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성/ 제이누리 기상전문위원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세기 1장 1절) 창조주 하나님의 말씀으로 태초에 세상이 만들어졌다고 하는 구약성경과 달리 이집트와 바빌로니아 신화에서는 붙어있던 하늘과 땅이 강제적인 힘으로 떼어져 천지가 만들어진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창조신화는 혼돈이 죽으면서 세상이 개벽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제주도의 천지창조 신화에서는 강제적인 힘이나 죽음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런 천지의 조화에 따라 세상이 창조되었다.(* 우리나라에 전해오는 창세신화는 세상의 생명체들이 스스로 생겨났다고 말한다. 저절로 생긴 세상위에 세월이 흐르면서 나무가 생기고 짐승이 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제주도에 전해오는 창조신화에서 최초의 세상은 하늘과 땅이 붙어 있었으며, 빛이 없는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천지가 개벽(開闢)되었다. 하늘이 열리(개벽)면서 붙어 있던 하늘과 땅이 떨어졌다. 하늘에서는 물 이슬이 내리고, 땅에서는 물 이슬이 솟아나 물이 생성되었다. 물은 갖가지 구름을 만들어 냈다. 하늘에서는 푸른 이슬이 피어올라 푸른 구름을 만들고, 땅에서는 검은 이슬이 피어올라 검은 구름을 만들
발길이 많이 닿은 오름에서 볼 수 있는 많은 것 중에 하나 ▲ 짐 선더스(Jim saunders) 제주시를 오고 갈 때 언제 어디에서나 사라봉을 볼 수 있다. 제주시 동쪽 해안에 솟아올라 있고 운동이나 산책코스로 매우 인기가 높다. 제주도민과 관광객들 모두 다 좋아한다. 내가 제주에 있는 동안 자주 가는 곳이기도 하다. 정상에도 올라가고 해안코스를 걸어서 인근 별도봉에도 간다. 지난달에는 사라봉을 탐사하고 싶었다. 그래서 배드민턴 코트 앞에 도착해 별도봉으로 방향이 아닌 운동기구 옆길 바다가 보이는 길로 갔다. 시가지 방향이다. 그 길을 걷다가 산지등대를 발견했다. 사실은 산지등대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다. 매우 하얗고 깨끗하고 잘 보존돼 있었다. 제주항을 훤히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난 영국의 중앙부 지역에서 자랐다. 정리된 농장과 밭이 많다. 그래서 낮선 등대 방문은 특별했다. ▲ 산지등대 등대 정원을 지나 본채로 갔다. 운 좋게 그날은 ‘바다의 날’ 주간이었다. 이 등대에서도 ‘바다의 날’ 기념행사를 하고 있었다. 한 등대직원이 우리를 안내했다. 등대는 밤에 배에게
▲ 조한필/ 충청타임스 부국장, 제이누리 객원논설위원 #1. 양녕대군(1394~1462)은 친동생 세종(1397~1450)보다 다섯 살 위다. 아버지 태종은 왕위 계승자로 충녕대군(세종)을 택했다. 양녕은 일찍이 세자로 책봉됐으나 자유분방한 생활로 궁중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폐위돼 전국을 누비며 풍류를 즐겼다. 시·서에 능한 그는 동생 세종보다 12년 더 살았다. 그가 죽자 조선왕조실록에 “성품이 어리석고 곧았으며, 살림을 돌보지 않고 활쏘기와 사냥을 즐겼다. 세종의 우애가 지극했고, 그 또한 다른 마음을 품지 않아 능히 처음부터 끝까지 보전함을 얻었다”고 적었다. #2. 월산대군(1454~1489)은 친동생 성종(1457~1494)보다 세 살 위다. 성종의 즉위는 할머니 정희왕후(세조비)가 세조 유명을 받들어 시행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인 한명회의 힘이 주효했다. 비정상적 왕위 계승에 낙담한 월산대군은 현실을 떠나 자연 속에 은둔하여 조용히 여생을 보내야만 했다.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하고 성품이 화려함을 좋아하지 아니하고 시주(詩酒)만 좋아했다…아무리 즐거움이 지극하더라도 법도에 따르고 조금도 실
▲ 이혜정 교수/ 제이누리 논설위원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국 최고의 대학,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가고 싶어하는 대학, 한국 고등교육을 대표하는 대학, 한국을 이끌어가는 각계 인재를 배출한 대학, 전문대학과 교육대학교를 제외한 일반대학교 186개교 중 아직은 가장 으뜸이라고 인정받는 대학, 동시에 비판과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학... 그 위상을 보여주는 것일까! 며칠 전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서울대’라는 명칭을 없애고 광역 거점별로 국립대를 육성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서울대 폐지는 2004년 당시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 위원회에서도 ’국립대 공동학위제‘의 제안과 함께 논의되다가 교육전문가 및 여론의 반대로 철회된 적이 있다. 당시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가 전국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대 폐지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대 학부 폐지에 반대가 56.4%, 찬성이 30.9%로 나타나 반대의견이 두 배 가까이로 나타났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예외없이 정당이 되었든, 후보 개인이 되었든 교육정책에 관한 공약이
‘부모 형제, 친구, 일거리 등등 너의 모든 것이 다 있는 서울을 놔두고 왜 제주도까지 오게 되었니?’ 내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떠나고 싶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딱히 대답할 무엇이 떠오르지 않아 ‘섬이 그곳에 있으니까’ 하면서 트럭 같은 내 승용차를 떠올립니다. 아무 데서나 짐칸에 드러누워 밤하늘을 바라보자며 샀던 심신치유용의 자동차. 그러나 사 놓고 한 번도 그 산 목적대로 써보지 못했는데, 제주섬을 대충이지만 한 바퀴 둘러보고는 여기에 내 차가 적격이다, 싶었고 제주섬 초원에서의 밤하늘을 대낮에 상상하며 섬으로의 이주를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감상은 대체로 막연해서 실속을 챙겨주지 못 하는가 봅니다. 꼭 한번 그 목적으로 차를 몰고 나왔던 날, 엄청 불어대는 바람이 나의 소망과 희망을 한 순간에 날려버렸습니다. 눈 앞으로 제주목장이 훤히 트이는 교래리 근처에 차를 정박시키고 ‘saddle the wind’를 크게 틀어놨습니다. 어두워지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어둠보다 먼저 찾아와준 것은 바람. 태풍과도 같은 돌풍이었습니다. 어찌나 센지 노랫가락까지 심하게 요동을 쳐서 들어줄 수 없는 바이브레이
▲ 짐 선더스(Jim saunders) 지난 3월 추자도에서 경험한 일이다. 추자항을 따라 걸었다. 이날따라 바람이 몹시 거칠었다. 낚싯배들은 높은 파도에 출렁거렸다. 깃발들도 정신없이 펄럭이고 있었다. 지난밤 강한 폭풍이 있었다. 하늘은 파란데 춥고 바람은 거칠기만 했다. 풍랑주의보가 내린 것이다. 순간 ‘오늘 제주도로 돌아가긴 틀렸구나’고 생각하니 무서워졌다. 내일은 월요일이어서 일을 해야 하는데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다. 돌아가는 문제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가는 길, 바다 속에 보트가 가라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보트는 다른 배 밑으로 가라 앉아 머리 부분만 보였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모텔로 돌아가는데 침몰한 보트가 있는 항구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보트를 꺼내기 위해 주민들이 몰려온 것이다. 나는 따로 할 일이 없어서 옆에서 구경하기로 하고 앞자리에 앉아서 지켜보았다. ▲ 추자도 추자도는 제주도로부터 45km 북쪽 해상에 위치하고 있다. 42개의 군도로 이뤄진 추자도에는 4개 섬에는 사람이 살지만 38개 섬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그 중 상추자와 하추자에 많
▲ 조한필/ 충청타임스 부국장 제이누리 객원논설위원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있겠느냐?” 지난주 방송된 TV드라마 ‘무신’에서 최우(정보석 분)가 김준(김주혁 분)이 노예출신이지만 최고 지위까지 오를 수 있음을 내비치면서 한 말이다. 그러나 실제는 당시 반란을 일으킨 노비 만적이 동료들을 선동하면서 한 말로 봉건적 신분질서를 부정하는 폭탄 선언이었다. 고려 무신정권(1170~1270) 100년은 하극상(下剋上)의 시대였다. 아래 사람이 윗사람을 수시로 뒤엎었다. 무신들이 난을 일으켜 왕을 죽이고, 25세 청년장수 경대승은 73세 상장군 정중부를 살해하고, 최충헌도 이의민을 죽이고 집권했다. 같은 시기 천민ㆍ노비들도 들고 일어났다. 망이ㆍ망소이의 난, 진주 노비들의 난, 최충헌의 노비 만적의 난 등. 하극상의 연속이었다. 당시 하극상은 엄격한 신분제 사회를 뒤흔드는 변혁의 역동성을 제공했다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최씨 집권자 등 무인들은 타락했다. 몽고 침략군의 말발굽 아래 백성을 내팽개치고 강화도로 도망쳐 바닷길로 온갖 물자를 공급받으면서 사치를 누렸다. 문신 귀족들 토지를 빼앗아 새로운 대토지
▲ 반기성/ 제이누리 기상전문위원 1896년 일본 동북부 지방의 산리쿠 해안에 높이 25~35m의 지진해일이 덮쳤다. 가옥 5만 채가 파괴되고 주민 2만6,000여 명이 몰살당했다. 먼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 돌아온 어부들은 흔적도 없이 휩쓸려 가버린 고향마을을 보며 망연자실해 했다. 살아남은 사람이라곤 고기를 잡으러 나갔던 어부들뿐이었다. 어부들은 자신들의 마을과 사람들을 휩쓸고 가버린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이 바다에서 고기를 잡을 때만 해도 파도 한 점 일지 않는 더 없이 좋은 날씨였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 기상현상은 ‘쓰나미’라고 불리는 지진해일로 밝혀졌다. 바다의 파도가 높아지는 해일 현상은 대개 태풍과 지진으로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강한 해일은 지진에 의한 해일이다. 일명 ‘쓰나미’라고 부른다. 쓰나미가 먼 바다 한 가운데서 일어날 때는 그 강도가 아무리 커도 파장이 160km 정도여서 바다 한가운데에서 해일의 파고는 고작 1m에 지나지 않는다. 산리쿠 해일 당시 파도도 없고 날씨도 좋았다는 어부들의 증언처럼 바다 한가운데 배 위에서는 지진해일이 일어난 지를 전혀
▲ 라일경/ 일본 추쿄대 종합정책학부 교수 3년 전인 2009년. 일본에서의 정권 교체는 시민이 주역이 되는 시대가 열리는 청신호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민이 주역이라는 일본 민주당의 창당 이념은 그때 이후 빛이 바랬다. 정권 교체 이후, 3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선거도 없이 수상(총리)은 두 번 이나 교체되었고, 세 번째로 등장한 수상과 일반 시민 간의 소통은 찾아볼 수가 없다. 돌연 공약으로 내걸지도 않았던 소비세 증세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현 수상의 주장이 국민은 커녕 민주당 의원들에게조차 공감을 얻지 못하는 건 당연지사다. 국민들은 그저 당혹스러울 뿐이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멘붕’(멘탈붕괴) 상태이다. 더욱이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터진지 1년이 지나도 책임을 지는 자는 찾아볼 수 없고, 여·야를 막론하고 시민사회에서 조차도 책임을 추구하는 자세도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 도쿄전력은 원자력 발전소를 재가동시키지 않는 한 전기세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협박성 주장을 당당히 펼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동조하는 정부의 주장이 뻔뻔스럽게 반복되고 있다. 국민들은 다시 당혹스럽다. 그야말로 ‘멘
▲ 오동명/ 제이누리 논설위원 ‘사소한 차이의 나르시시즘’ 나라나 민족은 물론이고 지역 간 또는 집안의 가족 간에 생겨나는 작은 갈등에 대해 프로이트가 한 말입니다. 이를 달리 말하면 배타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거부하거나 받아들이려하지 않는 마음닫기입니다. 이것은 자기를 더 가두게 됩니다. 이기(利己)는 이에 더욱 빠지게 함으로서 배타로 나타납니다. “여기까지 와서 뭐 그럴 필요가 있나?” 제주도에 건너온 지 1년쯤 되어가는 한 소설가는 처음과는 달리 좋은 게 좋다며 한데 아우러져 살자며 종종하던 이 말을 바꿉니다. “터놓고 살아보니 아주 형편없이 막 대해오더군!” 이웃 간 마음의 문을 닫게 됩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이 말 한 마디 하면 될 것을 이조차 할 줄 모르는 사람들과 여기까지 와서 섞여 살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어디나 유유상종, 끼리끼리 모이나 보네.” 이런 경우가 어찌 제주도만이겠습니까? 제주도로 이주해온 상당수 사람들이 주로 1~2년 사이에 겪는 일입니다. 이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면 제주도는 자기 자신을 고립시키는 외로운 섬이
▲ 김대용/ 제주한라대 교수 우리와 다른 문화권의 생활양식과 의식구조를 이해하는 건 사실 세계시민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소양이다. 이슬람 문화권은 지구상 최대의 거대한 종교 문화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으며, 서구 기독교 문화권과 대등한 세계사의 주역이다. 지구촌 인구의 4분의 1이나 되는 이슬람 세계의 이해 없는 국제화 세계화는 허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슬람 이야기] 1편에서 거론했던 바다. 이슬람 세계는 만민평등, 평화와 형제애를 지향하는 이슬람이란 종교를 신봉하는 종교 문화공동체다. 57개국이 이슬람국가이며 무슬림(Muslim: 아랍어로 이슬람 신자를 통칭한다)수는 무려 16억 인구나 된다. 이들은 특유의 응집력으로 의식주와 관혼상제의 의식을 공유한다. 흔히 지구촌 3대종교인 기독교·불교와 더불어 지구촌 최대의 종교공동체인 것이다. 우리네 생활 중에 유교의 가르침이 관습화 되어 관혼상제의 근본을 이루는 것보다 더 깊게 이슬람은 일상생활에 녹아있다. 그런 무슬림들이 생활 패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의 방법과 가치관을 규정하는 ‘이슬람’이란 종교의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는 관습화된 생활종교로서 그들이 일상
▲ 권혁성 관장 간만에 안부 전해드립니다. 여기 남 캘리포니아는 봄날 같지 않게 어제 오늘 가랑비가 간간이 흩날립니다. 이러다가 또 한여름같이 더워지곤 해서 감기환자들이 많아졌습니다. 원래는 6월 부터 한 달 가량 계속 되는 June Gloom(오전에 흐리고 오후에 개는 남가주의 특이한 기후 현상)이 벌써 시작된 것 같기도 합니다. 처음 여기 와서 신기했던 것이 한국과는 다르게 비가 오는 겨울에는 풀이 새파랗게 돋아나는데 햇볕이 따가운 여름에는 잔디가 다 누렇게 말라 죽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산불도 나무와 풀이 잔뜩 마른 늦여름에 자주 일어납니다. 생성과 소멸이라는 자연의 이치가 계절과 어긋난 듯해 보이지만 캘리포니아 해안지역의 반사막 (semi-desert) 기후에 절묘하게 적응한 생명의 신비가 느껴집니다. 돌봐 주는 사람 없이 수십만 년을 저렇게 잘 살아왔을 풀과 나무를 보면서 오히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더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비춰 보게 됩니다. ▲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국립공원 어느 학회에 참가 했던 저명한 인류학자에게 누가 질문을 했습니다. "어느 특정 문명의 존재 유무를 살펴 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첫 번째 단서가 무엇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