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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고레타의 유작, 처리 문제 놓고 행정 vs 의회 난맥상...그 운명은?

"철거는 불가피하다" vs "엄연히 문화유산! 보존해야 한다"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를 놓고 ‘철거를 하겠다’는 행정과 ‘문화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반대 측의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점입가경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법대로라면 ‘철거’쪽이 유리하지만 '법'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상황도 아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을까?

 

 

제주 서귀포시의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더 갤러리)는 제주컨벤션센터(ICC) 앵커호텔의 홍보관이자 모델하우스다. 2008년 8월 28일 가설건축물로 지어졌다. 앵커호텔은 2007년 기공에 들어가 내년이면 완공될 예정이다.

 

앵커호텔과 더 갤러리는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가 설계했다. 그가 죽기전 남긴 유작인 것이다.

 

맥시코 출신의 레고레타는 전 세계 곳곳에 지역적인 요소와 보편적인 예술 감각을 섞어낸 건축물(작품)을 60여개 남겼다. 사람이 편해야 좋은 건물이라는 지론을 고집했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건축상 심사위원을 지내는 한편 전미건축가협회 금메달, 국제건축가연맹(UIA)상을 받았다.

 

 

‘카사 델 아구아’(Casa del Agua·물의 집)으로 명명된 앵커호텔은 작가가 제주의 태양과 흙, 물을 꼼꼼히 살피고 연구한 건축 작품이다. 이국적인 색감과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제주의 자연에 속해 있는 듯 설계됐다. 해외 건축가들은 ‘이 집은 땅에 본래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런 뜻이 담긴 모델하우스 ‘더 갤러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델하우스’라 불릴 정도다. 작가가 타계하기 전 아시아에 남긴 2개의 작품 중에 내부공간까지도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다. 나머지는 일본에 있는 개인 주택이다. 때문에 건축학도나 건축물에 관심이 많은 이들 사이에선 견학 필수코스로도 이용되고 있다. 물론 영화 '건축학객론'이 히트치면서 이 모델하우스는 더 빛이 났다.

 

당초 ‘더 갤러리’는 앵커호텔 첫 사업자인 제이아이디(JID)가 모델하우스가 아닌 VIP룸으로 쓰려고 했다. 그러나 JID는 사업이 늦어지자 가설건축물인 ‘더 갤러리’를 2009년 12월 1차로 사용기간 연장 신청을 했다. 이후 2010년 7월 2차 연장 신청했다.

 

그러나 JID가 자금난을 못 이기면서 공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지난해 6월30일까지 사용기간을 연장하려던 신청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불법 건축물이라는 딱지가 붙게 됐다. 내부 집기들도 압류딱지가 붙었다.

 

이 와중에 지난해 6월 (주)아시아신탁과 (주)부영주택이 콘도와 호텔을 인수했다. 그러나 ‘더 갤러리’ 건물은 인수대상에서 제외됐다. 여기서부터 ‘더 갤러리’는 위기에 닥치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귀포시는 더 갤러리에 대해 ‘강제철거’라는 행정대집행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더 갤러리 건물 소유주인 JID는 법원에 ‘철거집행 중지 가처분신청’을 해 위기를 일단 벗어났다.

 

철거소식이 전해지면서 서울 소재 공평아트센터 공평갤러리가 한국과 멕시코 수교 50주년을 맞아 세계적 건축 거장의 작품을 지키기 위해 ‘레고레타 그의 공간을 품다’라는 주제로 미술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게다가 마르타 오르티스 데 로사스 주한 멕시코대사도 더 갤러리를 방문하는가 하면 청와대를 방문해 철거 중단을 공식요청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국내 건축계와 제주도의회 일부 의원들, 제주지역 예술계와 시민사회단체들도 반발했다.

 

 

멕시코 대사관은 “‘더 갤러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인을 위한 레고레타의 역작이며, 비록 앵커호텔 설계 원본에 ‘철학’이 지켜진다 하더라도 더 갤러리의 철거는 의심할 여지없이 크나큰 손실의 상징물로서 여겨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철거 결정은 한국의 국제적 명성에 손상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유산의 국제화를 진흥하려는 자국 정부의 노력을 약화시킬 것이라 여겨진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제주는 물론 국내 건축계와 예술계, 시민사회단체 등도 “더 갤러리는 제주가 품고 있는 또 다른 하나의 유산”이라며 “건축유산이 철거된다는 것은 국가외교 및 사회 전반적인 문화인식 정도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상업적 목적보다 이를 문화적 공간으로 환원하고 공적인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 많은 부분들이 보다 쉽게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존치를 위한 대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철거를 강행하겠다는 행정 측은 “철거를 전제로 지어진 가설건축물이다. 해안선 100m이내에 있어 영구 건축물로 허용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용적률과 건폐율 초과 등 현행법상 저촉사항이 많다”고 철거 불가피 원칙을 세웠다.

 

우근민 제주지사도 최근 제주도의회에서 “존치한다면 법규상 여러 가지 위반 사안이 있다. 이 가설건축물 때문에 본건물을 완공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며 “‘카사 델 아구아’는 앵커호텔 전체를 칭하며 문제가 되고 있는 가설건축물은 모델하우스로 이용 후 철거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완공이 되지 않는다면 이는 설계자의 의도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법원도 행정 편이었다. 제주법원은 7월25일 본안소송(대집행영장통지처분취소소송)에서 서귀포시의 행정대집행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결을 내렸. 2심 소송은 오는 26일 오후 2시 광주고법 제주행정부가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가처분도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에 앞서 9월24일 광주고등법원 제주행정부는 더 갤러리에 대한 서귀포시의 행정대집행 처분을 정지해 달라(가처분신청)는 JID의 항고를 기각한 바 있다.

 

사업자이자 토지주인 부영도 냉랭한 상태다. 부영이 토지를 기부채납하거나 제주도가 사들이면 되지만 부영과 제주도 모두 부정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는 JID의 진정서를 받고 현장을 실사했지만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한가닥 희망이 남은 것이다. 문화관광부에서도 철거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한편 서귀포시는 21일 오전 9시부터 철거하려던 방침을 제주도의회의 조건부 철거 보류 요청으로 인해 유보했다. 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는 김재봉 서귀포시장에게 권익위원회에서 기부채납을 권고하는 공식입장이 오고, 반대위원회가 (주)부영주택 회장을 만날 때까지 연기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카사 델 아구아' 존폐를 놓고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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