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기능을 상실하면서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증시 침체와 환율 변동성 확대 등 금융시장 불안은 물론 부동산 거래 위축과 기업들의 이익 감소 등 실물경제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가 냉각하며 돈줄이 막혔다. 급기야 올해 공모 회사채의 상환액이 발행액보다 많아지는 ‘순상환(14일 기준 8조9400억원)’ 상태로 전환됐다. 회사채 상환액이 발행액보다 많은 것은 2016년 이후 6년 만의 일이다. 회사채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는 시기라면 순상환은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나아지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다. 영업실적 개선 등으로 보유 현금이 많으면 자금 수요가 줄어 회사채로 조달한 빚을 갚기 때문이다. 회사채 1조3700억원이 상환된 2016년이 이런 경우였다. 하지만 올해 순상환 전환은 자금경색으로 회사채 신규 발행과 차환이 막히면서 나타난 부정적 징후다.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은행 대출이나 기업어음(CP) 발행으로 내몰렸다.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며 거래가 줄고 미분양
레고랜드 사태가 마비시킨 국내 회사채 시장이 기능을 회복하기도 전에 흥국생명 사태가 해외 채권시장에서 한국 금융회사와 기업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었다. 불과 한달여 사이 국내 채권 발행과 외자 조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며 금융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 이쯤 되면 한국 정부의 금융감독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생보업계 8위 흥국생명이 5억 달러어치 신종자본증권(달러 표시 영구채)의 조기 상환을 연기했다가 상환하겠다고 번복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흥국생명의 상환 연기 발표로 한국 채권의 신뢰가 약화됐다. 흥국생명 채권은 물론 다른 금융사와 기업이 발행한 채권 가격도 급락했다. 발행 조건이 나빠져 다른 금융사들이 자금조달 계획을 보류하거나 중단하는 일까지 나타났다. 그러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나서 흥국생명과 모기업인 태광그룹으로 하여금 은행과 다른 보험사들을 통해 5000억원을 조달해 상환하도록 압박했다. 신종자본증권의 만기는 30년이지만, 발행주체 대부분은 5년이 지나면 돈을 일찍 갚을 권리(콜옵션)를 행사해왔다. 따라서 시장에선 사실상 5년 만기 채권으로 여겨진다. 이를 흥국생명이 5년 만에 갚지 않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사상 초유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단행으로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2%로 여전히 높다. 이로써 미국은 기준금리 4% 시대에 진입했다. 또한 미국(연 3.75∼4.0%)과 한국(3.0%)의 기준금리 차이는 1.0%포인트로 확대됐다. 지난 10월 한국은행이 빅스텝(기준금리 0.50 %포인트 인상)을 밟아 0.25%포인트로 좁혀놓은 것이 이내 되돌아갔다. 그만큼 더 높은 금리(수익률)를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가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수 있다. 원화가치 약세는 각종 원부자재 등 수입물품의 원화 환산 가격을 높여 국내 물가 오름세를 자극하게 된다. 이런 판에 지난 8~9월 둔화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5.7%) 들어 다시 가팔라졌다. 특히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오름폭이 커졌다. 소비자들이 향후 물가가 오를 것으로 보는 심리, 즉 기대인플레이션율도 높아졌다.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한 한은으로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가 내년부터 3개월 동안 휴장하기로 했다. 겨울철인 11〜12월 평일(화〜목요일)에 문을 닫는 데 이어 내년 1월부터 3월 23일까지 전면 휴장한다. 방문객이 기대에 못 미치고 불공정 계약 및 문화재 보존 논란, 놀이기구 사고 등 자체 문제 때문이라지만, 레고랜드발 채무불이행 사태가 촉발한 채권시장 경색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레고랜드 사태가 야기한 금융시장 불안은 신용 문제로 귀결된다. 어느 나라든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채권은 해당 국가에서 최고의 신용도를 인정받는다. 그런데 강원도가 지역 내 레고랜드를 운영하는 회사가 발행한 채권에 약속한 지급보증 책임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부도 처리됐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발 금리상승 여파로 빡빡해진 채권시장에 지방정부가 보증을 선 채권도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를 지방정부 스스로 보낸 셈이다. 전임 최문순 지사 시절 추진한 사업을 부정적으로 본 현직 김진태 지사가 강원도 곳간을 축낼까봐 빚을 못 갚겠다고 한 것인데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을 간과한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회사채 시장 상황은 최근 급속히 악화했다. 역대급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전력이 채권을 대거 발행하면서 채권시장 자금을
카카오 먹통 사태가 터진 지 나흘 만에 카카오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복구가 늦어진 이유가 데이터와 프로그램 등을 다른 곳에 복제해 두는 ‘이중화’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데이터와 서비스 응용 프로그램의 이중화 조치는 했는데, 개발자들의 작업 및 운영 도구는 이중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래서 화재가 발생해 전원이 차단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내에 있는 3만2000대 서버를 일일이 수동으로 부팅하느라 복구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것이다. 또한 트래픽 폭증에 대비하는 훈련은 했지만, 데이터센터 셧다운 사태는 대비한 적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누적 가입자가 3800만명에 이르는 카카오페이를 운영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의 위기관리치곤 너무 허술하다. 또한 사태의 원인을 설명하고 사과하는 데 나흘이나 걸린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 등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4600억원을 들여 내년 중 경기도 안산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완공하고, 시흥에도 2024년 데이터센터를 착공하기로 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 시기가 늦어 기회가 없었음을 아쉬워하는 한탄)이 아닐 수
한국은행이 12일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3%로 올리는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3%대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4, 5, 7, 8월에 이은 다섯 차례 연속 금리인상도 한은 역사상 최초다. 금리인상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상승이 수입물가를 자극해 물가의 추가 상승을 압박하고 외환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하지만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증대시켜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기침체를 유발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문제는 이번 빅스텝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벌 금리인상을 주도하는 미국은 11월 초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태세다. 이 경우 현재 3.25%인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4.0%로 높아진다. 한은의 10월 금리인상으로 0.25%포인트로 좁혀진 한미간 금리차가 1%포인트로 벌어진다. 게다가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1월, 12월 두차례 남은 반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월 한번뿐이다. 미국이 11월 자이언트스텝, 12월에 빅스텝을 밟으면 기준금리 상단이
정부가 늦은 밤 택시를 타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1973년부터 50년 동안 유지돼온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한다. 파트타임(아르바이트) 택시 기사가 허용된다. 심야시간 택시호출료(3000원→5000원)가 비싸진다. 택시기사 취업을 원하는 사람에겐 먼저 일할 수 있게 하고 나중에 자격증을 따도록 절차를 간소화한다…. 그동안 이용자 부담 증가와 택시업계의 반발을 의식해 추진하지 못한 방안들을 모아놓은 듯하다. 이런저런 대책을 망라했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하고, 맞춤형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 대책의 방향을 기존 업계의 이익보다 택시 승객, 즉 소비자 이익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심야 택시 승차난이 발생한 건 택시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의 심각한 불일치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자 저녁 모임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택시 승객 수요도 늘어났다. 반면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택시기사들은 택배나 배달 서비스 등으로 빠져나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 10만2000명이었던 법인택시 기사가 올해 7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임금 수준이 열악한 택시 운행을 포기하
미국의 고강도 긴축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1430원을 뚫었다. 1400원대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시장에는 1450원선에 이어 1500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 매도에 나서며 주가도 속락하고 있다. 급기야 국제 금융가에서 ‘아시아 외환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위험한 국가로 한국과 태국, 필리핀이 지목됐다. 아시아 경제의 양대 축인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의 가치 급락이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다. 두 화폐의 가치 하락이 지속되면 아시아에서 자본 이탈이 가속화해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위험한 국가로 지목된 가장 큰 이유는 경상수지 적자 우려다. 무역수지 적자가 4~9월 여섯달 연속 이어져도 경상수지는 흑자를 유지해 왔는데 8월부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소득수지 등 외국에서 벌어들인 돈과 외국에 지불한 돈의 차이인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 외환보유액을 감소시키는 쪽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뜩이나 금융시장이 불안한 판에 실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예고한 대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3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이다. 한국은행이 8월 기준금리를 올려 2.5% 기준금리 상한을 맞춰놨는데, 한달 만에 한국-미국(3.0~3.25%) 간 금리 격차가 0.75%포인트로 벌어졌다. 그 여파로 22일 원ㆍ달러 환율이 1400원을 뚫었다. 장중 한때 141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미 초강세인 미국 달러화를 찾는 손길은 더 많아질 것이다. 세계적으로 ‘킹(King) 달러’로 불리는 배경이다. 문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계속 줄기차게 올리겠다는 초매파적 방침을 예고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는 연말 금리 수준을 4.4%로 예상했다. 올해 2차례(11월, 12월) 남은 FOMC 회의도 자이언트스텝이나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해야 그 수준에 이른다. 게다가 점도표는 내년 말 기대금리도 4.6%로 예상했다. 미 연준의 통화긴축 의지는 확고하다. 경제 위축을 감내하면서라도 더 큰 고통을 막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것이다. 연준은 올해
추석이 지나자마자 가격표가 바뀌는 물건이 많아졌다. 15일부터 라면과 과자 값이 줄줄이 올랐다. 농심이 라면 값을 평균 11.3% 인상했다. 한 봉지에 900원이던 신라면 편의점 판매가격이 1000원으로 높아졌다. 새우깡값(6.7%)도 올랐다. 9년 동안 오르지 않았던 초코파이값도 12.5% 인상됐다. 편의점에서 한 개 400원이던 것이 450원으로, 12개들이 한 상자 가격은 4800원에서 5400원이 됐다. 비빔면 등 팔도라면값도 10월부터 평균 9.8% 인상이 예고됐다.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배경에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해져 밀과 팜유 등 원부자재 가격이 올랐다. 게다가 환율이 뛰자 달러로 지급하는 원자재 대금과 물류비용 부담이 더 커졌다. 수입 곡물 가격이 3분기에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식료품 가격 상승도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상황이 달라졌다. 원·달러 환율은 9월 14일 1390원을 넘어섰다. 머지않아 1400원은 물론 1450원, 1500원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달러화가 ‘강强달러’ 넘어 ‘킹(King)달러’로 등극한 뒷배에 미국의 강도 높은 통화
9월과 함께 이른 추석이 다가오지만, 명절을 맞는 보통 사람들의 마음은 무겁기 짝이 없다. 당장 치솟는 물가에 차례상 차리기가 버겁다. 미국의 9월 자이언트스텝(금리 0.75% 포인트 인상) 예고는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연결돼 ‘영끌’ ‘빚투’족의 생계를 위협한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달러화로 표시되는 상품의 가격을 떨어뜨려 수출이 잘되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입에 의존하는 원유와 에너지, 곡물가격을 끌어올려 무역적자를 사상 최대로 키웠다. 곳곳에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에 따른 ‘삼중고三重苦’를 호소하는데, 가격이 하락하는 저물가를 토로하는 곳도 있다. 농약과 비료 등 농자재 가격은 크게 오른 반면 쌀값만 하락하자 농심이 들끓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당 4만2522원으로 전년동기(5만5630원) 대비 23.6% 하락한 상태다. 산업현장에 드리운 침체의 그림자도 짙어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실물경제 지표인 생산과 소비, 투자가 일제히 줄었다. 4월에 이어 석달 만의 ‘트리플 감소’다. 특히 소비는 5개월 연속 감소 행진이다. 소비가 5개월 내리 줄어든 것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경고음이 울려댄다.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350원을 위협한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구두 개입에 나섰는데도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 여파로 하반기에 반등했던 주식시장도 다시 하락했다. 실물경제도 급속히 위축되는 모습이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4월부터 5개월 연속 적자행진이다. 올 들어 8월 20일까지 쌓인 무역적자가 255억 달러로 사상 최대다. 이미 역대 최대 기록(1996년 206억 달러 적자)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1억 달러 이상의 무역적자가 쌓인다. 석유화학·철강·정보기술(IT) 등 주력산업의 재고도 급증했다. 이같은 금융과 실물의 복합위기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원화가치 약세(환율 상승)의 핵심 요인인 미국의 금리인상 등 통화긴축과 달러화 강세는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월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한국(2.50%)과 미국(2.25〜2.50%)의 기준금리 상단을 맞췄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9월에 다시 ‘자이언트스텝(금리 0.75%포인트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