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국정과제로 반영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앞두고 실행 과제 점검과 맞춤형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행정·재정 이관, 법규 제정, 정보시스템 전환 등 출범 이후 필요한 업무를 사전에 준비해 행정 공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제주도는 부서별 자체 점검과 워크숍, 점검회의 등을 거쳐 모두 312개 과제를 발굴했다고 12일 밝혔다. 법정계획 수립과 자치법규 제정, 사무 인계·인수는 물론 노인보호전문기관 운영, 지역관광 자립기반 구축, 지하수 관리시스템 개선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됐다. 지난 10일 열린 2차 점검회의에서는 기초시별 통일성이 필요한 사무에 대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도와 행정시 간 협업 매뉴얼을 표준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도민 공감대 확산을 위한 맞춤형 홍보도 추진된다. 도는 카드뉴스, 영상, 리플릿 등을 제작해 세대·계층별로 달라질 행정서비스를 알기 쉽게 안내할 계획이다. 청년, 여성, 노년층 등 맞춤 홍보를 통해 출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줄이고 이해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강민철 기초자치단체설치준비단장은 "맞춤형 홍보를 통해 도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출범 이후 달라지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제도 시행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올해 추진은 사실상 무산됐고, 주민투표 시기와 행정구역 개편 방안도 확정되지 않았다. 기초자치단체 수를 둘러싼 도내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행정안전부는 주민투표 요청 전 쟁점 사안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도내 정치권 일각에서는 "실행 계획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준비와 홍보만 앞세우는 것은 도민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도는 "행정체제 개편 무산으로 용역비만 낭비했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도에 따르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는 국정과제로 선정돼 정부와 협의가 진행 중이다. 출범 시기는 2027년 또는 2028년으로 조율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주민투표와 법률 제·개정은 민선 8기 도정에서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관련 용역비는 모두 27억원이다. 이 중 약 19억원이 이미 집행됐다. 도는 이 결과물이 공론화 과정과 조직 진단, 청사 리모델링 기획설계 등 다양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어 예산이 낭비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특히 행정체제 공론화 용역 결과는 주민투표 요구와 국정과제 반영에 기여했으며 조직 진단 연구용역은 향후 광역·기초 행정조직 설계와 현행 조직 운영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회와 정부 협의를 이어가며 도민 염원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실현을 위해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 공군부대에서도 예비군 훈련 중 연습용 지뢰 뇌관이 폭발해 7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공군은 지난 10일 서귀포시 소재 부대에서 훈련 도중 연습용 뇌관이 터져 예비군 6명과 교관인 부사관 1명이 찰과상과 이명 등 경상을 입었다고 11일 밝혔다. 부상자들은 인근 민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모두 귀가했다. 정밀 검사에서도 특이 소견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는 길이 6㎝, 직경 6.5㎜ 크기의 연습용 뇌관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대는 상급 부대 감찰실을 통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같은 날 경기도 파주 육군 포병부대에서도 모의탄 폭발 사고가 일어나 장병 10명이 다쳤다. 이 중 2명은 중상으로 전해졌다. 해당 모의탄은 발사음과 연기를 재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장비로 전기 점화 방식으로 한 발씩 작동되지만 이번 사고에선 24발이 통째로 폭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군사경찰을 투입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은 "해당 탄은 전기적 신호에 정상 작동하지만 습기나 고온 노출 시 폭발 위험이 있어 취급에 주의가 필요하다"며 "사용자 운용 미흡으로 인한 이상 폭발 가능성이 제기돼 한때 사용 중지 지시가 내려진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내 해수욕장과 인근 해상에서 물놀이객이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는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12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밤 8시 12분 제주시 구좌읍 월정해수욕장 인근 해상에서 20대 여성 2명이 파도에 밀려 먼바다로 떠밀려 가는 사고가 벌어졌다. 인근 행인이 구명환을 던져 버틸 수 있도록 도왔고,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가 두 사람을 무사히 구조했다. 건강상 이상은 없어 병원으로 이송되지는 않았다. 앞서 같은 날 오후 5시 48분에는 제주시 구좌읍 김녕해수욕장에서 20대 여성 2명과 남성 1명 등 3명이 파도에 휩쓸린 것으로 신고됐다. 이 중 2명은 안전요원에 의해, 나머지 1명은 119구급대에 의해 구조됐다. 모두 큰 부상은 없어 병원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여름철 해수욕장에서는 순간적인 이안류와 높은 파도로 인한 수난사고가 잦다"며 "물놀이객들은 반드시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르고 구명조끼 착용 등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도는 해수욕장 물놀이 안전을 위해 공식 폐장 이후인 오는 15일까지 도내 지정 해수욕장 12곳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서울은 따릉이, 대전은 타슈, 광주는 타랑께, 그런데 제주는 뭐라고 부르나요?" 제주시 중심 도로인 연삼로가 오는 27일 '차 없는 거리 자전거·걷기 행사'로 변신합니다. 평소 차량으로 가득 찼던 도로 위가 자전거와 사람들로 채워지며 하루 동안 도민 참여형 축제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가족 단위 참가자, 학생, 관광객까지 어우러져 도로를 달리거나 걷는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될 전망입니다. 다만 교통 혼잡 우려도 큽니다. 연삼로는 제주공항과 민속오일시장을 잇는 길목으로 행사 당일 정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제주도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탄소중립과 건강도시 이미지를 확산하고, '자전거 타기 좋은 제주' 조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입니다. 연삼로 곳곳에는 버블 체험존과 플래시몹 댄스 공연, 마칭밴드 퍼레이드가 준비돼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립니다. 제주도는 올해를 '자전거 타기 좋은 제주 원년'으로 선언했습니다. 지난 2월 24일에는 오영훈 제주지사가 직접 전기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체험하며 공직자 대상 전기자전거 시범사업을 출범시켰습니다. 오전 8시 20분 제주문학관 인근에서 출발해 약 20분 만에 도청에 도착한 그는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도로 표시가 없어 정차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며 현장의 문제점도 짚었습니다. 도청·도의회·교육청 소속 공직자 223명이 '지쿠(GCOO)' 공유 전기자전거로 출퇴근에 나서고 있으며 연말까지 모두 3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됩니다. 출퇴근에 참여한 공직자들은 "생각보다 훨씬 편리하다", "자동차보다 빠를 때도 있다"는 긍정적 반응을 내놨습니다. 단순한 체험을 넘어 제도 도입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실험장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제주도는 이 경험을 기반으로 도민 정책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올해 안에 연삼로·연북로 자전거도로 간선축 확충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2028년까지 33.5㎞ 규모의 자전거도로를 추가 구축합니다. 또 도민 200명을 대상으로 전기자전거 구입 보조금을 지원하고, 자전거 시범학교를 확대 운영하며,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한 자전거 투어 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제도적·정책적 시도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정작 제주도의 공공자전거 이름은 여전히 밋밋합니다. 단순히 '공공자전거'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어 도민들에게 각인되지 못합니다. 현재 제주시의 공유 전기자전거는 민간업체 그리고(GreeGo)가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공직자 전기자전거 출퇴근 시범사업은 지바이크(GCOO, 지쿠)와 협약을 맺어 진행 중입니다. 민간이 관리하는 만큼 이용 환경은 개선되고 있지만 정책의 상징성을 담아낼 이름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른 지역은 이름부터 달랐습니다. 전국 각 지자체는 이미 공공자전거에 지역 특색을 담은 이름을 붙여 시민 생활 속 교통수단으로 안착시켰습니다. 서울은 '따릉이'라는 이름으로 2010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연간 4490만건, 하루 평균 12만건이 넘는 이용을 기록하며 시민 교통의 한 축이 되었습니다. 대전은 충청도 방언에서 따온 '타슈'를, 광주는 "타라니까"라는 사투리를 활용한 '타랑께'를 내세웠습니다. 창원은 '누비다'와 자전거를 결합한 '누비자'를, 경주는 경상도식 표현을 살린 '타실라'를, 보령은 머드축제 도시 이미지를 반영한 '달려보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원과 고양은 '타조(TAZO)'를 브랜드로 삼았고, 김해는 가야문화 정체성을 담아 '타고가야'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영천은 별의 도시 이미지를 살린 '별타고', 부산은 사투리 유머를 결합한 '타반나', 무안은 속도감을 강조한 '무안질주', 안산은 직관적인 의미를 지닌 '페달로'를 도입했습니다. 이처럼 이름 하나가 지역 문화를 드러내고, 주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며 나아가 자전거 이용 확산에도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제주는 단순하고 행정적인 이름 탓에 정책적 상징성이 약하고, 도민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지 못합니다. 탄소중립을 선도한다는 정책 방향은 강조되지만 정작 일상에서 정책을 체감할 수 있는 브랜드는 비어 있는 셈입니다. 제주도는 올해 자전거 도로 정비와 지원금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프라와 프로그램을 뒷받침할 '이름'은 여전히 '무명(無名)'입니다. 이름이 없는 정책은 방향은 있어도 얼굴이 없는 것과 같아 도민들의 기억 속에 각인되기 어렵고 일상으로 스며들기도 힘듭니다. 이름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 정책의 메시지를 담고, 도민의 참여를 이끌며 세대와 지역을 잇는 공감대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잠깐만요!! 탄소중립의 선도 도시를 꿈꾸는 제주, 이제는 도민들이 일상에서 불러줄 수 있는 공공자전거 이름부터 제대로 지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 <잠깐만요!!>는 <제이누리>만이 아닌 여러분의 생각도 전하는 코너입니다. 한 컷 또는 여러 컷의 사진에 담긴 스토리와 생각해볼 여지를 사연으로 담아 보내주십시오. 저희가 공유의 장을 마련하겠습니다. 보낼 곳은 제이누리 대표메일(jnuri@jnuri.net)입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가을 시즌을 맞아 JDC면세점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12일 밝혔다. JDC제주공항면세점은 오는 13일부터 22일까지 JDC면세점 회원 가입자 대상으로 구매금액(온라인 예약구매 포함)에 따라 사은품을 증정하는 ‘FALL IN JDC’ 사은행사를 진행한다. 4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는 국민관광상품권 1만원, 6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는 국민관광상품권 2만원을 추가로 증정한다. 또 행사 기간 중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에어볼 이벤트가 행사장에서 진행된다. JDC면세점 신규 회원가입을 하면 누구나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참여자 전원에게 우도 땅콩, 한라봉, 레몬 등 제주산 원물을 활용한 과자류 등이 제공된다. 이 밖에도 JDC면세점은 공항점, 항만점, 온라인점에서 다음달 27일까지 ‘JDC면세점 페이백 페스타’ 경품 이벤트도 동시 진행한다. JDC면세점 회원 가입자 중 20만원 이상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경품 이벤트는 구매 영수증 하단 응모권 내 QR코드를 통해 응모 가능하다. 추첨을 통해 1등 국민관광상품권 300만원(1명), 2등 국민관광상품권 100만원(5명), 3등 국민관광상품권 20만원(30명), 4등 국민관광상품권 5만원(100명)이 제공된다. 아울러 JDC제주공항면세점은 다양한 품목의 베스트 상품들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벤트 매장도 운영한다. 이벤트 매장은 JDC제주공항면세점 동측 매장(3번 게이트 앞) 내 마련됐다. JDC면세점 수익금은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해 전액 투자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서부경찰서는 신고 있는 스타킹을 팔라면서 여성을 쫓아다닌 혐의(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20대 중국인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일 오후 6시 40분께 제주시 연동 한 클린하우스에서 생활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던 20대 여성에게 휴대전화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신고 있는 스타킹을 100만원에 팔라'고 한 후 거절하는 여성을 150m가량 따라가며 스토킹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A씨가 쫓아오자 집 대신 인근 편의점으로 들어가 112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무사증으로 관광차 제주로 왔다. 그는 "신고 있는 스타킹을 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똑같은 스타킹을 사고 싶어 물어본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를 출국 정지 조치하고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서귀포시가 이중섭 거리에 있는 관광극장을 안전상의 이유로 철거하기로 했다. 준공 65년이 지난 건물이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아 붕괴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귀포시는 11일 "1960년에 지어진 관광극장이 최근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철거한다"고 밝혔다. 올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진행된 진단 결과 건물의 구조적 안전성이 심각하게 결여돼 재난 위험이 크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시는 이달 중 야외공연장 벽체를 우선 철거한 뒤 본 건물은 내년에 철거할 계획이다. 관광극장은 1963년 서귀읍 첫 극장으로 문을 열어 주민들의 대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1999년 폐업 이후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다가 2023년 12월 시가 건물과 부지를 매입하면서 '작가의 산책길' 프로그램, 야외 공연 및 전시 공간으로 활용돼 왔다. 시는 철거 결정을 앞두고 지난 6월부터 주민과 문화예술 단체를 대상으로 현장 설명회를 열었다. 또 지난 9일 정방동주민센터에서 주민설명회를 통해 안전진단 결과와 철거의 불가피성을 공유했다. 현재까지 제시된 주요 의견은 관광극장의 역사성을 보존하고 명맥을 잇는 새로운 문화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형을 보존하거나 불가능할 경우 원래 모습을 복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귀포시는 "주민과 문화예술계의 의견을 수렴해 연구용역 등을 거쳐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서귀포의료원장 자리를 두고 5명의 의료인이 도전장을 냈다. 반면 제주한의약연구원장은 지원자가 1명에 그치면서 재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제주도는 11일 서귀포의료원장 공모에 모두 5명이 지원했고, 제주한의약연구원장 모집에는 1명만 지원했다고 밝혔다. 서귀포의료원은 박현수 전 원장이 임기를 1년여 남기고 지난 8월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원장직이 공석이 됐다. 박 원장은 오영훈 제주지사에게 사퇴 의사를 전했고, 지난달 11일자로 면직 처리됐다. 이후 진행된 원장 공모에는 내부 인사를 포함해 다수 의료진이 응모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이날 면접을 거쳐 복수 후보를 오 지사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제주한의약연구원은 송민호 원장의 후임 선발을 이어가고 있다. 송 원장은 2019년 임명된 이후 연임에 성공해 다음달 3일 임기를 마치며 6년을 채운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공모를 진행했으나 지원자가 1명에 불과해 재공모에 나섰다. 재공모는 오는 15일까지 이어진다. 단수 지원이 반복될 경우 임원추천위원회가 적격 여부를 심사한다. 이후 추천 절차를 거쳐 도지사가 최종 임명한다. 신임 원장의 임기는 취임일로부터 3년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교육청은 11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한림초에서 '한숲씨름장' 개장식을 열었다. 도교육청과 제주시교육지원청은 비좁은 체육실과 간이 훈련장 등에서 훈련하던 씨름 꿈나무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숲씨름장 환경 개선을 추진했다. 한숲씨름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총 11억원이 투입돼 지상 1층에 연면적 361.01㎡ 규모의 전용 훈련장과 샤워실, 탈의실, 훈련 기구 등 최신 시설이 갖춰졌다. 한숲씨름장은 한림초 씨름부 학생 11명을 비롯해 곽금초 8명, 재릉초 6명, 한림중 12명 등 4개 학교 씨름부 학생 37명이 이용하게 된다. 씨름을 한 지 1년 6개월 됐다는 한림초 5학년 김서준 학생은 "기술을 많이 쓰는 씨름이 멋있어서 시작했다"며 "옛날 연습장은 좁아 몇 명씩 돌아가면서 연습했는데 실제 모래가 있는 큰 연습장이 생겨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뻐했다. 김광수 교육감은 이날 축사에서 "민족 고유의 전통 스포츠인 씨름은 힘과 기술뿐만 아니라 예의와 존중을 배우는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훌륭한 교육"이라며 "학생들이 건강을 다지고 용기를 배우는 특별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림읍은 '씨름의 고장'으로 통한다. 씨름선수를 거쳐 격투기 파이터로도 활약한 최홍만은 한림중을 졸업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의회 회의장에서 여성 공직자에게 외모를 언급한 발언이 나오면서 정치권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은 사과와 함께 징계 절차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11일 논평을 통해 "공적인 자리에서 드러난 무지하고 반인권적인 언사는 피해자뿐 아니라 수많은 도민을 경악하게 했다"며 "업무와 무관한 외모 평가와 성적 비유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징계에 나서야 한다"며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도민들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당 제주도당도 성명을 내고 "공직자를 향한 성차별적 발언은 개인의 실수 차원을 넘어 도의회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도민들에게 모욕감을 안겼다"며 "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 회부와 징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지난 10일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회의에서 나왔다. 이정엽 국민의힘 의원(대륜동)은 이은영 제주도 성평등여성정책관에게 "항상 여성스러운 가녀린 몸으로 고생을 많이 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이 정책관은 "업무와 관련해 칭찬해 주신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응수했다. 이 의원은 이후 "외모에 대한 언급이 불쾌했다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해명하며 수습에 나섰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고무보트를 타고 제주로 밀입국한 중국인 1명이 추가로 검거돼 검거 인원이 4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남은 2명을 추적중이다. 제주해양경찰청은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50대 중국인 남성 A씨를 검거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수하겠다고 해경에 신고한 뒤 다시 잠적했다. 이날 낮 12시 3분께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 있는 한 훈련센터 인근 도로에서 검거됐다. A씨는 지난 7일 오후 중국 남동부 장쑤성 난퉁시에서 다른 중국인 5명과 함께 90마력 엔진이 설치된 고무보트를 타고 8일 새벽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을 통해 밀입국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중국인 남성 3명과 제주에서 이들을 도운 중국인 여성 조력자 2명이 경찰에 검거된 바 있다. 검거된 중국인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을 포함해 "중국인 6명이 함께 고무보트를 타고 밀입국했다. 서로 모르는 사이로 돈을 벌기 위해 중국인 브로커를 통해 밀입국한 후 뿔뿔이 흩어졌다"고 진술했다. 해경은 밀입국한 나머지 2명의 중국인을 추적하고 있다. 앞서 제주 해경은 8일 오전 7시 56분께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녀탈의장 인근에서 미확인 고무보트가 있다는 주민 신고를 접수했다. 제주해양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현장 확인한 결과 90마력 엔진이 설치된 고무보트에는 용량이 다른 유류통 12개와 구명조끼 6벌, 포장지에 중국어가 표기된 빵을 비롯한 비상식량, 낚싯대 등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해경과 육경, 군 당국이 함께 조사에 나선 결과 간첩활동 등 대공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22대 국회 최연소 의원인 손솔(30) 진보당 의원(비례대표)이 문화관광위원으로서 첫 공식 제주 일정에 나선다. 진보당 제주도당은 손 의원이 오는 12, 13일 이틀간 제주를 방문해 기자간담회, 도의회·제주지사 예방, 관광현장 순회 등 일정을 소화한다고 11일 밝혔다. 손 의원은 오는 12일 낮 제주공항에 도착한 뒤 오후 2시 도민카페에서 제주지역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는다. 이어 오후 3시에는 제주도의회 의장과 문화관광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오후 4시에는 오영훈 제주지사를 예방한다. 저녁에는 청년세대와의 대담도 예정돼 있다. 둘째 날인 13일에는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월드를 방문해 오후 3시 현장을 둘러본 뒤 노·사 대표와 간담회를 열고, 이어 오후 4시 30분에는 관광 청년노동자와 청년세대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예정이다. 진보당 제주도당은 "원내 제4당으로서 내란 청산, 민주 수호, 민생경제 회복, 개헌 등을 핵심 의제로 정기국회에 임하고 있다"며 "손 의원이 문화관광위원을 맡은 뒤 처음 제주를 방문해 다양한 일정을 통해 지역 관광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를 찾는 외국인은 자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끈 한국 스타의 활동이나 드라마 콘텐츠에 영향을 받아 체험 및 활동 여행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관광공사는 2023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일본·대만·베트남·싱가포르의 SNS에 나타난 제주 체험과 활동에 대한 관심과 반응을 분석한 '해외 소셜로 보는 제주 관심 콘텐츠: 체험·활동' 보고서를 11일 발간했다. SNS에서 수집된 체험·활동 키워드는 문화·전통 체험(해녀체험, 한복체험 등), 수상·해양 액티비티(서핑, 요트 등), 웰니스·레저(요가, 템플스테이 등), 육상 어드벤처(승마, 트레킹 등) 등 4개 카테고리로 분류됐다. 분석 결과 4개국 모두 육상 어드벤처 카테고리 중 트레킹과 하이킹, 등산 등과 관련한 게시글이 가장 많았다. 일본은 가수 트와이스 멤버 나연이 제주에서 승마 체험을 즐기는 영상이 X를 중심으로 확산한 영향으로 승마 체험 관련 게시글이 많았다. 대만은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체험 기반 브이로그에 대한 반응이 두드러졌다. 특히 '해녀 체험' 게시물이 1년차 대비 2년차에 68배 증가하며 급증했다. 대만에서 '해녀 체험' 관련 게시물은 배우 송지효가 참여한 다큐멘터리 방송이 화제가 되면서 늘었다. 또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방영 이후에는 방영 전보다 10배 넘게 급증했다. 베트남의 경우 '캠핑' 관련 게시글 증가세가 뚜렷했다. 이는 가수 제로베이스원이 제주에서 캠핑을 즐기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언급되거나 공유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싱가포르에서는 '유네스코 투어' 리뷰 게시글이 인기를 끌었다. 그중 성산일출봉 관련 게시글은 '폭싹 속았수다' 방영 이후 방영 전보다 5배 넘게 증가했다. 성산일출봉은 '폭싹 속았수다' 촬영지 중 한 곳이다. '해외 소셜로 보는 제주 관심 콘텐츠: 체험·활동' 및 '해외 소셜로 보는 제주 관심 콘텐츠: 폭싹속았수다 보고서'는 제주관광 빅데이터 서비스 플랫폼(data.ijto.or.kr) 내 자료실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외국인들이 제주의 체험을 어떻게 인식하고, 소셜미디어에서 어떤 방식으로 공유·확산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며 "특히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사례처럼 콘텐츠 감상이 실제 장소 탐색과 여행 실행 욕구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이를 체험 수요로 연결할 수 있도록 홍보와 안내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한 학부모가 교사와 교직원 10명을 아동학대 혐의로 무더기 고소했다가 되레 구속 갈림길에 섰다. 제주 동부경찰서는 협박 및 무고 혐의로 학부모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A씨를 비롯해 피해 교사 등 사건 관계자를 조사한 결과 사안이 중대하고 재범 우려가 있다"고 영장신청 사유를 밝혔다. A씨는 자녀가 제주시의 한 초등학교 재학 중 교사들의 수업 방식 등으로 충격을 받아 지병이 발현됐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 초까지 교사와 교직원 등 10명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자녀가 초등학생 시절 학대를 당했고, 이 때문에 건강이 나빠졌다고 보고 교사들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교사들에게 "죽이겠다"는 등 협박성 발언을 했다. 심지어 결혼을 앞둔 한 남자 교사에게는 '깽판 치려 했다'고 하는 등 위협을 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교사를 상대로 고소하기 전에 제주도교육청과 제주시교육지원청, 학교 행정실 직원 등을 상대로도 반복적인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동학대 고소 건을 수사하던 중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제주교사노동조합은 지난 8월 기자회견을 열고 A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며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고무보트를 타고 제주로 밀입국한 중국인 일당 중 1명이 추가로 자수해 검거 인원이 3명으로 늘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10일 오전 9시30분 30대 중국인 A씨가 서귀포경찰서를 직접 찾아와 자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A씨는 지난 7일 오후 중국 장쑤성 난퉁시에서 90마력 선외기가 장착된 고무보트를 타고 출발해 이튿날 새벽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에 도착해 밀입국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오후 6시10분에는 제주시 연동 한 호텔에서 30대 중국인 B씨와 그의 은신을 도운 중국인 1명이 붙잡혔다. 또 그 이전인 8일 오후 6시30분에는 같은 보트를 타고 입국한 40대 중국인 C씨가 서귀포시 한 모텔에서 긴급 체포됐다. 현재까지 모두 3명이 검거됐고, 나머지 3명은 여전히 도주 중이다. 경찰 조사에서 C씨는 "서로 알지 못하는 6명이 브로커를 통해 돈을 내고 밀입국했으며 제주에 도착한 뒤 각자 흩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지난 8일 오전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녀탈의장 인근에서 "해안가에 미확인 보트가 있다"는 주민 신고로 처음 드러났다. 보트 안에서는 구명조끼 6개, 중국어 표기 식량, 연료통 12개, 낚싯대와 우의 등이 발견됐다. 해경은 이번 사건을 전담해 수사 중이다. 대공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나머지 3명을 신속히 검거하기 위해 중국 해경국과 공조하고 있다"며 "수사 인력을 총동원해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영화 ‘헤이트풀8(Hateful Eight)’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8번째 작품이다. 타란티노는 클래식 음악 대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순서대로 Op.(Opusㆍ걸작)라는 접두어로 작품번호를 명기하듯 자신의 작품에 일련의 작품번호를 붙인다. 헤이트풀8은 타란티노의 ‘작품번호(Op.) 8’인 셈이다. 영화 ‘장인’이라면 자신의 작품에 대한 그만한 자부심은 가져도 좋을 듯하다.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1877년이고, 공간적 배경은 미국 중서부 와이오밍주(州) 허허벌판이다. 지금도 한반도보다 조금 넓은 면적에 인구는 경기도 평택시 인구에 해당하는 50여만명이이니 1877년에는 거의 황무지라고 해도 무방한 곳이다. 그곳에 미국 북서부의 악명 높은 눈폭풍 ‘블리자드(Blizzard)’가 몰아치는 어느 날 영화가 시작된다. 남북전쟁이 1865년에 끝났으니 전쟁이 끝나고도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시점. 하지만 남북전쟁의 상흔이 여전한 혼란기 속 와이오밍은 미국의 주로 편입되기 이전의 무법천지 구역이다. 그런 위험한 황무지에 ‘미니(Minnie) 잡화점’이 있다. 사막 여행자들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영화의 주인공 중 하나인 존 루스(John Ruthㆍ커트 러셀 분)는 내로
밤새 소나기와 숨바꼭질을 하였다. 텁텁해도 에어컨 바람이 싫은 어머니와 그러면 잠을 설치는 내가 벌인 전쟁이다. 초저녁에는 에어컨을 켰다가도 밤 중이 되면 꺼드려야 단잠을 주무시는 어머니 때문에 벌어진 일. 아니, 잠자리에 들면서 에어컨을 끄는 대신 열어 놓은 거실의 통창으로 소나기가 쳐들어 온 탓이 더 크다. 부리나케 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니, 얼마 없어 어머니가 뒤척이며 불편해하시는 눈치다. 어떻게 알았는지 때마침 소나기가 그쳐 주길래, 다시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었다. 올여름 동안 실종됐던 시원해진 밤공기가 창틈으로 스며들어 왔다. 그 사이를 뚫고 풀벌레 소린지, 매미 소린지가 귓가를 간질인다. 문득 어린 시절의 여름밤이 떠오른다. 아버지는 쇠막을 개량해서 지붕을 콘크리트로 발랐다. 70평 터에 집, 창고, 변소, 수도, 화단, 눌(마소의 꼴을 저장하는 낫가리), 쇠막까지 꽉 들어찬 집에 새로 생긴 공간이었다. 그 시멘트 지붕에는 필요에 따라 곡식이나 빼때기(고구마를 썰어서 말린 절간)를 널기도 했다. 가장 기억나는 것은 아버지가 어촌계장 하시던 시절에 일본 수출용으로 말리던 염장 전복이다. 해녀들이 잡아 온 전복을 어촌계가 수매해서 내장은 게우젓으로
2026년도 정부 예산안은 여러 신기록을 보유한다. 우선 역대 최대 규모 증액 예산이다. 이재명 정부가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내년 예산안 총지출은 728조원. 올해 본예산(673조3000억원)보다 54조7000억원 많다. 증가율이 8.1%에 이르는 팽창예산이다. 본예산 기준 처음으로 700조원 시대를 개막한다. 문제는 급증하는 지출만큼 세금 징수 등 수입이 떠받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내년 총수입은 올해(651조6000억원) 대비 22조6000억원(3.5%) 늘어나는 데 그친다. 대규모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정부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에만 110조원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내년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113조원 불어나 1415조원에 이르게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1.6%로 사상 처음 50%를 넘어선다. 필요한 분야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미국의 무차별 관세 부과로 인한 수출 감소와 내수침체 장기화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1%대 후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도
정치해결사 브린(로버트 드 니로 분)과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모츠(더스틴 호프먼 분)의 신출귀몰한 ‘조작극’에 힘입어 ‘소녀 추행범’인 현직 대통령은 89%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마침내 재선에 성공하는 기적을 일궈낸다. 음침한 승리는 정정당당한 승리에는 필요 없는 ‘입막음’이 요구되기 마련이다. 혹시라도 ‘전리품’ 배분에 불만을 품은 누군가가 ‘공익제보자’나 ‘내부고발자’로 나서면 모든 게 허사로 끝난다. ‘알바니아와의 조작된 전쟁’이라는 사기극의 수괴는 분명 대통령이지만 실무 총책은 브린이다. 당연히 ‘입막음’도 브린의 몫이다. 브린은 ‘알바니아 전쟁 조작극’에 참여한 모든 사기단원에게 적절한 논공행상을 한 듯 모든 것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듯하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진다. 브린은 사기극의 ‘일등 공신’인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모츠에게 외국 대사 자리를 제안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정권 창출의 크고 작은 공신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크고 작은 기관장 자리가 340여개라고 하는데, 그 면면에 ‘어둠의 공신’들이 섞여 있는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다. 미국 대통령은 ‘대국’답게 그 자리가 300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대사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전국은 요동쳤다. 17개 시·도가 일제히 비상 체제로 흔들렸다. 비상계엄령이 발동되던 그 때 제주에서는 도청 본관 출입문이 닫혔다. 밤 11시 17분부터 다음 날 새벽 2시 13분까지다. 이 조치가 단순한 '출입문 통제'였는지, 아니면 '청사 폐쇄'였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며 제주도정은 곧바로 '불법 계엄 동조' 의혹에 휘말렸다. 논란의 중심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의 '부재'가 있었다. 오 지사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불법 계엄 사태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그날 저녁 저는 제주에 없었다. 서울에서 기업인들과 면담을 마친 뒤 오산에서 식사를 했고, 오후 9시 5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었다"고 말했다. 이후 자택으로 이동해 비서실장과 특보들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으며 지시를 내렸고, 새벽 1시 30분 도청 회의를 소집해 "군·경은 상부 지시가 있더라도 따르지 말라"는 불복 지침을 명확히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단의 질문은 한 가지로 모였다. "
이쯤되면 거의 여론조작이라 말하는게 나을 듯 싶다. 제주에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세우자는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르는 시점에서다. 연이어 쏟아지는 '여론조사'라는 이름의 수치가 오히려 도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도와 도의회, 정당과 연구기관, 나아가 언론사까지 앞다퉈 민심을 계량화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제각각이고 질문은 자의적이다. 불과 며칠 간격으로 나온 조사조차 상반된 결론을 내놓으니 도민의 눈에는 이 과정이 '정치적 셈법에 맞춘 각본'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지난 20일 발표된 제주연구원 조사에서는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 찬성 46.3%, 반대 34.9%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찬성 응답자의 63%는 내년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도입을 원한다고 답했다. 표면적으로는 찬성이 우세했다. 그러나 불과 열흘 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공개한 여론조사는 정반대였다. 도당 조사에서는 3개 구역안 반대가 43.1%, 찬성이 35.9%로 반대가 더 많았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정반대 결론이 도출된 셈이다. 도의회는 다시 별도의 여론조사를 추진 중이다. 이번 조사는 1500명을 대상으로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권고안 인지도 ▲기초자치단체 설치 법률안 인지도 ▲선호 구역(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지난달 3일 새벽 5시. 초여름의 선선한 공기 속 제주시 삼도2동 제2투표소(제주남초)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가 시작되기 직전의 풍경이었다. 정당 참관인과 투표 사무원,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전 5시 30분, 개시 준비가 본격화되자 사무원은 참관인을 상대로 투표지와 도장, 봉인 스티커를 하나하나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봉인작업은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고, 투표소는 긴장감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했다. 하지만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전 6시 35분. 한 50대 남성이 조용히 투표소에 들어섰다. 신분증을 내민 그에게 여성 사무원이 선거인명부를 대조하던 순간, 전산 시스템에는 이미 '사전투표 완료'로 명시돼 있었다. "혹시 사전투표 하지 않으셨어요?" 사무원의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사무원은 옆 동료와 눈짓을 주고받고는 다시 물었다. 그리고 재차 "29일에 혹시 사전투표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물었다. 남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신분증을 챙겨 빠르게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현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참관인과 사무원들
"학생을 지키려다 제가 무너졌습니다." 제주시 한 고등학교 교사 A씨가 남긴 말이다. 그가 마주한 상황은 한마디로 무방비였다. 신체 접촉 피해를 입고도 아무런 보호 조치 없이 가해 학생과 수학여행을 떠나야 했고, 신고를 했지만 돌아온 건 "화해하라"는 말과 "수행평가 때문에 복귀해달라"는 요구뿐이었다. 결국 A씨는 병가와 특별휴가를 연달아 사용한 끝에 교단을 떠났다. 학교는 침묵했고, 교사는 끝내 혼자였다. 사건은 지난 5월 수업 중 발생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학생을 제지하자 학생은 갑자기 A씨를 껴안으려 했고, 뿌리쳐도 다시 강하게 팔을 붙잡았다. 이후에도 새벽 시간에 문자가 왔고, 복도에서 위협적인 접근이 반복됐다. A씨는 학교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분리 조치는 없었다. "교권보호위원회에 신고되기 전까진 어렵다"는 설명이 전부였고, 보호 매뉴얼도 없었다.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조차 A씨가 직접 확보해야 했다. 가장 충격적인 건 닷새 뒤 그 학생과 함께 수학여행에 인솔 교사로 떠나야 했다는 사실이다. "도저히 함께할 수 없다"는 A씨의 호소에도 학교는 묵묵부답이었다. 그 뒤로 이뤄진 분리 조치는 고작 5일. 병가에 들어간 A씨에게는 "수행평가 문제
역사 속 인류사회는 방대하면서도 끝이 없는 풍속화이다. 다른 역사의 단면, 다른 자리나 모퉁이, 다각적인 생활공간은 모두 다양한 인류의 활동무대다. 변화하고 발전하는 멈추지 않는 무대에서 단장하거나 발가벗은 채로 다른 사회 층면, 다른 직업, 다른 연령, 다른 성별의 사람들의 양태를 표현하고 있다. 역사의 풍속화에 들어간 후, 정지된 스틸 속에 여러 양태가 매 시간 매 장소마다 언어, 행위, 사상, 심리상태를 묘사하지 않은 경우가 없다. 예부터 지금까지 거지가 구걸하는 수단과 방식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하층 사회 단체의, 하위문화의 여러 군상의 양태를 분명하게 드러내 보인다. 진짜도 있고 가짜도 있으며 눈물도 있고 웃음도 있다. 각양각색인 다양성도 있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여러 가지 가식적인 면사를 벗겨내면 대부분 희극적 형식의 추태를 연출해 내면서 울 수도 웃을 수도 없게 만든다. 아주 오래 전에 거지는, 참고삼아 이용할 만한 여러 가지 구걸 방식을 채용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수단(예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한 구걸 예술)을 이루었다. 독특한 하위문화 전승 형태로, 구걸 습속과 관례를 형성하였다. 당대에 기괴하고도 다양한 구걸 수단과 방식은 대부분 예전의 선례나 역사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감탄할 만한 기적이며 실재다. 보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인 뉴욕에 전문적으로 거지를 훈련시키는 ‘거지 학교’가 있다고 한다. 학교는 뉴욕의 외진 지역에 위치해 있다. 입학신청하려면 학비 100달러를 내야하고 졸업하면 증서까지 발급한다. 그 학교는 6일 과정이며 야간에 공부한다. 교실에서 이론을 강의한다. 마지막 이틀 저녁에는 거리에 나가 실습한다. 강사가 나누어 강의한 내용을 길가는 사람에게 구걸하는 기술을 실연해 보인다. 그때 교장은 곁에서 실습하는 상황을 지켜보고 그중의 오류를 찾아내어 다시 구체적으로 지도하여서 졸업생 모두를 구걸하는 데에 합격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학습시킨다. 그중 가장 성공적인 기술은 병원이나 약국을 가기 위하여 급히 돈이 필요하다고 가장하여 구걸하는 것이었다. 목석간장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아픈 사람에게는 동정심을 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사람들의 그런 선량한 본능을 십분 이용했다. 성공한 거지가 될 수 있는 비결은 이렇다 : 말솜씨가 유창하고 기민하게 반응하며 인내심이 있고 얼굴이 두꺼워야 한다. 그리고 너무 가난하고 초라하게 분장해서는 안 된다. 중산층 인물로 분장해 갑자기 곤경에 빠져서 급히 타인의 도움을 필요한 것처럼 가장하는 것이 쉽게 구걸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거지 학교를 세운 사람은 40세인 오마(Omar)로 제약공장에서 여러 해 동안 근무하였다. 학교를 설립한 주지를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공공사업이다. 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살아갈 방도를 찾지 못하는 사람을 구하려고 세웠다. 우리 학생은 절대로 부도덕한 일은 하지 않는다. 도둑질도 강도짓도 하지 않는다. 단지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선량한 마음을 내게 한 후 보잘것없는 돈 몇 푼을 받을 따름이다.” 그런데 도둑질이나 강도질을 가르치지 않는다하여도 세상 사람들의 아름다운 착한 마음에 사기를 치는 것을 가르친다면 ‘도덕적인 일’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 않는가! 하물며 그 ‘학생’들이 거지가 된 후, "도둑질도 안 하고 강도질도 안 한다"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절대 부도덕한 일을 하지 않는다”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사기란, 일정한 조건 아래 법률이 정하지 않은 ‘도덕’ 범주에 속한다하더라도 직접 사기를 치는 수법으로 타인에게 재물을 얻는다면 다른 차원의 범죄행위가 된다. 중국에는 아직까지 거지 기법을 가르치는 전문 훈련 기관은 없다. 그러나 구걸 기술은 역사상 하위문화 내부에서, 민간에서 전승되어 온 궤적이 분명하게 남아있다. 종적을 찾아 근원을 찾아내면, 많고도 어지러운 세상사 속의 하층사회 단체의 여러 군상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민간 비밀 사회단체는 각자 일련의 규정과 직업 은어를 가지고 있었다. 하위문화에서 전승된 기본적인 상징이며 내용 중의 한 가지다. 거지 단체도 그렇다. 당대 미국학자 래리 A. 사모바, 리처드 E. 포터의 공저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 사람들이 주로 이상 행위에서 구성된 하위문하로 생각하는 것 중에서, 해당 문화의 언어 유형이 은어(argot)로 발전한다. 유랑자와 거지는 여러 가지 표준에 따르면 범죄자는 아니지만, 그들은 주류문화와 도무지 맞지 않는다. 모종 은어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은어는 특정 하위문화와 그 단체 내부에 한해서 사용하는 언어이고, 구성원은 주류문화 밖에 있다. 하위문화와 문화 단체를 이해하려면 은어를 이해하여야 한다. “은어 언어의 특정 형식일 뿐만 아니라 특정 생활방식을 반영하고……심리상태, 사람과 사회에 대한 평가, 사유방식, 사회조직과 기술능력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관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어는 언어와 행위가 서로 결함된 방식이다. 하위문화는 특수한 언어 코드를 사용하여 요구를 만족시키기에 은어는 중요하다. 그러한 기능은 첫째, 은어로 표현하면서 반주류문화를 돕기에 자위의 수단이 된다. 둘째, 공동으로 습득한 언어 코드를 통하여 하위문화 단체 내에서 일치성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셋째, 진정으로 생존에 적합한 사회적 실체의 단체를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일정한 하위문화 혹은 하위단체는 구체적인 환경 속에서 어떤 특정한 사람들에 대한 태도도 그들의 직업 언어 중에 반영된다. 여러 거지 단체의 은어(속어)는 강호 흑사회의 하위 언어문화 형태를 이룬다. 그렇기에 강호 여러 부류와 깊은 본질적 관계를 직관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명나라, 청나라 이래로 보이는 은어는 다음과 같다. 구걸을 괘한(掛熯, 걸어 말리다), 쇄산(碎山, 산을 부수다) ; 앉은뱅이 거지를 피가(披街, 거리를 나누다) ; 곤경에 빠졌다고 가장해 구걸하는 것을 탑상(搽相, 얼굴을 바르다), 목후(沐猴, 원숭이를 씻기다) ; 편지로 사정을 써서 구걸하는 것을 마가당(磨街黨, 길을 가는 무리) ; 여성을 데리고 다니면서 구걸하는 것을 관음당(觀音黨), 소개장을 가지고 돈을 구걸하는 것을 칭고상(稱古相, 예스럽고 수수한 상을 칭하다), 부모를 데리고 다니면서 구걸하는 것을 상문당(喪門黨), 읍하면서 구걸하는 것을 주권당(丢圈黨, 원을 던지는 무리), 울며불며 하소연하면서 구걸하는 것을 소원당(訴寃黨), 신의 이름을 빙자해 구걸하는 것을 동자당(童子黨), 뱀을 가지고 공연하면서 구걸하는 것을 차류(扯溜, 손으로 들다, 임분(臨汾)지역 방언) ; 원숭이를 부리며 공연하면서 구걸하는 것을 사노자(耍老子, 노자를 가지고 놀다) 등으로 불렀다. 이런 언어 코드는 비단 거지에게만 유행한 것이 아니라 강호 비밀 사회에서는 대부분 통용되었다. 단지 거지의 직업 특성에 국한된 언어일 뿐이다. 이 사이에 본업에 대한 은어들이 섞여있다. 예를 들어 보자. 돈을 구걸하는 것을 정파(釘把, 못 잡이) ; 사리에 어두운 것, 좋고 나쁨을 알지 못하는 것을 소렵등(小臘燈, 작은 초) ; 미인을 찰백(擦白, 닦아 하얗다) ; 이 사람을 격당마자(格檔碼子, 막아내는 놈) ; 눈을 파내는 것을 차조자(借照子, 동경을 빌리다) ; 좋지 않은 물건을 좋은 물건이라며 사기 치는 것을 매야인두(賣野人頭, 야인의 머리를 팔다) ; 재미삼아 사람을 희롱하는 것을 타붕(打棚, 막을 짓다) ; 돈을 빌리고 트집 잡아 빚을 갚지 않는 것을 도수흉(到手凶, 불행을 손에 넣다) ; 남편을 잃었다느니 처가 죽었다느니 하면서 구걸하는 것을 타단자(打單子) ; 거짓으로 친척을 방문했으나 만나지 못했다고 말하며 구걸하는 것을 탈축두(脫軸頭, 권축을 벗어나다) ; 재난을 피해서 왔다고 거짓말하며 구걸하는 것을 심반자(尋伴子, 짝을 찾다) ; 병이 들었다고 거짓부렁 하는 것을 묘황(描黃, 황색을 묘사하다) ; 벙어리를 사칭하는 것을 화지(畵指, 손가락을 그리다) 등으로 불렀다. 현대에 와서는 여자와 노는 것을 괘마자(掛馬子, 변기를 걸다) ; 소매치기가 지갑이나 호주머니를 터는 것을 발전(撥栓, 여닫개를 밀어내다) ; 내의 주머니를 터는 것을 번판자(飜板子, 판을 뒤집다) ; 상의 주머니를 터는 것을 개천창(開天窓, 천창을 열다) ; 장기간 한 지역을 불법 점유해 구걸하는 것을 궤점(跪點, 무릎 꿇다) ; 근거지를 산두(山頭) ; 소매치기 하는 것을 양협(兩夾, 양쪽에 끼다) ; 장물을 파는 것을 매교(賣巧)1) ; 장물을 사는 것을 흘교(吃巧)2) ; 남의 약점을 이용하거나 구실을 빌어 바가지를 씌우거나 재물을 뜯어내는 것을 흘이만(吃二饅, 만두 두 개 먹다) ; 철로를 쌍조(雙條) ; 버스를 단조(單條) ; 피를 파는 것을 도선(挑線, 선을 고르다) ; 백 원을 일간자(一杆子) ; 천 원을 조(槽) ; 만 원을 감(坎) 등으로 부른다. 이런 여러 가지는 거지의 수법(재주), 해당 비밀스런 작업, 심리상태를 충분히 드러내고 있는 동시에 공교롭게도 그 단체의 본 모습을 증명하고 있다. 즉 대단히 복잡하면서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유랑자, 무뢰배 등 다른 흑사회 단체와 본질적으로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두 사회조직에 기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하위문화 범주에 속한 비정상적인 문화 시스템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매교(賣巧)는 한어(漢語) 어휘로 발음은 ‘mài qiǎo’로, 총명을 뽐내며 남의 의향에 영합하다 뜻이다. 능숙한 솜씨를 보이다 뜻도 가지고 있다. 2) 흘교(吃巧)는 한어(漢語) 어휘로 발음은 ‘chī qiǎo’로, 옛날 절강 지역의 풍속이다. 칠석 때 문 앞에 모여서 술을 마셨는데 그를 ‘吃巧’ 또는 ‘끽교(喫巧)’라 하였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간의 생명은 기(氣), 즉 에너지의 작용으로 유지되며 기의 조화와 부조화로 건강이 좌우된다. 지구는 자전과 공전을 반복하면서 기의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곧 우리 인간이 호흡하는 원리와 같으면서 기적(氣的)인 호흡을 하는 지구상의 생채환경도 매한가지다. 천지 대자연을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의 영향권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자연생태계에서 발산하는 기운, 즉 자연에너지를 활용하여 인생의 번영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힐링풍수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 할 수 있으며, 자연에서 발산하는 좋은 에너지를 교감하여 보다 건강하고 심리적으로 안정된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함이다. 힐링풍수를 통한 다양한 치유 활동은 자연, 경관, 생태, 인문, 예술에 이르기까지 대상에 제한이 없으며, 풍수와 산림을 결합한 치유의 숲 명상 프로그램 조성은 국민의 건강 증진과 인성 회복 차원에서 필요하다. 산업화와 도시 문명, 각종 공해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힐링 풍수는 지속 가능한 생활환경 개선과 미래 건강 증진 프로그램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치유적 개념에서 힐링풍수는 입지론을 중심으로 지리적 환경과 기후적 조건에서 오는 기(氣)의 특성을 치유라는 개념에서 바라보고 있다. 풍수가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은 크게 두 분야로 나눌 수 있는데, 돌아가신 조상을 모시는 음택 분야가 있고, 살아 있는 사람들의 삶의 공간을 풍수의 법에 맞추어 응용하는 양택 분야가 있다. 양택은 우리가 사는 공간인 개인의 주거 형태나 한 나라의 수도 또는 도시의 입지나 형태까지 모두를 포함하는 삶의 공간을 말한다. 이는 생동하는 기운이 잘 모이는 좋은 땅에 대지를 정해 건강과 행운의 복력을 구하고 삶을 윤택하게 하는 풍수법을 의미하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 자면, 주택의 형태나 방위적인 위치, 실내 구조, 색상의 분위기, 주변 환경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풍수의 이치에 맞추어 좀 더 안정적이고 쾌적한 주거 공간을 이루고자 함이다. 본 코너에서는 주로 생활 속 양택풍수를 중심으로 기(氣) 즉, 주택이나 건물을 중심으로 에너지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치유적 개념의 힐링 풍수를 다루고 필요에 따라 현대의 장묘문화, 조상의 음택풍수도 살펴보려고한다. 기(氣)는 우주공간에 작용하는 전파와 같은 생명력의 근원으로서 눈에 보이지 않는 근본 미립자와 같은 존재이자 삼라만상을 움직이는 근본 생명체이다.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사물이다. 보이지 않는 어떤 작용은 ‘기’인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또한, 냄새도 없고 귀에 들리지도 않지만, 반드시 공간에는 어떤 유형의 ‘기’가 순행 유통하고 있다. 산천의 기운이 잘 응결된 풍수적 국세도 중요하지만, 어떤 상황을 막론하고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부족한 지형과 구조를 풍수 이치에 맞게 보완하고 개선해 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천혜의 조건을 갖춘 완벽한 명당은 극히 드물다. 명당은 만들어가는 것이며 영원한 명당도 흉당(凶堂)도 존재하지 않는다. 풍수의 이치를 응용하고 활용하여 주거의 조건을 좋은 환경으로 보완하고 개선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풍수적으로 조화로운 자연의 생태환경을 통해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주택이나 생활공간의 장소로 활용할 때 힐링풍수는 치유의 생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살 터를 정할 때는 ‘생기(生氣)’, 즉 좋은 에너지가 모이는 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풍(風)’은 공기가 유동하는 현상이며, ‘수(水)’는 물의 흐름을 말한다. ‘기(氣)’는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 없는 무형의 지기(地氣)와 공간에 존재하는 미립자인 에너지를 가리킨다. ‘기’는 중국 동양철학의 중요한 개념으로써 풍수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 이론과 방법은 모두 산천 대지의 기운이 요긴하게 모이는 곳의 문제를 가지고 전개한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신영대는? = 대한풍수연구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역술인협회 공인 역학연구원이다. 중문학 박사와 풍수학자로서 ‘제주의 오름과 풍수’, ‘명리학원리대전’, ‘풍수지리학 원리’, ‘전원시인 도연명 시선', ‘흰 구름 벗을 삼아 읽어보는 당시선’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한라산 총서'의 구비전승·지명·풍수 분야와 ‘세계자연유산지구 마을일지 보고서’ 중 풍수 분야 공동 집필자로도 참여한 바 있다. 또 제주도 각 마을 '향토지' 풍수 부문에 공동 집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제주관광대 관광중국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부랑자, 무뢰배와 거지의 자연적 관계 불량배, 무뢰배라는 뜻을 가진 중국어는 ‘유맹(流氓)’이다. ‘맹(氓)’자는 원래 글자 뜻대로 고찰하면 거지와 연대관계가 깊다. 당나라 공영달(孔穎達)은 『모시정의』에서 말했다. “맹민(氓民)의 명칭은 문장 중의 뜻이 다르다.……맹(氓)은 몽(懵)이다. 몽(懵)은 무지한 모양(안 : 사리에 어둡다, 흐리멍덩하다)이다.” 원나라 유근(劉瑾)은 『시전통석(詩傳通釋)』에서 제기하였다. “맹(氓)은 모호하고 무지함을 이르는 말이다.” 청나라 단옥재(段玉裁)는 『설문해자』 주(注)에서 풀이하였다. “다른 지역에서 온 백성을 맹(氓)이라 한다. 그래서 민(民)과 망(亡)을 따랐다.” 근대에 어떤 학자는 단옥재의 설명에 대하여 『시·위풍·맹(氓)』의 맹(氓)은 ‘다른 지역에서 온 백성’에 부합한다고 하였다.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이주하거나 이 마을에서 저 마을도 옮긴 사람을 모두 맹(氓)이라 하였다. 그래서 청나라 훈고학자 주준성(朱駿聲)은 ‘맹(氓)’을 ‘저기에서 여기로 온 백성’이라 하였고 위원(魏源)은 ‘맹(氓)’을 ‘유랑하는 백성’이라 하였다. 현재 통속적인 표현으로 ‘맹(氓)’은 바로 ‘타지인’, ‘외래인’의 뜻을 가진다.(『신화문적(新華文摘)』) 이 해석을 빌면 불량배 뜻인 ‘유맹’은 우매하고 무지하며 정상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서 도처로 옮겨 다니고, 심지어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을 가리킨다. 물론 이미 ‘맹(氓)’자의 본래 뜻에서는 벗어났다. 거지와 같은 부류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다. 거지가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끼친다는 것은 사실로 증명되었다. 그들은 단체를 결성하고 흑사회 집단으로 전락하였다. 미국의 인류학자 복(P. K. Bock)은 주장하였다. “사회에서 정당한 단체가 연속적으로 제기되는 사회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을 때는 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단체의 중요성이 두드러진다.” “자발적 단체의 기능은 그 구성원에게 분명하게 행동하게 하거나 다른 형식으로 자아를 표현할 기회를 부여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거지는 떳떳하게 정당한 사회단체에 진입하기 어렵다. 거지 개인도 왕왕 사회에 발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공동의 사회 지위와 운명은 구성이 복잡한 하층 사회 구성원과 연계하여 한 사회 층면에 속한, 특수한 내부 질서를 갖춘 여러 가지 단체를 구성하였다. 자발적이면서 강압적인 성격을 가지는 단체 속에서 그 구성원은 생존해 나가는 데에서, 의지할 수 있는 곳과 자아를 표현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았다. 민국 초기, 상해 거지의 사회조직 상황 본세기 30년대 상해에 있던 거지의 집거지를 조사한 결과 조막에서 거주하던 거지도 파별로 나뉘어져 있었다. 향토(고향)에 따라 산동방(幇), 강북방, 안휘방 등, 각 방파 사이에 자체적인 계통이 있었다. 각 방파에는 우두머리가 있었다. 거지 두목으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두목은 소굴 내부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장악하고 있었다. 모든 일은 두목의 허락을 받고서야 진행할 수 있었다. 각 방파는 촌락과 같았다. 두목이 곧 촌장이었다. 거지의 방파란 ‘개방(丐幇)’을 말한다. 각 개방의 두목은 봉건시대의 제후와 같았다. 당시에 상해의 거지를 이끌던 두목은 육(陸), 주(周), 종(鍾), 왕(王)과 2심(沈), 2조(趙)인 8명의 방주였다. 육 씨가 제일 위에 있었고 다음으로 조 씨가 있었다. 합쳐 8형제라 불렀다. 전체 상해의 거지는 향토(고향)를 근거로 봉양(鳳陽), 회양(淮陽), 산동(山東), 강북(江北), 현지 방파를 합쳐 5대 개방으로 나뉘었다. 방파가 공동으로 제일 높은 우두머리인, 큰형님 ‘노대(老大)’를 추천했다. 두목들을 절충한 전권 대표였다. 두목은 지방의 상인대표와 지보(地保)가 본바닥 깡패 중에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자를 추천하여 임무를 맡겼다. 부자세습이었다. 그들은 근거지 상해를 동서남북 4지역으로 분할하여, 8형제 중 2사람씩 나누어 각각 한 지역씩 관리하였다. 평상시에 거지 두목들은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고 협력하는 책임을 졌고 갈등을 해결하였다. 연말연시가 되면 상점에서 헌납금을 받아다가 일부분을 여러 거지에게 나누어 주었다. 거지들이 평상시에 구걸한 수입도 일부분을 두목에게 납부하면 각계각층에 진공하였다. 만약 개방의 ‘가법’을 복종하지 않거나, 두목이 벽보를 붙인 상점에서 강제로 재물을 요구하거나, 개방에 반대해 다른 단체에 가입하거나, 다른 근거지에 침입하거나, 음란한 행위를 하거나 하면 상황에 따라 처벌하였다. 그들의 처벌 방식은 주로 형구를 쓰는 고문 형태였다. 예를 들어 ‘찰혼돈(扎餛飩)’은 손발을 묶어 하루 동안 밥을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판유배(扳油裵)’는 수 촌 넓이 목판을 등뼈에 끼워 넣는 형벌이었다. ‘판입액(板入額)’은 1촌 정도의 판을 이마에서 피부 안으로 끼워 넣는 것이었다. 더 센 것은 죽을 때까지 때리거나 경외로 추방하였다. 이러한 강력한 관리와 여러 겹으로 겹쳐 있는 조직 계통이 있기 때문에, 거지 두목은 십여 분이면 전 시내의 거지를 불러 모을 수 있었다고 한다. 범위가 그렇게 큰 상해시에서 오토바이 부대도 아닌데 어찌 그리 신속하게 모일 수 있었을까. 그런데 이 말에서 개방 조직의 힘을 엿볼 수 있다. 개방에서 가장 제일 작은 두목이 ‘야숙(爺叔, 숙부 뜻을 가진 상해 방언)’이라 불렀다. 직접 자기 관내에서 여러 거지를 관리하였다. 야숙도 거지이기는 했으나 모두에게서 ‘효경(孝敬)’을 받을 뿐 직접 구걸하지는 않았다. 거지 두목들은 조직 내에서 확고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왕왕 사회에 명망 있는 인물을 후원자로 삼아 도움을 받았다. 보스 즉 ‘노두자(老頭子)’로 모셨다. 상해 거지의 ‘노두자’는 대부분 흑사회의 중심인물이었다. 이렇듯 거지 조직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흑사회 조직과 안팎으로 결탁하여 서로 이용하였다. 그러면서 거지 조직인 개방도 자연스레 흑사회 일원이 되었다. 내부적으로는 강권 통치를 실행하고 외부적으로는 온갖 나쁜 짓을 저질렀다. 이것이 바로 강호의 여러 유랑자, 깡패, 무뢰배 조직의 공통적인 특징이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