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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훑기(40) ... 당당하지 못하고서야 어찌 유혹을 뿌리칠까?

 

홍준표 경남지사의 지난주 골프 원맨쇼를 보면서 10년 전 ‘천안 골프 괴담’이 떠올랐다.

 

천안의 정부 관계기관이 운영하는 골프장을 무대로 벌어진 일이다. 이 골프장은 서울과 가깝고 라운딩 비용이 비교적 저렴해 주말 부킹 경쟁이 극심하다.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당시만 해도 이곳에선 천안의 권력기관들 주말 부킹이 끗발 순으로 이뤄졌다. 권력기관이 어디 어디인지는 독자 상상에 맡기겠다. 모두 공무원이 근무하는 공적기관이다.

그런데 주말 부킹권(權)을 싸고 사건이 일어났다. 골프장 측에서 주말 부킹 팀수를 불가피하게 줄여야 하는데 가장 힘이 약한 기관의 라운딩 팀수만 줄인 게 화근이었다. 이 기관이 발끈해 골프장 혼내주기에 나섰다.

 

골프장 폐수 문제를 들추기 시작했다.

이 지저분한 다툼 소식이 귀에 들어왔다. 골프장 취재를 시작했다. 권력기관들 각각의 주말 부킹 팀수를 캤다. 이런 혜택이 어떻게 가능하지 추근했다. 골프를 못 배운 덕에 용감하게 몰아붙였다.

골프장 측이 사색이 됐다. 혹여 주말 부킹 잡음으로 권력기관들에 누를 끼치면 골프장은 어찌 될까. 심적 부담이 컸다. 그 여파가 고스란히 골프장에 쏟아질 게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권력기관들이 취재를 막으려 안간힘을 썼다. 한 동료기자가 취재 중단을 넌지시 권했다. “기사화할 생각은 없으니, 보고만 있으라”고 안심시키고 취재에 더 박차를 가했다. 권력기관을 무서워해야 할 개인적 이유가 전혀 없어 취재는 당당했다. 권력기관들이 느끼는 긴장감이 속속 전해졌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취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권력기관 한 곳의 장(長)이었던 고교 선배가 간곡히 부탁했다. “네가 (취재를) 그만두지 않으면 내가 잘릴 수 있다”고 엄살을 부렸다. ‘뭐, 이 정도면 소기의 성과는 얻었다’는 생각에 취재를 접었다.

취재 목적은 공직사회 골프 문화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였다. 공직자들이 골프 때문에 월권·접대 등 부적절한 유혹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공무원이 골프를 치는 걸 뭐라 하고 싶지 않다. 천안서도 가장 월급이 세고, 가장 직원 수가 많은 직장이자 직업은 역시 공무원이다. 이들이 골프를 즐기지 않으면 골프장 운영이 힘들고,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말도 일리는 있다.

지난 5일 1회 경남도지사배 공무원 골프대회에는 도내 시장·군수 6명, 도의원, 도청과 18개 시ㆍ군의 공무원 등 140여 명이 참여했다. 1인당 25만원의 골프장 이용료(그린피·캐디피·카트비 등)를 냈다.

홍 지사는 “정권만 바뀌면 공무원들이 골프를 못 치게 하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했다”며 “등산과 축구는 해도 되고 골프는 못 하게 하는 위정자 인식은 정말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에게 “당당하게 골프 쳐라”고 외쳤다.

검사 출신치곤 비유 수준이 너무 낮다. 하루 등산·축구하는 데 25만원이 들진 않는다. 또 등산·축구는 골프보다 많은 인원이 함께 즐길 수 있다.

국회의원까지 지낸 그는 권력기관에 오래 몸 담았다. 아마 주말 부킹이 어려워 골프 못 친 적은 드물 것이다. 이용료가 없어 골프를 못 친 적도 없을 것이다. 자신이 지금껏 특권층으로 지낸 걸 모를지도 모른다.

공무원은 국가 모든 분야에서 중심축을 이룬다. 많은 예산이 수반되는 공적 사업도 처리한다. 유혹이 있게 마련이다.

 

이것이 공무원이 ‘당당하게’ 골프 쳐야 하는 이유다.

 

☞조한필은?
=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스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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