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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신제주성당서 21일 오전 故김성현씨 영결미사 ... "비통한 순교"

 

침통한 분위기였다. 성당의 성전은 그저 유족과 신도들의 흐느낌만 배어 나왔다.

 

어이 없는 중국인 관광객의 횡포로 비명 속에 유명을 달리한 제주의 한 여성 신도.

 

지난 17일 제주시 연동 신제주성당에서 기도를 하다 중국인에게 흉기에 찔려 숨진 이 성당의 신도 故김성현(61.여)씨의 장례미사가 21일 오전 엄숙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장례미사에는 원희룡 제주지사와 신관홍 도의회 의장, 하민철·안창남 도의원, 유가족, 신도 등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이날 장례미사는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가 직접 미사를 집전했다.

 

김씨의 시신이 성전 안으로 들어서는 동안 유가족들은 울음을 참으며 침통한 표정으로 그 뒤를 따랐다.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고인의 남편은 성전으로 향하는 관을 따르다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독실한 신자인 고인과 남편은 37년을 함께한 금실좋은 부부여서 주변을 더 안타깝게 했다.

 

강우일 주교는 강론에서 "지금 우리는 상상도 못한 폭력으로 갑자기 목숨을 잃은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하고, 유가족들의 슬픔을 나누고자 한다"고 말문을 뗐다.

 

강 주교는 "고인은 기도에 누구보다 정진하셨고 교회 울타리 안에서 행한 봉사뿐만 아니라 환경을 지키라는 호소와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동네 클린하우스 청소하는 일까지 하셨다고 한다"고 소개하며 "정말 완덕에 가까운 경지에 이르셨던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신앙생활에 쏟은 분에게 왜 이런 부조리한 일이 일어나야 할까"라고 강한 물음을 던졌다.

 

 

 

강 주교는 "이번 사건은 제주의 개발열병 속에 발생한 비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인구 60만이 조금 넘는 작은 섬에 지난해 동안만 서울시 인구 전체와 맞먹는 1200만의 타지인들이 머물고 갔다. 전국 강력 범죄율, 쓰레기 투기량 1위라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손님을 맞이하려면 시설을 갖추고 질서를 잡을 사람을 확보해야 하는데, 지금 모습은 단칸방인 자기 집에 동네사람과 길손을 다 불러오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도는 개발의 열병에 걸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먹고 놀고 즐기고 소비하고 지갑을 털고 간다"면서 "무제한 투자와 무차별 개발, 대규모 관광이 지상과제인 것처럼 정책을 펼쳐왔다. 정신 차리고 보니 제주의 깊숙한 속살이 벗겨지고 상처를 입고 있다. 자연도 사람도 난도질 당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고 비판했다.

 

 

강 주교는 "죄 없고 티 없는 영혼의 소유자가 당한 무자비한 죽음의 탓을 외국인들에게 돌리기보다 경제적 성장과 수익만을 분에 넘치게 추구한 자신들의 탐욕에 그 탓을 돌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의 순교는 이 시대의 무분별한 환락의 탐닉과 질주를 멈추고, 인간의 존엄에 어울리는 절제 있는 삶을 회복하라는 하늘의 경종이 아닌가 한다"면서 "제주도는 원래 대지주도,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지배계층도 없고,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조냥정신으로 하루하루 땀 흘리며 살아가는 평화의 섬이었다. 고인의 순교는 우리를 제주의 원초적인 평화로 다시 돌아가도록 촉구하는, 우리를 회심으로 초대하는 봉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주교의 강론이 끝난 후 고별식이 이어졌다. 신부들과 유가족들은 고인 앞에 둘러서서 마지막 송별의식을 치렀다. 유가족이 고별사를 낭독하자 성당 곳곳은 흐느끼는 소리로 가득찼다.

 

이어 신자 대표인 김계춘씨와 원희룡 지사, 유가족 대표인 고인의 장남이 차례로 추도사를 전했다.

 

신자를 대표해 추도사를 한 김계춘씨는 고인이 “교회 공동체에 헌신적인 봉사로 일관해 왔다”며 “이 순간에도 죽음이 믿어지지 않는다. 평소 환하게 웃던 모습이 뇌리에 남아 꿈은 아닌가 착각이 든다”고 애도했다. “지상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느님 품 안에서 새로운 꿈을 마음껏 펼치시기 바란다"고 기원했다.
 

 

원희룡 지사도 추도사를 통해 "우리는 당신의 갑작스런 떠남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아픔을 바라보기도 힘들다. 교우들과 이웃들 뿐 아니라, 제주도민과 소식을 접한 모든 사람들이 충격과 슬픔을 피하지 못한다"며 애석해 했다.

 

원 지사는 "이 땅에 자라나는 분노와 증오에 지배 당하지 않고 치유와 평화가 깃든 곳이 되게 하는 것이 당신의 기도였다고 믿는다"며 "함께 살아가는 제주, 많은 방문자가 찾아오고 서로 마주치는 이곳을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만드는 것은 살아있는 우리들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또 다른 희생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심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며 고인의 안식을 빌었다.

 

유가족을 대표해 추도사를 한 고인의 장남은 고인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토로하며 김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해줘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도 계속해서 신앙생활을 이어가겠다는 말로 추도사를 마무리지었다.

 

마지막으로 유가족과 사제단, 도지사, 조문단 행렬이 헌화와 분향을 하며 눈물로 고인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장례미사가 끝난 후 운구행렬이 이어졌고 영구차는 제주시 양지공원으로 향했다. 고인은 이날 황사평 천주교 공원묘지에 안치됐다. [제이누리=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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