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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명의 세밀화명상(11) 여지없이 찾아온 봄 … 봄바람 타고 온 찔레꽃 향기

 

 

동네 작은 도서관에선 ‘내가 만일’이란 노래가 흐르고 꽂힌 저마다의 책들 속에는 나름 아주 특별한 사랑들로 채워져 있다.

 

거짓말. 그런 사랑은, 그러니까 책에나 있고 영화에나 나오고 노래로나 대신하는 것이지. 있을 수 없는 것은 다 거짓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부정의 경우의 수를 늘려가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 못돼 먹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단정한 사랑을 또 기껏 책에서 찾아 나선다.

 

‘우리는 사랑일까.’
그리고 ‘불륜’

 

점심을 두 번 함께 한 젊은 도서관장에게 ‘불륜’(코엘료의 소설)만 내밀기 멋쩍었나, 알렝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를 불륜 속에 끼어 넣어 내미는데 컴퓨터로 빌린 자, 빌린 책을 확인하는 관장이 십일(대출기간)인데 연장해드릴까요, 묻는다. 아니요, 라고 했다가 바로 정정한다.

 

“예.”

 

불륜을 연장하고 이것이 사랑일 것이라고 대답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나를 관장은 보았는지 모른다. 죄 지은 것 없이 죄 지은 듯 도서관을 빠져 나오는데 ‘찔레꽃’이 배웅한다.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헵니다.’

 

집에 오니 뒷마당에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는 하얀 찔레꽃이 피어 있었다. 보여주기 위해서 찔레꽃이 내 귀에 들려온 걸까. 봐달라고 귀에 먼저 암시를 줬을까. 억지를 부려보지만 우연처럼 봄은 여지없이 내게도 찾아들었다. 달착지근한 찔레꽃 향기도 맡는데 봄바람과 같이 였다.

 

 

 

오동명은? =서울 출생.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사진에 천착, 20년 가까이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을 거쳐 국민일보·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 생활을 했다. 1998년 한국기자상과 99년 민주시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사진으로 세상읽기』,『당신 기자 맞아?』, 『신문소 습격사건』, 『자전거에 텐트 싣고 규슈 한 바퀴』,『부모로 산다는 것』,『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울지 마라, 이것도 내 인생이다』와 소설 『바늘구멍 사진기』, 『설마 침팬지보다 못 찍을까』 등을 냈다. 3년여 제주의 한 시골마을에서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카메라와 펜, 또는 붓을 들었다. 한라산학교에서 ‘옛날감성 흑백사진’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에서 신문학 원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현재는 지리산 주변에 보금자리를 마련, 세상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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