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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명의 세밀화명상(2) 상상으로 바꿔 읽는 소설<上>

 새해 새로운 첫 연재를 시작합니다. 오동명의 ‘세밀화명상’입니다. 오랜 기간 신문기자 생활을 하며, 또 광고기획 일을 했던, 그리고 기자로서 카메라를 맸던 오동명 작가의 연재입니다. 모진 세상풍파와 맞닥뜨렸던 그가 그의 ‘자존’을 지키고자 그의 손놀림으로 다듬었던 채색과 스케치를 곁들인 명상의 담론입니다. ‘새로운 나라’를 꿈꾸게 된 2017년-. 우리가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상식의 사회’를 되새기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주

 

내게서 역사를 배우는 중학생과 동네서점에 들렸다. 기말고사 대비용 문제집을 사러 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사야할 책 코너로는 안 가고 엉뚱한 소설 한 권에 두 눈이 꽂힌다. 표지와 그 안의 그림들이 예뻐서였다. 이 책을 다 읽으려면? 내 실력으로 두 달은 족히 걸리겠다 싶다.

 

영어원서다. 더구나 600페이지에 가까운 매우 두꺼운 소설이다. 그런데도 멋진 그림들이 사라고 유혹한다. 산지 한 달을 넘기고 있지만 정좌하고(영어원서이니) 읽을 용기가 선뜻 일지 않는다. 그러나 자주 펼쳐 뒤척거려본다. 역시 그림의 색이 가벼워서 흥겹고 소재가 흔해서 정겹다.

 

 

제목을 보아하니 유럽의 한 시골마을에 사는 여자아이에 대한 이야기로 짐작된다. 그림으로 훑어보니 더 확증이 간다. 그림은 상상의 물증이다. 어린아이들에게 글자 많은 책보다 그림 더 많은 책을 보게 하는 이유와 같다. 읽기 전에 먼저 따라 그려보기로 한다.

 

남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에 대해 소위 전문가집단인 예술가들은 수치 이상으로 여기나보다. “대상의 외형을 따라 그리는 것은 어린아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짓이라고까지 소동파는 폄훼한다. 그런가? 그 유명한 피카소는 아프리카 미술에 심취해 그것을 수집하고 그의 그림에 적용했다. 고흐는 일본판화에 홀딱 빠졌다.

 

똑같게 표현하진 않았어도 그들의 그림에서 아프리카나 일본을 느끼게 한다. 전용, 변형? 역시 따라 그린 데서부터 출발한 게 아닌가. 그리 말한 소동파가 자연을 읊은 시 역시 자연묘사는 모사와 다를 바가 없다. 따라 그리는 재미나 의미에 대해 이쯤 변명해두고...... 따라 그리는 그림을 임화라고 했다. 내게 세밀화는 모두 임화다. 두꺼운 영문소설책 안의 여러 그림 중에 열세 점을 고른다. 먼저 연필로 따라 그렸다. 스케치다. 그리고 그 위에 선의 강약을 넣어 덧그렸다.

 

‘세밀화명상을 내 것으로’ 내것화하기 위해서는 맨 먼저 이것을 명심해야 한다.
‘서두르지 마라.’
‘Easy come, easy go’

 

느긋함을 즐겨라 이다. 연필그림 위에 수채물감으로 덧칠을 하려던 애초 계획을 뒤로 미뤘다. 칠을 해놓고 나면 연필로 그린 그림은 사라지고 만다. 덧칠은 없애는 일이기도 하다. 보탬은 낭비가 될 수 있다. 허비일 수도 있다.

 

‘내가 그렸단 말야?’ 자뻑의 기쁨, 베껴 그린 그림이 충만감으로 내 가슴을 채운다. 자뻑 보고또보게 만든다. 다시 13장의 그림을 전체로 묶어, 또 하나하나의 상황으로 훑어본다. 이제 그림이 아니라 이야기(글)로 읽혀진다. 그림으로만 읽는 소설... 나의 상상으로 남의 소설을 맘껏 바꿔 읽기.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오동명은? =서울 출생.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사진에 천착, 20년 가까이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을 거쳐 국민일보·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 생활을 했다. 1998년 한국기자상과 99년 민주시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사진으로 세상읽기』,『당신 기자 맞아?』, 『신문소 습격사건』, 『자전거에 텐트 싣고 규슈 한 바퀴』,『부모로 산다는 것』,『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울지 마라, 이것도 내 인생이다』와 소설 『바늘구멍 사진기』, 『설마 침팬지보다 못 찍을까』 등을 냈다. 3년여 제주의 한 시골마을에서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카메라와 펜, 또는 붓을 들었다. 한라산학교에서 ‘옛날감성 흑백사진’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에서 신문학 원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현재는 지리산 주변에 보금자리를 마련, 세상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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