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믿음이 실리지 않는 정책은 성공하지 못한다. 유럽 위기가 그 많은 대책들에도 불구하고 잘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신뢰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책에 대한 신뢰는 정책을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 역량과 정책 추진목표의 성취 가능성에 믿음이 더해질 때 생기는 것이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저성장은 경제 위기와 소득 불균형의 심화와 맞물려 사회경제적 고통을 더욱 깊게 하고, 소득계층 간 갈등의 심화와 중산층의 약화를 초래한다. 이는 민주주의 체제 유지에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 저성장 시대에 우리의 상황에 적합한 성장 전략은 무엇일까? 저성장 극복,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자본 확충 필요 1960년대 초기 성장이론은 토지ㆍ자본ㆍ노동의 전통적 생산 3요소의 축적을, 1990년대에 등장한 신성장이론은 생산 3요소 외에 지식의 축적을 지속적인 성장의 관건으로 제시했다. 물적 자본에 대한 수확은 체감하나 새로운 기술과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에서 창출되는 지식의 수확은 체증하며 이것이 새로운 성장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최근 자본과 지식의 축적을 통한 장기적인 지속 성장을 '사회기반구조(social infra
▲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최근 곳곳에서 들려오는 우 지사의 기행(奇行)과 일탈(逸脫)의 나팔소리가 선거의 계절임을 절감케 한다. 성희롱과 불출마 번복,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과의 내면거래설 의혹과 박 대통령의 입당권유 발언 파장에 이어 읍·면 순시에서도 여전히 의혹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순수성과 정상성을 상실한, 느닷없는 '저인망식' 읍·면·동 연두 방문은 선거 공정성 훼손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8월 선거운동 시비를 불식하기 위해 시․군 순방 계획을 전격 취소했던 홍준표 경남 지사의 처신과 크게 대비된다. 행정시장 몫까지 챙기다 보니 ‘친절한 도지사’라는 비아냥 거림도 나온다. 돌부처상에 대한 특혜 의혹은 제주 사회를 희화화까지 한다. 부질없는 인간의 권력욕심 때문에 죄 없는 돌부처가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도민들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는 불출마 공약을 내팽개치고 고위 공직자들을 앞세워 불법선거 운동을 부추긴다면 이는 도민의 기억을 우습게 보고 사기행각을 하는 거나 다름없다. 온갖 기행과 일탈이 서슴없이 터져나오는 공약과 버무러지면서 제주사회가 흔들리고
▲ 김대희 논설위원 1812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은 50,164표, 민주당은 이보다 1602표 많은 51,766표를 얻었다. 그러나 공화당에서는 29명의 당선자를 낸데 비해, 민주당은 11명의 당선자 밖에 내지 못했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 게리(Elbridge Gerry)가 공화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획정했기 때문이다. 이때 선거구는 자연적인 형태나 문화·관습 등을 무시하고 이상한 모양을 하게 됐다. 이것이 도마뱀(salamander)과 닮았다. 이에 비유하여 이 지역 신문기자가 게리의 이름과 도마뱀을 합성, 게리멘더(Gerrymander)라고 불렀다. 샐러멘더는 도마뱀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원래는 전설에 나오는 ‘불속에서 사는 불도마뱀’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괴물'이라는 말이다. 이때부터 선거구를 특정 정당이나 개인에게 인위적으로 확정하는 것을 ‘게리멘더링’이라고 하게 됐다. 게리멘더라는 말을 처음 만든 기자가 이 ‘괴물도마뱀’이라는 의미까지 착안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문화와 생활·관습을 외면해 선거구를 획정한다면, 그 선거구는 괴
▲ 14일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외도동 방문에 수행한 김상오 제주시장이 메모를 하고 있다. 며칠 전 제주도에서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를 보다가 어색한 모습의 사진 하나를 발견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이호·도두동을 방문한 사진이었다. 우 지사는 가운데 앉아서 주민들에게 얘기를 하고 있다. 그 옆에는 김상오 제주시장이 고개를 숙이고 우 지사가 하는 얘기를 받아 적고 있다. 또 있다. 도지사가 환하게 웃으며 주민들과 악수하는 뒤에 시장이 서 있는 모습. 그러고 보면 이런 장면은 이제 낯설지 않다. 우 지사가 행정시 방문대신 읍·면·동 방문을 하기 시작하면서 많이 봐온 터이다. 지난달 14일 추자면 방문이 시작이었다. 그러나 이 방문은 도지사의 연두방문이라기 보다는 선거에 출마한 후보에 가까웠다는 것이 취재기자들의 후일담이다. 우 지사는 이날 오전 11시 추자면 대서리에 발을 디딘 후 오후 4시 돌아오는 배에 오를 깨까지 5시간 30분 동안 경로당, 다문화가정 한글교실, 조기가공공장 등 11곳을 방문했다. 여기서 나온 얘기는 그렇고 그런 사안들이었다. ‘경로당 확장’, ‘도로포장’,
4일 도지사·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6.4지방선거가 막이 올랐다. 이번 선거에서 도지사후보로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는 10명에 이른다. 이중 일부는 각 정당의 공천경쟁에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 후보는 3~4명 선으로 압축될 전망이다. 1995년 6.27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제주도지사 선거는 6번 치러졌다. 지난 2004년의 재선거까지 포함해서 그렇다. 도지사 선거는 늘 치열하다. 선거일 전날까지도 누가 당선될 지 예측 가능한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다. 한편의 드라마다. 지금까지 치러진 제주도지사 선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절대강자가 언제나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는 것이다. 강자의 굴욕. 그렇다. 제주도지사 선거는 강자 굴욕의 역사다. 강자굴욕은 곧 오만과 자만의 굴욕과 상통한다. 95년 6월 27일 치러진 1회 지방선거에는 제주도지사 후보로 4명이 출마했다. 민주자유당 우근민, 민주당 강보성, 무소속 신구범·신두완후보가 그들이다. 이 선거에서의 절대강자는 집권당인 민주자유당 우근민 후보였다. 선거 직전까지 관선지사를 역임했던 신구범 후보는 정권으로부터 불출마 압력을 받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선운정사 ‘돌부처’가 다시 인사드립니다. 아, 내 이름이 ‘석조불상’으로 바뀌었지요. 그래도 나는 ‘돌부처’라는 이름이 좋은데…. 제주도감사위원회에서 나에 대한 사건(문화재자료지정 및 선운정사 5억지원)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필이면 이 시기에 문화재 담당직원이 휴직을 했기 때문이라지요. 어 참….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요? 설마 우근민 지사님이 시키지는 않았겠지요. 항간에 나도는 ‘보이지 않는 힘’이 우 지사님은 아닐 거라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왜 사람들은 이 사건에 우 지사님을 엮으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 지사님께서는 억울한 일이 많겠습니다. 지난해 연말에 터진 한동주 서귀포시장 사건만 해도 그렇습니다. 우 지사님이야 무슨 죄가 있습니까? 한 전 시장은 서울지역 서귀고 동문회서 “우 지사가 ‘내가 당선되면 네가 서귀포시장을 더 해라. 그러면 네가 서귀포고등학교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게 아니냐’고 했다. 솔직히 (우 지사와)
▲ 김성민/ 수필가, 논설위원 서울 사는 동생네 두 가족 여덟 명이 설 쇠러 왔다가 한사리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아내의 뒷정리를 수발하려고 나훈아 히트곡 음반을 틀고 볼륨을 어지간하게 올렸다. 어느 신문에선가 우리나라의 중년 남성들에게 제일 좋아하는 단어를 물어봤더니 첫째가 어머니이고 그다음이 고향이라고 대답했다는 걸 읽은 적이 있다. 그 ‘어머니와 고향’이 하필 나훈아의 꺾고 넘는 노랫가락을 타기만 하면 구곡간장을 헤집어 놓고야 만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설날에 TV를 통해 보고 듣는 나훈아의 ‘애타도록 그리운 어머니와 꿈에도 못 잊을 고향’은 마치 민족의 명절 제례악 같은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백마의 갈기 같은 은발머리에 가슴을 풀어 헤친 와이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아리수’를 부르는 걸 본 이래 TV에서 나훈아를 본 적이 없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시골 어느 요양원에서 요양 중이란다. 대한민국의 대표 수컷이 요양 중이라니... 쯧쯧 세월이 무상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여성학자인 박혜란 여사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시나브로 늙어 간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우
▲ 김대희/ 논설위원 부처님, 일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애월읍 봉성리 선운정사에 거주하는 ‘돌부처’가 다시 인사드립니다. 제가 보름 전에 도민 여러분께 지면을 통해 인사를 한 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일단 나는 이름을 바꿨습니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27일 성명을 발표하면서 나를 ‘석조불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뭐 ‘돌로 만든 부처상’이라는 한자말이 아니겠습니까? 불교 관계자의 요청을 존중했다나 어쨌다나, 하여튼 바꾸고 보니 이름이 좀 고상해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공방이 고상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구린내가 더 진동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간단한 것 같습니다. 나는 다른 지방에서 떠돌던 신세다. 한 때는 도난품이었다. 선운정사에 온 후 제주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됐다. 그러나 문화재로서의 가치에 의문이 있다. 일부 전문가들도 반대했다. 문화재자료 지정은 자금지원 근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후 보수비로 2천만원, 보호누각 건립비로 5억원이 지원됐다. 대충 이런 내용인 것 같습니다. 지
▲ 강민수/ 잉글리시 멘토스 대표 엘벡도르지 대통령님께 Dear President Elbegdorj, 한국 최남단에서 인사 올립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제 고향 제주도는 몽골제국 시대 백여 년 동안 귀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는데, 말 육성에 있어서 특히 그러합니다. 제주도는 아직도 한국에서는 말의 고장이라 불립니다. 큰 변화와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청마(靑馬)의 해에 인사를 올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I would like to extend my warm greetings from the southern tip of Korea. As you may know, my home island of Jeju had been very much influenced by your country for about a century during the Mongol Empire, especially in terms of horse raising. Still, Jeju island is called the home of horses in Korea. I am so honored to say hello in the year of 'blue' horse which is believe
▲ 김대희 논설위원 얼마전 한 TV프로그램에서 ‘도시괴담’을 주제로 한 토크쇼가 방영된 적이 있다. 이날 출연자 중 한 사람이 도시괴담이 공포스럽게 나오는 이유에 대해 “엘리베이터, 주차장 등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또 한 출연자는 “도시괴담을 믿게 되는 나름의 법칙이 있다”고 했다. 출연자가 얘기한 법칙중 하나는 ‘괴담은 친구의 친구, 즉 주변이 겪은 이야기‘라며 신빙성을 높인 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교훈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 우리사회에는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괴담이 떠돌곤 한다. 5.18때의 괴담은 떠올리기조차 싫다. 당시 군부정권은 유언비어라고 했다. 그러나 괴담은 바람처럼 떠돌았다. 정부에서 유언비어라고 했던 5.18괴담의 일부는 먼 훗날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물론 일부 과장된 얘기들도 있었다. 괴담은 사회의 혼란을 파고 든다. 불안이 괴담을 불러오고 확산시키는 것이다. 콩팥 적출괴담, 학교괴담, 광우병 괴담, 병원민영화 괴담, FTA괴담, 연신내 괴담 등 종류도 가지가지다. 사회의 큰
▲ 김성민/ 수필가.논설위원 지난 연말 성탄전야. 온 누리에 평화(平和)가 넘쳐난다는 거리마다 하느님의 은총을 노략질한 것 같은 취객들과, 사탄의 저주를 억울하게 받았을 것 같은 폐지할머니들이 세밑 대목을 지나가고 있었다. ‘평화(平和)는 쌀(禾)이 입(口)으로 골고루(平) 들어간다는 말이라던데, 이마저 창조주 하느님의 전지전능이라면 대체 당신의 평화는 어떤 것인지? 하느님은 천지창조를 대충 하신 건지? 아니면 이것이 완벽하게 창조된 세상인지?’ 성탄절에 똬리를 튼 의념(疑念)에 쏠려 얼추 연말을 보냈다. 따지고 보면 하나 마나 한 생각이 바람에 구름 가듯 서서히 멀어질 때쯤, 우근민 도지사의 신년사가 미처 도망치지 못한 구름조각을 다시 붙들어 맸다. ‘위목, 아랫목이 고루 따뜻한 제주’ 먼저 참 좋은 말씀을 하셨다. 그 중에도 ‘고루 따뜻한’이라는 수식이 가슴시리다. ‘윗목’과 ‘아랫목’은 노골적으로 해석하면 상류층과 하류층을 은유한 것으로 짐작이 간다. 행여 그 명징한 어휘의 바탕에 우리 편과 그들 편이라는 묵은 더께가 끼어있지 않기를 바란다. 상
▲ 선운정사 돌부처상 나는 ‘돌부처’입니다. 키는 95.5cm,이름은 ‘무명씨’. 거주지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선운정사입니다. 선운정사가 어떤 곳이냐고요? 글쎄요. 어떤 사람은 ‘철학관형 개인사찰’이라고도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습니다. 나이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내가 조선시대에 태어났다고 하기도 하고, 고려시대 사람 같기도 하다고 하지만 나도 내 나이를 잘 알지 못합니다. 고향도 어디인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제주 출신이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떠돌이에게 고향이 따로 있겠습니까. 내가 있는 곳이 곧 고향 아니겠습니까? 오래된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1980년대에는 충남 계룡시 신도안면 부남리에 있는 한 무속인의 집 마당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1988년 계룡대 개발사업으로 토지수용이 이뤄지면서 한때 방치되기도 했었습니다. 그후 어떤 연유에서인지 대구시 소재 골동품상인 동화당-보고당(포항시 소재)-충효사(경북영천) 등을 전전하다 2008년 지금의 선운정사에 정착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는 동안 거래가격이 2천만원이었던 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