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업의 전통과 미래를 아우르는 전국 유일의 농촌융복합산업 박람회가 제주에서 개막했다. 제주도는 11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7회 농촌융복합산업 제주국제박람회(Food-tech & Farming Plus @ JEJU Fair, 이하 푸파페 제주)'를 열고 오는 13일까지 사흘간의 일정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올해 박람회는 '놀멍 보멍 먹으멍 지꺼진 푸파페'라는 제주어 부제를 내걸고, 전시와 체험, 국제포럼, 수출상담 등 100여 개 부스를 운영해 제주 농업의 고부가가치와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조명한다. 개막식에는 오영훈 제주지사를 비롯해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갑), 양영식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과 도내 농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환영사를 통해 "푸파페 제주는 제주 고유의 문화와 기술, 농업의 융복합 가능성을 함께 체험하는 장"이라며 "농촌융복합산업과 푸드테크 생태계가 연결되며 제주의 새로운 산업 붐이 조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융복합 인증 기업 수가 2020년 115개에서 2023년 176개로 증가하고, 도내 기업들이 전국대회 수상과 '아기 유니콘' 선정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박람회의 의미를 덧붙였다. 행사장에서는 도민과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전시 및 체험 프로그램이 이뤄졌다. 오 지사는 선흘1리 '그림 할망' 갤러리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가뭄 극복을 기원하는 그림 퍼포먼스를 펼쳤고, 전통음식 특별관에서는 시식 행사에 참여해 관람객과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번 박람회에는 청년농부 제품 전시, 한림공고 학생들이 주도한 과학 체험 프로그램, 지역 자원을 활용한 로컬크리에이터 콘텐츠 등이 마련돼 세대 간 소통을 강화했다. 또 실시간 라이브 커머스, 다회용기 사용, 자원절감 실천 등 친환경 운영도 병행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후에는 '농촌융복합산업 인증기업의 글로벌 도전 전략'을 주제로 국제포럼이 열려 서형권 마크앤컴퍼니 대표와 이원신 아침미소 실장이 각각 한국과 싱가포르 간 협력 사례와 수출 경험을 공유했다. 둘째 날인 오는 12일에는 17개 국내외 바이어가 참여하는 1:1 수출·유통상담회가 예정돼 있다. 13일에는 참가기업들이 기부한 물품을 광역푸드뱅크에 전달하는 자선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제주도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공익성과 산업성을 아우르는 농업 박람회 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한·미·일 3국이 제주도 남방 공해상에서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H를 투입해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했다. 11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는 미국 B-52H 전략폭격기를 비롯해 우리 공군의 KF-16 전투기, 일본 항공자위대의 F-2 전투기가 참가했다. 특히 B-52H의 한반도 전개는 올들어 처음이다. 이번 훈련은 같은 날 서울 용산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제22차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와도 맞물려 이뤄졌다. 회의에는 김명수 합참의장, 댄 케인 미 합참의장, 요시다 요시히데 일본 통합막료장이 참석해 3국 간 안보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앞서 지난달 18일에도 한·미·일은 한국 F-15K, 미국 F-16, 일본 F-2 전투기가 참여한 공중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전략폭격기는 투입되지 않았다. 이번 제주 남방 훈련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3국 연합훈련이다. 또 전략폭격기가 포함된 첫 사례다. 국방부는 "이번 훈련은 북한의 고도화된 핵·미사일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3국의 억제 및 작전 수행 능력 강화를 위한 조치"라며 "앞으로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연합훈련을 지속하고 북한의 위협을 억제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출신 강태선 회장이 이끄는 등산용품 브랜드 블랙야크가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고로 13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9일 전체회의를 열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블랙야크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 사실을 공표하도록 명령했다고 11일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해커는 올해 3월 1일부터 4일 사이 블랙야크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SQL(Structured Query Language) 삽입 공격을 시도해 관리자 계정 정보(아이디·비밀번호)를 탈취했다. 이후 관리자 페이지에 접속해 모두 34만2053건에 달하는 고객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출된 정보는 이름, 성별,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 주소 일부 등이다. 개인정보위는 블랙야크가 웹사이트 개설 시점인 2021년 10월부터 SQL 삽입 공격에 대한 취약점 점검을 소홀히 한 점과 외부에서 관리자 페이지 접속이 가능함에도 아이디·비밀번호 외의 추가 인증 수단을 적용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특히 재택근무 확대 등으로 외부 접속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관리자 인증 체계의 미비는 개인정보 유출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개인정보위는 "이제는 아이디·비밀번호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중 인증 등 보다 안전한 인증 수단이 필수적"이라며 기업들의 전반적인 보안 의식 개선을 당부했다. 한편 개인정보위는 블랙야크 외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유출한 온라인 교육 콘텐츠 업체 한국토픽교육센터에 대해 과징금 2300만원, 과태료 270만원을 부과하고, 처분 내용을 공표하도록 했다. 서귀포시에서 태어난 강 회장은 오현고를 졸업하고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제주대에서 경영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제주국제협의회 회장, 재외제주특별자치도민회 총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블랙야크를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로 성장시킨 대표적인 제주 출신 기업인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조선시대 여성 의인 김만덕의 6대손이자 추사 김정희의 친필 현판 '은광연세(恩光衍世)'를 제주에 기증했던 김균 선생이 별세했다. 향년 104세. 11일 유족 측에 따르면 김 선생은 최근 노환으로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 구로구 고려대 구로병원 장례식장 201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2일 오전 6시 40분이다. 장지는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정해졌다. 김균 선생은 지난 2010년, 제주시 사라봉 모충사에서 열린 기념사업회 공식 기증식을 통해 추사 김정희의 친필 현판 ‘은광연세’를 김만덕기념사업회에 기증했다. 이 편액은 "은혜의 빛이 온 세상에 퍼진다"는 뜻으로 추사가 제주 유배 시절 김만덕의 선행에 감동해 김만덕의 3대손인 김종주에게 써준 것으로 전해진다. 김만덕은 1795년 제주에 대기근이 들자 평생 모은 전 재산을 털어 곡식을 사들여 백성들에게 나눠준 인물이다. 정조는 그 공을 기려 의녀 중 으뜸인 '의녀반수(醫女班首)' 벼슬을 내렸다. 기증 당시 김균 선생은 "만덕 할머니가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이 편액을 한 가문만이 갖고 있는 것이 오히려 분에 넘친다고 느꼈다"며 "이제는 제주도민 모두의 보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만덕 할머니가 베풀었던 것처럼 제주 사람들도 좋은 일을 많이 해주시길 바란다. 할머니께서도 지하에서 ‘그게 바로 내 뜻이다’라고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기념사업회 상임대표였던 탤런트 고두심씨는 "김만덕 정신이 이 편액의 공개와 함께 더욱 널리 퍼지길 바란다"며 김 선생의 뜻에 감사와 존경을 전한 바 있다. 기증 이후에도 김 선생은 김만덕 기념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2018년 제39회 김만덕상 시상식 및 만덕제에도 참석해 만덕정신의 현대적 계승에 힘을 실었다. 김 선생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제주 지역사회에서는 "김만덕의 정신을 온몸으로 실천한 분"이라는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우편집중국 집배원의 신속하고 침착한 대응으로 위기에 처한 청각장애인의 생명을 구한 훈훈한 미담이 알려졌다. 제주지방우정청 제주우편집중국 소속 강병직(38) 집배원은 지난 8일 낮 12시경 제주시 서광로 고객 주소지에 복지등기우편물을 배달하던 중이었다. 해당 주소의 고객은 청각장애인으로 평소에도 현관문을 열어둔 채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 도 문이 열려 있었다. 강 집배원은 평소와 다른 느낌에 문 안쪽을 살펴보다 쓰러져 있는 고객을 발견했다. 강 집배원은 신속히 고객에게 다가가 호흡을 확인했다. 다행히 숨은 쉬고 있었지만 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즉시 119에 신고해 상황실과 계속 통화를 이어가며,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혼자 있는 고객 곁을 떠나지 않고 보호했다. 그는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신속한 응급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했다. 강병직 집배원은 응급처지 강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어 이러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 집배원은 과거 마을청년회장을 역임하며,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다. 2022년과 지난해에는 지역사회 발전 유공으로 각각 제주시장과 지역구 국회의원 공로패를 받았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지역 성인들이 전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신체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지역별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에 따르면 제주지역 성인의 신체활동 실천율은 33.0%로 전국 평균(26.6%)을 크게 웃돌며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중강도 이상 신체 활동을 실천하는 성인 비율을 지역별로 분석한 것이다. 중강도 이상 신체 활동이란 주 3회 이상 하루 20분 이상 고강도 활동 또는 주 5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중강도 활동을 의미한다. 질병청은 중강도 신체활동 예시로 배드민턴, 탁구, 가벼운 물건 나르기 등을, 고강도 신체활동으로는 달리기, 축구, 무거운 물건 나르기 등을 제시했다. 제주에 이어 경남(31.8%), 충북(29.8%) 등 농어촌 지역의 실천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광주(23.0%)·대구(23.7%)·경기(25.4%) 등 대도시권에서는 낮은 수치를 보였다. 질병청은 이에 대해 "자동차와 대중교통 중심의 생활환경, 좌식 직업군 비중 등이 낮은 실천율의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 전체 성인의 신체활동 부족률은 2022년 기준 58.1%로 세계 평균(31.3%)보다 2배 가까이 높다. 팬데믹 이후 다소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신체활동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만성질환 예방과 정신건강, 노화 관리에도 중요한 요소"라며 "생활 속 실천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2025년 하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하면서 양기철 기획조정실장, 김남진 혁신산업국장 등을 전면에 배치했다. 제주도는 9일 민선 8기 핵심 정책의 안정적 완성과 새정부 국정과제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목표로 2025년 하반기 정기인사를 예고했다. 이번 인사는 직급 승진자 198명을 포함해 모두 795명 규모의 대규모 인사다. 특히 6급 이하 하위직 승진 인원을 대폭 확대해 조직 내 활력 제고와 사기 진작에 방점을 뒀다. 핵심 보직인 기획조정실장에는 양기철 이사관이 전진 배치됐다. 행정고시 45회로 제주도청에서 시작해 기획재정부와 대통령실 파견을 거쳤다. 정책기획관과 제주RISE 총괄 업무를 수행해온 정책통이다. 미국 미주리주립대에서 행정학 석사를 취득했다. 최근까지 제주연구원에 파견돼 있었다. 양 실장은 명예퇴직한 최명동 실장의 후임이다. 혁신산업국장에는 김남진 제주테크노파크 RISE사업단 부센터장이 발탁됐다. 그는 과거 기획조정실 정책기획관과 중앙부처 파견을 거치며 디지털·우주산업·분산에너지 등 민선 8기 전략사업을 총괄한 경험을 지녔다. 양제윤 전 국장은 공공정책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국장급 인사도 대거 교체됐다. 교통항공국장에는 김영길 대중교통과장이 직무대리로 발령됐다. 수소트램, 간선급행버스(BRT), 제2공항 등 교통 현안의 연속성을 고려한 조치다. 건설주택국장은 박재관 건축경관과장이 승진 임명됐고, 류일순 공항확충지원단장은 문화체육교육국장으로 전보됐다. 김양보 문화체육교육국장은 관광교류국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15분도시추진단장 이창민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로 파견된다. 후임은 도시계획 전문성을 갖춘 현주현 도시계획과장이 직무대리를 맡는다. 정맹철 전국체전기획단장은 강정공동체사업추진단장으로 이동한다. 후임 전국체전기획단장에는 국토부 파견 경력의 강동균 경제일자리과장이 승진 임명됐다. 서귀포시 부시장에는 김원칠 총무과장이 임명됐다. 그는 서귀포시 공직 출신으로 행정·농정·기획 분야 전반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제주RISE센터 부센터장에는 고선애 환경정책과장이 발탁됐다. 고 과장은 환경기초시설 정비, 폐기물·기후 대응 분야에서 실무를 수행해온 인물이다. 도는 이번 인사에서 전담 조직 신설도 함께 발표했다. ▲'제주형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을 전담할 건강주치의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정책과와 분산에너지지원팀 ▲도정 최초 노동 전담 부서인 노동일자리과가 신설됐다. 이와 함께 보건직을 건강위생과장 직무대리로 간호직 공무원을 서기관으로 승진 발령해 제주의료원에 파견하는 등 보건·간호 분야도 강화됐다. 성과 중심 인사도 강화됐다. 성과우수자 발탁추천제를 통해 4급 2명, 5급 4명 등 모두 6명이 승진했다. 특히 4급 승진자는 모두 여성공무원으로 조직 내 양성평등 확대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번 인사는 민선8기 핵심 과제의 성과를 확고히 다지고, 제주가 새정부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혁신 선도지역으로 거듭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도민이 체감하는 실질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전 공직자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대는 지난 10일 제주대 약초원이 문을 열었다고 11일 밝혔다. 제주대 약초원은 제주도 생물자원의 다양성을 확립하고 민선 8기 제주도정의 공약과제인 ‘생약자원 기반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과 연계해 인재양성과 관련 기업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됐다. 약초원은 제주 자생식물의 자원 확보 및 분류, 대체생약으로서의 가능성 탐색, 생약의 품질관리 연구, 지역사회 제주 생약 교육 프로그램 운영, 약용식물 관련 전공 학생들의 연구 실습 교육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 또 제주 생물자원 기반 신약개발 소재를 보급해 천연물의약품 후보 소재와 기능성 소재를 발굴한다. 제주대는 지난 10일 제주대 약초원 개소식을 열었다. 개소식에는 김일환 제주대 총장을 비롯해 이상호 약초원장, 학무위원, 국립생약자원관장, 한국약학대학약초원협의회 대표, 제주도청 바이오산업팀장 및 도내외 관련 기업대표, 교직원, 학생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차기 도당위원장을 선출한다. 현 도당 위원장과 서귀포 당협위원장이 맞붙는 양자대결 구도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10일 도당위원장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고기철 서귀포시 당협위원장과 김승욱 도당 위원장 겸 제주시을 당협위원장이 경선 출마를 확정했다. 애초 3파전이 예상됐지만 고광철 제주시갑 당협위원장은 출마를 고심하다 막판 불출마로 돌아섰다. 차기 도당위원장은 내년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이끌어야 하는 중책이다. 공천관리위원회 구성과 인재 영입 등 주요 전략을 총괄하고, 조직 재정비와 선거 체제 구축까지 도맡는다. 특히 국민의힘은 지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와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제주의 경우 사실상 완패한 만큼 도당위원장의 리더십에 지역 조직의 재도약이 걸려 있는 상황이다. 국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도당위원장 선출은 단독 후보일 경우 운영위원회 인준으로 결정되지만 복수 후보가 등록하면 도당대회를 통해 대의원 과반 득표자를 선출하게 된다. 이번 선거에선 모두 282명의 도당 대의원이 투표권을 가진다. 결선 투표 없이 단 1차 투표로 당선자가 결정된다. 도당위원장 선거관리위원장은 허향진 전 제주도당위원장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사실혼 관계에 있던 외국인 여성을 말다툼 끝에 폭행하고 흉기로 찌른 5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제주서부경찰서는 11일 특수상해 혐의로 50대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7일 오전 3시 제주시 연동 한 다가구주택 4층에서 사실혼 관계의 동남아 출신 외국인 여성 B씨를 수차례 폭행하고,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두 사람은 말다툼을 벌이던 중 A씨가 B씨를 폭행했고 집을 나서 도망치려던 B씨를 따라가 등 부위를 흉기로 찌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 있던 이웃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B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메가박스가 오는 14일 전국 CGV 영업 중단에 맞춰 제주 지역 포함 전국 주요 지점에서 '씨집살이 해방' 이벤트를 연다. 메가박스는 1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14일 하루 동안 '정상 영업 중'임을 알리며 타 영화관 VIP 회원을 위한 특별 이벤트를 공지했다. 제주 지역의 경우 아라점, 삼화지구점, 서귀포점 등 3개 지점 모두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이날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 중 타 영화관 VIP 인증 고객은 팝콘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메가박스 멤버십에 가입한 뒤 오는 14일 상영작을 예매하고, 관람 당일 현장에서 타 영화관 VIP 인증 화면과 티켓을 제시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이벤트는 CGV가 시스템 리뉴얼 작업을 위해 오는 13일 오후 9시부터 15일 오전 8시까지 전국 모든 지점의 영업을 일시 중단하면서 기획됐다. 이 기간 CGV 모바일 앱과 홈페이지 접속도 불가능해 14일에는 CGV를 통한 영화 관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14일 영화를 관람하려는 도민들은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를 이용해야 한다. 특히 메가박스는 CGV VIP 고객을 겨냥한 '씨집살이 해방' 콘셉트로 관객 유치에 나섰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14일 하루 CGV의 휴업으로 영화 관람이 어려운 관객들을 위해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이벤트를 마련했다"며 "제주를 포함한 전국 주요 지점에서 정상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벤트와 관련된 세부사항은 메가박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이른 장마 종료와 이어지는 폭염으로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당분간 비 소식도 뚜렷하지 않아 다음달에도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수 싸이의 대표 공연 '흠뻑쇼'가 다음 달 서귀포에서 예정돼 있어 이색적인 물세례 공연과 가뭄 현실 사이의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10일 제주도에 따르면 서귀포 하논분화구 일대 논밭은 이미 바닥이 쩍쩍 갈라진 상태로 일부 용천수 공급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이 지난 7일 발표한 토양수분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제주시 신엄 지역은 121kPa(킬로파스칼)로 '부족' 판정을 받았다. 도는 지난 8일 가뭄 대응 관계기관 점검 회의를 열고 행정시와 관계부서 간 협업을 통해 급수 대책을 단계별로 마련했다. 상수도 감량 운영, 하수처리수 재이용, 광역 농업용수망 확충 등이 병행 추진 중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농가에 용수가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실태를 점검하고, 농업용수 공급 체계를 재정비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이번 여름은 마른장마에 이어 '이중 고기압'과 동풍이 겹치면서 폭염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겹쳐 형성된 구조는 오는 13일부터 약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곧바로 고온다습한 열대 수증기가 몰려오며 체감온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8월 중순까지 폭염특보 수준의 더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제주도에 가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가수 싸이의 대표 콘서트 '2025 흠뻑쇼'가 다음달 10, 11일 이틀간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싸이는 지난 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대구 공연부터 '물제한석'을 도입해 물을 맞지 않고도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물세례 없이 즐기는 좌석은 '흠뻑쇼' 14년 역사상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제주 공연을 앞두고 물 공급과 폭염 관리라는 지역 현실이 공연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상학자들은 "8월 중순까지 폭염은 계속될 것"이라며 "태풍의 영향이 없을 경우 더위는 물론 물 부족 문제도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주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폭염 속 물세례가 기대된다"는 반응과 "가뭄 상황에서 물 사용이 적절하냐"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대 인근 버스 회차지가 기존 산학협력관 앞에서 인근 부지로 신설·이전됐지만 기존 도로와 주변 차선에 버스들이 여전히 무분별하게 불법 주·정차를 하고 있다. 교통 혼잡과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는 민원이다. 10일 제주도 홈페이지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게시판에는 제주대 버스 승강장에서 월평1교 앞 교차로까지 이어지는 4차선 도로에서 버스들이 양측 1개 차로씩을 점유해 사실상 2차선 도로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민원 글이 올라왔다. 민원인은 "버스들이 불법으로 주차하거나 유턴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후속 차량이 급정차하거나 갑작스럽게 차선을 변경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보행자, 특히 학생들이 버스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도 많아 사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당 회차지는 도민 세금으로 조성됐다. 주차면도 기존보다 약 3배인 57면으로 확대됐지만 정작 버스들이 회차지를 활용하지 않고 인근 도로에 주차하는 일이 잦다는 지적이다. 민원인은 "이러한 문제는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며 "수년 전부터 꾸준히 지적돼 온 사항"이라고 전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버스 운전자들의 인식 부족도 문제지만 관련 행정의 계도와 단속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또 다른 민원인은 "이 문제는 단순 불편을 넘어 학생과 보행자, 운전자 모두의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라며 "제주도와 제주시, 교통경찰 등 관련 부서의 합동 계도와 상시 단속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향후 1~2주 내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현장 영상과 자료를 추가 확보해 학생회에서 공론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에서 진로를 고민하던 학생들이 세계적인 크루즈 선사의 항해사로 성장해 다시 제주 무대에 섰다. 이들은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진로 전략을 전하고 국내 해양인재 양성 시스템의 한계를 짚으며 대안을 제시했다. 11일 제주국제크루즈포럼에 따르면 '2035 아시아 크루즈의 비전: 9%에서 20%를 향한 항해'를 주제로 개막한 제12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에서 이날 오전 '크루즈산업 인재양성과 글로벌 커리어'를 주제로 한 특별세션이 열렸다. 이 세션은 단순한 취업 멘토링을 넘어 해양 인재 양성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짚고, 국제 경쟁력 확보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전략적 자리로 마련됐다. 이번 세션의 연사로는 Norwegian Cruise Line Holdings 박민형, Carnival Cruise Line 구남재, Royal Caribbean International 류지민 항해사가 나섰다. 이들은 과거 제주국제크루즈포럼에 학생 참가자로 참여했다가 현재 세계 3대 크루즈 선사에 승선 중인 현직 항해사로 성장해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이들은 '바다토끼팀'이라는 이름으로 해양계 특강, 유튜브 콘텐츠, 방송 출연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발표에서는 ▲글로벌 승선까지의 커리어 설계 ▲국제 자격 취득 및 언어·문화 장벽 극복 사례 ▲Crowd Management, Dynamic Positioning, STCW 기반 직무교육 및 실무 기반 역량 강화 방안 등을 공유했다. 또 국내 해양계 교육의 실습 부족과 이론 중심 교육의 한계를 지적하며 독일·필리핀 등 해외 선사 채용 구조에 대한 실전 사례도 제시됐다. 특히 연사들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닌 한국 해양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시뮬레이터 기반 실습 강화 ▲정부-선사 간 협약 ▲국제 기준 도입 ▲비전형 인재 대상 확대 ▲산학협력 시스템 구축 등 실질적 제도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이날 멘토링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됐다. 정주영 아세아크루즈인재양성센터 교수가 객실·승무·호텔 파트 진로를 중심으로 후속 상담을 진행했다. 제주국제크루즈포럼 관계자는 "이번 특별세션은 청년들이 제주에서 출발해 세계로 진출하고, 다시 제주에서 미래 인재들에게 경험의 씨앗을 나누는 순환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이 단순한 취업 박람회가 아닌, 실제 글로벌 인재를 배출하는 살아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돼지열병 백신 반입이 금지된 제주도에서 항체가 검출돼 당국이 경위 파악에 나섰다. 제주도는 지난 7일 도내 A양돈장의 돼지 3마리에서 돼지열병 항체가 검출됐다고 10일 밝혔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최종 항체 검사를 의뢰해 항체의 정확한 유형을 확인 중이다. 도는 현재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로부터 돼지열병, 오제스키병, 소 브루셀라병 등 3종 전염병에 대한 청정 지역 인증을 받기 위해 방역체계를 엄격히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전염병뿐 아니라 관련 백신의 반입도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반면 제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돼지열병 백신 접종이 의무화돼 있는 상황이다. 도는 이번 항체 검출이 지난해 문제가 된 B사 일본뇌염 백신과 관련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시 해당 백신은 돼지열병 항원이 혼입된 사실이 확인돼 도는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회수 및 폐기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번 A농장에서 해당 백신이 제대로 폐기되지 않고 실수로 접종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는 정확한 백신 접종 이력과 항체 형성 원인을 조사 중이다. 방역지위 유지와 관련된 후속 조치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해당 백신이 남아있었던 경위, 접종 시점과 규모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방역 조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지역 중장년 인구가 최근 3년 사이 3.9% 증가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1인 가구 비중과 숙박·음식점 종사율, 대출 보유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본 호남·제주지역 중장년' 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역 중장년 인구(40~64세)는 2023년 기준 26만9000명이다. 2020년보다 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호남·제주 4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전체 인구보다 중장년 인구 비중도 41.5%로 전국 평균(40.5%)을 웃돌며 전국 4위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42.1%로 가장 많았고, 40대(39.0%), 60대(18.9%) 순으로 나타났다. 중장년 가구도 15만7000가구로 2020년보다 4.3% 증가했다. 전체 가구 중 중장년 가구 비중은 56.6%로 전국 2위다. 특히 1인 가구 비중이 27.8%로 가장 높았고, 가구 구성은 2세대 가구가 절반 이상(50.3%)을 차지했다. 자녀와 함께 사는 중장년 가구 비율은 50.4%, 그중 자녀 연령은 10~19세가 43.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평균 동거 자녀 수는 1.66명으로 전국 평균(1.57명)보다 많았다. 경제활동 면에서는 중장년 등록취업자 수가 18만2000명으로 2020년보다 8.8% 증가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금근로자가 72.6%로 가장 많았다. 비임금근로자의 경우 숙박·음식점업(23.8%)에 가장 많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 상황에서는 소득이 있는 중장년 비율이 79.1%로 나타났고, 대출이 있는 비율은 62.3%로 전국 평균(57.0%)보다 높았다. 주택 보유율은 인구 기준 44.8%, 가구 기준 60.4%로 전국 평균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노후 준비에 대해서는 78.0%가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주요 방법으로는 공적연금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부모 부양에 대해서는 '가족·정부·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이 64.5%로 가장 많았다. 건강 및 삶의 질과 관련해서는 우울할 때 도움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응답이 81.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기대여명도 중장년 연령대 중 제주가 가장 길었고, 주요 사망 원인은 악성 신생물(암)이었다. 통계청은 "이번 통계는 제주와 호남 지역 중장년층의 인구·가구 구성, 경제활동, 노후 준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연구원이 급변하는 정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직개편에 나섰다. 제주연구원은 오는 11일자로 조직개편을 시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개편은 연구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미래 대응 전략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우선 기존의 '연구기획부'는 '연구기획전략실'로 개편돼 외부 협력 기능을 보다 강화한다. 여기에 원장 직속의 '미래대응전략실'을 신설하고 전략실장은 연구기획전략실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제주연구원은 "중장기 정책 아젠다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현안에 보다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연구조직도 통합 및 축소된다. 기존 ▲자치문화연구부 ▲혁신경제연구부 ▲환경도시연구부 ▲기반산업연구부 등 4개 부서는 ▲도민행복연구실과 ▲지속성장연구실 등 2개 실 체제로 개편된다. 이는 연구 주제 간 경계를 허물고, 융합형 연구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실 단위로 조직을 재편하면서 관리자 책임과 권한도 함께 확대했다. '도민행복연구실'은 정주환경, 생활교통·물류, 지역 분권 등을 주제로 도민 체감형 정책 연구를 수행하고 '지속성장연구실'은 미래산업과 산업 생태계, 1차 산업 및 관광의 지속가능성 등 제주형 성장 전략 개발을 맡는다. 이와 함께 기존 데이터센터는 'AI데이터연구지원센터'로 명칭을 변경하고, 부원장 직속 조직으로 재배치된다. 데이터 기반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유영봉 제주연구원장은 "이번 조직개편은 유용성, 시의성, 적정성을 중심으로 한 연구 기능의 고도화를 위한 전략적 변화"라며 "앞으로도 융복합 연구와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제주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시가 제주목관아와 탑동광장을 잇는 탑동로 구간의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도시재생과 연계한 보다 종합적인 개선이 이뤄졌어야 한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제주시는 지난 8일 '서문사거리~북성로(광로3-1-2호선)' 구간 도시계획도로 확장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10일 밝혔다. 해당 구간은 원도심과 탑동광장을 연결하는 주요 간선도로로 현재 보행자 도로 폭이 평균 1.5m에 불과해 시민과 관광객의 보행 불편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시는 사업비 9억원을 투입해 전체 연장 300m의 도로 폭을 확장하고, 보행자 도로 폭을 4m까지 넓힐 예정이다. 올해 말 준공이 목표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 대해 홍명환 전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도심 개선의 기회를 놓쳤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4차선의 서사로와 탑동로 사이에 생뚱맞게 자리잡은 복개천 위 6차선 도로는 장기 방치 차량만 가득한 상황"이라며 "교통량이 많지 않은 구간에 대규모 도로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홍 전 센터장은 앞서 해당 구간에 대해 4차선으로의 '도로 다이어트'와 회전교차로 설치, 섬식정류장, 자전거도로, 가로수 식재, 유료주차장 확충 등을 골자로 한 도시재생 연계형 개선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는 "도심 분위기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사업이 될 수 있었지만 공무원 편의주의가 우선된 결과로 용두사미 결론이 내려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제주시 관계자는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앞으로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에서 중국 칭다오로 바로 연결되는 해상 화물 항로가 이르면 다음달 말 개설될 전망이다. 그동안 부산항을 경유해야 했던 제주 수출입 물류의 부담을 줄이고, 지역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9일 제주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제주~칭다오항 바닷길 항로 개설을 이달 중 승인할 예정이다. 중국 선사 측이 관련 해상화물운송사업 등록을 마치면 다음달 말부터 정기 항로 운항이 가능하다는 공식 의견을 전달받았다. 현재 제주산 수출품은 대부분 부산항을 거쳐 중국으로 운송되고 있다. 이 경우 컨테이너(TEU) 1개당 모두 204만원의 물류비가 든다. 이 중 42%인 85만원은 부산항 경유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다. 제주~칭다오 직항이 개설되면 컨테이너당 약 85만원이 절감된다. 연간 약 2500TEU 기준으로 도내 수출기업은 연 21억원의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화물선은 7500톤규모로 도는 지난해 산둥원양해운그룹(산둥선사)과 연 52항차 정기 운항을 골자로 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선사는 운항 수입으로 운영을 담당하고, 적자가 발생할 경우 도가 손실을 일부 보전하는 구조다. 이 항로를 통해 주로 수출되는 품목은 삼다수, 용암해수, 냉동 수산물(고등어·달고기) 등이다. 도에 따르면 제주 화순항에서 진공포장된 고등어의 상당량이 중국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잡어로 취급되는 '달고기'도 중국에서는 두툼한 식감으로 수요가 높아졌다. 수입 품목도 다양하다.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목재, 석재, 타일 등 자재를 비롯해 양식 사료, 페트병 원료인 레진,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식재료 및 생필품 등이 포함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특히 삼다수는 현재 연간 56톤이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는데 직항 개설 시 수출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당초 도는 지난해 12월 첫 취항을 계획했으나 한·중 컨테이너선사 협의체인 황해정기선사협의회(HJSC)의 노선 적정성 평가 절차를 간과하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지난해 말 제주항 10부두에 설치된 월 1억원 규모의 하버 크레인도 항로 개설 지연으로 현재까지 가동되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협의회는 제주~칭다오 항로가 기존 노선과 경쟁 우려가 없다는 취지의 적정성 평가 결과를 해양수산부에 전달했고 이에 따라 최종 승인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 도는 이달 중 항로 승인이 이뤄질 경우 다음달 말 첫 취항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자치경찰단이 국가경찰이 운영 중인 지구대·파출소 이관을 추진하고 있으나 예산과 인력 문제, 제도적 보완 등 과제가 겹치며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9일 제주자치경찰단에 따르면 제주도는 읍·면·동 지역 치안을 맡고 있는 도내 지구대 7곳과 파출소 19곳을 자치경찰 체제로 이관해 줄 것을 정부와 경찰청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21년 7월 전국 17개 시·도에 자치경찰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생활안전·교통·여성청소년 등 지역 치안 기능을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책임지는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자치경찰단은 현재 학교안전순찰, 관광경찰, 중산간 행복치안센터 운영, 긴급차량 순찰과 함께 기초질서·환경·식품·보건·위생 분야에서 특별사법경찰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 치안을 담당하는 지구대·파출소는 여전히 국가경찰 소관으로 운영되고 있어 기능 분리에 따른 제도 혼선 우려가 제기돼 왔다. 실제로 제주에서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2년 8개월 동안 국가경찰 인력 268명을 자치경찰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자치지구대'와 '자치파출소' 7곳을 시범 운영한 바 있다. 이는 이후 전국 자치경찰제 도입의 밑거름이 됐다. 자치경찰단에 따르면 현재 제주경찰청 전체 정원(2020명)의 절반에 가까운 1073명(53%)의 인력이 확보돼야 도내 26개 지구대·파출소를 자치경찰이 운영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간 운영 예산도 1000억원가량이 필요해 재정 지원 없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경찰공무원의 신분이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전환될 경우 정년·보수 등 인사체계 변화에 대한 우려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오충익 제주자치경찰단장은 "지구대·파출소의 자치경찰 이관은 국가경찰과의 협의와 예산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완전한 이원화 여부는 결국 새 정부의 자치경찰 정책 방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2021년 기존 생활안전교통국 산하에 있던 지구대·파출소 업무를 112치안종합상황실로 이관한 상태다. 이에 따라 자치경찰이 이관받기 위해서는 112상황실 운영 체계까지 포함한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자치경찰제 개혁안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권 조정과 연계해 국가경찰의 권한 분산, 자치경찰 권한 강화 방향으로의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자치경찰 강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경찰제도발전위원회 논의에만 그치고 구체적인 이관 계획은 제시하지 못한 바 있다. 자치경찰의 현장 기능 확대를 위한 제도적 보완과 재정적 지원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지역 자살률이 2년 연속 전국 최상위권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시·도별 자살 사망자 및 자살률 현황에 따르면 제주지역 자살자 수는 205명으로 집계됐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30.5명으로 충청남도(33.6명)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특히 2022년에는 자살자 수 232명, 자살률 34.7명으로 전국 1위를 기록한 바 있어 제주지역의 높은 자살률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문제임을 보여준다. 2022년 기준 지역별로 보면 자살 사망자 수는 ▲경기 3707명 ▲서울 2177명 ▲부산 966명 순으로 많았고, 자살률은 ▲제주(34.7명) ▲강원(34.5명) ▲충남(34.1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올해 제2회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모두 25억5000여만원의 자살예방 사업 예산을 확보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신속한 집행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시·도 부단체장들과의 회의에서 "자살률 현황과 대응 방안을 공유하고, 2차 추경 예산이 조속히 집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복지부는 특히 자살률이 높은 지역일수록 심리적 위기자 조기 발굴, 정신건강 상담,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 등 맞춤형 예방사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SNS상담 ‘마들랜’,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을 통해 24시간 상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복지부는 "우울감이나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기관의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견학 온 걸스카우트 대원 한명을 대통령 집무실(Oval Office)로 유인해 ‘성추행’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정신줄을 잠깐 내려놓은 연예인이 그랬어도 세상이 시끄러울 사건을 대통령이 저질렀으니 그야말로 세상이 뒤집힐 일이다. 대통령이 말 그대로 대형 사고를 치자 모두들 ‘이제 정권은 끝장났다’고 망연자실하고 자포자기한다. 재선(再選)은 언감생심이고 탄핵과 파면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교도소로 직행할 판이다. 그러나 영악한 백악관 여성 보좌관 윈프리드 에임스(Winfred Amesㆍ앤 헤이츠 분)가 전의를 상실한 백악관 참모들을 질타하고 나선다. ‘불가능이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Impossible is not a fact. It’s an opinion)’이라는 무하마드 알리의 불굴의 정신을 일깨운다. 아디다스가 광고 카피로 적절하게 써먹어 유명해진 말이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이고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It ain’t over til it’s over)는 불세출의 야구감독 요기 베라(Yogi Berra)의 ‘속단 금물’ 정신을 불어넣는다. 지난해 12월 3일 밤에 어처구니없이 선포
이재명 대통령의 3일 첫 기자회견은 시점과 형식, 내용 모두 직전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됐다. 우선 취임 30일 만에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이른 시간에 회견을 했다. 질문자를 지명하기도 했지만, 기자 명함을 넣은 상자 안에서 무작위로 뽑아 선정했다. 풀뿌리 지역 언론에도 영상으로 질문하도록 했다. 대통령실의 ‘가깝게, 새롭게, 폭넓게’ 콘셉트에 맞게 대통령과 기자단과의 물리적 거리도 가깝게 배치했다. 좌석도 둥그런 타운홀미팅 방식으로 배열했다. 이 대통령은 사전 조율 없는 민감한 질문에도 참모진의 도움을 받지 않고 답변했다. 정권 초기 허니문 기간이어서인지 날선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치솟는 서울 아파트값, 라면에 계란 넣어 먹기 부담스러운 생활물가, 시한이 임박한 미국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협상,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 검찰을 비롯한 사법제도 개혁 등 현안과 과제가 산적해 있다. 초대 내각 및 검찰 인사 등에 대해 이 대통령은 “시멘트와 자갈, 모래, 물을 섞어야 콘크리트가 된다. 시멘트만 모으면 시멘트 덩어리가 되고, 모래만 모으면 모래더미가 된다”며 진영에 따른 갈라치기가 아닌 ‘통합’ 인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의 집값 안정 대책과 관련해선
영화 ‘왝 더 독(Wag the Dog)’은 배리 레빈슨(Barry Levinson) 감독의 1997년 작품이다. 레빈슨 감독은 1988년 ‘레인맨(Rain Man)’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고, ‘내추럴(The Naturalㆍ1984년)’ ‘굿모닝 베트남(Good Morning Vietnamㆍ1987년)’ 등의 영화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더스틴 호프먼, 로버트 드 니로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을 불러 모아 만든 작품이다. 영화의 장르 자체가 ‘블랙 코미디’이자 ‘정치 풍자극’이고 영화의 줄거리도 단순하다면 단순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대단히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어느 날, 재선을 위해 젖 먹던 기운까지 짜내던 대통령(마이클 벨슨 분)이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엉뚱한 사고를 치고 만다. 사고도 사고 나름이지 백악관 견학을 온 걸스카우트 소녀 한명을 데리고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다. 이 황당한 추문이 새어나가고 당연히 재선은 물 건너간 꼴이 된다.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해야 하는 참모진들은 머리를 쥐어짠 끝에 당대 최고의 ‘정치 선전, 홍보 기술자’ 브린(Breanㆍ로버트 드 니로 분)을 ‘해결사’로 초빙한
요즘 들어 어머니의 하루는 오후가 되어서야 시작되는 날들이 많아졌다. 오늘은 애간장과 인내심을 거의 다 태우고 나서, 저녁 7시쯤에 눈을 뜨셨다. 그 사이에 나는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어머니가 눈을 뜨지 않으신다. 어떡하면 좋을까. 아무래도 이번에는 어려우실 듯 하다’는 등의 하소연을 해댔다. 하나마나 한 걱정이라서일까, 아니면 노인들의 잠은 보약과 같아서 그럴까? 한결같이 보내오는 응답이 ‘그냥 주무시게 놔둬라. 잘 만큼 자고 나면 일어나실 게다’라는 소리다. 어머니의 시간은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줄을 알면서도, 마치 혼자서 걱정하다가 무슨 일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심정이다. 어쩌면 책임질 일이라도 생길까 싶어서 미리 공유하려는 듯 꼭 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아, 나의 이 한없이 나약하고 비겁한 마음을 어찌할거나. 정말로 노인에게는 잠이 보약이다. 기운이 충전되셨나 보다. 어머니는 필요한 만큼 주무셨는지, 슬며시 눈을 뜨셨다. 백설공주가 따로 없지 싶다. 누구나 깊은 잠에 빠져서 눈을 뜨지 않을 때는, 저러다가 깨어나지 하면서도 마음 한 켠으론 의심과 걱정이 스멀스멀 기어나올 것이다. ‘스멀스멀’이란 말이 나왔으니, 평생에 잊히지 않는 일이 하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지난달 3일 새벽 5시. 초여름의 선선한 공기 속 제주시 삼도2동 제2투표소(제주남초)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가 시작되기 직전의 풍경이었다. 정당 참관인과 투표 사무원,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전 5시 30분, 개시 준비가 본격화되자 사무원은 참관인을 상대로 투표지와 도장, 봉인 스티커를 하나하나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봉인작업은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고, 투표소는 긴장감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했다. 하지만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전 6시 35분. 한 50대 남성이 조용히 투표소에 들어섰다. 신분증을 내민 그에게 여성 사무원이 선거인명부를 대조하던 순간, 전산 시스템에는 이미 '사전투표 완료'로 명시돼 있었다. "혹시 사전투표 하지 않으셨어요?" 사무원의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사무원은 옆 동료와 눈짓을 주고받고는 다시 물었다. 그리고 재차 "29일에 혹시 사전투표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물었다. 남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신분증을 챙겨 빠르게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현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참관인과 사무원들
"학생을 지키려다 제가 무너졌습니다." 제주시 한 고등학교 교사 A씨가 남긴 말이다. 그가 마주한 상황은 한마디로 무방비였다. 신체 접촉 피해를 입고도 아무런 보호 조치 없이 가해 학생과 수학여행을 떠나야 했고, 신고를 했지만 돌아온 건 "화해하라"는 말과 "수행평가 때문에 복귀해달라"는 요구뿐이었다. 결국 A씨는 병가와 특별휴가를 연달아 사용한 끝에 교단을 떠났다. 학교는 침묵했고, 교사는 끝내 혼자였다. 사건은 지난 5월 수업 중 발생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학생을 제지하자 학생은 갑자기 A씨를 껴안으려 했고, 뿌리쳐도 다시 강하게 팔을 붙잡았다. 이후에도 새벽 시간에 문자가 왔고, 복도에서 위협적인 접근이 반복됐다. A씨는 학교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분리 조치는 없었다. "교권보호위원회에 신고되기 전까진 어렵다"는 설명이 전부였고, 보호 매뉴얼도 없었다.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조차 A씨가 직접 확보해야 했다. 가장 충격적인 건 닷새 뒤 그 학생과 함께 수학여행에 인솔 교사로 떠나야 했다는 사실이다. "도저히 함께할 수 없다"는 A씨의 호소에도 학교는 묵묵부답이었다. 그 뒤로 이뤄진 분리 조치는 고작 5일. 병가에 들어간 A씨에게는 "수행평가 문제
지난 20일 오후 2시 제주시 김만덕기념관 만덕홀. '제주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안)' 공청회가 열렸다. 제주도가 추진 중인 수소트램 사업에 대해 전문가와 도민이 마주한 자리였다. 단상 위에서는 장밋빛 '미래의 제주'가 펼쳐졌다. 관광객 수요, 탄소중립 교통수단, 지역경제 회복이라는 익숙한 키워드들이 연이어 쏟아졌고 '제주형 모빌리티 혁신'이라는 수식어도 덧붙여졌다. 이날 발표된 핵심 교통수단은 '트램(Tram)'이다. 도로 위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운행되는 노면 전차로 지하철보다 건설비가 저렴하고 정시성이 높아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대중교통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전기를 사용하는 일반 트램과 달리 도가 도입을 검토 중인 수소트램은 수소 연료전지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이용상 한국철도문화재단 이사장은 "수소트램 역세권 주변에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사업 추진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익 대전광역시 철도정책과장도 "도시철도 건설은 단순한 교통망 확충을 넘어 도로와 교량, 교각 등 기반시설을 함께 개량하고 개선함으로써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그 많던 야자수는 다 어디 갔나요?" "다 뽑았대요. 그런데 또 심는대요." 제주시 탑동로를 걷던 관광객과 상인의 대화다. 제주시는 지난 3월부터 이 곳 가로수도 심어졌던 워싱턴야자수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방향을 틀었다. 지금 탑동로에서는 야자수를 다시 심는 '재식재' 작업이 한창이다. 그 사이 도민 혈세 3억원 가까이가 공중으로 흩어졌다. 사실 워싱턴 야자수가 제주와 인연을 맺은 건 오래다. 1982년부터 제주도내 주요 도로와 관광지에 심어져 그동안 남국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이색 풍경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한때 3500여 그루가 도내 곳곳에서 자라 제주의 또 다른 상징이 되기도 했다. 아열대 식물인 워싱턴 야자는 멕시코, 북아메리카의 애리조나주, 뉴멕시코주, 콜로라도주 등지에 주로 분포한다. 줄기는 하나로 곧고 원기둥 모양이며 회갈색이 난다. 잎은 꼭대기에 빽빽이 나며 부챗살처럼 돼 있다. 수명은 80~250년 이상이고 추위에 비교적 강해 제주지역 등에서 노지월동이 가능하다. 최대 25m 이상까지도 자라 제주 곳곳에 심어진 워싱턴 야자들도 20m를 훌쩍 넘는 크기로 자랐다. 바람에 대한 저항성이 아주 강한 편인 수종으로
제주특별자치도는 법정계획을 수립하거나 혹은 당면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하여 많은 용역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현안과 문제점을 잘 파악하여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올바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가에 대하여는 많은 논란이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다. 환경보전기여금은 오랜기간 논의와 여러차례의 용역이 있었음에도 실행이 무산되어 왔다. 그러한 점에서, 이 논설은 2023년 12월 26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시행한 ‘(가칭)제주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실행방안 마련 용역(이하 ‘용역’이라 한다)’의 중요한 쟁점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여 보다 더 충실한 정책이 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찬성 혹은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용역’ 그 자체를 입법정책적 측면에서 검토하고, 다른 ‘용역’을 수행하는 경우에도 보다 더 실행이 가능한 ‘용역’을 수행하여 주도록 촉구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독자들의 많은 의견을 제시하여 주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용역' 161∽171쪽은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 등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운용하는 관광세, 호텔세, 숙박세, 환경세 등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 관광세(Tourist Tax)인가 환경세(Eco tax)인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공통적인 문제 인식은 '과잉관광(over tourism)'으로 인한 심각한 압박(enormous pressure), 즉 물가와 부동산 가격상승을 비롯하여 쓰레기와 교통난, 환경 파괴 등 지역주민의 삶의 질에 가중되는 부정적인 영향을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수단 중의 하나라는 점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관광객들로부터 징수하여 지속가능한 관광을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대부분은 ‘관광세(tourist tax)’라 하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환경자원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환경세(eco tax)’라고 부르고 있다. 다만 ‘환경세’는 화석연료 사용, 교통시설이나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환경오염 배출 등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 등에 직접 부과되는 세금을 의미한다. 또한 'tax'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납부하는 '세금'은 물론 다양한 명칭으로 사용되는 ‘부담금’이나 ‘사용료’ 등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담금관리기본법」 제2조는 '부담금'이란 '분담금, 부과금, 기여금, 그 밖의 명칭에도 불구하고 재화 또는 용역의 제공과 관계없이 특정 공익사업과 관련하여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부과하는 조세 외의 금전지급의무'이므로 ‘환경보전기여금’은 이 법률의 적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환경보전기여금’을 부과하면서 환경보전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국회와 행정부의 입법심사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논쟁대상이다. 즉,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정책은 엄격한 입법심사 대상이며, 이후에도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 지방재정고권과 조세법률주의 외국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세는 국가가 정하는 세금이 아니라, 해당 지방의회의 의결로 자율적으로 세율과 종목을 결정하는 지방세이다. 그 근거는 해당국가의 헌법과 법령이 보장하는 지방재정고권(financial sovereignty)과 조세고권(taxation sovereignty)으로 포괄적인 지방자치 고유권한의 하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예를 들면, 독일 「기본법」 제28조 제2항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재정 자치권한과 조세권한을 보장받는다. 그러므로 법령의 범위 안에서 지방의회 의결로 스스로 지방세의 종목이나 세율을 결정할 수 있으며, 이 권한은 200여년전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지방자치의 오래된 역사적 배경에 따른 것이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지방세라 할지라도 ‘조세법률주의(헌법 제59조)’에 의하여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하며, 「부담금관리기본법」 제3조에 의한 부담금은 '법률'로 정하도록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환경보전기여금’이 절실하다 할지라도 국회가 정한 '법률'에 따라야 한다. 특히 2001년 시행된 「부담금관리기본법」의 제정이유는 '각 개별법률에 근거하여 설치 운영되어 온 각종 부담금의 신설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며,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부담금을 신설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해당 법률안을 입법예고하기 전에 기획재정부의 심사'를 요구하는 등 엄격한 제한이 따른다. 이와같은 법률 체계의 큰 차이로 인하여, 외국의 지방자치단체가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제주특별자치도가 ‘환경보전기여금’을 쉽게 도입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어려우며, 높은 장벽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 포르투갈 마데이라의 사례 포르투갈 마데이라의 지방자치단체인 ‘펀찰시(Funchal City)’는 2024년 10월부터 지속가능한(sustainability) 관광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방 관광세(Municipal Tourist Tax)’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 수입은 인프라와 서비스, 시설을 보존, 증진, 유지하기 위하여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관광세는 관광객이 호텔 등에 숙박할 경우에 1인 '1박(per night)'당 2 유로(€, 3000원 정도)이며, 최대 '7 연속 숙박(7 consecutive nights)'으로 14 유로(€, 2만1000원 정도)까지 부과된다. 숙박 이전 혹은 체제 기간 중에 납부하여야 한다. 이에 비하여 제주특별자치도 ‘용역’ 194쪽과 202쪽은 '숙박시설의 객실 이용자(1인/1일)' 1500원을 기본부과금액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숙박은 ‘1박 2일’이 되기 때문에 ‘2일’로 적용하여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낳게 된다. 결국 현장에서 심각한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되므로, ‘1인/1일’은 반드시 ‘1인/1박’으로 수정하기를 권한다. '자동차대여사업용 자동차 이용자(1일/1대)'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펀찰시는 2025년도부터 마데이라 섬에 상륙하는 크루즈 승객에 대하여도 ‘크루즈 승객 1인당(per cruise passenger)’ 2유로의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검토가 추가되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렌트-카에 대하여 관광세를 부과하는 경우는 좀처럼 그 사례를 찾을 수가 없으므로 또한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드린다. # 기여금인가? 분담금인가? 이 ‘용역’ 표지는 '(가칭)제주환경보전기여금'으로 되어 있다. 그동안 다양한 명칭으로 사용되어 왔으나, 본문에는 '제주환경보전분담금'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의 추진과정에 상당한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진다. 그러나 다양한 명칭에도 불구하고, 「부담금관리기본법」이 적용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부담금'에 대하여 '특정한 공익사업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자에 대해 그 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부담시키기 위해 부과하는 금전지급의무'라고 판결한 바 있다.(헌재 2003.5.15. 2001헌마90)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의로운 거지가 사람들에게 재난을 방비하라고 경고하다 만약 ‘옜다! 하고 던져주는 음식을 먹지 않겠다’라는 말이 사람인 거지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가치를 표출한 것이라고 말한다면, 거지의 기본 인격 관념과 의협(義俠)의 관념이 동시에 내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의 밑바닥에 처해 있지만 결국은 인류의 일원으로 자신의 생존을 추구하면서 여러 방면에서 타인을 도와주려 한다. ‘선을 쌓고 덕을 행하는’ 것이다. 원나라 인종 연우(延祐) 첫해에, 몸에 검은 옷을 걸친 거지가 큰 바가지를 한 손에 들고 수군 방책과 장경(張涇) 부두 사이에 있는 술집에서 구걸하며 돌아다녔다. 술을 마실 때마다 외치고 다녔다. “소(牛)가 온다.” 그리고 수군 방책과 인가의 벽에 ‘불(火)’ 자를 쓰고 다녔다. 사람들은 역겹다는 듯이 욕을 해대며 글자의 흔적을 지웠다. 나중에는 거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해 겨울, 해적 우대안(牛大眼)이 유가항(劉家港)에서 태창(太倉)까지 약탈을 자행하였다. 수군 방책과 장경 부두는 불바다가 되었다. 그때서야 사람들이 당시 그 거지가 재앙을 암시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평민에서 말단인 보잘 것 없는 거지가, 일이 터지기 전에 암시라는 방법으로 도적과 화재를 예방하라는 경고를 던졌다는 것은 일종의 ‘의협의 담력’이 아닌가? 그 거지는 그런 특별한 방법으로 현지인들이 보시해준 은혜를 보답하였다. 거지 장이(張二), 외구를 물리치는 데에 공을 세웠으나 공신으로 자처하지 않았다 적이 들여 닥쳐 국가가 위급한 지경에 처했을 때 거지들이 가지고 있던 의협의 기개는 왕왕 민족 결기로 전화되기도 했다. 기록에 따르면 명나라 때에 어디 출신인지는 분명하지 않은 장이(張二)라는 거지가 있었다. 그 거지는 훌륭한 잠수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1개여 월 동안 별다른 음식을 먹지 않고도 견딜 수 있었다. “힘차고 민첩하게 사지를 넘나들었다.” 가경(嘉慶) 33년(1554)에 왜구가 침탈하자 장이는 태수의 부하로 들어가 항전에 참가하였다. 태수가 그에게 적진으로 들어가 정탐하고 오라고 명할 때마다 장이는 예리한 무기를 들고 헤엄쳐 적진으로 들어갔다. 적선을 만나면 배 바닥에 구멍을 내 침몰시키기도 했다. 수시로 적의 심장부에 들어가 상황을 정탐하면서 왜구의 수급을 베어다 헌상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태수는 은패를 주면서 장이에게 위로금을 전달하려 했으나 받지 않았다. 술로 위로하니 받겠다고 하였다. 왜구의 난이 평정되고 난 후 논공행상하려 할 때, 장이는 백호의 직책을 계승하여야 했다. 군현에서 예복까지 하사하려 했다. 그러나 모두 거절하면서 거지로 살기를 원했다. 밤에는 사찰에서 잠을 자면서도 낮에는 미소 지으면서 걱정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런 그에게 후인이 감탄하였다. “만 번 죽을 위험에 드나들면서 큰 어려움을 바로잡고 큰일을 이루었으나, 길게 휘파람 불며 부귀영화를 거절하였다. 그래, 동해의 빈한한 사람으로 살았으니 노련(魯連)선생이지 않는가!” 이처럼 공로에 따른 이익과 관록을 마다하고 외부 침탈을 당한 국가를 위하여 죽음조차 피하지 않는 기질은, 거지 신분인 장이가 의협의 인격을 승화시켰다고 하겠다. 적을 물리치는 공을 세웠으면서도 여전히 구걸로 살아가고 다른 부귀를 추구하지 않았으니, 의협의 마음가짐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비교해 보자. 현귀 출신이면서 이익만을 쫓거나 몸을 팔아 부귀영화를 추구하면서 부끄러움도 없이 적에게 투항한 변절자가 예나 지금이나 많지 않던가. ‘천민’인 장이라는 거지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 어찌 하지 않겠는가. 거지의 지위가 비천해 구류(九流) 중에서 말단에 위치해 있었던 까닭에, 그중에 ‘의협’의 일들이 많았지만 문자 기록으로 남긴 것이 극히 적고, 사서나 전기 같은 전당에 들어가기는 더욱 어려웠다. 그러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 진 ‘구비(口碑)’ 문학 속에는 인구에 회자하는 문장이 전송되고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중국어에 ‘주강호(走江湖)’라는 말이 있다. ‘강호(江湖)를 떠돌다’라는 뜻이다. 사전에는 ‘곡예사·떠돌이 의사·점쟁이 따위가 생계를 위하여 세상을 떠돌아다니다’라고 돼있다. 중국 문화전통의 세속관념으로 보면, 강호를 떠돌아다니는 부류는 하층민, 더 나가서는 천민들의 일이었다.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은 『회포를 풀다(遣懷)』1) 시에서 읊었다. “실의에 빠져 강호에서 술 마시고 다닐 때는 미인들 가는 허리 손바닥에 가벼웠네.” 실의에 빠져 곤궁해질 때 다른 길을 찾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강호 사회에 전락하고 사회 하층으로 빠져든다는 말이다. 송(宋)대 원채(袁采)의 『원씨세범(袁氏世範)』 「자제당습유업(子弟當習儒業)」에 있는 기록이다 : “사대부의 자제가 일시적으로 세록을 받을 수 없고 의지할 재산이 없으면, 어버이를 섬기고 처자를 보살피기 위해서는 유생이 되는 것이 낫다. 자질이 뛰어나면 진사과를 공부할 수 있기에 위로는 과거 급제하여 부귀를 얻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글방을 열어 가르치면서 속수(束修, 옛날 스승을 처음 찾아뵐 때 드리던 예물, 개인 교수에게 주는 사례금)를 받을 수 있다. 진사과 공부를 할 수 없는 사람은 위로는 서찰을 써주는 일을 하여 서신을 대신 써 주거나, 다음으로 글 읽는 법을 배워 초학자의 스승 노릇을 할 수 있다. 만약 유생이 될 수 없다면 무당, 의사, 승려, 도사, 농민, 상인, 기술자 등 모두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면서도 조상에게 욕을 먹이지 않으니 다 할 수 있는 일이다. 자제가 떠돌아다니다가 거지가 되거나 도적이 되면 이것은 조상을 가장 욕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 사대부의 정통 관념이다. 어찌 모르겠는가. 고아함과 속됨, 즉 아속(雅俗)이란 모두 상대적이다. 홍구(鴻溝)와 같이 큰 틈이 있어 확연히 구별되는 것이 아니다. 예부터 많은 아사(雅士)들이 강호에 빠져들었을 뿐 아니라 강호 속에 있는 사람도 자연히 전통 인격의 도덕, 미학, 가치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확고한 강호 정신 체계를 이어받아 그 복잡한 세계를 지탱하고 유지하였다. 거지 사회는 강호 사회의 한 계통이다. 여러 부류와 서로 의존하면서, 비교적 큰 측면에서 맑고 혼탁함이 진면목을 숨기고 끼어들어 섞인 ‘강호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거지의 ‘단체 인격’이 드러난 ‘의협(義俠)’과 ‘부랑자, 불량배’라는 이중인격, 그리고 그것과 ‘강호정신’의 본질적 연계성을 얘기하고자 한다. 한비자(韓非子)는 오래전에 말했다. “협(俠)은 무력으로 금령을 범한다.” 초기 무협(武俠)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마천(司馬遷)은 『사기·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에서 말했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구하고 빈곤한 사람을 구제하는 일은 어진 사람의 자세다. 믿음을 잃지 않고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 것은 의로운 사람이 취하는 행동이다.” 이것이 협의(俠義)에 대한 중국 최초의 관념이다. 이를 근거로 사마천은 『사기』에 「유협(游俠)열전」을 썼다. 「유협열전서」에서 사마천은 의협의 인물과 그 행동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그 말은 믿을 수 있고 그 행동은 반드시 결과가 있으며, 한 번 승낙하면 반드시 성실하게 이행하고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사람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뛰어든다. 다른 사람의 곤경에 뛰어들면, 이미 자신의 생사존망을 초월한다. 자신의 생사존망을 초월하나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지 않고 자신의 공덕을 찬양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덕으로 원한을 해결하고 후하게 베풀고서도 그 대가는 적게 바랐다.” 이에 대해 어떤 사람이 주를 달았다. “의협의 기질과 풍모는 이렇다 : 반드시 우의를 중하게 여기고 신의를 강구하며 즐겁게 사람을 돕고 남을 위해 자신을 버린다. 말을 하면 행하고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하며 굳세고 정직하다. 스스로 자랑하지 않으며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 덮어놓고 싸움을 벌이거나 제멋대로 흉포하게 굴며 힘을 믿고 폭력을 휘두르고 함부로 날뛰는 것은 결코 의협이 할 일이 아니다. 선과 악을 구별하지 않고 시비가 불분명한 강호 문파들 간에 서로 원한을 가지고 살해하는 것도 의협의 행동이 아니다.” 거지의 ‘집단 인격’은 마침 ‘협의’와 ‘부랑자, 불량배’라는 이중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사마천 『유협열전』 중의 여러 ‘협(俠)’은 대부분 외딴 시골, 민간의 포의(布衣), 즉 필부다. 출신이 비천하다. 유럽 중세기에 고정적인 경제력을 가진 기사 계층의, 일정한 사회적 지위를 가졌던 구성원들과는 선명하게 대비된다. 어쩌면 당시 거지가 아직 하층 사회의 구체적 단체를 이루지 못한 까닭에 사마천의 『유협열전』 중에는 의로움을 행하는 협객과 같은 거지 열전이 없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행방이 일정하지 않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유협(游俠)’의 ‘유(游)’는 거지가 강호에서 유랑하는 행적과 상통한다. 근대와 현대 사회에서, 거지가 단체를 결성하여 내부의 인적 교류 관계를 유지하는 신조는 ‘강호 의기(義氣)’다. 사회에서 거지가 비천한 지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의협(義俠)의 행동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은 바로 중국 문화전통이 그 특수한 인격에 영향을 끼친 결과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견회(遣懷, 회포 풀다)」〔두목(杜牧)〕 : 落魄江湖載酒行(낙백강호재주행),楚腰纖細掌中輕(초요섬세장중경).十年一覺揚州夢(십년일각양주몽),贏得青樓薄倖名(영득청루박행명) : 실의에 빠져 강호에서 술 마시고 다닐 때는 미인들 가는 허리 손바닥에 가벼웠네. 십 년 만에 문득 양주의 꿈 깨니 청루에서 박정한 사내라는 이름만 얻었구나. ; 제목은 ‘회포를 풀다’ 뜻으로, 두목이 환락에 빠져 지내온 생활을 자책하면서 지은 시이다. ‘초요(楚腰)’는 가는 허리를 뜻한다. 옛날 초(楚)나라 왕이 허리가 가는 여자를 좋아하니 궁중 여인들이 저마다 허리를 가늘게 하려다가 굶어 죽기까지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되었다. ‘장중경(掌中輕)’은 한(漢)나라 성제(成帝)의 총애를 받던 조비연(趙飛燕)의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 손바닥 위에서 춤을 출 정도였다는 고사에서 유래되었다. 양주(揚州)는 당나라 제일의 환락가였다. ‘양주몽(揚州夢)’은 환락에 빠져 지내온 덧없는 세월을 뜻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가련하게 위장하거나 벙어리 흉내 내며 구걸하는 것에 비해 더 나간 것이 형사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다. 그런데 그러한 사기술도 인위적으로 불구로 만들어 구걸하는 것과 비교하면 작은 무당이 큰 무당을 만난 것처럼 비교도 안 된다. 일부러 불구자로 만드는 것이 ‘채생절할(采生折割)’1)이다. 청나라 건륭 시기에 향시에 합격해 소문(昭文), 봉현(奉賢) 지현을 역임했던 상휘(常輝)〔자는 의운(衣雲)〕가 건륭 34년(1769)에, 소주(蘇州) 부랑중항(富郞中巷)에서 머무를 때 쓴 『난방필기(蘭舫筆記』) 기록이다. “내가 도중(都中)에 있을 때 매번 괴인이 돈을 버는 것을 보았다. 이삼 척밖에 안 되는 사람도 있고 윗몸은 있으나 아랫몸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팔이 한 쪽이 없거나 다리 한 쪽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모든 기형(畸形)이 다 모여 있었다.……경인(庚寅) 봄(1770)에 진택(震澤)성 중시교(中市橋)에 15세의 용모가 아름다운 여자 아이가 다리가 없는 상태로 오랫동안 꿇어앉아 구걸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하루 종일 아무 것도 구하지 못하여 날이 어두워지자 울면서 구걸하였다. 혼자서 울면서 오늘은 분명 맞아 죽을 것이라고 중얼거렸다. 몹시 슬픈 목소리였다. 마음씨 좋은 사람 오륙 명이 관찰하고 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건장한 사내가 달려들어 업고 갔다. 몰래 성 밖 강 아래까지 따라가 봤다. 배 안에는 손이 없거나 발이 없는 동남동녀 서너 명이 있었다. 상앗대질하는 사람 오륙 명이 있었다. 모두 건장한 사내였다. 즉시 순찰대와 함께 체포하러 갔다. 우두머리는 물에 뛰어들어 도망쳤고 한 사람만 붙잡혔다. 앞에서 말한 여자아이에게 물으니 본래 현지 세도가의 딸이었다고 했다 : 팔구 세 때에 혼자 밖에 놀러갔는데 실종되었다. 해가 거의 보이지 않는 산으로 겹겹이 막혀있는 곳으로 끌려갔다. 깨어나서 울었더니 초죽음이 되도록 얻어맞았다. 나중에 약을 칠한 후 다리를 칼로 잘랐다고 했다. 얼마나 아팠는지……. 여자애의 부모에게 알렸다. 딸을 잃어버린 지가 7년이나 됐지만 만나자마자 알아보았다. 관부로 보내어 여러 차례 심문했으나 확실한 자백을 받지 못했다. 끼워 고문하는 형틀을 아무 것도 아닌 양 대했다. 안건이 종결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나는 북쪽으로 돌아왔다.” 인위적으로 불구자로 만들어 구걸하게 만든 거지는 개방이 저지르는 범죄 중 하나다. 옛날에 어린이를 유괴하여 잔혹한 방법으로 불구자로 만들거나 기형으로 만들어 구걸케 하면서 재물을 편취해 전사회적 해악이 되었다 또 다른 기록2)도 있다 : 강호 악당이 ‘채생절해’로 이득을 얻으려고 어린 아이를 유괴한다.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강요하고 모략을 쓰기도 한다. 악랄한 악당은, 사기꾼과 한통속이다. 건륭 때에 장사(長沙)시에 두 사람이 개 한 마리를 끌고 나타났다. 개는 일반 보통 개보다는 조금 컸다. 양쪽 앞발 발톱은 개보다 길었고 뒷발은 곰과 닮았다. 꼬리는 있으나 작았다. 귀와 눈은 사람을 닮았다. 결코 개 종류는 아니었는데 개털이 온몸에 나있었다. 사람 말을 할 줄 알고 박자에 맞춰 노래할 줄도 알았다. 관중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노래 한 곡 하라면서 돈을 던져주었다. 현령 형(荊)모가 그들을 만났다. 의사에게 보여주면 후한 상을 내리겠다며 병졸에게 명하여 데려오게 하였다. 먼저 개를 아문에 들여보낸 뒤 개에게 물었다. “그대. 사람인가, 개인가?” 답했다. “나 역시 사람인지 개인지 모릅니다.” 물었다. “함께 다니니 어떤가?” 답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이 평소에 무얼 가르치는가 따져 물으니 답했다. “낮에는 나를 끌고 시내에 나가고 밤에는 돌아가 통에 들어갑니다. 무엇을 하는지 모릅니다. 하루는 비가 와서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배에서 내게 먹을 것을 주려고 통 밖으로 나오게 했습니다. 두 사람이 상자를 여니 상자에는 목인(木人) 수십이 있었습니다. 눈과 손, 발 모두 자동으로 움직였습니다. 갑판 아래에는 노인이 누워있었습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저도 모릅니다.” 형모가 두 사람을 체포해 심문하였다. 처음에는 인정하지 않았다. 명을 내려 달군 침으로 귀곡혈(鬼哭穴)을 찌르는 극형으로 심문하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 : 3살 어린이로 만들었다. 먼저 약으로 피부를 흐물흐물하게 만들고서 다 벗긴 후, 개털을 태운 재와 약을 먹였다. 약을 복용시켜 병세를 가라앉히니 몸에 개털이 나기 시작하고 꼬리가 생겨나 개와 닮았다. 그런 방법으로는 열에 하나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개로 만들 수 있다면 평생 돈을 벌 수 있다. 무수한 어린이에게 실험하고서야 저런 개가 생긴다고 답했다. 목인은 어디에 쓰느냐고 물으니 답했다. “아이를 유괴해 스스로 목인이 되게 만들었습니다. 절름발이, 소경, 팔 없는 장애인 모두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 돈을 구걸해 오도록 했습니다.” 형모가 상황을 알고 병졸을 데리고 가 배를 수색하였다. 배에는 가죽만 남은 노인이 있었다. 등 쪽을 갈라내 속에 짚을 넣어 만든 상태였다. 어디에 쓰느냐고 묻자, 답했다. “그것은 90세가 넘은 노인의 가죽입니다. 가장 얻기 힘든 겁니다.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약과 함께 사람 몸에 침으로 찌르면, 그 사람 혼이 곧바로 와서 부역하게 됩니다. 수십 년을 찾다가 이제야 겨우 얻었습니다. 피부가 습하게 되면 가루로 만들 수 없기에 발각됐습니다. 하늘의 뜻입니다. 하늘이시어! 이제 빨리 죽기 원할 따름입니다.” 형모가 대노해 명을 내려 차꼬와 수갑을 채워서 시가로 끌고 나갔다. 죄상을 낱낱이 알린 후 사형을 집행하니, 관중들이 쾌재를 불렀다. 개도 오랜 시일이 지나니 먹을 것을 얻지 못하여 굶어 죽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채생절할(采生折割)은 직업 거지 중에서 가장 잔인하고 흉악한 형태다. 인위적으로 불구자를 만들거나 ‘괴물’로 만드는 방법이다. 그렇게 해서 세인의 동정을 받으며 길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재물을 구걸한다. ‘채(采)’는 취하다, 수집하다. ‘생(生)’은 원료, 일반적으로 정상으로 발육한 어린 아이. ‘절할(折割)’은 칼이나 도끼로 자르다 뜻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살아있는 정상적인 사람, 특히 어린아이를 잡아다가 칼이나 도끼로 자르거나 다른 방법으로 불구를 만든다거나 형상이 기괴한 괴물로 만드는 방법이다. 2) 『청패류초(淸稗類鈔)·곤편류(棍騙類)·채생절할(采生折割)』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