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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희의 수류운재(9)... 돌부처의 운명, '길거리 돌멩이'로 가나?

부처님, 일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애월읍 봉성리 선운정사에 거주하는 ‘돌부처’가 다시 인사드립니다. 제가 보름 전에 도민 여러분께 지면을 통해 인사를 한 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일단 나는 이름을 바꿨습니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27일 성명을 발표하면서 나를 ‘석조불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뭐 ‘돌로 만든 부처상’이라는 한자말이 아니겠습니까?

 

불교 관계자의 요청을 존중했다나 어쨌다나, 하여튼 바꾸고 보니 이름이 좀 고상해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공방이 고상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구린내가 더 진동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간단한 것 같습니다.

 

나는 다른 지방에서 떠돌던 신세다. 한 때는 도난품이었다. 선운정사에 온 후 제주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됐다. 그러나 문화재로서의 가치에 의문이 있다. 일부 전문가들도 반대했다. 문화재자료 지정은 자금지원 근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후 보수비로 2천만원, 보호누각 건립비로 5억원이 지원됐다.

 

대충 이런 내용인 것 같습니다.

 

지난 27일에는 경실련에서 나에 대해 다섯 번째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하나의 사안을 놓고 이렇게 많은 성명서가 발표된 것도 드문 일이 아닌가 합니다.

 

아마도 경실련은 나에 대한 가치감정을 전문가에게 의뢰한 것 같습니다.

 

경실련의 의뢰를 받은 전문가라는 분들은 “어떻게 이것이 문화재자료로 지정됐는지 깜짝 놀랐다”, “논의할 가치조차 되지 않는다”라는 반응을 보인 것 같습니다.

 

문화재자료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제작시기 △ 시대적 특징의 명확화 △전통문화와의 연관성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런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 술 더 떠서 나의 출생연도가 1945년 이후일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나는 ‘형편 없는 놈’이라는 것입니다.

 

아, 부처님, 그러면 나는 누구라는 말입니까?

 

어떤 인터넷신문에는 나를 ‘길거리 돌멩이 수준’이라고까지 매도했더군요. 그 비참함이라니.

 

 

그렇다면 제주도 담당부서에서는 나를 왜 문화재자료로 지정했을까요. 나의 주인이 너무 무식하게 몰아붙여서 그랬을까요. 이렇게 문제가 터질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큰 힘이 작용한 것일까요. 최고 권력자가 무조건 해놓으라니 어쩔 수 없이 나를 문화재로 만들어버린 것일까요? 항간의 루머처럼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우리 주인의 친분관계 때문인가요?

 

담당부서에서 해명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별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해명 내용이라는 것이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 ‘예산지원도 정당하다’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마지 못해 내놓은 것 아니겠습니까?

 

제주불교 신문에서는 ‘경실련이 6.4지방선거에서 정치적 포석 때문에 무리수를 쓴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론을 잠재우려면 일체 상대를 하지 않는 것이 상수입니다. 반발은 오히려 더 여론을 악화시키기만 할 뿐이지요.

 

그런데 문화재를 핑계로 사찰에 지원받은 것은 우리 주인만이 아니었습니다. 나와 비슷한 경우가 더 있다는 사실이 또 드러난 것입니다. 제주도에서 4년간 4개 사찰에 19억8천만원을 문화재보호누각 건립사업에 지원했다고 합니다.

 

나는 그저 놀랄 뿐입니다. 헐~.예산이 이렇게도 쓰이는구나….

 

하기야 이게 뭐 잘못입니까. 내가 살 집을 지으면 나만 살겠습니까? 나 혼자 살 집이야 한 평이면 족하지 않겠습니까. 대궐같은 집을 지어놓으면 주인도 살고, 신도가 와서 차도 한 잔 하고, 뭐 그러지 않겠습니까.

 

나야 뭐 우리 주인에게 돈을 주기위한 핑계거리에 불과할 뿐입니다. 다른 사찰들도 비슷한 핑계로 예산을 지원받았다고 보면 맞겠지요.

 

애당초 이렇게 큰 돈을 지원할 때는 이런 상황도 예상했겠지요. 안그렇습니까?

 

문제는 담당 공무원들입니다. 지금이야 괜찮겠지요.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입장이 다시 바뀌지 않겠습니까? 그때도 지금과 같은 해명이 통할까요? 어림도 없을 것입니다.

 

지금도 문화재자료 지정을 해제하라고 하는 마당인데 오죽하겠습니까? 제작연대도 알수 없는 ‘길거리 돌멩이 수준’의 작품에 문화재자료라는 딱지를 붙여놓았으니…. 감찰부서다, 감사위원회다, 경찰수사다 꽤나 시끄러울 게 불 보듯합니다.

 

결국 나는 6.4 제주도지사선거 결과에 따라 운명이 갈릴 것 같습니다. 하기야 도지사 선거 결과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사람이 어디 저 혼자이겠습니까? 뭐 어떻습니까. 나야 세월 따라, 시류 따라 흘러가면 그만인 것을.

 

어차피 길거리 돌멩이 신세에서 문화재자료라는 거창한 반열에 올랐는데, 다시 내려가면 어떻습니까.

 

인간들의 탐욕에 따라 부처님도 오락가락 하는 세상입니다.

 

부처님, 제주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부처님,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김대희는?

= 취재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언론인이다. 제주신문, 제민일보를 거쳐 서귀포신문 사장을 역임했다. 김태환 지사 시절 공직에 입문해 제주도 공보관과 문예진흥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역 기자 시절에는 항상 소외된 이웃을, 사회의 어두운 곳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해온 휴머니스트이기도 하다. 한 때 '자청비'라는 막걸리 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풀코스를 30회 넘게 완주한 마라토너다. 과유불급이라는 단어를 사랑하는 울트라 마라토너다. 2012년에는 강화도에서 강릉까지 달리는 한반도 횡단마라톤을 62시간에 완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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