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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의 제주풍향계(5) 품위 낮은 드라마에 참담 ... 정무부지사 '빛나는 조연'

 

“동의 여부만 말해요!” 라는 세 번의 거친 요구 ―. “퇴장 시킬 수도 있어요!”라는 경고 ―. “마이크 꺼!”라는 신경질적인 명령 ―. 그리고 어디에서 발언할 줄 몰라 어정쩡한 몸짓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그 ―. 엊그제였던가, 내년도 예산안을 다루는 제주도의회 정례회 실황을 중계한 TV의 비디오와 오디오다.

 

어디에서 발언할 줄 몰라 어정쩡한 몸짓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그는 다름 아닌 제주도지사다. 그는 그렇게 수모를 당하고 SNS를 통하여 ‘참담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참담함을 느꼈을 사람들은 따로 있다. 회의를 TV로 지켜본 ‘제주도민’인 바로 우리들이다. 회의주재자가 아니라 회의지배자로 변신한 제주도의회 의장이 열연하는 품위 낮은 드라마를 보아버렸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내용을 시시콜콜하게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협치예산’과 ‘재량사업비’의 동질성 여부로 빚어진 이 극의 도입부는 저급했다. 그리고 너도 했으니 나도 한다는 식의 선심성 예산 경쟁을 벌리는 중간부분은 유치했다. 또한 초등학교 학급회의에서 조차 들을 수 없는 부끄러운 말들이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마구 뱉어지는 클라이맥스 장면은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 극의 내용을 굳이 나열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 까닭이다.

 

회의는 서로의 인격을 인정하는 최소한의 예의가 근저에 깔려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건 이미 회의가 아니라 싸움인 것이다. 비록 감정적으로 마뜩찮은 사람이 회의에 참석해 있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엊그제 도의회 정례회에서의 의장은 그런 예의를 저버렸다. 의장은 회의 참석자인 도지사의 발언을 억제시켰다. 그것도 사뭇 거친 말투로 그렇게 했기 때문에 도지사로서의 품격이나 권위는 고사하고 개인적인 인격체로서의 인정조차 하지 않는 듯 했다. 예의 따위는 그의 뇌리에서 깡그리 지워져 있었던 것이다.

 

회의 주재자는 회의 참석자들의 자유스러운 의사표현을 이끌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회의주재자는 ‘회의지배자’가 되고 만다.

 

그런데, 의장은 도지사에게 ‘동의 여부만 말하라’고 강요함으로써 자유스러운 의사표현을 차단시키려했다. 그것도 의회 직원을 향하여 ‘마이크 꺼!’라는 신경질적인 명령을 발(發)할 정도로 난폭했다.

 

회의 참석자인 도지사는 회의주재자인 도의장의 명령(?)대로 동의 여부만을 말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려했고, 의장은 그 설명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의장이 진정한 '회의주재자'라면, 도지사의 그 설명이 비록 변명에 지나지 않거나 혹은 이치에 닿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을 했어도 그 설명을 막지 말았어야 했다. 그럴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의장은 그 설명을 억제시킴으로써 회의주재자가 아니라 회의지배자로서의 권한행사를 맘껏 행하였다. 지배자의 피지배자에 대한 폭거라 아니할 수 없는 대목인 것이다.

 

이 대목에 오버랩 되는 장면이 있다. 몇 개월 전 도의장이 의장석에 앉아 도지사를 향하여 ‘사기 운운’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감정 절제가 그렇게도 되지 않는 것일까?

 

이 드라마에는 또 한 명의 주연배우가 있다. 바로 도지사다.

 

세기의 천재라 일컬어지고, 60% 이상의 지지를 받아 도지사로 당선된 원(元) 지사에게도 분명 단점이 있을 것이다. 선거를 치르면서 상대진영에 있었던 필자는 적군의 수장인 원 후보에 대한 단점을 나름대로 간파한 적이 있었다. 그 간파한 것 중의 하나가 ‘무모함’이었다. 1980년대 운동권에 몸담고 있을 때의 시대적 상황, 혹은 소장파 의원으로서 여당의 개혁운동에 앞장섰던 시절의 정치적 상황은 그에게 ‘돌파력’을 요구했을 것이고, 그 돌파력은 ‘무모함’을 생성시켰을 것이다.

 

자신이 주창했던 ‘개혁예산’을 수립하는데, 그는 특유의 돌파력을 구사하였고, 여느 경우처럼 그 돌파력은 무모함을 낳고 말았다. 도의회가 ‘협치예산’을 주장했을 때, 그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을 했어야 했고, 도의회에 대하여 일단 긍정적 시각을 가졌어야 했다. ‘협치예산’에 대한 도의회의 논리를 경청하고, 법률적 근거의 유무를 판단하고, 혹시 실행이 불가하다면 도의회를 어떻게 이해 설득시킬 것인지를 숙고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도의회 의장이 그 제안을 한 지 몇 시간이 되기도 전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기획실장을 시켜 ‘재량사업비 운운’하며 비난 기자회견을 갖는 정면돌파(?)의 무모를 범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엊그제의 그 드라마가 연출되어진 것이다.

 

‘돌파력’이 ‘무모함’으로 변하면, 그건 ‘만용(蠻勇)’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원 지사는 스스로 주지해야 할 것이다.

 

이 드라마에는 그야말로 빛나는 조연이 있다. 정무부지사가 바로 그 조연이다.

 

지금의 정무부지사는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 역할에 대한 책임의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정말 모른다면 제주도청의 조직기구표를 들여다볼 것을 권한다. 그 기구표에 보면 정무부지사 직속휘하에 ‘소통정책관실’과 ‘의회협력담당관실’이 있다. 이 기구표만으로도 정무부지사의 역할은 자명해진다. 다른 업무도 있지만 가장 주력해야 하는 역할은 대(對)의회인 것이다.

 

따라서 엊그제 정례회에서의 그 사태의 책임이 정무부지사에게 있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정무부지사가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고 도의원과 대화하며 의회와의 관계를 원활하게 했다면 최소한 도지사가 수모를 당하고, 도민들이 그 장면을 TV로 지켜보면서 참담함을 느끼는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무부지사는 이 비극의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역할이 막중한 ‘빛나는 조연’일 수밖에 없다.

 

정경호는? = 도의원을 지냈고 정당의 대변인 노릇을 하면서도 ‘제주타임스’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더불어 제주의 여러 매체에 글을 썼다. 그래서인지 어느 전직 대학총장은 그를 두고 ‘정치인인지 문필가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그는 4․3 연구가다. 1990년대 초 ‘월간제주’에 1년 동안 4․3을 주제로 한 칼럼을 썼으며, 4․3특별법의 제안자이자 기초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6년 동안 대변인을 지내면서 제주정가에 대변인 문화를 착근(着根)시킨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6.4선거에선 신구범 캠프의 대변인을 맡아 정가논평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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