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한필/충청타임스 부국장, 제이누리 객원논설위원 지난 3일 대전·세종·충남지역 목사 여러 명이 대선에 나온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러 천안시청 브리핑룸을 찾았다. 그들은 목회자 133인을 대신해 발표한 선언문에서 “이번 선거는 권위주의 시대로 역주행할 것인가, 국민과 함께 미래로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매우 중차대한 선택”이라며 “우리 기독교인들은 000후보 당선을 위해 힘을 모을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그들은 또 “000후보는 대통령 기본 덕목인 청렴과 도덕성을 겸비했다”며 “충청도는 대선 때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린 곳으로 이번 충청의 선택은 000후보”라고 주장했다. “어떻게 활동할 거냐”는 기자 질문에 “이번 일요일 설교 때부터 신도들에게 000후보 지지를 당부할 것”이란 ‘위험천만한’ 발언도 했다. 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온갖 단체들이 특정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그런 행동의 목적은 뭘까? 자신의 정치적 선언이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끼치길 원할 것이다. 혹은
▲ 오동명 논설위원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 중 하나가 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배타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서 남이란 다양성을 의미합니다. 소위 대세나 거대집단은 이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집단에는 아부·아첨하며 그들의 노예를 자청하기도 하니까요. 바로 사대이며 이에 따르는 부역행위입니다. 상대인정이 아니라 종속 또는 굴종일 뿐입니다. 대중미디어의 사회엔 유행도 이에 해당될 것입니다. 다양성의 인정이란 남의 작은 것까지도 그의 특징으로 알고 수용하려는 자세에서 시작합니다. 남을 부정하는 것은 니체가 말한 ‘작은 우월감’에서 비롯된 졸렬함이기 쉽습니다. 제주도도 예외가 아닙니다. 우리가 즐겨먹는 요리 중에 제육볶음이 있습니다. ‘제’는 ‘저’에서 유래되었으며 돼지의 한자어입니다. 제육볶음은 돼지고기볶음이 되겠지만 그 안엔 각종 채소류가 섞입니다. 이래서 볶음인데, 기름 많은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채소를 더해 줄일 수 있고, 채소만으로는 부족한 영양소를 돼지고기로 보태 더 맛있고 더 영양 많은 음식으로 재창조된 음식이 제육볶음입니다. 보탬의 미감과 미학을 제육볶음에서 봅니다.
▲ 권혁성 논설위원 <선택의 길 중 하나> 미국에서는 가족과 함께하는 큰 두개의 명절이 있다. 바로 며칠 남지 않은 '추수 감사절(Thanksgiving)'과 크리스마스다. 송년과 신년맞이는 보통 친구들과 밖에서 즐기지만 이 두 특별한 날은 전통적으로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보낸다. 영어에서 ‘감사하다’는 'Thank'라는 말은 ‘생각하다’라는 'Think'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여러 가지로 이해할 수 있겠으나 '생각해보니 고맙다'는 말이다. 즉, 감사는 '선택'의 문제인 것 같다. 그래서 심지어 고마울 조건과 상황이 아닌 것처럼 보일 때도 우리의 의지로 감사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네 삶이 이런 선택과 해석의 연속이라면 부정적인 해석과 선택 보다는 긍정적인 해석의 관점에서 인생을 볼 일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과 조건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 것을 보는 눈을 바꿔야 할 것인데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신대륙에서 힘든 첫 해를 보내고 추수감사절을 지켰던 청교도들은 그저 살아 남은게 감사했던 것이다. 풍요로운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그다지 특별하게 좋은 것도 없었겠지만 그들에게는 그 빈곤마
제13회 제주여성영화제에서 해녀의 다른 면을 보여준 한 애니메이션 제주 해녀 다큐멘터리는 이미 많이 있어서 강희진과 한아렴 감독은 다른 방법으로 접근 했다. ‘할망바다’를 제목으로 한 78살 해녀의 인터뷰를 애니메이션으로 변화시켰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좋을 만한 소재가 많더라고요.” 강 감독이 말했다. “그 영상들은 해녀할머니의 한(恨)을 많이 강조해요. 우리는 해녀 할머니들을 자기 일을 가진 멋진 여성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파트너인 한 감독이 설명했다. 제13회 제주여성영화제는 9월 20일부터 9월 23일까지 설문대 여성문화센터에서 개최됐다. 여기에 ‘할망바다’는 30개의 다른 영화와 같이 참여했고 1,000여명의 관객이 영화를 봤다. 강 감독과 한 감독은 ‘할망바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해녀의 삶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가장 인정받고 싶었던 관객이 제주도민들이었는데, 운 좋게 개막작으로도 걸어줘 정말 좋은 경험이 됐다”고 강 감독은 좋아했다. 강 감독은 “한 해녀의 TV다큐멘터리에서 해녀의 모습은 굉장히
▲ 오동명/ 제이누리 논설위원 여행과 삶은 매우 다릅니다. 이상과 현실로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상호 유대하며 보완하지만 뒤엉켜 얽혀서 이도저도 아니면 오히려 서로를 해치게 됩니다. 이상에도 미치지 못하며 현실에도 적응하지 못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what?은 how?보다는 삶을 더 구체화시킵니다. 하지만 why? how? what? 어떠한 질문이나 의문도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자세겠지요. 삶의 자세가 우왕좌왕하게 되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고 맙니다. 이러면서 또 한 수 배워가는 게 삶이라지만 그래도 시간이나 열정의 낭비는 줄이는 게 좋겠지요. 여행과 삶을 구별치 못하고 제주도를 무작정 오려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방송을 타 꽤나 유명해진 부부가 제주도에 와서 살고 있더군요. 빵빵한 대학을 부부 모두 우등으로 졸업하고 교수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시골, 그것도 깡촌에서 완전 재래식-좋게 말하면 유기농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을 방송에서 그대로 보여줬나 봅니다. 명문대 교수가? 어떻게 저런 일을? 닷새째 계속된 그들의 다큐멘터리는 사대적 성향이 짙은 우리 시청자들을 자극하여 시청률도 매우 높았던가 봅니다. 그러나 방
▲ 조한필/ 충청타임스 부국장, 제이누리 객원논설위원 살인범이 한 달 이상 잡히지 않자 피해자 유족들이 현상금 5억원을 걸었다. 제주 올레길 피해자의 남동생은 누나를 죽인 살인범이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형에 처해지면 법원 앞에서 분신자살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울산 자매살인사건 범인에 대해선 부모와 친구들이 지난달부터 전국을 돌며 사형촉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남편ㆍ누나ㆍ자식을 무참히 살해한 자를 용서할 수 없다.” 살인범을 못 잡는 경찰, 살인범에게 응당한 죗값을 묻지 않는 사법부를 앉아서 볼 수만 없다. 억울하게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피 끓는 분노가 느껴진다. 똑같은 심정일 순 없겠지만 깊은 공감을 느낀다. 이젠 흉악범 응징에 가족이 직접 나서는 시대다. 지난 8월 어느 날 오후 10시, 50대 부부가 용인 한 전원마을 자신의 집 앞에서 괴한 2명의 기습을 받았다. 남편은 둔기에 여러 차례 맞아 13일 만에 숨졌다. 외딴 곳이라 목격자도 없었고 비가 와서 부인은 범인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가족들은 계획적 범행으로 단정 지었다. 남편은 부동산업을 하면서 최근 여러 명과 다툼을 겪었다. 협박 전화가 걸려
▲ 이권홍 논설위원/ 제주국제대 교수 아침저녁으로 차갑다 싶은 쌀쌀함만 없다면, 요 며칠 날씨는 최고다. 청량함이야 가을의 본뜻일 터이고, 매해마다 맞이하는 것이라 새로운 감회는 그리 크지 않다지만, 얄궂은 태풍이 온 세상을 훑고 간 뒤라 그런지 유독 쓰라리다 싶을 정도로 온몸 가득 가을이란 의미를 느끼고 있다. 원래 가을이란 풍성함의 상징임엔. 그래서 옛사람들도 강호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잇다. 소정小艇에 그믈 싯고 흘리 띄여 더져 두고, 이 몸이 소일消日하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맹사성孟思誠의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 라며 여유로움을 노래했을 터이다. 임금의 은혜라 애써 ‘역군은亦君恩’을 계속 외치고 있는 게 흠이라면 흠일까. 하지만 이는 조선 사대부들의 한계이니 그리 탓할 것은 없다. 어차피 지금도 ‘성군聖君’을 기대하며 온 세상을 붉은 색으로 칠하고 싶은 세력들이 있음으로. 어쨌든 가을은 여유로움이다. 그래서 사랑도 가을 같다 하지 않았을까?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도종환의 「가을사랑」) 이렇듯 사랑도 가을 닮아 넉넉함으로 다가온다. 모든 이들의
▲ 이상훈 논설위원/ 한국해외원조협의회 연구위원 이 세상에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편견이 있다면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면 다른 모든 분야도 함께 윤택해진다고 믿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GDP 60불도 안 되던 세계최빈국에서 세계 10위의 경제대국까지 반세기만에 이룬 것을 보면 그런 편견을 상식으로 만드는데 한 몫을 했으리라고 생각된다. 세계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가난한 대륙 아프리카에서 살다보면 이 편견과 상식이 도대체 자기 자리를 지켜주지 않는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에게 편견인 것이 이들에게는 상식이고, 이들에게 상식인 것이 우리에겐 편견이 된다. 실로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일어난다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의 준말)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논리적 근거가 없다. 아프리카의 정치 지도자들을 보면 과거 우리나라의 박정희 대통령과 닮아도 참 많이도 닮았다. 우간다의 무세비니 대통령은 한국의 정치사를 따로 공부했는지 모르지만 장갑차를 시내 한가운데 배치하고 3선(選)개헌을 하더니만 얼마 전 그것도 모자라 다시 한번 개헌을 해 대통령선거를 무제한 녹다운제로 바꾸었다. 으레 그렇듯이 오래 롱런하시는 분들의 한결 같은 사명감으
제주 WCC 파빌리언, 세계와 매력적인 우리지역을 공유하다 동굴천장에 나무뿌리가 매달려 있는 어두운 동굴 사진들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이어 바위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사진들이 나타났다. 사진들은 수천 년 동안 감춰졌던 곳을 한 탐험가가 발견하는 모험 영화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이 두 장면들은 제주특별자치도가 WCC에서 제주 자연보호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들이 정리한 내용들이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용천동굴 100m 안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 DNA 분석을 하고 있는 김상태 교수 등은 전문가와 탐험가로 일했다. 이 동굴은 2006년 전봇대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발견됐고, 자연 보물상자와도 같았다. 김 교수는 어떻게 이 식물들의 뿌리가 동굴을 통과했으며 동굴구조에 어떤 영향을 끼칠 건지를 질문했다. 이 뿌리들은 살아있는가? 아님 죽어있는가? 이 뿌리들이 동굴을 붕괴시킬 것인가? 김 교수가 만든 DNA 바코드 시스템이 이 모든 것을 분류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이 동굴 위에 있는 땅을 사용하지 않아 식물들이 이렇게 뿌리를 내리게 됐다. 2007년에 찍은 것과 2010년 찍은 두 사진을 비교해 보면, 2007년에 찍은 사진은 거의 아무
▲ 조한필 객원논설위원/ 충청타임스 부국장 'MB 임기에 맞춰 왜색(倭色)으로 숭례문 도배.’ 한 국회의원이 지난 5일 국정감사 때 돌린 보도자료의 제목이다. 복원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숭례문의 단청(채색) 작업에서 “한가지 빼고 9가지 모두 일본산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2008년 소실된 숭례문 복원은 국민적 관심사다. 복원과 관련된 모든 게 이슈화됐다. 그래서인지 주무기관인 문화재청은 지난 6월 현장설명회에서 단청은 천연안료를 사용하기로 했는데 “석간주(산화철을 함유한 붉은 흙), 호분(고운 조개 가루), 먹을 제외한 안료와 아교는 일본 수입품을 사용한다”고 미리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결국 호분과 먹까지 일본산을 사용하게 됐다. 이런 ‘왜색 단청’은 예견된 일이었다. 우리 문화재 단청은 최근 40여 년간 천연안료 대신 화학안료를 사용해 왔다. 중국제를 많이 사용하던 조선시대에 일부 안료가 국내에서 생산됐지만 근래엔 어떤 천연안료도 국내에선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수요가 없으니 만드는 사람이 없다. 왜 천연안료를 안 썼을까? 1970년
▲ 박재욱/ 신라대 교수, 한국지방정치학회 회장 마침내 대선 전장의 포문이 불을 뿜기 시작한다. 지난 추석 이전까지는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 간에 몸 풀기 정도에 불과했다면 이제 선거일까지 대선 후보들은 그야말로 “정치적 야수”가 되어 저마다 유리한 대선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혈투를 벌일 것이다. 그런 만큼 유권자인 일반 국민들은 이런 혈투를 지켜보면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반드시 승리하기를 바라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말 연속극처럼 흥미진진하게 지켜 볼 여유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우스개삼아 각 후보들을 금융상품에 비유하자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정기적금,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보통예금, 그리고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펀드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박 후보는 고 박대통령 사후 18년간의 칩거 아닌 칩거 생활을 보냈고, 1998년 국회의원 당선 이후 본격적으로 정치 생활을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은인자중”식의 정치적 내공을 쌓아 온 인물이다. 이러한 내공은 그냥 쌓아진 것이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건 직후 몰아친 정치적 역풍을 뚫고 천막당사를 배수진으로 한나라당을 구하기도 했다. 그 뿐인가. 지난
▲ 라일경 논설위원/ 일본 추쿄대 교수 영토 문제를 둘러싼 한·일 및 한·중 간의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그 답답한 분쟁을 지켜보다 문득 한권의 책이 떠올랐다. 일본에서 2003년에 출간된 『위로(치유)하는 내셔널리즘-풀뿌리 보수주의 운동의 실증연구』라는 책이다. 이유가 있다. 2001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 의해 대표되는 일본의 풀뿌리 내셔널리즘 운동이 일본 정치의 최근의 우경화 경향과 더불어 다시 부각되어 확산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의 공동저자 중의 한 명인 오구마 에이지(小熊英二)는 말한다.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지부활동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에 관해 불안감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신적 공허함과 소외감을 일본인으로서의 프라이드로 메꾸고 싶어 한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사회적 문제들에 정면으로 맞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상 속의 공동체인 ‘국가’로부터 위로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