 보는데 정부, 해군뿐만 아니라 언론까지도 훼방꾼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언론이 진실을 호도해버리면 쉽게 풀릴 문제도 꼬이게 된다. 더욱이 조선일보가 ‘중국의 이어도 해역 무력시위 가능성’을 주장한 것은 무지의 극치요 본색탄로다. 조선일보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이나 해양법 학자에게 ‘UN해양법협약’ 제 60조와 제 74조를 문의해 보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정부와
▲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취임 2년차에 들어선 우 도정의 위상은 '날개 없는 추락과 끝이 없는 나락'이라는 표현 외에는 달리 찾을 길이 없을 것 같다. 이들의 표정에서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막막함과, 목표물을 포착하지 못하는 심란함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상황을 감지하기란 결코 어렵지 않다. 통치철학의 부재로 이미 공황상태로 접어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무성하다.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기에 이 지경의 자충수에 이르게 됐을까? 그간 우 도정은 독단과 오만과 불통의 덫에 걸려, 도민과 도정 사이에 크고 많은 장벽과 구렁이 가로막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었다. 더구나 이러한 장애물을 뚫고 나갈 어떠한 동력이나 의지와 노력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실례를 들어보자. 최근 도정은 제주사회 갈등의 진앙지가 되고 있는 7대 자연경관 선정 관련 의혹을 잠재울 목적으로 대 도민 설득을 위한 설명회를 가졌다. 그러나 결과는 도정의 기대와 달리 오히려 갈등과 의혹을 더욱 키워 사면초가의 허방에 빠지고 말았다.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도정의 구차스런 변명과 회피는 가뜩이나 성난 민심에 엉뚱한 꼼수로 기름에 불을 붙인 격이 되었다. 혹 떼려다
▲ 조한필/ 충청타임즈 부국장 드라마 ‘해를 품은 달’(해품달)이 PD의 파업 동참으로 마지막회 방송을 다음 주로 미뤘다. 뜨겁게 달아오른 시청자들 애간장을 더 바짝 졸이려는 심보일까. 며칠 전 ‘누가, 누구를 지키려다 죽는다’는 해품달 결말 일부가 유출돼 인터넷이 떠들썩하다. 왕(훤)과 영의정(윤대형)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으니 누군가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지 않겠는가. 그건 제작진 의도대로 풀릴 테니 예측하기 어렵다. 어쨌든 시청률이 42%까지 오른 해품달 마지막 2회분은 영의정 반란이 중심 사건이 될 것 같다. 지난 방송에서 영의정은 양명군에게 왕 제거 계획을 밝히며 이를 ‘반정(反正)’이라고 표현했다. 반정은 말그대로 올바름(正)으로 되돌려(反)놓는다는 것이다.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는다는 뜻으로 영의정이 자신의 거사가 정당하다는 걸 내보인 것이다. 반대 개념으로 역모(逆謀)가 있다. 올바름에 거스르는 음모다. 그러면 해품달 정변은 반정일까 역모일까. 역사적 사실이 아니니 그간 드라마 내용을 따져 봐야겠다. ▲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우리는 해방 이후 여러 번 정변을 겪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