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비웃어도 창녀는 비웃지 않는다"

2024.04.16 13:24:23

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의 거지 (8) 궁하면 생각이 바뀐다는 다른 면

‘이식위천(以食爲天)’, 사람이 살아가는 데 먹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는 말이다. 옛 중국인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의식주가 부족해 생계를 꾸려나갈 수 없다면 구걸하게 되고 거지가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거지에 관한 여러 가지 조사의 대부분은 이런 상황에 주의하고 있다.

 

현장에서 여러 가지 구걸하는 추태를 대면했을 때 그들에게 물었다.

 

“당신이 이렇게 구걸하는데, 가장 기초적으로 가지고 있어야할 체면도 없고 염치조차도 필요 없다는 말이요?”

 

대답은 지극히 자연스러우면서 단순하고 명쾌하였다.

 

“배고픔을 참을 수 없는데 체면을 살필 겨를이 어디 있단 말이요. 체면을 생각하면 굶어 죽고 얼어 죽게 생겼는데, 이런 상황까지 이르렀는데 체면이 뭐가 필요하오!”

 

이런 솔직한 대답을 들으면 사람들은 놀라면서도 이치에 맞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논리에 맞는다고 생각하여 그들을 동정하게 된다.

 

그런데 거지의 다른 면을 보면 어떻게 될까.

 

돈을 위해서는 어떤 나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돈이 생기면 주색잡기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한다. 먹고 마시며 오입질도 하고 도박도 한다. 매우 많은 거지들이 때때로 놀랄만한 금액을 집에 붙이기도 한다.……말문이 막힌 나머지 분개하고 비할 수 없는 증오에 온몸이 떨릴 수도 있다.

 

그러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이 그 가련한 얼굴과 사람 마음을 떨리게 만드는 애걸복걸하는 말을 듣게 되면 다시 측은지심이 생겨나서, 자기 자신은 물건 살 때에 재삼재사 고려하면서 쓰지도 않았던 돈을 꺼내 한꺼번에 그 떨고 있는 지저분한 손에 쥐어주게 된다.

 

아! 사람 천성이 본래 선하다는 것은 그렇게 기이하고도 교묘하다. 길을 잃은 그 죄악의 영혼은 그렇게 가증스러운 마력(魔力)을 갖추고 있음이니. 누가 알겠는가, 그 배후에 때때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죄악 중에 당신 도움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런 죄악은 당신이 생활하는 사회 치안환경을 오염시키고 파괴하고 있다. 선량한 공공생활 질서를 오염시키고 파괴하고 있다.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사회 환경의 악순환이다.

 

궁하면 생각이 바뀐다는 다른 면 : 가난은 비웃어도 창녀는 비웃지 않는다

 

모택동은 50년대에 유명한 논점을 발표하였다.

 

“중국 6억 인구의 명백한 특징은 일궁이백(一窮二白)1)이다. 그것은 나쁜 일이라 볼 수도 있으나 사실은 좋은 일이다. 궁하면 생각이 변하여 일을 처리해 나가고 혁명을 한다. 한 장의 백지는 부담이 없다. 가장 새롭고 가장 아름다운 문자를 쓸 수 있고 가장 새롭고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이 사상은 일찍이 빈곤대국인 중국이 자력갱생하고 간고분투 하도록 고무하여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지만, 실제는 빈곤을 영광으로 알고 궁핍을 즐거움으로 여기는 ‘궁과도(窮過渡)’2)현상이다. 분명한 ‘아Q정신’인, 거지 철학으로 변질되었다.

 

‘문화대혁명’ 이래로 수많은 의식주의 거지와 정신적인 거지가 터져 나왔다. 한쪽은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다른 쪽은 시원시원하게 타인에게 희사하면서 스스로 만족해했다. 동시에 스스로 봉쇄하면서 아무도 그 오묘함을 알 수 없는 역사 여정을 연출해냈다.

 

중국에는 가장 두려운 문화 현상이 하나 있다.

 

“가난은 비웃어도 창녀는 비웃지 않는다.(笑貧不笑娼)”

 

구걸은 부끄러워도 몸을 파는 것은 부끄럽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가치관은 직접적으로, “궁하면 사상이 변한다”라고 하는, 옳고 긍정적인 사상과는 다른, 상반된 한 면을 이끌어 냈다. 가난도 범죄가 자생하는 토양의 하나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빈곤하더라고 빈곤한 패기가 있다(窮有窮志氣)”라고 하거나, “빈곤한 사람도 자연히 빈곤한 자의 기개가 있다”라고 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가난은 비웃어도 창녀는 비웃지 않는다"라고 영락과 죄악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비정상적인 변태심리요 인격 왜곡이며 자포자기다. 이 모든 것은 중국인이라면 다 알고 있는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요 현실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곤궁도 범죄를 양산하는 토양 중 하나다. 이런 ‘곤궁, 빈곤, 가난’은 경제적 빈곤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정신적 빈곤도 포함한다. 이는 사회생활의 잠재적 위기 중 하나다. 거지의 발생과 내막에는 그러한 역사적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가 심도 있게 성찰하여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중국은 인구가 많은 농업문명의 역사가 오랜 나라, 고국(古國)이다. 비록 역사상 몇 번의 번영을 구가한 태평성세가 있기는 했지만 빈곤과 낙후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귀의 어두운 그림자처럼 그 오래되고 낡은, 신주(神州) 대지를 배회하였다.

 

빈곤의 악마는 오랫동안 역대 중국인들이 끊임없이 경건하게 계속적으로 올리는, 결코 낮아져 본 적이 없는 제사의 향불을 마음껏 향유하였다. 그렇기에 빈곤은 느긋하게 흩어지지 않고 연속되어 왔다.

 

역사적으로 농업문명으로 유명한, 농사짓기를 생업으로 삼고 살아나가는, 경식(耕食) 위주의 대국이 매번 전쟁의 봉화가 끝이지 않고 홍수가 온 땅을 할퀴며 천재가 세상을 뒤덮을 때마다 맨 먼저 환란을 당하는 부류는 농민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도시와 시골의 빈민이었다.

 

다행히 도탄에 빠지지 않은 농민은, 생계를 유지하려고 처자를 데리고 황망하게 고향을 버리고 타향으로 피난길에 들어설 수밖에 없었다. 죽이라도 먹으려고 자녀를 팔기도 했다. 처자와 생이별해 각자 살 길을 찾아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서 대량으로 가장 기본적인 거지 자원이 생겨났다.

 

거지 무리 속에는 곤경에 빠진 궁핍한 농민이 대다수였다. 걸식하면서 근근이 목숨을 부지하니, 심리적 부담이 가중되어 왜곡된 심리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고유한 인격의 존엄이 손상되었다. 남세스럽고 낯을 들 수 없는 불운한 삶을 그 누가 원하겠는가!

 

곤궁은 늘 거지와 동반하였다. 궁핍은 생각만하여도 전율하게 만드는 글자였다. 빠져나갈 길만 있다면 절대 비천하게 생계를 꾸리지 않을 것이다. 누가 먹을 것을 구걸하는 거지 떼와 같이 지내겠는가.

 

“가난은 비웃어도 창녀는 비웃지 않는다”라는 말은 이러한 심리상태가 비틀린 의식이다. 양가 부녀자가 창기가 된다는 것은 실제 육체를 팔고 인격을 파는 특화된 걸식의 한 방식이다. 창기의 실제 수입은 자신과 가족이 지불하는 대가에 결코 미칠 수 없지 않은가.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첫째는 빈궁, 둘째는 공백 상태 ; 기초가 박약하다는 말로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문화적으로 공백상태에 있음을 가리킨다. ‘궁(窮)’은 농·공업이 낙후된 것, ‘백(白)’는 문화·과학 수준이 낮은 것을 뜻한다. 1956년 4월, 모택동(毛澤東)이 ‘10대 관계를 논함(論十大關係)’이라는 연설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이 선진 제국에 비하여 낙후된 것을 표현한 말로, 이러한 공백 상태는 오히려 장래의 창조성과 발전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뜻에서 썼다. 다시 말해, 당시 모택동은 중국 상황은 첫째가 경제적 궁핍이고 둘째가 문화적 백지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벗어나기 위하여 모든 인민이 자발적으로 사회주의 건설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2) ‘가난한 상태에서 공산주의 사회로 넘어가다’라는 의미다. 20세기 50년대 말에 나타난 중국 정부의 극좌적인 정치 현상을 말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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