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청와대'만 보인다는 비판을 받았다. 출범 두돌을 앞둔 지금은 '문재인 청와대 청부'라는 말까지 나온다. 내각과 여당의 역할이 필요할 때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이미선ㆍ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다. 두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는데도 해외 순방 중 전자결재를 통해서. 이미선 재판관은 과다 주식투자 논란 등으로 야당이 반대한 후보자였다. 이로써 헌법재판관 9명 중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경우는 4명으로 늘었다. 이들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에서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모두 13명이다. 이쯤 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한 장관급 인사의 자질 검증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부동산 투기의혹이나 부실학회 참석 논란으로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거나 지명 철회된 3ㆍ8 개각 참사까지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의 인사 난맥상은 과거 여느 정부 못지않게 심각하다. 현 정부의 우군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정운영 설문조사에서 인사 문제가 가장 낮은 점수(10점 만점에 3.9점)를
▲ 정부가 재정을 풀어 급조하는 '관제(官製) 일자리’는 고용의 질을 떨어뜨린다. 지금 필요한 건 세금 쓰는 일자리가 아니다. [사진=연합뉴스] 답답해서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가 이제는 화가 난다. 월별 고용통계를 접할 때마다 느끼는 소회이자 한탄이다. ‘이럴 줄 몰랐나’라는 아쉬움에서 ‘이렇게밖에 못 하나’라는 원망이 들 정도다. 지난해 2월부터 취업자 증가폭이 예년의 3분의 1 수준인 10만명대로 주저앉았다. 음식ㆍ숙박업과 도소매 유통업, 사업시설관리(아파트 경비원 등) 및 임대서비스업 등 이른바 ‘3대 최저임금 민감 업종’에서 취업자가 급감했다. 딱 보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라는 사실을 알 텐데도 청와대와 정부는 딴소리를 했다. ‘(취업자 증가폭이 줄어든 것이지) 일자리는 계속 늘고 있다’거나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취업자 증가를 제약하고 있다’고 인구구조 변화를 탓하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 월별 취업자 증가폭이 불과 3000명까지 추락했다가 9월부터 수치상으로 조금씩 회복됐다. 그러나 이게
▲ 따끔한 지적을 새겨듣겠다는 마음가짐이 없다면 누군가를 만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필요한 건 있는 그대로의 민심을 듣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앞에서 청년은 울었고, 경제계 원로들은 쓴소리를 했다.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간담회에서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가 “정권이 바뀌었는데 청년정책은 달라진 게 없다”며 울먹였다. 그의 눈물은 이 땅의 청년들이 마주한 팍팍한 현실 그 자체였다. 뉴스를 통해 이를 지켜본 많은 기성세대들이 미안함과 안쓰러움을 느꼈다. 이틀 뒤 3일 청와대에 초청된 손님들은 경제계 원로였다. 총리나 경제부총리, 중앙은행 총재, 청와대 경제수석이나 장관을 역임한 인사들이다. 상당수는 정부가 밀어붙이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도 시행의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대한 보완을 요청했다. 민간 투자 활성화를 통해 혁신성장에 더 힘을 실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진보ㆍ보수 편 가르지 않고 시민단체 대표와 경제계 원로들을 만나 대화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시민단체 대표 간담회는 진보 진영 단체뿐만
▲ 대한항공 사태로 도래한 '주주행동주의 시대'는 투명성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대표직을 내려놓게 됐다.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필요한 찬성표를 얻지 못한 것이다. 대기업 대표, 그것도 오너 일가가 자발적 판단이 아닌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로 사실상 경영권을 잃는 첫 사례다. 조 회장은 최대주주로서 영향력은 행사할 수 있겠지만, 이사회 참석 등 공식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게 됐다. 조 회장의 이사직 박탈에는 국민연금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어 격론 끝에 조 회장의 연임 반대를 결정했다.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와 시민단체의 평가대로 대한항공 사태는 기업가치를 훼손한 대주주 전횡에 경종을 울렸다. 조양호 회장 가족은 ‘땅콩 회항’ ‘갑질 폭행’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조 회장 본인도 납품업체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는 등 270억원대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기소됐
▲ 정부 정책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시장에서 이뤄진다. 경제팀이 성과를 운운하면서 자화자찬할 일이 아니다. [사진=연합뉴스] 작금의 한국 경제상황에 대한 정부 진단은 ‘다행스럽다’로 요약된다. 2월 취업자가 1년 전보다 26만명 늘어난 것으로 통계가 나오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렇게 말하며 반색했다. 늘어난 취업자가 대부분 세금으로 만든 노인들의 단기 알바(40만명)이고, 나라경제의 허리인 3040세대 일자리(-24만명)가 산업의 핵심인 제조업에서 크게 감소한 것은 괘념하지 않았다. 그런 부총리로부터 경제현안 보고를 받으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낙관적 평가를 되풀이했다. 올 들어 경제가 여러 측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여 다행스럽다고 했다. 국가 경제가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과 경제팀의 이런 경제현실 인식과 발언은 국내외 전문기관들이 한국의 경제지표와 기업들에 대한 경고음을 잇달아 울리는 것과 동떨어져 있어 우려를 더한다. 투자ㆍ생산ㆍ고용 등 핵심지표가 부진하고 수출까지 넉달째 감소하는 데도 정부 홀로 낙관론을 펴고 있는 형국이다. 1월 산업활동을 놓고도 기획재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
▲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2기 경제팀은 정책 목표를 분명하게 세우고, 결단력 있게 추진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직職을 걸고' 일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경제팀이 안 보인다. 정부의 경제정책도 먹혀들지 않는다. 투자ㆍ생산ㆍ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가 극심한 부진에 빠진 데다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리는 수출마저 넉달째 감소세인데도 경제팀도, 정책도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3년차를 맞아 성과를 보여주기는커녕 정책 혼선과 잡음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의 컨트롤타워인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9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부처 이견을 조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텐데 기획재정부 스스로 세제ㆍ예산ㆍ정책 등 3대 핵심 기능에서 우왕좌왕하며 불확실성을 더한다. 대표적 사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논란이다. 올해로 도입 20년째인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일등공신이자 봉급생활자의 합리적 절세 수단이다. 그 존폐나 공제한도 축소는 중산층과 서민층의 세금이 왔다갔다 하는 중대 사안이다. 폭발성이 큰 문제를 경제부총리가 납세자의 날 기
▲ 미세먼지는 과거 정권 탓도, 현 정권 탓도 아니다. 역대 정권 모두의 책임이다. 사회와 가정도 나서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3월은 미세먼지랑 함께 왔다. 최악의 미세먼지는 봄과 새 학기를 맞는 설렘과 숨 쉴 자유를 앗아갔다. 미세먼지는 국민의 심신 건강을 저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까지 질식시킨다. 잿빛 공포에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자 외식ㆍ관광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고용ㆍ투자에 이어 수출까지 부진한 상황에서 지난해 경제성장을 지탱했던 소비도 위축되는 상황이다. 미세먼지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산활동도 저해한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제품은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불량률이 높아진다. 항공산업에선 비행기 결항이나 기체 세척비용 증가 피해가 예상된다. 자동차ㆍ조선업의 경우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도장작업을 못한다. 일각에선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사태에 버금가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움직이거나 외부 활동을 자제하자 내수와 관광산업 등에 영향을 미쳐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문제는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이 올 한해로 끝나지 않을 만성 위협이라는 점이다. 매해 상
▲ 기대했던 하노이발 봄바람은 불지 않았다. 정부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향후 대응책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다는 소식에 2월 28일 주식시장이 출렁였다. 특히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들이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40포인트 하락했다. 중국 제조업 경기가 부진한 것과 맞물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영향을 받았다.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결과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은 두 정상의 공동 합의문 없이 불발됐다.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일정과 미국의 상응 조치를 담을 것으로 예상됐던 하노이 선언도 무산됐다. 합의 실패의 이유는 북한이 취할 비핵화 조치와 제재완화 등 미국의 상응 조치 간 조합에 대한 이견으로 전해진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 대가로 전면적 제재완화를 요구했다. 미국은 영변 핵시설 해체 외 더 많은 비핵화 조치를 요구했다. 실무회담에서 합의문을 조율하지 못한 채 두 정상이 만나 큰 틀의 합의를 꾀하는 톱 다운(Top-down) 방식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향후 실무협상이 재개돼도 입장차 좁히기가 쉽지 않을 수 있는 배경이다.
▲ 고용참사와 빈부격차가 심화하는 지금 한국 경제와 정치에 공히 필요한 것은 활력과 혁신이다. [사진=연합뉴스] 경제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약칭 소주성) 정책을 고집하면서 국민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새해 초 설렘과 기대를 갖게 하는 ‘새해 효과’ 나 ‘1월 효과’는커녕 아직 2월인데도 벌써 몇달이 지난 것 같은 피로를 느끼게 한다. 1월 실업자(122만명)가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혹독한 고용한파가 몰아닥쳤다. 취약계층 소득을 끌어올려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소주성’ 정책 의도와 거꾸로 지난해 4분기 하위 20% 빈곤층 소득은 17.7% 감소했다. 그 결과, 소득하위 20%와 상위 20%의 월평균소득 격차(5분위 배율)가 5.47배로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크게 벌어졌다.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킨 핵심 요인은 일자리였다. 늘어난 상용 근로자는 그나마 소득상위 가구가 주로 차지했고, 소득하위 가구는 줄어든 임시직에서도 밀려났다.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 등 핵심 소주성 정책이 임시·일용직과
▲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인들과 만나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체감할 만한 후속 조치는 보이지 않는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자영업ㆍ소상공인 대표 160여명과 만났다. 중소ㆍ벤처기업(1월 7일), 대기업ㆍ중견기업(1월 15일), 혁신벤처기업(2월 7일)에 이은 경제계와의 네번째 소통자리다. 이로써 새해 초부터 시작된 문 대통령의 경제 행보가 끝나가는 모습이다. 고용한파가 몰아치고 기업투자가 감소하는 등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 정치지도자가 기업인들을 만나 현장 목소리를 듣는 것은 의미가 있다. 청와대는 짜인 각본 없이 현안에 대해 묻고 대답하고 토론하는 자리로 마련한 타운홀 형식의 미팅이었음을 강조한다. 과거 정부 대통령들보다 기업인들과 자주 소통함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잇따른 대통령과 기업인의 대화는 만남의 순서와 장소, 대통령의 현실 인식, 대화 이후 후속 조치 등 네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첫째, 대통령이 만난 대상의 순서다. 청와대는 자영업ㆍ소상공인 대표를 마지막으로 초청했다. 사실 대통령과 면담이 가장 절실한 쪽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었다. 이들은 이태 연속 두자릿수로
▲ 진보.보수의 진영 논리에 구애받지 않고 민생을 돌보는 경제를 회생시킬 실사구시 정책이 필요할 때다. [사진=연합뉴스] 설렘 속에 기대를 갖게 하는 ‘새해 효과’ 없이 1월이 지나갔다. 2월은 긴 설 연휴와 함께 왔다. 즐겁고 신나야 할 텐데 경제 상황도, 정치판도, 사회도 온통 달갑지 않은 뉴스 일색이다. 산업현장의 활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현재와 미래 경기지표인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각각 9개월, 7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두 지수가 7개월간 동반 하락한 것은 1971 ~1972년 이후 46년 만에 처음이다. 경기선행지수가 상승 반전을 하지 못한 채 장기 하락함은 경기가 ‘V자’ 반등이 아닌 ‘L자’형으로 장기침체 국면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전(全)산업 생산증가율은 1.0 %로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4.2%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9.6%) 이후 가장 나쁘다. 기업들이 해외에 공
▲ 3만 달러 시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려면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도 절실하다. [사진=연합뉴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은 2018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1000달러를 웃돈 것으로 추정된다고 22일 밝혔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3만 달러를 넘은 나라는 23개국. 그중 인구 5000만명 이상이면서 소득 3만 달러 이상인 국가는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6개국이다. 이제 한국은 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인 ‘30-50 클럽’의 7번째 멤버로 등극한다. 소득 3만 달러는 선진국 진입 지표로 통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가운데 30-50 클럽에 가입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것도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이룬 것이다. 하지만 설 차례상에서 이를 이야깃거리로 삼을 집이 몇이나 될까. 반가운 소식이지만 실감하기 어렵다. 경제상황 돌아가는 것을 보면 기뻐할 수만도 없다. 3만 달러 달성이 왜 체감되지 않을까. 3만 달러면 원화로 3300만원이 넘는 돈이다. 3인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