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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의 원도심 만들기(6) ... 응용하면 좋을 3B의 법칙

사흘에 걸친 탐라국입춘굿놀이가 끝나니 제주목관아 일대가 다시 조용해졌다. 장수 수(帥)라고 적힌 사령관의 황색 깃발이 저 홀로 찬바람에 펄럭일 뿐이다.

 

“과거 제주의 중심이던 제주목관아가 복원됐지만 운영방향을 잃으면서 외국인 관광객 투어코스에서도 외면 받는 ‘죽은 문화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월초 제주의 어느 신문은 이곳이 도정감사에 오른 일을 이렇게 보도했다. 행사도 프로그램도 마땅한 게 없고, 있다고 해도 몇 년째 똑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운영 적자폭은 매년 늘었다. 제주목관아는 조선시대 목사가 행정사무를 보던, 지금의 도청과 같은 곳으로 1993년 복원되면서 국가사적에 지정됐다. 탐라시대부터 주요 관아시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될 만큼 유서 깊은 원도심의 대표적인 문화유적이나 발길은 뜸하다.

 

그렇다면 관광객들은 왜 이곳을 외면할까? 복원된 유적지가 대개 그렇듯이 박제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입구에 설치된 안내문부터 읽어보기가 벅차다. 저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보다 전문가들이나 아는 고고학과 서지학을 동원하며 이 '장대한' 복원공사를 어떻게 성사시켰는지에 대한 공무원들의 자화자찬이 대부분이니 누가 읽고 싶고 또 누가 입장료 내가며 들어가 보고 싶겠나? 막상 들어가 보면 드라이한 역사 해설에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마네킹의 쇼케이스에 불과한데다 체험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곤장 맞는 시늉 정도에 불과하다.

 

이곳에 공연 같은 문화행사가 늘상 펼쳐지면 많은 사람들이 찾을까? 나의 소견은 ‘글쎄’다. 워낙 재미있지 않고는 누적적자만 늘고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고 말 가능성이 높다. 박제된 공간에 생명을 불어 넣으려면 생명 있는 것들을 투입시키면 된다.

 

이 글에서는 엄마말과 망아지, 엄마 아빠노루와 아기노루들이 들어갈 것을 제안한다. 이는 3B라는 광고의 법칙에 근거한다. 아기(baby), 미인(beauty), 동물(beast) 이 세 가지가 등장하는 광고는 어지간해선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드라이한 화학제품이나 철강제품같은 광고에 더 먹힌다.

 

 

 

 

 

 거룩한 사적지에 풍길 말똥 노루똥 냄새나 뛰쳐나간 노루의 교통사고부터 걱정된다면, 또는 동물은 자연에서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소위 동물권리(animal right)를 들이대고 싶다면 먼저 세계적인 사찰에 가보라고 권한다. 일본의 어느 절에 가면 입구에서 부터 사슴을 떼로 만날 수 있다. 1987년 이 곳에 처음 갔을 때 아무런 스스럼없이 내게 다가와 들고 있던 신문지를 뜯어먹는 사슴을 보고 놀람을 금치 못했었다. 나라의 도다이지(동대사)가 그 곳이다. 이 절의 대불전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건물이며 그 안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비로나자불이 앉아 있다. 물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다. 이 일대에는 1200여 마리의 사슴들이 사람들과 어울려 노닐고 있다. 이 장면은 18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되었다.

 

넘쳐나서 주체하지 못하는 한라산 노루 10마리만 제주목관아 마당에 풀어놓아 보라. 아기노루를 쓰다듬고 먹이 주는 어린 관광객을 떠올려 보라. 또 망아지에게 먹이를 주고 올라타서 한 바퀴 도는 장면을 생각해 보라. 분명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다음으로 투입시키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은 여성기마대다. 그 유래가 16세기의 기록으로 전한다. 1577년 자유분방한 천재 임제가 제주에 왔었다. 과거에 급제한 후 제주목사로 있던 아비를 만나러 온 길에 바다에 갔다가 말 달리는 여인들을 보고 깜짝 놀라 이렇게 쓴다.

 

“갑자기 날랜 말 세 마리가 백사장 너머로 부터 질주하며 달려왔다. 그들은 모두 흑마를 타고 갓을 썼으며 붉은 가죽옷을 입고 전후로 내닫는 것이 실로 원숭이처럼 날렵했다. 처음에는 놀라고 의아해 하였는데 자세히 보니 모두 여자들이었다. 목관(牧官)이 일부러 관기를 보내 그런 장난을 벌인 것이었다.”

 

제주목관아에 가보면 교방(敎坊)이던 터가 있다. 관기와 악공을 가르치던 곳이니 연예인 양성소였던 셈이다. 이곳에는 본기, 요녀기, 다모 등이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 다모(茶母)는 차 끓여 대접하는 기생으로서만이 아니라 여자가 연관된 범죄를 다루는 형사의 역할도 했다. 말을 자유자재로 부렸던 기생은 아마도 다모가 아닌가 한다. 조선 팔도에서도 제주의 기생들은 권력자들을 쥐락펴락하여 "제주기녀의 권세가 막중하다"는 평을 들을 정도였다. 배비장전에서 깨끗한 척 하는 관료들을 데리고 놀며 골탕을 먹이는 애랑은 소설 속의 주인공만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반만년 한국 역사에서 유일무이하게 여군이 복무했던 곳이 제주성이다. 1602년 8월 무렵 왕명으로 제주성에 도착한 어사 김상헌은 깜짝 놀랐다. 성 안에 여군이 수백 명이나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것도 남자보다 많았다! 그는 '남사록'에 "제주의 성 안에 남정(男丁)은 500이고, 여정(女丁)은 800이다. 여정이라는 것은 제주 언어이다. 남정이 귀하여 만약 사변을 만나 성을 지켜야 하면 민가의 건강한 부녀자를 골라 성 위에 세워 파수를 세웠는데 이를 여정이라 일컬었다. 3읍(제주, 대정, 정의)이 모두 그렇게 했다."고 기록했다.

 

집안일, 물질, 밭일 말고도 군역마저 짊어져야 했던 질곡과 수난의 상징이기도 하나 그만큼 강인한,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러움을 받을 제주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여정의 DNA는 후일 6·25가 났을 때 126명의 소녀들이 해병대에 자원입대하는 초유의 사건으로도 발휘되었다.

 

 

 

 

전쟁터에도 나갔는데 말 탄 경찰 쯤 못하랴. 여정과 여성해병대의 정신을 되살려 기마 여경을 많이 양성하면 좋겠다. 목관아와 차 없는 길 뿐만 아니고 원도심 전체를 패트롤하며 치안과 안내를 맡게 하면 분명 원도심의 마스코트로 부상할 것이다. 마침 제주에는 2012년 3월 자치경찰기마대가 창설되어 아홉 명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여경은 세 명이다. 주로 올레길이나 숲길 같은 곳을 돌며 범죄를 예방하거나 부상자 구호활동을 하고 공공행사의 지원도 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인으로 구성된 25명의 명예기마대도 있다고 하는데, 전망이 매우 밝아 보인다. 앞으로 여성기마대를 50명 정도 양성하여 다롄 정도가 되면 원도심 뿐만 아니라 말산업특구로 지정된 제주의 명물이 될 것이다.

 

제주공항에서 직항으로 한 시간 15분이면 닿는 중국의 다롄(大連).

 

전국에서 몰려드는 젊은 여성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의 하나가 기마경찰인 곳이다. 이들의 훈련기지에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1994년 창설된 여성기마경찰대는 모델예술학교와 마찬가지로 입학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미모와 지성을 겸비해야 할 뿐 아니라 혹독한 훈련을 통과해야 한다. 시내 순찰과 교통정리는 물론 관광객을 위한 기마 공연 같은 일상적인 일 말고도 크고 작은 행사나 주요 회담이 열리는 곳마다 경호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내 국내외 지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제주 원도심에 노루, 말, 여성기마대를 투입하자는 이 제안이 보여지기 위한 광고 수단으로만 활용되면 곤란하다.

 

이런 것보다 우선 되어야 할 일은 콘텐츠의 발굴과 스토리텔링의 개발이다. 제주목관아를 노루공원으로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강민수는?
=어느 대기업 회장실과 특급호텔 홍보실장을 거쳐 어느 영어교재 전문출판사의 초대 편집장과 총괄임원으로 3백여 권의 교재를 만들어 1억불 수출탑을 받는데 기여했다. 어린이를 위한 영어 스토리 Rainbow Readers 42편을 썼고, 제주도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관한 제주문화 콘텐츠 전국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대안 중심의 환경운동가로 제주 최초의 마을 만들기 사례인 예래생태마을의 입안자이며 펭귄수영대회 등의 이벤트 개발자이기도 하다. 현재 제주의 한 고등학교 초빙으로 영어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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