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정량적인 기준으로 연구성과를 평가한다. 시간이 걸리는 기초연구는 홀대받을 수밖에 없다. 국가 R&D 투자 우선순위를 재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대다수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우리 과학기술계의 민낯이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세계 1위다. 정부와 민간을 합친 R&D 비용 총액은 세계 5위, 인구 1만명당 연구원 수도 세계 3위권이다. 그렇다면 연구개발의 질적 성과 및 혁신가치 창출 성과는? 부끄럽게도 하위권이다. SCI(국제과학논문인용색인)급 논문 게재와 특허등록 건수가 각각 10위, 4위인 반면 연구원 1인당 논문 인용 수는 35위, R&D 투자 대비 기술수출액 비중은 30위에 머물렀다. 투입은 많은데 질적 성과는 별로인 이른바 ‘코리안 패러독스’의 대표적 사례다. R&D 비용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많은데, 왜 일본이 수출규제에 돌입한 반도체 소재ㆍ부품의 국산화는 진전이 없는가. 이 사례를 놓고 국가 R&D 사업 전반을 실증 분석해보자. 학계는 관료주도형 연구통제의 한계를
▲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을 사실상 금수(禁輸) 조치한 것은 한일 양국 기업들을 어려움에 빠뜨릴 것이다. 한일 정부가 대화의 물꾜를 하루빨리 터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4일부터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동했다. 대상은 우리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제조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ㆍ부품이다. 청와대 정책실장 설명대로 ‘일본에서만 수입하는, 우리가 가장 아프다고 느낄 1~3번을 짚었다’고 하니 일본이 마음먹고 한국의 급소를 찌른 셈이다. 한국으로선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지난해 일본에서 들여온 규제 대상 3개 품목 수입액은 4500억원 정도이지만, 이로 인해 발목이 잡히는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수출액만 176조원이 넘는다. 일본의 이들 소재 세계시장 점유율이 70~90%여서 대체 수입처 찾기도 쉽지 않다. 경제보복 조치까지 동원하며 한일 양국이 정면충돌한 것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 벌어진 비상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수출규제에 나선 것은 치졸한 행위다. 그렇더라도 우리 정부의 대응 자세는 무책임하고
▲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 공약'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474 경제비전'도 실현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344비전'이 성과를 내려면 과거 정부와 달라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6월 19일 ‘2030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을 했다. 2030년까지 산업구조의 스마트화, 친환경화, 융ㆍ복합화 혁신을 통해 세계 4대 제조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포식에서 “제조업 4강과 함께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경제는 전통적으로 수출 제조업이 이끌어왔다. 양질의 노동력과 기업의 도전을 바탕으로 섬유ㆍ신발(1970년대), 철강ㆍ기계ㆍ조선(1980년대), 전자ㆍ자동차(1990년대), 반도체ㆍ휴대전화(2000년대) 등 주력산업을 개척했다. 그러나 제조원가 상승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속 전통 주력산업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신산업이 뿌리내리지 못해 경제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제조업 비전을 논의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은 지난해 말 문 대통
▲ 새로운 경제 투톱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과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은 현장의 소리를 경청해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분명하게 구분해줘야 한다. 그래야 불확실성이 줄어 기업들이 투자에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경제라인 투톱을 전격 교체했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인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정책을 주도해온 김수현 정책실장, 윤종원 경제수석을 경질한 것이다. 경제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 성격이 짙다. 김수현 정책실장은 임명된 지 7개월 만에 물러났다. 윤종원 경제수석도 1년을 채우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정책 성과를 강조하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작금의 경제 상황은 자못 심각하다.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7개월 연속 감소세다. 1분기 해외직접투자액이 38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 제조업 투자는 10년 만의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각종 규제와 높은 인건비 등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 한국을 떠나는 제조업체가 늘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미미했던 월별 취업자 증가수가 올 들어 확
▲ 젊은이들이 문화.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 중심으로 작동하는 경제나 정치외교 활동의 성과는 형편 없다. 젊은이들에게 부끄러워할 일이다. [사진=연합뉴스] 역사는 계속 새로 쓰인다. 냉철한 현실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를 내다보며 준비하고 도전하는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서. 그 일을 이번에 우리 한국인이 해냈다. 나이 스물 이하 젊은이들 21명이 하나로 뭉쳐서. 축구사를 새로 쓴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은 탄탄하고 끈끈한 ‘원팀(One Team)’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7위 팀이 결승에서 10계단 위 우크라이나와 당당히 맞섰다. 슛돌이 이강인이나 ‘빛광연’으로 불리는 골키퍼 이광연이나 인터뷰할 때마다 경기를 뛴 선수들이나 뛰지 않은 선수들이나 한마음으로 뛴 성과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그랬다. 코리아 원팀은 스타플레이어 한둘의 팀이 아니었다. 정정용 감독은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벤치에 있던 선수들을 승부처에 과감히 투입했다.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서 후반, 체력이 떨어진 이강인을 주저하지 않고 교체했다. 사실 이번 대표팀은 ‘
▲ 과거에도 경상수지 적자는 있었지만 산업과 기술 경쟁력 강화로 돌파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우리에겐 경상수지에 얽힌 아픈 기억이 있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 국란으로 불리는 1997년 말 외환위기다. 한국 경제의 세계화를 부르짖던 1996년, 선진국 클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그러나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인 23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듬해 초부터 대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금융회사의 외화 차입이 막혀 외화곳간이 비었다.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했다. 아픈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86년은 한국 경제사에서 기념비적인 해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정치와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국제무대에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비록 46억 달러 규모였지만, 당시 ‘외채 망국론’이 대두됐고 외채위기가 경상수지 적자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경상수지 흑자는 경사(慶事)였다. 이후 저달러.저유가.저금리의 ‘3저(低) 호황’을 구가하던 경제가 1990년대 들어
▲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의 크레이드마크이자 딜레마다. 지난 2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시장과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각적으로 살펴야 할 때다.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새로 구성돼 내년 최저임금 심의에 들어갔다. 법상 최저임금 고시 기한이 8월 5일이라서 7월 중순까진 결론을 내야 한다. 그런데 첫 회의부터 경영계는 경제적 어려움을 내세우고,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등 기싸움이 팽팽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의 트레이드마크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경제정책의 뼈대로 삼았고,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을 이끄는 견인차였다. 최저임금위도 이에 보조를 맞춰 2017〜2018년 2년 사이 최저임금을 29% 올렸다. 그런데 최저임금은 받는 쪽에서는 소득이지만 주는 쪽에서는 비용이다. 이런 두 얼굴의 속성 때문에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은 고용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줄이고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부담을 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고용시장 안의 상시 임금근로자 소득은 개선된 반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비정규직 알바 등의 소득은 줄면서 가계소득의 양극화도 심화
▲ 갈등의 해법을 찾기 위한 공개토론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타다 설전'을 계기로 신산업 태동의 길을 활짝 열어젖혀야 한다. [사진=뉴시스]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가 설전을 벌여 주목을 받았다. 최 위원장은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는 이 대표를 향해 “이기적이고 무례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라고 맞받아쳤다. 설전의 당사자와 주제, 발언내용 모두 세간의 관심을 끌 만했다. 정부의 장관급 인사와 기업 대표가 맞붙는 모습은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다. 인허가 등 권한을 쥔 정부가 갑(甲)이라면 그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인은 을(乙)이기에. 과거 권위정부 시절에 이랬다간 괘씸죄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거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는 등 손보기 대상에 올랐을 게다. 설전의 주제도 핫(hot)했다. 택시기사가 목숨을 끊으며 제기한 이슈인데다 이재웅 대표는 관련 승차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대표다. ‘무례하다&
▲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는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나 무역전쟁이 초래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해 대비해야 한다. 홍남기 경제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지난 8~9일 무역협상 결렬 뒤 보복과 재보복의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관세를 인상하자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미국은 또 다른 추가 고율관세 부과 제품 리스트 공개로 맞섰다. 관세전쟁만으론 부족했는지 미국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이 만든 통신장비를 쓰지 못하도록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명분은 국가안보이지만 중국의 기술굴기(堀起)에 대한 태클이자 세계적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를 정조준한 것이다. 문제는 미중의 패권 다툼이나 정치지도자간 자존심 대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G2(미중)간 분쟁은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 증시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 증시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경기 부진에 기진맥진하던 한국 경제는 금융시장 혼란이 가세하며 내우외환에 빠져들었다.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했다. 지난 4월 초 1130원
▲ 수도권에 베드타운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재고할 시점이다. 수도권 신도시보다 서울 강북 인프라 확충과 도심 내 '스마트 미니타운'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또 신도시 건설이다. 경기도 고양시 창릉지구와 부천시 대장지구가 7일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됐다. 이로써 중소 규모 택지 개발지구를 제외한 면적 330만㎡(약 100만평) 이상 3기 신도시만 5개다. 여기에 2기 신도시 10개, 1기 신도시 5개를 더하면 수도권 신도시는 20개에 이른다. 이쯤되면 대한민국은 이제 ‘서울 공화국’을 넘어 ‘수도권 공화국’이자 ‘신도시 공화국’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릴 만하다. 역대 정부의 수도권 신도시 건설 목적은 서울 아파트값 가라앉히기다. 시작은 1988년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이었다. 당시 3저(저금리ㆍ저물가ㆍ원화약세) 호황과 서울올림픽 특수, 베이비부머 세대 결혼이 맞물리면서 서울 집값이 치솟았다. 서울 반경 20㎞ 안팎 분당ㆍ일산ㆍ평촌ㆍ중동ㆍ산본 등 5개 신도시에 주택 28만여채가 건설됐고, 입주
▲ 여야 정당과 청와대 등 정치권은 남 탓을 하기 전에 내 허물을 먼저 봐야 한다. 진보.보수 프레임과 이분법을 낡은 사고방식으로 규정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필요한 자세다. [사진=연합뉴스] 생일이라고 마냥 즐거워하며, 주변 모든 이들에게 축하와 박수를 기대할 수는 없다. 때론 내가 어떻게 살았고, 살아갈 것인지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제대로 성장하고 더 발전할 수 있다.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태어난 사람이 이럴진데, 나름 목표와 사명을 지니고 탄생한 조직이나 이익집단은 더하다. 출범 기념일에 축하와 박수를 받기보다 구성원과 주변의 냉정한 평가와 요구에 직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존재 이유를 망각한 채 샴페인만 터트렸다간 웃음거리가 됨은 물론 지속가능성도 위협받는다. 문재인 정부가 9일 출범 두돌을 맞는다. 국민이 투표를 통해 선택한 정부에 대한 각계의 평가와 요구가 잇따른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나 전문가 의견을 보면 대체적으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웃돈다. 촛불 민의를 바탕으로 출범한 정부가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갤럽의 국민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정부가 취해온 복지ㆍ대북ㆍ외교정책은 긍정 평가가 50%
▲ 경제가 최악의 역성장을 했는데도 정치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선거법.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 문제를 놓고 막장 드라마만 연출했다. 이래서야 나라 경제가 살아나겠는가. [사진=연합뉴스] 충격적인 역(逆)성장이었다. 한국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쳤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부도 미처 몰랐다고 한다.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0%대 초반으로 예측했는데 -0.3%로 발표되자 주가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1분기 성적표로 본 한국 경제는 총체적 난국이다. 투자와 수출, 소비 어디 하나 믿을 데가 없다. 설비투자는 10.8%나 쪼그라들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분기 이후 21년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건설투자(-0.1%)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성장엔진 수출까지 식었다. 1분기 수출은 전 분기보다 2.6% 감소했다. 민간소비(0.1%)나 정부소비(0.3%)가 무너지는 투자와 수출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동안 반도체 호황과 정부 재정지출에 기대온 경제성장의 한계를 노출했다. 반도체 호황은 중국의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