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활동으로서의 예술

  • 등록 2025.12.26 10: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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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길 가는 그대의 물음' ... 제주문화이야기(49) 사물과의 협력, 폐기된 도구에서 찾는 욕망의 세계 ①

'우리가 버린 폐물에서 자본주의의 본질을 본다' 정크 아티스트 양용방전 '마이 라이프'

2025년 양용방 개인전 my life전은 냄비, 후라이팬, 숟가락, 냄비 뚜껑, 솥 등 폐기물로 만든 조각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런 조각을 정크 아트(junk art)라고 하는데 정크 아트란 폐물(廢物)로 만든 미술이라는 뜻으로 고물상에 버려진 폐물들을 수집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반전(反轉)의 예술 방법을 말한다. 산업 산회 등장 이후 정크아트는 물질문명이 낳은 쓰레기로 다시 그 문명을 되돌아보게 하는 비판적인 역설을 생각하게 한다. 양용방은 주로 정크 아트 조각가로 신선한 의미를 부여하여 오늘날 우리들이 처한 사회적 의식과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전시는 제주전:11월 19일~12월 26일 갤러리 이호, 서울전:11월 26일~12월 26일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제주갤러리)

 

우리는 '예술작품을 인간의 정신활동의 산물이다'라고 한 헤겔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 예술은 분명히 인간 기량의 산물이며, 기량은 몸이라는 정신과 육체의 통일체에서 나오는 결과를 따른다.

 

생명은 물질로부터 나오고, 정신은 생명을 통해서 생성된다. 몸이라는 생명의 집합체가 정신을 보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몸과 정신은 분리되지 않고 하나다. 있다는 것에서 있는 것이 나온다. 그래서 헤겔은 예술미를 정신으로부터 태어나고 다시 태어난 미라고 여겼던바 예술미를 자연미보다 더욱 우월하게 생각했다.

 

예술에 있어서는 자연도 하나의 모티프가 될 수 있다. 미의식도 사회에 따라 변하고 예술 표현의 방법도 다양하게 나타나는 오늘날이지만, 그래도 예술이 정신적 활동의 중심에 있다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간 정신이 있는 한 예술은 새로움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예술이 고정되지 않거나 실험정신의 산물이라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예술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세상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형태학적 해석의 논리를 따라가면 그 형태 속에는 분명 어떤 형식이 있다는 말이 되고, 마지막에는 그것의 예술 내용을 말하게 된다. 우리는 그 내용을 하나의 ‘의미’나 ‘의미 찾기‘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숱하게 내용이 형식을 결정한다거나 혹은 그것의 반대로써 형식이 내용을 결정한다는 논쟁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예술에는 형식이라고 하는 구분이 그리고 내용의 의미를 드러내는 주제가 있다. 또한 그것의 개념들을 전복하거나 형식으로서의 장르나 내용으로서의 의미마저 깡그리 무시할 수도 있다. 예술은 절대로 고정적인 개념으로 전형화되지 않는다. 사고(思考)가 균일화될수록 경직된 집단화의 길로 향하는 것이다. 예술 자체가 자유의지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의 예술사가 걸어온 길이 미적 개념에 저항하거나 전복, 변형시키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예술 자체에서 창조라는 의미가 다시 새롭게 힘을 얻게 된다. 결국 창조(창작)는 예술의 과정에 속해있는 ’하나의 단단한 심지‘라 할 수 있는 저항인 셈이다.

 

그래서 시대사조, 시대 개념, 형식 유행(스타일)이라는 말은 같아 보이지만 같지 않은 바로 저항의 다른 얼굴인 시대정신이었다. 시대라는 말에는 변화라는 말이 들어 있고, 변화라는 의미 속에는 변형된다는 진화적 개념이 함께 있다. 진화의 개념에는 생존이라는 목표가 있다. 그러나 생존에는 은연중에 삶과 죽음이 포함되는데 진화에는 진보와 퇴행이 동시에 들어있다.

 

요즘 세상은 어느 때보다도 어둡다. 그렇지만 우리는 늘 새로운 변화, 즐거운 세상을 꿈꾼다. 예술이란 '삶을 위한 활기찬 노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오늘날 어디를 가든 이 생명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필요한 때이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예술은 모든 곳에서 절망보다는 희망의 기운을 주는 힘의 예술이 돼야 한다. 시대정신이라는 존재의 자유의지를 원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빠르게 훼손되고, 국가자본주의라는 전체주의 길로 치닫는 것을 볼 때, 자본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빈부를 가르고 있는 지금 예술은 전형의 단순화라는 과거의 유령을 숭배해서는 안 된다. 우리 시대 진보는 역사주의가 아니며 동시대 현실주의가 돼야 한다. 이 냉혹한 자본주의 현실, 그 현실이 점점 파시즘으로 변해가는 이때 자본의 현실주의는 자본주의에 있고, 병들어가는 자본주의는 긴급 처방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예술은 무엇을 드러나게 할 수 있는가?

 

인간은 개체적 생명체다. 많은 만큼 생각이 다양해야 한다. 하나가 되면 위험할 때가 있고, 필요할 때도 분명히 있지만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이 정치적으로 결정돼서는 안 된다. 80억 인구의 마음들이 하나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없는 것은 어떤 사상의 패턴은 있을지언정 주형물(鑄型物)과 같은 똑같은 존재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보는 사람마다 보는 느낌이 각자 다른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음은 수많은 갈래로 퍼지는 리좀(Rhizom)과 같다. 마음은 한날한시가 다르고, 어떻게 변해갈지 모르는 전방위 방향의 실시간 심리를 생성한다. 심리학에서 인간의 심리적 유형을 패턴화시켜서 마음을 유추할 뿐이다. 나의 아비투스(habitus)가 다른데 내가 옆 사람과 같은 마음이라고 할 수 있는가. 마음은 당사자가 내면의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존재들이 같은 마음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김유정 제주문화연구소장 jci61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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