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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수의 '진료실 窓' (1) ··· 동네의원을 살리려면...

가정의학 전문가 고병수 원장이 <제이누리> 창간 2주년을 맞아 여러분을 만납니다. 고병수의 ‘진료실 窓’ 입니다. <제이누리> 의료자문위원들이 각종 질환과 대처법, 건강정보를 전달하는 의료자문의로 나서고 있는 반면 고 원장은 우리나라 보건정책과 의료계 현실을 여러분에게 생생한 목소리로 전합니다. 더불어 의료봉사 현장에서 겪은 사회성 짙은 우리네 삶도 되돌아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애독바랍니다. / 편집자 주

오랜만에 의대 동창들과 저녁도 먹고 가볍게 술을 마셨다. 내과, 소아과, 정형외과 개원 원장들과 가정의학과 의사인 나 네 명이 어울리고 있다. 의사들이 모이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주류를 이루는 대화는 "최근 병원 사정이 어떠냐?"는 것들이다.

 

“고원장은 요새도 환자가 많지?”

 

“말도 말아. 여기저기 병원들이 많이 들어서서 점점 환자가 줄고 있어. 우리야 감기로 먹고 살지만 내과나 정형외과는 그래도 할 만 하지?”

 

“수가는 제 자리고, 수술 하나 하더라도 겨우 인건비나 건지는데, 무슨 말이야? 내시경만 하더라도 5년 동안 써도 기계값도 못 건져. 점점 신형 기계도 나오는데....”

 

자기들도 그렇지만 다른 많은 의사들이 진료 시간을 늘린다든지, 미용이나 비보험 치료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는 추세에 한탄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정한 수가대로 하면 병원 경영이 힘드니 보험이 안 되는 진료를 하여 환자들로 하여금 모든 비용을 들이게 하는 치료를 조금이라도 늘리는 것이 병원 수입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많은 의사들에게 유혹이 되는 것이다.

 

이러저러한 대화를 하면서 결론은 항상 똑같다.

 

“정부는 1차 의료에 관심이 없으니 우리 스스로 살 길 찾아야지, 뭐.”

 

 동네의원은 모두 1차 의료기관?

 

1차의료..... 내가 하는 가정의학과나 내과는 물론 이비인후과나 정형외과도 모두 개원해 있으면 모두 1차의료라고 여기는 게 현실이다. 이 날 모인 우리뿐만 아니라 개원해 있는 안과나 산부인과 등 모든 개원 병원들은 1차의료 병원이라고 알고 있다. 이게 문제다.

 

얼마 전에는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모여 1차의료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같이 하였고, 이달 4일 보건복지부는 ‘1차의료 살리기 협의체’ 구성계획을 발표하면서 매월 2회씩 회의를 통해 의‧정간 의견을 조율하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주요 의제를 ‘의원급 의료기관의 활성화 정책’, ‘의원들의 경영 개선 방안’, ‘의원들의 규제 완화’ 등으로 하고 있다. 이 모든 주제들이 1차의료 강화란 말 속에 요약되었다.

 

 

 

모여서 같이 얘기하던 동료 의사들이나 그 대변자인 의사협회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모두 1차의료에 대한 개념조차 잡고 있지 못하고 정책을 얘기하는 게 대한민국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수준이다. 잘못된 정의나 내용이 결국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지는 데 말이다.

 

이러한 것들은 어제 오늘의 일만도 아닌 것이 의사협회장을 뽑는 선거에서도 후보자들은 1차의료 강화를 얘기하면서 늘 한결같이 ‘수가’나 ‘동네의원의 경영난’을 강조한다. 그 어느 후보도 제대로 된 1차의료를 얘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것은 그만큼 한국에서의 의료, 특히 1차의료는 왜곡되어 세상에 일상화 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1차 의료란?

 

1차 의료에 대한 우리나라 학계의 정의나 미국 의학연구소, 유럽의 전문가들이 내놓은 정의를 요약해 보면 ‘지역 주민들의 건강상의 많은 문제들을 자신을 잘 아는 의사가 포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질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 및 건강증진 등을 책임지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 동네의원인 것은 맞으나 포괄적, 지속적, 치료, 예방, 건강증진 등의 요소들이 들어있어야 하는 것이다.

 

포괄적이란 말은 질병에 관계없이,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진료를 하는 것이고, 1차의료 의사는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이나 건강증진의 내용까지 담당해야 한다. 선진 외국의 1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은 모두 GP(General practitioner)나 Family doctor로 불리며 4~5년의 전문 과정을 습득하고 지역에서 이러한 1차의료를 담당한다. 그들은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웬만한 질병들을 고루 다루면서 자신들이 직접 해결하거나 의뢰를 하면서 치료를 하게 된다.

 

그렇다면 엄격하게 말해서 우리나라에서 개원해 있는 대부분의 의원들은 1차의료 기관이 아닌 것이다. 정형외과는 뼈나 근육만을 보고, 소아과는 아이들만 보고, 안과는 눈만 보고, 이비인후과는 얼굴만 보고, 피부과는 피부만 보고, 산부인과는 분만이나 여성의 생식기만 다루는데 무슨 포괄적인 진료를 하겠는가? 내과 의사들도 어른의 질환만 다루지만 이비인후과나 정형외과적 질환들은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사들이나 의사협회, 보건복지부는 동네의원이면 이들 모두를 1차의료기관이라고 하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그러니 거기에서 나오는 1차의료 관련 정책들이 얼마나 문제가 있겠는가?

 

외국을 여행하는 분들이라면 앞으로 거리를 걷다가 유심히 살펴보길 권한다. 동네의원에 소아과가 있는지, 동네의원에 이비인후과가 있는지, 동네의원에 정형외과가 있는지 말이다. 전혀 없다. 웬만한 질환들은 GP나 Family doctor로 불리는 일차의료 전문의들이 진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 전문의들은 모두 종합병원에 있으면서 중병이나 1차의료에서 다루기 힘든 질환들을 전문 의술을 가지고 치료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기껏 4년 넘게 배운 전문 기술들을 감기 환자나 다루는 식으로 추락한다. 얼마나 낭비인가? 

 

병원 경영의 가장 큰 문제인 수가를 정상화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우리 의료계의 과제다. 하지만 그와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이 의료전달체계와 그 속에서 중심을 이루는 1차의료의 제자리 잡기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금씩 포괄적인 의료를 담당하는 1차의료 전문가들을 키워내고 많은 전문의들은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으로 가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가파른 우리나라의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는 길이고, 의사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길이다. 또한 국민들이 효율적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이렇게 올바른 1차의료의 관점에서 정책이 나와야 왜곡된 의료 정책을 하루 빨리 제자리 잡게 만드는 중심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일이다.

 

고병수는?

 

= 제주제일고를 나와 무작정 서울로 상경, 돈벌이를 하다 다시 대학진학의 꿈을 키우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 연구강사를 거쳐 서울 구로동에서 개원, 7년여 진료실을 꾸리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도왔다. 2008년 고향 제주에 안착, 지금껏 탑동365의원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캄보디아와 필리핀, 스리랑카 등 오지를 찾아 의료봉사도 한다. 『온국민 주치의제도』란 책을 펴내는 등 보건의료 선진화 방안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 발전방안을 다룬 다수의 논문을 낸 보건정책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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