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주여, 제가 간청했나이까? 흙으로 저를 빚어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제가 읍소라도 했나이까? 어둠 속에서 끌어내 달라고?(Did I request thee, Maker, from my lay to mould me Man? Did I solicit thee from darkness to promote me?)” 존 밀턴(John Milton)의 「실낙원(Paradise Lost)」에 나오는 이 구절은 메리 셸리(Mary Shelleyㆍ1797~1851년)의 소설 「프랑켄슈타인」 초판본 표지에 마치 소설의 부제(副題)처럼 박혀 있는 ‘제사(題詞, 책의 첫머리에 그 책과 관계되는 노래나 시를 적은 글)’다. 「실낙원」 10권에서 등장하는 지옥에 떨어진 인류의 조상 아담(Adam)의 절규이기도 하다. 이브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창조주가 금지한 선악과를 먹고 지옥에 떨어진 아담이 절망과 고통 속에서 내뱉는 비명이다. 자신의 존재와 가혹한 운명을 한탄하는 것 같기도 하고, 겨우 그까짓 선악과 하나 따먹었다고 ‘믿거라’ 했던 창조주에게서 버림받았다는 원망과 억울함의 호소 같기도 하다. ‘프랑켄슈타인’에 사용된 이 제사는 존재의 원치 않은 탄생, 창조자(Ma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