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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잠비크 현장에서] 열린의사회 고병수 원장의 진료실 창 ... 아프리카 미션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온 지 닷새째다. 직항이 없어서 비행기를 여러 번 갈아타고 차를 타고 다시 두 시간을 달려 마다가스카르와 마주한 인함바네(Inhambane)라는 지역으로 왔다.

 

우리가 어릴 때는 아프리카는 타잔이 줄을 타고 다닐 정도로 밀림이 우거지고, 어디서나 코뿔소나 기린이 어슬렁거리며 풀을 뜯어먹고 있을 것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어 지금 생각에도 그럴 것 같지만 나흘 동안 모잠비크의 몇 군데를 돌아다녀봐도 동물이라고는 염소와 소, 닭 뿐이었다.

 

현지인들도 사자나 코끼리를 보려면 흔히 사파리라고 부르는 야생 국립공원 정도 가야 본다고 하니 우리네 상상처럼 아프리카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아프리카에서의 미션>
몽골, 캄보디아, 필리핀 쪽을 여러 차례 다녀왔고, 멀리는 스리랑카까지 진료하러 다녀봤지만 아프리카 국가는 처음이다. 이번은 진료 보다는 저개발국가들을 지원하는 국제단체의 요청으로 산모와 어린이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사업 준비를 하기 위해 현장 조사차 온 것이다.

 

힘들지만 의료의 손길을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겠다는 게 평소의 내 생각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흔쾌히 요청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사실을 통보했을 때 병원의 다른 의사들과 아이들 엄마의 표정은 영 좋지 않았다. 내가 나간 만큼 남아있는 사람들이 힘들 상황이 뻔하기 때문이다. 거듭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하고 떠나오는 길이다.

 

 

 

<생각했던 것만큼 어려운 상황>
모잠비크는 500여 년이나 오랜 기간 포루투갈의 식민지 통치를 받다가 최근에야 독립을 이룬 나라다. 거기에다가 극심한 내전은 나라를 황폐화시키다가 19세기에 으르러야 종식돼 지금에 이른다. 그러다보니 경제 수준은 아프리카에서도 하위에 속하고, 보건의료 인력이나 시설이 아주 낙후되어 있었다.

 

내가 와서 보건의료 개선 사업을 계획하는 인함바네는 도의 한 군 단위 지역인 잔가모(Jangamo)라는 곳은 인구 10만이 넘는다. 그러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의사가 단 두 명밖에 없고, 간호사도 턱없이 부족했다. 인구 1,000명 당 활동의사가 0.03명(OECD 평균 3.3명, 한국 2.1명)이니 상황이 짐작갈 수 밖에...

 

우리나라의 면 단위 정도에 있는 일차의료센터에도 마찬가지 상황이고, 의사가 없는 곳이 절반이 넘었다. 내가 특히 관심을 가지는 분만 분야 시설은 정말 열악한 환경이었다. 분만실, 회복실, 산모 입원실 모두 위생이나 장비가 안 좋았다.

 

낮에는 현지에 있는 단체 직원들과 여러 군데 방문을 하고, 저녁에는 회의를 하면서 개선 방법에 대해 논의를 했다. 일단 목표를 모잠비크 정부의 정책에 맞추면서 모자보건 우선 개선 사업으로 정하고, 일차의료센터의 확대와 시설 및 장비 현대화, 의사나 간호사를 대체할 인력 확충을 목표로 하기로 했다.

 

그런 계획으로 현지 인원들과 며칠을 지역마다 돌며 출산 상태, 모성 사망이나 영유아 사망에 대해 기초 조사를 하러 다녔다. 문제는 가는 곳마다 통계가 제대로 모아진 곳이 없다는 것이다. 한번 찾아가서 센터 책임자와 직원들에게 통계자료 정리를 부탁을 하고, 여러번 다시 가서 확인하고 수정하기를 몇 번 거듭 한 후 어느 정도 기초 자료를 만들 수 있었다. 이제 지원을 투여하면서 성과를 얻기를 독려하는 것만 하면 된다.

 

모레까지는 상황 분석 및 예산서를 포함한 제안서를 완성해서 이곳 책임자들과 회의를 해야 하는데, 너무 덥고 종일 돌아다녔더니 오늘은 더 이상 일을 못 하겠다. 낮 기온이 36도인데 지금 글을 쓰는 밤 기온도 26도를 넘는다. 에어콘이라고 켰는데 그다지 시원하지 않은 것은 왜일까?

 

일단 오늘은 여기서 마쳐야겠다. 동물 구경은 못 했어도 역시 더위는 아프리카 답다.

 

 

 

 

 

고병수는?

 

= 제주제일고를 나와 무작정 서울로 상경, 돈벌이를 하다 다시 대학진학의 꿈을 키우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 연구강사를 거쳐 서울 구로동에서 개원, 7년여 진료실을 꾸리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도왔다. 2008년 고향 제주에 안착, 지금껏 탑동365의원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열린의사회 일원으로 캄보디아와 필리핀, 스리랑카 등 오지를 찾아 의료봉사도 한다. 『온국민 주치의제도』란 책을 펴내는 등 보건의료 선진화 방안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 발전방안을 다룬 다수의 논문을 낸 보건정책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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