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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기록자 양조훈 전 부지사, [4.3 그 진실을 찾아서] 노작 ... 20일 출판기념회

4·3이 금기시되던 시절이 있었다. 차마 꺼낼 수도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잊기 쉽다. 4‧3이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선 기록으로 남길 수 없는 금기의 숫자였던 시절을.

 

금기의 벽들을 한 고비씩 부수며 넘어온 기록이자 증언이 있다. 책이름은 『4‧3 그 진실을 찾아서』.

 

양조훈 전 제주도 환경부지사가 오랜 세월 속에 담아뒀던 마음을 드러냈다.

 

4‧3평화교육위원회 위원장인 그는 1988년 제주신문 4‧3취재반장을 맡으면서 운명적으로 4‧3과 조우했다. 제민일보 4‧3취재반장과 편집국장, 4‧3특별법쟁취연대회의 대표, 4‧3중앙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등을 맡아 정부의 4‧3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을 주도했고, 공권력의 잘못을 밝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사과를 이끌어내는 데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이력에서 보듯 저자는 4‧3의 진실 규명사의 독보적 기록자다.

 

이 책은 ▲1부 억압 속의 진실규명 ▲2부 가열된 4‧3특별법 쟁취운동 ▲3부 4‧3, 이념누명을 벗다 ▲4부 보수진영의 끈질긴 훼방 ▲5부 역사화 작업과 화해의 길 ▲6부 남기고 싶은 이야기 등 총 6부로 구성되었다.

 

국가권력에 의해 어둠 속에 갇혔던 4‧3이 어떤 과정을 거쳐 빛 속으로 걸어 나오게 되었는가를, 그 고비마다의 히스토리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때로는 생중계하듯 박력 있게, 때로는 정담을 나누듯 조곤조곤 들려주고 있다. 저자가 몸소 그 현장 중심에서 행동했던 주체요 증인인 까닭에 비로소 가능한 서술이다.

 

4‧3 진실규명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비마다 겪어야 했던 어려움과 그것을 풀어낸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시선을 끈다. 저자는 그 매듭들 중의 어느 하나도 쉽게 풀린 것이 없었다고 회고한다. 그래서 “4‧3의 진실규명은 매번 기적이나 다름이 없었다”면서 거기에 얽힌 사연들을 하나하나 밝히고 있다.

 

예컨대, 하마터면 정부의 4‧3 진상조사보고서가 세상에 나올 수 없을 뻔 했던 일, 이명박 대통령이 4‧3위령제 참석을 결정했다가 철회한 일, 총리와 장관까지 나서서 평화기념관 개관을 막으려고 했던 일, 유족회와 경우회의 역사적 화해 과정 등 숱한 숨은 일화들이 소개되고 있다.

 

 

저자의 그런 서술적 장점으로 인해 『4‧3 그 진실을 찾아서』는 역사적 사실에 엄밀하면서도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힌다. 소설 「순이삼촌」의 작가 현기영 씨의 서평이 그 점을 부각하고 있다. “양조훈은 4‧3 비밀 캐기의 키워드가 되어 있는 이름이며, 이 책에서 들려주는 4‧3 비밀 캐기의 숨은 이야기는 좋은 소설을 읽는 것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고 했다.

 

양 전 부지사는 “제주4‧3은 이제 두 가지의 역사를 갖는다”고 밝히고, “하나는 저항과 수난의 4‧3 역사 그 자체요, 다른 하나는 국가권력에 의해 가려졌던 4‧3의 진실을 파헤쳐 오늘의 평화 인권 화해 상생의 이정표로 거듭난 진실규명사가 또 하나의 역사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바로 후자인 진실규명운동사를 현장에서 중계하듯 정리한 것이다.

 

끝으로 저자는 6부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통해, 한때 절대적 가치로 여겼던 이념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제주사람들은 4‧3을 안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 진실을 잘 모르고 있다. 4‧3은 냉전과 분단과 연계된 세계사적인 사건이라는 등의 주장을 작심한 듯 펼치고 있다. 획기적인 주장들이고 그런 만큼 주목받을 필요가 있는 주장들이다.

 

출판기념회는 오는 20일 오후 5시 제주언론인클럽(회장 홍명표) 주관으로 제주상공회의소 5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562쪽. 도서출판 선인 펴냄, 정가 2만원. [제이누리=양성철 기자]

 


양조훈은? = 4‧3 광풍이 휩쓸던 1948년 12월 제주읍에서 태어났다. 1972년부터 27년 동안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1988년 제주신문 4‧3취재반장을 맡아 「4‧3의 증언」을 연재하며 운명적으로 4‧3과 조우했다. 이후 제민일보 4‧3취재반장과 편집국장 등을 거치며 4‧3의 진실을 밝히는「4‧3은 말한다」(456회)를 10년 넘게 연재했다. 1999년 신문사에서 해직당한 이후에는 4‧3특별법쟁취연대회의 공동대표를 맡아 4‧3특별법 제정 운동에 앞장섰다. 2000년 이후 4‧3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수석전문위원으로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작성의 실무책임을 맡아 공권력의 잘못을 밝혀냈고, 이 진상조사보고서를 근거하여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사과를 이끌어내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뉴욕타임스』(2001)는 저자를 “4‧3 학살을 조사 연구해온 저널리스트”로 소개하고, “그의 소망은 나라 전체가 이 역사를 인식하게 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4‧3평화재단 초대 상임이사, 제주특별자치도 환경부지사도 지냈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4‧3평화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평>
양조훈―온갖 협박과 비난, 방해의 완강한 벽을 온몸으로 뚫으면서, 4‧3 진상규명의 대의에 일생의 절반을 바쳐 헌걸차게 살아온, 그리하여 4‧3 비밀의 키워드가 되어 있는 이름이다. 그런 그가 이 책에서 들려주는 4‧3 비밀 캐기의 숨은 이야기는 좋은 소설을 읽는 것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 현기영(소설가, 「순이삼촌」 작가)

 

무릇 비극적 역사의 극복은 역사의 진실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4‧3의 진실을 찾아 맹렬 정진해온 저자는 제주가 비극의 땅에서 ‘평화의 섬’으로 가는 데 이바지했고, 특히, 토벌대의 후예와 무장대의 후예가 화해‧상생하는 특별한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한 바 크다. 언론인의 정의실현에 대한 집념이 돋보이는 책이다. - 한용원(전 보안사 정보처장, 「창군」 작가)

 

제주4‧3은 극우권력‧미군에 의해 왜곡 조작되고 금기시되어 온 민족 최대의 비극이다. 그 현장을 취재반장으로, 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발로 뛰며 4‧3의 진실을 밝히고 명예를 되찾는 운동에 30년 가까이 전력투구한 저자의 도정은 그 자체로 역사적 기록이다. 이 책은 생동감 있는 체험기이자 민주화 운동사로, 은폐된 현대사 복원을 위한 박진감 넘치는 증언이다. - 서중석(성균관대 명예교수, 역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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