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에 장애가 있어 일반인처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까닭에 세상 사람들에게 가련한 마음을 내게 하여 동정을 사고 동냥하면서 생계를 유지한다. 물론 그중에는 ‘채생절할(采生折割)’의 인위적인 불운을 당하여 불구가 된 거지도 포함된다. 모양을 바꾸는 수단으로 위장한 거지까지도 포함한다.
만약 첫 번째 경우는 운명의 장난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진 것이고 두 번째 경우는 처참한 피해자가 된 처지라고 얘기한다면 세 번째는 사기 수법으로 세상 사람들의 자비심을 욕되게 만드는 불량배요 무뢰한이라고 하겠다.
두 번째 경우는 이전에 논했던 바라 여기에서는 첫 번째와 세 번째 경우의 신체장애 거지를 보자.
먼저 본래 신체장애를 가진 거지를 보자.
당대 단성식(段成式)의 『유양잡조전집(酉陽雜俎前集)』 5권 「궤습(詭習)」의 기록이다.
대종(代宗) 이예(李豫) 대력(大曆) 연간(776~779)에 동도(東都, 낙양) 천진교(天津橋, 낙양 옛 성 서남쪽에 있었다)에 두 팔이 없는 거지가 있었다. 오른발로 붓을 집어 글을 써주면서 돈을 받아 생활하고 있었다. 글씨를 쓸 때마다 먼저 서너 번 붓을 하늘로 1척이나 높게 띄웠는데도 한 번도 땅에 떨어뜨리지 않았다. 그가 쓴 글자는 정자인 해서였다. 일반인이 손으로 쓴 글씨보다도 뛰어났다.
분명 인정해야 하리라. 이 신체장애를 가진 거지는 가련하기는 하지만 존경해야 마땅하다.
두 팔이 없어 발로 글씨를 쓰는 연습을 하고 뛰어나게 써서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한다는데 어느 누가 동정하지 않을 것이며 감탄하고 존경하지 않겠는가.
송대 서현(徐鉉)의 『계신록(稽神錄)』에 신체장애인 여자 거지 이야기가 수록돼 있다.
건업(建業, 남경) 지역의 부녀자로 등에 커다란 혹이 자라났다. 안쪽에는 꽃봉오리 같은 것이 생겨나서 길을 걸을 때면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일 년 내내 시내를 돌아다니며 구걸하였다.
본인 자술에 따르면 본래 시골 아낙이었다고 했다. 동서 집안에서 각각 누에를 길렀는데 본인이 매해마다 손실을 보게 되자 형수가 기르는 누에를 몰래 불태워버렸다고 했다. 그때부터 등에 종기가 생겨나더니 결국 커다란 혹으로 변했다고 했다. 평상시에는 옷으로 혹을 가리고 다녔다. 답답해 노출시키면 큰 주머니를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이야기는 아무래도 인과응보 형태의 전기적인 색채가 짙다. 그런데 그런 질병을 가진 여인이 노동력을 상실하고 보기가 흉하여, 상응하는 사회적 지위를 누리지 못하니 어찌 가련타 하지 않겠는가.
맹인이 구걸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사례가 적지 않다. 전해오는 바는 이렇다.
옛날에 신시(新市)라는 지방이 있었다. 제(齊) 씨 성을 가진 맹인이 시내에서 구걸하다가 거리에서 부주의하여 그의 길을 막아서는 사람이 있으면 욕을 쏟아 부었다.
“당신도 눈이 없는 게요!”
맹인인 것을 본 행인들은 문제 삼지 않았다.
나중에 양(梁) 씨 성을 가진 맹인도 그곳에 구걸하러 갔다. 성격이 더 포악하였다. 어느 날 공교롭게도 제 씨와 양 씨 거지가 구걸하다가 길에서 마주쳤다. 양 씨가 욕을 퍼부었다.
“당신도 눈이 없는 게요!”
서로 상대방이 맹인임을 알지 못한 터라 욕설이 오고갔다. 그 모습은 본 행인들은 웃을 수밖에.
물론 우스갯소리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옛날에는 맹인 거지가 흔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청대 말기에 광동에는 나병이 유행하였다. 광주 성 밖에 나병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료원을 세워 전염이 확대되는 것을 막았다. 나병 환자는 눈썹이 빠지고 얼굴에 악성 종기가 생겼으며 수족이 오그라들어 사람들은 공포감을 가졌다.
나병 환자들은 가끔 의료원을 벗어나 시내에서 구걸하기도 했는데 사람들을 그들을 보면 돈을 던져주고 자리를 피했다. 그래서 나병 환자들은 다른 거지보다도 구걸하기가 쉬웠다. 나병 환자들의 모습을 보고 전염될까 걱정 되어서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기에 그랬다.
신체장애인은 본인이 무척 고통스러웠기에 거지로 전락할 경우가 많았다. 각별히 어려웠기에 사람들의 연민과 동정을 구할 수 있었다. 능력이 닿는 데까지 구제를 하려 했음도 당연하다. 그런 거지들은 신체적 장애가 구걸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자본이 되었다.
그런 자립, 자중, 자애를 모르는 신체장애 거지들은 왕왕 화가 도리어 복이 되어 사회와 타인에게 의존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밑천이 되었다. 세상 사람들의 동정과 보살핌의 대상이 되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