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실물경기와 금융시장 양쪽에서 위기 경고음이 울려대고 있다. 그러나 정부 대응은 긴박감이 보이지 않고 단기 대증요법에 머물고 있다. 고용 참사와 투자 부진이 핵심 과제인데 노동개혁과 규제혁신에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실물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6%에 그쳤다. 두 분기 연속 0%대 성장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 따져도 2.0%로 9년 만에 최저치다. 냉각된 실물경제의 실상은 수치로 드러났다. 설비투자가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건설투자도 마이너스 증가율로 20년 만에 최저치다.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는 소리도 들린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6% 급감했다. 실물경제의 거울인 증권시장도 흔들린다. 주가가 연일 큰폭으로 하락하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 나간다. 코스피는 10월 넷째주에 나흘 연속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 행진이 한달째 이어졌다. 10월 들어 채권시장과 코스피 시장에서 5조원 가까운 자금이 이탈했다. 코스피 2000선 붕괴가 현실화하리란 비관론이 고개를 든다. 증시 침체는 미중 무역전쟁, 미국의 금리인상, 국제유가 상승
▲ 낡은 규제를 혁파해 청년들이 신산업을 일굴 수 있어야 경제가 성장한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기존 업계의 눈치만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품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고 빌려주는 공유경제는 이미 세계적 흐름이다. 특히 활발한 분야가 모빌리티(이동)다. 자동차를 나눠 타는 것은 기본이고, 지하철ㆍ버스 등 대중교통수단과 연결하는 자전거ㆍ스쿠터까지 사람의 이동경로를 따르는 다양한 서비스 시대가 열렸다. 우버(미국), 디디추싱(중국) 같은 승차공유 업체 등 공유경제를 선도하는 스타트업(신생기업)들의 기업가치가 치솟았다. 내년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우버의 기업가치 1200억 달러는 제너럴모터스ㆍ포드ㆍ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업계 빅3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변화 추세를 읽은 정보기술(IT) 기업과 통신사, 자동차제조사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합종연횡하고 있다. 전 세계 기업들이 앞다퉈 뛰고,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는 공유경제 시장에서 유독 뒤처진 곳이 한국이다. 그 상징적인 현장이 18일 서울 광화문광장 택시종사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였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카풀 앱을 출시하자 &ldqu
▲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기업이 뛰어야 한다. 규제개형과 혁신성장을 구호로만 외쳐선 안 되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아슬아슬했다. 집권여당 대표가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 같다”고 언급할 정도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가 2705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4만5000명 증가했다. ‘마이너스’ 우려를 낳았던 취업자 증가폭이 일단 ‘플러스’로 나타났다. 그러나 속내는 문제투성이다.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을 오르내리는 고용쇼크가 8개월째 이어졌다. 7월 5000명, 8월 3000명으로 곤두박질한 것보다야 나아졌다지만, 정부가 당초 32만명으로 잡았다가 18만명으로 낮춘 올해 취업자 증가 목표는 이미 물 건너갔다. 산업별로 들여다보면 3대 최저임금 민감 업종의 감소세가 확연하다. 음식ㆍ숙박업과 도소매 유통업, 사업시설관리(아파트 경비원 등) 및 임대서비스업에서 30만명 넘게 감소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강행하며 여러 보완책을 강구했지만 고용 악화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9월 취업자 증가폭을 플러스로 유
▲ 금리는 경제변수이지만 정치적 함의도 적지 않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독립적으로 금리 수준을 결정하고 있는지 짚어봐야 할 때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은 일반인들에게 어려운 분야다. 월급이 통장으로 들어가고, 매일 신용카드를 쓰고, 해마다 자동차보험을 갱신하는 등 여러 형태의 금융을 벗삼아 살아가지만 전문용어 투성이 약관은 머리를 아프게 한다. 이런 금융회사에서 다루는 돈의 값과 양을 결정하는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4일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 “금융 불균형이 누증되고 있다. 이를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등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금융 불균형’이란 저금리 상태에서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에로 자금쏠림 등 부작용을 언급할 때 쓰는 말이다. 실제로 15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정부가 여러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집값은 계속 올랐다. 이 총재는 최근 공식석상에서 금리인상 고려 요소로 금융 불균형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가 누증된 금융 불균형을 점진적으로 해소하겠다고 밝힌 것은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인상
▲ '핵 없는 평화 속 남북경협'이냐 '남북경협 확대 속 평화 정착'이냐의 순서를 따지기보다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사진=뉴시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3차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참여한 경제인들이 평양 옥류관에서 대동강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백두산 정상에 올라선 천지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엄지를 치켜세운 모습으로. 내로라하는 기업인들이 기념사진만 찍었을 리 없다. 평양 거리 등 북한의 현실을 보며 나름 생각하고 사업 구상도 가다듬었으리라. 북한의 경제 실세인 리용남 내각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밝힌 소회에서 그들의 심사가 읽힌다. “지리적으로 가까운데 심리적 거리가 상당했다” “마음에 벽이 있었는데 와서 직접 보고, 경험하고, 뵈니 (사라졌다)” “11년 만에 오니 많은 발전이 있는 것 같다” 등. 리 부총리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지점이 같아 구면인 것 같다”고 화답했다. 북한 내각부총리와 남한 경제인의 회동은 의미가 적지 않다. 북핵 문제의 실타래가 풀리면 경협을 주도할 기업인들과 북
▲ 고용, 집값 등이 민생고를 심화시키고 있다. 청와대부터 위기의식을 갖고 변해야 할 때다. [사진=연합뉴스] 답답하고 참담하다. 일상생활인 의식주(衣食住) 가운데 두 핵심 과제, 식과 주가 위협받고 있다. 8월 고용지표는 외환위기 이래 최악이다. 9월 취업자 증가는 마이너스일 거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일자리를 못 구해서, 일터에서 쫓겨나는 판에 생활물가는 오르니 소득이 줄고 먹는 일이 걱정인데, 청와대는 “경제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라며 기다리란다. 집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 1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16.4% 치솟았다. 평균가격이 7억원을 넘어섰다. 2분기 도시근로자 가구 연평균 소득(6000만원)의 10배도 넘는다. 서울 집값이 뛰며 여파가 수도권으로 확산됐다. 부지런히 일하고 저축하면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앗아갔다. 종합부동산세 더 올리고 대출 틀어막겠다는 9ㆍ13 대책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벌써 8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재임 16개월 동안 두달에 한번꼴로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그런데 여기 눌렀다가 아니면 저기 누르는 두더지 잡기식 수요억제책 위주라서 효과는커녕 매물 품귀
▲ 서울 서초동 아파트값이 평당 1억원을 넘나든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희망을 갖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까. 합리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할 때다. [사진=연합뉴스] 곧 추석인데 치솟는 물가가 무섭다. 채소와 과일값 오른 거야 날씨 때문이지만, 서울 아파트값 급등세는 상당 부분 인재(人災)다. 적절한 선제적인 정책으로 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정부와 집권 여당이 갈팡질팡하거나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댄 결과다. ‘관재(官災)’와 ‘정재(政災)’의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어이없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신규 주택공급을 검토 중인 경기도 과천 등 후보지 8곳을 공개했다. 주택공급 후보지는 사전 유출시 해당 지역에 대한 투기와 땅값 폭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극도의 보안을 지켜야 할 ‘국가적 기밀’임에도 신 의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국토교통부가 유출 경위를 조사하고, 신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배제됐다지만 이미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탁상공론에 오락가락한
▲ 1기 내각은 정책 집행의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2기 내각은 다른 길을 가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월 30일 5명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후보자 검증이 끝나지 않은 부처(환경부 거론) 장관 한자리도 곧 바꾸겠다고 예고했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취임 이후 최저치로 하락한 상황에서 민심을 다독이고 국정 추동력을 다시 확보하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개각의 키워드가 ‘심기일전’과 ‘체감’임을 강조했다. 정부 출범 2기를 맞아 새로운 마음으로 새출발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자는 의미라고 했다. 개각 대상을 보면 정책추진 과정에서 혼선과 논란을 빚은 부처의 장관들로 바꿀 사람을 바꾼 개각이다. 오히려 6ㆍ13 지방선거 직후 했어야 할 일이 늦은 감이 있다. 이제 관건은 2기 내각의 능력 발휘와 실적이다. 심기일전이야 청와대와 내각이 의당 해야 할 일이고, 체감은 국민 몫이다. 책상에 앉아 서류를 그럴싸하게 꾸민다고, 구호를 크게 외친다고, 진보-보수 등 진영 논리에 기댄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현실에 기반한 실질
▲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전략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은 채 무조건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 이는 국민을 희망고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진=뉴시스] 애써 그런 모습을 언론에 공개할 때부터 걱정스러웠다. 문재인 정부 경제라인의 투톱-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엇박자를 내지 않고 잘 해낼지에 대한 의구심이 컸던 지난해 6월 21일, 장하성 실장이 서울 세종로 부총리 집무실을 찾았다. "경제정책은 부총리가 중심을 잡고 이끈다. 과거에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주요 경제정책을 결정했지만, 새 정부에선 부총리가 경제의 중심이라는 것을 국민께 알려드리기 위해 부총리 집무실로 왔다(장하성 실장).” “거시지표가 호전되는 기미가 보이지만 체감경기나 고용시장은 어려운 이중적인 상황이다. 경제팀은 서로 이야기하면서 국민을 위해서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현안점검회의를 통해 일관되게 해나가야 한다. 경제팀이 한목소리 내고, 토의와 논쟁을 벌이며 방향을 정할 것이다(김동연 부총리).” 상징적인 모습과 발언이라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거기까지였다. ‘경제운영에 한치의 빈틈
▲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세무조사 면제 대책은 전형적인 미봉책이다. 이들을 상습적 탈루집단으로 오인케 할 뿐만 아니라 법의 공정성을 저해한다는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대책으로 세무조사 면제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국세청은 16일 전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87.0%인 569만명에 대해 내년 말까지 세무조사를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사업자가 제출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신고내용 등에 대한 확인(사후 검증)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세청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세무검증 걱정 없이 사업에만 전념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자연재해나 조선 경기 침체로 인해 특정 지역의 세금납부나 세무조사 등을 유예한 적은 있지만 이번 같은 전국적인 세무조사 면제 조치는 처음이다. 세무조사 면제는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 중인 자영업자 지원종합대책의 하나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주축인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 결정과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불복을 선언한 데 이어 29일 항의집회를 열기로 하자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마련한 정치적 결정이다. 자영업자 지원 대책으
▲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총수들을 만나 투자 등을 요청하는 것을 두고 '투자 구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대기업의 투자계획 발표는 국내 투자를 살려주는 마중물 역할을 할수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그룹이 2020년까지 3년 동안 1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달라고 당부한 지 한달,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서 이 부회장을 만난 지 이틀 만의 화답이다. 이로써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 SK, LG, 신세계 등 5대 그룹이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규모는 총 311조원이 됐다. GDP(약 180 0조원)의 17.3%에 해당하는 큰 규모다. 문 대통령과 김 부총리가 재벌 총수들을 만나 투자와 일자리 확대를 요청하는 것을 두고 ‘투자 구걸’ ‘팔목 비틀기’와 같은 표현이 등장하며 논란이 일었다. 국정농단 사태로 재판 중인 총수를 만나는 것 자체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ㆍ고용 독려나, 여기에 답하는 형식 모두 자연스
▲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광화문 호프집에서 시민들과 대화했다. 이 자리에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유증이 거론됐다. 여론을 청취한 대통령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궁금하다. [사진=연합뉴스] 너무 덥다. 그러나 경제는 냉골이다. 2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7%에 그쳤다. 투자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소비 증가세도 부진한 탓이다. 버팀목인 수출마저 근근이 증가세를 유지했다. 투자와 소비, 수출 등 주요 지표에 경고등이 켜졌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낮춰 잡은 연간 2.9% 성장도 버거워 보인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통계에서 특히 주목할 대목은 투자 감소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둘 다 큰폭으로 뒷걸음쳤다. 기업 경영자의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7월 90.7로 17개월 만에 최저치인 점도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기 힘든 환경임을 말해준다. 민간소비 또한 2분기에 0.3% 늘어나는 데 그쳐 1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소비의 주체인 가계 형편을 보여주는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1.0으로 전달보다 4.5포인트 하락하며 탄핵정국 때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