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민수/ 잉글리시 멘토스 대표 <제이누리> 연재만화를 보다가 신체발부(body parts)에 대해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의 제목은 “콧구멍”이었다. 주인공이 어느 개업식에 갔다가 고사 상에 절을 한 후 지폐를 돼지머리 코가 아니라 동료의 코에 찔러 준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10년 이상 영어를 공부했다는 사람들에게 콧구멍이 영어로 뭐냐고 물어보면 정확히 대답하는 사람이 드물다. 열에 아홉은 nose hole이라고 하는데, 정답은 nostrils(나스트릴스)이다. 사실 영어와 한국어의 신체발부는 일대일 대응이 안 되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먼저 머리는 head, hair, brain 등 세 가지로 대응한다. 난 머리(head)가 아프다. = I have a headache. 그녀의 머리(hair)는 금발이다. = She is a blondie. 그는 머리(brain)가 좋다. = He is smart. 밑으로 내려가서 목은 neck이나 throat로 대응한다. 그의 목(neck)은 짧다. = He has a short neck. 그는 자신의 목(throat: 숨통)을 잘랐다. = He cut his own
▲ 정경호/ 전 제주도의원 소몰이―. 여러 마리의 소를 몬다는 뜻이다. 그런데, 필자는 오래전 어느 재벌이 소떼를 몰고 북녘 땅을 찾았던 소몰이를 연상하지 않는다. 그 재벌의 소몰이에는 최소한 애틋한 인간의 정이 묻어있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연상하는 소몰이는 그 옛적 서부영화에 나오는 애리조나 카우보이의 소몰이이다. 그 카우보이의 소몰이에는 오직 형이하학적 목적만 있을 뿐이다. 그 소들을 다른 목장에 팔아넘기기 위해 몰고 간다거나, 쇠고기 공장으로 몰고 간다거나 하는 그런 목적의 소몰이인 것이다. 왜일까? 요즘 필자의 머릿속에 자꾸 그런 소몰이가 그려지니 말이다. 얼마 전, 언론에 다소 해괴하다 할 수 있는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었다. 내년 도지사선거의 예상후보군 중 어느 한분이 일만(一萬) 명의 지지자를 이끌고 새누리당에 동반입당 하려한다는 설(說)이 퍼져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독자들은 그분의 그 행위가 그 당에 있을 도지사후보경선에 대비한 포석일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했을 터이다. 그 설은 제법 구체성을 띄고 있었는데, 그 예상후보 측근들을 중심으로 입당원서 할당량이 떨어졌고, 그 입당원서를 몇 월 며칠까지 수합한 뒤 대규모 이벤트와 함께 입당
▲ 강민수/ 일글리시 멘토스 대표 나는 가끔 고등학생들에게 영자지를 맛보기로 강독한다. 기사를 고를 때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먼저 한국이나 제주와 관련이 있을 것, 기사의 배경이나 인물이 얼마간 알려져 있을 것, 지나치게 전문적인 영역이 아닐 것 등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우선이다. 공부라는 느낌이 없도록 해줘야 한다. 신문잡지 읽기가 또 하나의 과목이나 공부꺼리가 되고 말면 스트레스만 가중시킨다. “The Korea Herald”나 “The Korea Times” 기사는 처음 읽는 아이에게도 의외로 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어휘가 좀 달릴 뿐이다. 수위를 높여 “The New York Times”나 “The Washington Post”를 읽혀도 반응은 비슷하다. “TIME”에 이르면 어려워한다. 영어를 배우는 목적은 결국 이런 기사를 읽기 위함이다. 영어의 종착역에 먼저 가보게 하면 아이들은 자신감을 갖게 된다. 최고 지성인들이 읽는 신문이나 잡지라고 해도 어휘와 배경지식만 있으면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는 거리 감각이 생기는 것이다. 사실 신
▲ 김성민 수필가/ 논설위원 金형이 중학생 시절에 제일가는 참고서는 ‘완전정복’이었다. 표지에 백마를 탄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단숨에 넘을 것 같은 그림만 보아도 정복욕이 저절로 솟아났었다. 나중에 이 그림이 스스로 자신의 머리에 왕관을 쓰고 황제가 된 나폴레옹을 영웅(우상)으로 추앙하기 위해 다비드라는 화가가 야욕적으로 그린 정치선전물이란 걸 알았다. 병사들의 뒤에서 노새를 타고 알프스를 넘은 나폴레옹보다 다비드의 그림재주가 더 비루하게 생각되었다. 얼마 전에 다비드의 그림에 빗대어 볼만한 진경(眞景)이 도내 신문지상을 장식했다. 金형이 회장으로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협의회’를 비롯한 관변단체들의 도정이슈에 대한 찬양광고가 그것이다. 광고의 문구마저 천편일률적인 소위 ‘그들의 입장’은 과연 주관적인 애향심의 발로인가, 아니면 모종(某種)의 ‘완전정복’을 도모함인가. 그들의 몰개성(沒個性)이 만들어 내었을 만만치 않은 민심(?)에 최소한의 의문이 든다. 산전수전 다 겪은 李형의 좌우명은 ‘시류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요리하고 먹고 또 요리하고 먹고 그리고 낚시하기 이번 달엔 내 추석 이야기를 소개하겠다. 내 아버지가 영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왔다. 그래서 조금 더 특별한 추석이 됐다. 다른 한국 사람들처럼 우리도 9월18일부터 추석 연휴를 보냈다. 추석은 성산에 있는 처갓집에서 보냈다. 처갓집에서 차례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먼저 송편을 만들었다. 장모님이 송편 만드는 방법을 보여줬고, 나와 아버지는 장모님을 따라서 열심히 만들었다. 내 송편은 괜찮아 보였지만 장모님은 아버지가 나보다 더 잘 만든다고 했다. 사진을 보면 누구의 송편인지 맞출 수 있을까? 오랫동안 송편을 만들었다. 한 그릇이 끝난 후에 갑자기 다른 한 그릇이 나타났다. 나와 아버지는 같이 파업(?)을 했다. 장모님은 우리가 끝까지 해야 한다고 했지만 우리는 파업을 하고 커피를 마셨다. 시간이 조금 지나 우리는 다시 한 팀이 돼 ‘적 만들기’ 요리를 했다. 아버지는 꼬치에 소고기, 쪽파, 게맛살을 끼우고 장모님은 적에 계란물을 적셨다. 난 팬에서 적을 익혔다. 협업이 잘 돼 장모님의 잔소리는 사라졌다. 저녁이 되자 처남 가족이 부산에서 도착했다. 올해는 비행기대신 장흥에서 오는
▲ 강민수/ 잉글리시 멘토스 대표 외국인 다섯 명과 한국인 다섯 명에게 물었다. “다음 중 영어를 가장 잘 할 것 같은 기관은?” (Which of the followings do you think has the best command of English?) 제주특별자치도청,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제주관광공사 하여 네 곳을 제시한 결과, 일곱 명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를, 세 명이 제주관광공사를 골랐다. 아쉽지만 내 주변 사람들의 인지도가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1위를 차지한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공식 홈페이지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몇 달 전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장이 바뀌었다. 그는 “아시아 최고의 명품 국제자유도시를 만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취임사(inaugural address)를 낭독했고, 그 내용이 3개 언어로 번역되어 홈페이지에 실렸다. 영어 제목은 이랬다. We will make “Asia's Best Luxurious Free International City” 그런데, 직접인용부호까지 달아가며 강조를 거듭한 최고의 명품
▲ 강민수/잉글리쉬 멘토스 대표 지난 해 제주에서 개최된 어느 세미나에 참가하러 갔을 때였다. 공항에 내려 관광안내센터에서 팸플릿을 보던 동료가 물었다. 캐나다에서 온 베키였다. “What's so special about Jeju?” (제주도가 뭐가 특별한데?) “As you know, it has such a beautiful nature, and..." (뭐, 자연이 아름답고...) “I am asking about this name, Jeju Special Self-Governing Province." (내가 묻는 건 이 이름이야. 제주특별자치도.) 영문으로 된 수많은 홍보물에 제주도의 표기를 그렇게 표기하고 있었다. 베키가 다시 물어 왔다. "Is it independent from Korea?" (제주도가 한국에서 독립했니?) "Not really, it is a part of Korea." (아니, 한국의 일부야.) "As far as I know, self-governing means you are independent financiall
▲ 정경호/ 전 제주도의원 '이것은 세대 착취다.’ ―. 이 말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어떤 대학원생이 어느 인터넷신문에 쓴 기고문의 서두부분이다. 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박사과정 운운한 것을 보면 이 대학원생은 자기 현시욕이 대단함을 알 수 있다. 그건 그렇고. 이 말에서 ‘이것’은 이른바 ‘제주판 3김’에 해당되는 세 분이 정치현실에서 떠나지 않고 있음을 이르고 있다. 그러니까 그 세 분이 제주의 정치현실에 머물고 있음으로 해서 세대를 착취했다는 얘기인 것이다. 아무리 용어의 인플레현상이 심한 요즘의 세태라 하더라도 너무 격한 표현이다. ‘착취’는 계급사회에서 생산수단을 소유한 사람이 생산수단을 갖지 않은 직접생산자로부터 그 노동의 성과를 앗아가거나 무상으로 취득한다는 뜻으로서 다분히 계급적이며 투쟁적이고 이념적 용어다. 아무렇게나 함부로 쓸 수 있는 그런 용어가 아닌 것이다. 자칫 잘 못쓰면 대중의 정신적 말초신경만을 자극하는 용어가 되기도 한다. 그 대학원생은 자신이 현대문학을 전공한다고 그 기고문 말미에 스스로 밝혔다. 필자는 그 문학도가 현대문학 중에서도 Erotic
▲ 김영한 논설위원 얼마전 제주의 유통업체 매니저를 만났다. 그는 나와 이야기하는 20여분 동안에 커피를 두잔 마신다. “하루에 몇 잔을 마십니까?” 라고 묻자 “20잔이요” “그렇게 많이 마시나요?” “앞에 커피잔이 없으면 불안해서 빈잔이라도 놔두어야 합니다. 나는 카페인 중독이 되었나봐요” 과연 이분은 카페인 중독이 되었을까? 아니면 당분 중독이 되었을까?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의 대부분은 이분처럼 봉지 커피를 마신다. 과연 봉지 커피에는 커피가 몇 퍼센트나 들어 있을까? 커피는 15%, 프리머 30%, 백설탕 50%가 봉지커피의 황금 비율이다. 봉지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커피맛이 나는 설탕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커피도 로부스타의 쓴맛이 나는 저가 커피를 쓴다. 커피의 맛과 향을 제대로 내려면 아라비카(Arabica)종을 90도 이하의 물로 우려내야 한다. 물 온도가 90도 이하 일 때 커피성분의 20%정도가 녹아 내리는데 이보다 많으면 쓰고 텁텁한 맛이 난다. 인스턴트 커피를 만들 때에는 여러 개의 추출탑에서 고온고압으로 물을 통과시킨다 이렇게 하면 평소에 물에 녹지
▲ 조한필/ 충청타임스 부국장 한국사 교과서 문제가 뜨겁다. 한 출판사 교과서가 발단이 됐지만 역사 교과서 문제는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 어른들(교과서 집필자)의 ‘욕심’이 애꿎은 고교생 교과서에서 부딪치고 있다. 학자라면 논문을 통해 전문연구지나 학술대회에서 싸우는 게 맞지 상대도 없는 교과서에서 부딪치는 꼴이 볼썽사납다. 이들 학자 때문에 사회단체, 정치권까지 이념 분쟁이 번졌다. 교과서는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 학문적 소신이야 어떻든, 대다수 학계 공감을 얻지 못한 내용이라면 교과서 서술은 자제하는 게 학자적 본분이다. 독자가 아직 역사적 사건에 대한 종합적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청소년일 때 더욱 그렇다. 한국사학자가 한국사 전 시대를 아우르는 통사를 쓰는 건 거의 ‘말년’에나 가능한 일이다. 고 이기백·김철준 교수와 한영우·이태진 교수 등도 그랬다. 그들도 자신이 전공한 시대 밖의 한국사는 다른 전공 학자의 논문, 저술 등을 두루 읽고 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통설(通說)을 소개했다. 혹 관심이 가는 새 의견도 신설(新說)로 내비치는 선에서 멈췄다. 개설서의 목적은 어떤 한
지난 해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됨에 따라 5명 이상만 모이면 금융·보험 분야를 제외한 다양한 영역에서 자유롭게 자주적이고 독자적인 인적결사체로서의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하게 되었다. 새로운 법 체제 하에서 돈보다 사람이 우선인 ‘새로운 경제모델’, 즉 ‘사회적 경제’ 모델이 시민의 삶 속에서 자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이런 새로운 협동조합에서는 조합원 한 사람이 전체 지분의 30% 이상을 소유할 수 없고, 의결권도 출자금액에 관계없이 1인1표로 이뤄진다. 즉, 1주1표의 원칙에 따라 지분 크기가 권한을 좌우하는 상법상 기업과 다르다. 이익증진, 동질성 및 호혜와 배려, 협력원칙이 주된 운영 원칙이 적용되고, 사업잉여금도 10% 이상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협동조합은 단순한 단체가 아니라 경제적 목적과 사회적 목적을 동시에 가진 인적 결사체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유일하게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기업과는 다르다. 그렇더라도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일차적으로 경제적 편익을 제공하는 경제적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협동조합이 정상적으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회사기업과 마찬가지로 경쟁력을 가
등산이 필요한 주말 콘서트 하루 종일 한국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했다. 이제 우리의 마지막 여행 장소에 도착했다. 그렇지만 그곳에 갈려면 정상까지 등산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오늘밤 고근산에서 특별한 콘서트가 열리기 때문이다. 가기 전에 친구들에게 이 콘서트에 대해 물어봤다. 클래식음악 콘서트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은 아마도 클래식 콘서트일거라고 했다. 솔직히 클래식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도 15분 동안 땀 흘리며 어두운 오름을 등산했다. 정상에 도착하니 콘서트가 시작됐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너무 달랐다.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에서 주최하는 ‘별빛 오름콘서트’였다. 밤에 제주도민과 여행객들에게 야간에 즐길거리를 주기 위해 하는 행사였다. 지난달 3일부터 시작했고 매주 토요일 저녁 7시30반쯤부터 시작해 약 2시간정도 진행된다. 15회 콘서트를 할 예정이다. 고근산 정상에 전망대가 무대로 변했다. 배경에 서귀포 도시 야경이 보이고 바다에는 낚시 배 불빛도 보였다. 친구들과 같이 풀 위에 앉아서 기다렸다. 사회자가 나왔다. 그 사회자의 목소리는 행사 분위기와 함께 잘 어울렸다. 언제 클래식 음악이 시작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