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민/ 수필가 # 별도봉의 어귀에 들어서며 아직 어스름한 새벽의 별도봉 산책로. 얼굴을 복면마스크로 알카에다처럼 중무장한 여자와, 팔을 나치처럼 위아래로 흔드는 여자가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다. 잠시 후 주파수가 다른 두 개의 전파가 교차한다. ‘국정원의 내란음모 사건’ 이 ‘우리가락 좋을시고’를 타고 흐른다. 국정(國政)과 국악(國樂)의 크로스오버 앙상블에 배가 고파 우짖던 새들이 그만 자기 곡조를 놓치고 뚝 울음을 그친다. 자연의 소리가 전파의 소리에 제압당해 소멸한다. # 별도봉의 둘레길을 걸으며 별도봉의 해안 단애는 감히 태평양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경승이다. 발아래에 산지포를 에워싸서 10년 대역사 끝에 완공된 저탄소 녹색항만(Green Port) 제주외항이 있다. 명실상부하지 않은 미완성의 국제자유도시 ‘세계가 찾는 제주’를 향해 대형 크루즈선이 시커먼 탄소를 내뿜으며 입항하고 있다. 승객 2천명을 태운 유람선 한 척이 뱉어 내는 매연이, 자동차 3110만대분과 맞먹는다는 수치가 있다. 그런 저 배는 투자할 자본을 싣고 오는가, 점령할 자금을 싣고 오는가. 중국의 부동산 자금이
▲ 김영한/ 제주커피연구소장 나는 지난 20여년 동안 하루 두 세잔 정도의 커피를 마셔왔다. 아침에 출근하면 모닝커피, 점심식사하고 커피 한 잔, 오후에 손님들을 만나다 보면 다시 한잔 정도는 기본이다. 이렇게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늘다 보니 국내 커피시장이 무척 커졌다. AC닐슨의 조사에 의하면 국내의 커피시장 규모는 3조 7천억원, 4조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중 인스턴트 커피가 1조 4천억원, 커피전문점이 1조 4천억원, 커피 병,캔음료가 9천억원 수준이다. 이를 잔수로 계산하면 우리나라 국민이 1년에 80억잔 정도의 커피를 마신다. 이중 인스턴트 커피가 70억잔으로 87%에 이르고 커피전문점이 4억 6천만잔으로 6%정도, 병,캔커피가 5억3천만잔으로 7%정도다. 이들 커피의 생두는 100% 수입하고 있고, 원두도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같은 경우는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 관세청에서 2011년에 우리나라에 수입된 커피를 기준으로 한 사람이 1년에 몇 잔 정도의 커피를 마시는가를 계산해보니 성인 1인당 338잔이 나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에 한 잔 정도는 마신다는 계산이 나온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커피 수입액은 최근 5년 사이에 300
▲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애국심은 국난 극복의 원동력이 된다 얼마 전 관람객 700만을 돌파한 영화 '베를린'을 보며 애국심과 제주 지도자의 리더십을 동시에 떠올렸다. 가족보다 당에 맹목적 충성을 하던 주인공은 조국 북한으로부터 배신당한다. 이후 주인공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공화국의 '영웅'이 아니라 모함받은 아내의 목숨을 구하려고 고군분투하는 '남편'으로 변신하게 된다. 국가로부터 헌신짝처럼 버려진 한 인간의 상처에 애국심도 파괴돼, 조국에 복수를 다짐한다. 영화 '베를린'은 곤경에 처한 국민을 보호해주지는 못하고 배신하는 국가라면 국민에게는 전혀 무가치함을 일깨워준다. 국가다운 국가, 지도자다운 지도자만이 국민을 가질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국격을 가늠하는 척도는 자국민의 안위를 걱정하고 책임지는 국가와 지도자의 가치관과 의지다. 미국은 자국민에게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는다 (You are not forgotten)’라고 약속한다. 어떤 희생을 치르고라도 반드시 지켜낸다는 원칙을 한 번도 버린 적이 없다. 1995년 6월 보스니아에서 미군 전투기가 적진의 숲속에 격추됐다. 엿새 뒤, 기적적으로 생존한
▲ 조한필/ 충청타임스 부국장 1987년 6월항쟁에 밀려 전두환 정권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담긴 6ㆍ29선언을 내놨다. 그 과정에 전두환 대통령의 28세 장남, 전재국씨가 관여했다. 전 대통령과 노태우 민정당 대표와의 비밀회동에 참여하는 등 막바지 조율작업에 참여했다. 미국 대학 박사과정에 다니다 귀국한 때였다. 재국씨는 미국에 있을 때 4ㆍ13 호헌(護憲)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편지를 아버지에게 보내기도 했다.(‘청와대비서실’ 3권, 1994) 재국씨의 ‘정치 참여’는 1980년부터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 대통령 취임식(9월 1일) 한 달 후인 10월 1일, 조선일보에 ‘한없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란 제목의 그의 글이 실렸다. 당시 대학 2학년인 대통령 아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전국지 오피니언란에 대문짝막한 글을 냈는지 궁금하다. 내용은 이렇다. 80년 ‘서울의 봄’. 아버지를 향한 욕설, 화형식이 난무하는 대학가에서 힘든 나날을 보냈다. 아버지는 비장한 결심으로 12ㆍ12(79년 쿠데타)를 감행했다. 그것을 지켜 보면서 어머니와 우리 네 남매는
▲ 김영한/제주커피연구소장 “커피가 위장에 침투함과 도시에 총체적 동요가 발생한다. 생각이 전쟁터에 출격한 나폴레옹의 대군처럼 움직이면서 한바탕 전투가 시작된다.” 커피를 매우 좋아했던 프랑스의 소설가 발자크의 글이다. 커피가 몸에 들어가서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가를 멋지게 표현하였다. 그런데 이 글 중에 한가지 모순이 있다. 커피가 위장에 침투하여 소화가 되려면 한 시간이 필요한데 곧바로 반응이 온다는 것은 맞지 않다. 커피를 마셔 본 사람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은 커피를 목 넘김과 동시에 온몸에 가벼운 자극이 온다. 커피를 마시면 5-20초 내에 바로 두뇌가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카페인(caffeine) 작용 때문이다. 카페인은 커피에만 있는 독특한 물질로서 다른 물질과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카페인은 위에서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코에서 흡수 되여 뇌를 자극한다. 커피 액체 속에 녹아 있는 카페인은 사람의 입속으로 들어가면 체액과 체온에 의해 증기로 변화한다. 기화된 카페인은 코의 신경세포인 후각구(olfactory)를 통해 뇌의 번연계(Limbic system)으로 침투한다. 카페인은 뇌 혈관 보호막인 BBB
▲ 고운호/ 전 제주경제포럼 공동대표 인구구조는 우리의 미래를 보여준다 인구구조를 보면 그 시대의 사회 일면을 알 수 있고 미래가 보인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국가, 기업, 개인 등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선택을 요구한다.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저축과 투자는 물론 각종 사회보장 정책 등이 인구구조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일본은 고령화와 함께 장기 저성장 궤도에 진입하였으며, 최근 우리나라가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에 직면한 것도 젊은 세대의 감소가 부동산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 회복이 불투명한 미국의 미래 전망이 여전히 낙관적인 것도 생산성이 높은 젊은 세대가 꾸준히 이민 형태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의 윌리엄슨 교수는 1960∼1990년대 동아시아 고속 성장에는 전례없는 젊은 생산인구의 증가가 원동력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저출산 고령화의 급격한 진행으로 핵심생산인구 감소 글로벌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성장과 직결되는 우리나라의 핵심생산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젊은 노동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것
▲ 김성민/ 수필가 정치인들의 말귀가 어지러워서 국민노릇하기가 참 어렵다. 자신의 정책비전을 너무 모호하게 표현하거나 선거공약을 중의적으로 표현했다가 나중에 형편에 따라서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은 국민의 정치신뢰를 떨어뜨리는 매우 질 나쁜 수작이다. 얼마 전에는 국민들이 ‘박근혜의 창조경제와 안철수의 새 정치, 김정은의 속마음’을 ‘아무도 모르는 3가지’라고 비아냥거리더니, 요즘 도내 항간에는 ‘우근민의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무엇인지 당최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늘고 있다. 지난 2010년 6월, 우근민 후보는 농촌할머니의 손을 간절하게 잡은 자신의 배경사진 위에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해서 제주형 특별자치를 실현하겠습니다』라고 굵은 고딕체로 쓰여진 선거공보의 내용을 도민들에게 공약하고 민선5기 제주자치도지사로 어렵사리 당선됐다. 우근민 도지사는 취임사에서 제주사회가 미래비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고, 국제자유도시의 완성을 위해 “제주특별자치도형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하여,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주민 여러분이 직접 뽑은 민선 기초자치단체장이 등장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
커피를 말합니다. 누구나 매일 끝없이 만나는 이제 세계인의 차-. 제주에서 그 커피 얘기를 다룹니다. 아열대 기후 제주와 커피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제주에 터 잡고 사는 경영컨설턴트이자 제주커피연구소를 운영하는 김영한 소장으로부터 그 커피의 역사와 문명, 그리고 제주에서의 가능성을 진단합니다. 한 여름 <제이누리>가 새로이 시작하는 새로운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내가 처음으로 커피를 본 것은 1960년대에 미군의 비상식량인 c레이션에 들어있는 봉지커피다. 햄, 비스켓과 잼 등의 군인 비상식량 속에 노란색 커피 봉지가 들어있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맛 볼 수는 없었다. 그 후 1970년대에 맥스웰 가루 커피가 나오면서 처음으로 커피 맛을 보았다. 한 번 병을 열면 쉽게 굳어 져서 굳은 커피 덩어리를 깨서 얼음물에 타 먹은 기억이 난다. 이 후에도 계속해서 미국 브랜드의 커피를 마셔 왔기에 커피는 미국 제품인 것처럼 생각 되어졌다. 우리는 중국을 통해 들어온 녹차를 마시고 미국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기 때문에 미국영화에 자주 나오는 커피는 서양 음료처럼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나 커피의 역사를 보면 커피가 서양 음료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 반기성/ 기상전문위원,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1742년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을 놓고 영국과 프랑스가 유럽 본토에서 전쟁을 벌이자 인도에 있던 양국의 동인도회사 간에도 충돌이 발생했다. 당시 인도의 프랑스 총독으로 부임한 조제프 프랑수아 뒤플렉스(1697~1763)는 뛰어난 장군이었다. 그는 ‘세포이’로 알려진 인도 병사들을 정규군에 수용해 전투능력을 증대했다. 유럽에서 오스트리아 왕위계승전쟁(1740~1748년)이 벌어지자 프랑스는 인도에서 영국을 공격할 빌미를 찾았다. 뒤플렉스는 프랑스군과 세포이부대를 동원해 영국이 점령하고 있던 마드라스를 함락했다. 1차 전쟁 결과 프랑스가 인도에서 강력한 세력으로 떠올랐다. 열세에 놓여있던 영국에게 승리의 여신은 로버트 클라이브(1725~1774)를 통해 손짓했다. 전투에 있어 전술적 핵심은 “기습, 역량의 집중, 통솔, 단순성, 신속한 행동, 기선”이라고 몽고메리 장군은 말한다. 인도전의 영웅 클라이브는 이런 전술을 가장 적절하게 응용했던 장군 중 하나였다. 그는 또 전투에서 기상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지휘관이기도 했다. 클라이브 장군은 인도인 병사로 영국군대에 복무케
▲ 백승주/ C&C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 제주도의 정치·행정·문화현상의 독특함을 상징하는 표현이 있다. 정치지향의 “궨당관계(親戚關係)ㆍ부조관행(扶助慣行)”이다. 최근 그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관심은 제주의 미풍양속으로서의 궨당관계나 부조관습에 대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괸당관계ㆍ부조관행은 지역 공직선거에서 당락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위력을 발휘해 왔다. 민의를 왜곡하는 것은 물론 지방선거의 경우 당선자가 공공연하게 개발행정의 인·허가 과정에서 선거과정에서의 기여도를 따지는 복마전이나 다름 없었다. 객관성과 합리성이 결여된 특혜시비를 조장하여 공정한 법집행을 기대할 수 없게 하는 악습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의 타파에 대한 도민적인 관심 또한 증폭되고 있다. 이 궨당관계ㆍ부조관행에 전·현직 지사들 모두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그들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다시 정치의 전면에 나설 것이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맞춰 이 관심은 다시 증폭되고 있다. # 애당초 제주의 궨당관계나 부조관습은 아름다운 미풍양속이었
계획 없이 시작된 제주 주말 여행 제주올레 ‘함께 걷기’ 행사하기 전, 서울시내에 있던 칼 그라프는 하늘에서 비행기 한대를 봤다.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 확인을 하다 제주 올레 ‘함께 걷기’ 이벤트를 봤어요.” 그라프 말했다. 그 다음날 그라프는 제주 한 시골인 저지마을에 있었다. 성공적으로 18.8km인 올레 14-1코스를 마친 그라프는 몇 년 전에 제주도에서 영어교사로 일했다. 하지만 지금은 육지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라프는 제주 올레 완주증을 받은 외국인 중 한 명이다. 지난해 21코스가 열린 날에 완주 했다. “항상 코스 끝난 후에 만족스런 느낌이 있어요. 조금 피곤하지만 좋은 느낌이에요.” 그라프 말 했다. 제주올레 ‘함께 걷기’ 행사는 매달마다 한번 있다. 제주올레 사무국 직원들과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님도 참석 한다. 작은 걷기 축제 같다. 지난달 22일에 걷기 행사가 열린 14-1 코스는 곶자왈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제주올레를 걸으면 가끔 야생들판을 걷게 돼요. 휴대폰 시그널이 없을 때도 있어요. 한국에서 우리는 항상
▲ 고운호/ 전 제주경제포럼 공동대표 식게를 담합의 정치적 고리로 이용하는 제주 정치인들 바야흐로 제주에 정치의 계절이 왔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터넷 등 SNS에서는 출마 예상자들에 대한 촌평 경쟁이 뜨겁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 “성추행 지사” “식게집 지사” “뺑소니 지사” “양치기 지사”가 아닐까 싶다. 해마다 설․추석이 되면 귀성·귀경전쟁이 벌어진다. 극심한 교통정체 속에서도 명절을 챙기는 이유는 고향에 계시는 부모와 친척을 만나는 것 외에 제사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제사는 본래 고인을 추모하고 효를 실천하는 유교적인 문화에서 유래하였다. 옛사람들은 제사를 통해 생전처럼 부모의 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 제사를 소중히 여겼다. 이러한 제사의 풍습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 있다. 이전에 비해 더욱 가족 중심의 일로 단촐하게 치러지고 있다. 그런데 제주의 식게(제사) 풍습은 오히려 거꾸로 가는 듯하다. 식게를 담합의 정치적 고리로 이용해 자신들의 집단사회를 구축하려는 제주 정치인들의 퇴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