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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의 세상풍경(4) ... 제주도 사행산업의 허와 실(1)

"도박은 사람을 나태하게 만든다"며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카지노는 안된다"던 초대 리콴유 총리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 정부가 침체되는 경제 앞에서 전격적으로 카지노를 수용했다.

 

그 카지노가 일약 경제 살리기의 승부사로 부상하면서 일본․대만․필리핀․태국․베트남․캄보디아․러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카지노 경제에 뛰어들고 있다. 이처럼 ‘너도 나도’ 하는 카지노의 도미노현상은 담배조차 반입이 금지되는 도덕국가가 산업정책으로 도입할 정도면 ‘이제 카지노는 경제 살리기의 이정표’란 심리가 확산된 결과인 것 같다. 사실 카지노는 사막의 라스베이거스를 관광의 신기루로 변신시킨 것처럼 모래도 금싸라기로 만들어내는 마이더스의 손으로 작용해 왔다.

 

이러한 아시아의 카지노 러시 속에서 한국은 세계의 카지노 자본들이 가장 먼저 점유하고 싶어 하는 제 3의 장소다. 전 세계 1억명이 넘는 관광객을 송출하면서 카지노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는 중국과 가까울 뿐 아니라 아직은 따뜻한 한류 열풍과 한국인의 뜨거운 사행심리가 융합 작용할 경우 카지노 빅뱅을 일으킬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중에서도 제주도는 카지노의 파라다이스로 각광이 예상되는 그들 나름의 보물섬이다. 중국인이 사랑하는 한국의 명품 선발대회에서도 제주는 단연 관광명소 1위로 선정되지 않았는가. ‘장사는 목’이라고, 제주는 3개국 24개 도시에서 직항이 가능할 뿐 아니라 북경에서 2시간, 상해에서 1시간 이내의 비행거리에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19개 도시가 직항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비자 또한 면제다.

 

 

바로 이 꿈같은 제주 땅에 말레시아 버자야 그룹이 첫발을 내디딘 이래, 중국자본들이 드림타워, 신화역사공원, 헬스케어 타운, 분마이호랜드, 차이나비욘드힐 등의 프로젝트로 속속 상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하나같이 카지노를 품고서 대박의 신화를 꿈꾸고 있다 한다. 공사가 한창인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에 가보라. 거주민의 교통과 조망을 불편케 하면서까지 조성된 단지의 가시적인 시설들은 빽빽하고 단조로운 콘도건물 뿐이다. 조감도를 보면 숙박과 편의시설이 각각 27%, 19%인데 반해 의료연구시설은 11%에 불과해 미국, 태국, 인도의 성공적인 의료관광 모델을 벤치마킹했다는 게 의문스러울 정도다.

 

게다가 상가, 운동․오락, 휴양․문화 시설들의 합계면적이 10%에 불과하니, 흘러나오는 카지노 얘기에 주민들은 은근히 걱정스럽다. 하지만 녹지가 33%이니 Wellness Park, Medical Park, R&D Park로 구성된 사업계획의 휴양(Park) 기능을 최대한 믿어보며, 카지노에 대한 의심을 털어내 본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의 첫 번째 영리병원으로 제주도에 설립 예정이다 무산된 싼얼병원의 모회사가 당초 땅장사를 위해 제주도에 설립된 법인’이란 뉴스에 의심이 되살아난다. 다만 신화역사공원의 경우처럼 단지 내부 어딘가에 카지노가 숨어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 상황에서 원희룡 도정이 카지노에 대한 범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제주형 카지노 정책 모델’을 추진하고 있음은 시의적절한 대응이다. 왜냐하면 한국에는 16개의 외국인전용 카지노가 운영 중에 있지만 이들을 제대로 감독할 정책당국은 부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강원랜드의 내국인 카지노와 함께 외국인전용 카지노에 대해 총량제에 의한 매출총량은 설정하고 있지만 운영상의 관리업무는 수행하고 있지 않다.

 

사감위가 총괄하는 사행산업은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소싸움경기 등 7개 업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3년 말 현재 19조 672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카지노의 성장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약진중이다. 특히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강원랜드보다 2~3배 높은 성장세를 과시하고 있다. 2013년 말 기준, 카지노 매출액은 2조 6475억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외국인 카지노가 895억원을 더 벌어들이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 사행산업은 OECD 국가 중 가장 다양한 품목을 자랑한다.

 

그만큼 국민의 도박성향이나 도박중독 유병율이 2~3배 더 높아 ‘도박공화국’이란 별칭을 얻고 있다. 참고로 도박중독유병률이란 우리나라 성인인구 중 계도의 대상인 문제성 도박자와 치료의 대상인 병적도박자를 합한 비율로, 2012년 사감위 조사에서는 7.2%로 나타났다. 따라서 정부는 사행산업의 순매출액 상한선을 GDP(국민총생산량) 대비 0.58%로 설정해 총량제란 모자(cap)를 씌워서 사행산업의 확산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총량 한도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바둑이나 빙상경기 등 내기가 가능한 게임들이 정규 사행사업으로 진입하려는 시도가 공공연히 일어나는 실정이다.

 

제주에는 국내 외국인전용 카지노 중 절반인 8개가 들어서 있다. 제주도를 국제적인 관광단지로 개발해 외화를 획득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 6공화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대거 허용한 결과다. 카지노의 폐해를 최소화하면서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여 통 크게 지갑을 열게 함으로써 경제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는 카지노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카지노들은 2013년 말 현재 전체 매출액의 16%에 불과한 2168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그나마 사기, 횡령, 적자경영, 분식회계, 경영권분쟁, 역외유출 등으로 지역경제에는 오히려 마이너스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주에는 카지노 외에도 경마와 복권이 전국 대비 성업 중인 사행사업으로 분류된다. 경마는 제주경마장을 통해 2013년도 1조 2336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제주도에 지방세 1022억원(레저세 723억원, 교육세 289억원, 농특세 등 10억원)을 납부했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과 나눔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4억원 가량의 기부금도 내놓았다. 하지만, 관광진흥을 위해 경마를 좋아하는 일본관광객을 대거 유치하겠다던 애초의 설립 취지와는 달리 고객의 대부분이 제주도민이란 게 문제다. 도박중독으로 피폐해진 경마장 인근의 마을과 경마가 시행되는 날 일대를 뒤덮는 차들이 영업용인 것은 도박이 사회문제임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경마를 통해 거둬들인 지방세의 납부자들이 사실인즉 위기에 빠진 도민이라면, 지역사회 기여도를 내세우는 사행산업의 존재가치가 얼마나 이율배반적 것인가?

 

반면에 복권은 제주도에게 그야말로 지속적인 행운이 되고 있다. 1995년 신구범 도정은 ‘관광진흥 및 국제자유도시 건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제주도개발특별법에 근거해 자체적으로 관광복권을 발행하였다. 이 복권은 2004년 정부가 통합복권법을 시행하면서 로또복권으로 병합되었으나, 제주도는 기득권을 인정받아서 2014년도에도 전체 복권수익금 중 법정 배분액(현행 복권기금은 65%를 저소득층 등에 대한 공익사업에 쓰고, 나머지 35%는 법정배분제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정부부처․기관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법정배분액 중 약 17%는 지자체들에게 지원되는데, 제주도는 이와 별도로 17%를 제주특별자치도 개발사업특별회계로 더 받는다)의 19% 가량을 배정받고 있다. 올해는 약 996억원을 받아서 노인·저소득층·장애인·해녀를 위한 복지서비스와 자연재해지구 정비, 중소기업육성·농어촌진흥 융자지원, 김만덕기념관 건립 등에 지원하였다.

 

1995년 개시 이후 올 2014년까지 20년 동안 복권은 제주도에 약 8940억원을 수혈해 왔다. 필자는 2006년부터 4년간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산하에서 복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제주도의 복권을 지켜보았다. 복권은 그야말로 제주의 희망, 때로는 자랑, 간혹은 위로, 언제나 나눔이 되어 주었다.

 

이처럼 제주도의 경마와 복권은 같은 사행산업 내에 묶여 있으면서도 전혀 속성과 효익이 다른 특성을 내재하고 있다. 이 두 가지 경험은 향후 제주도가 또 다른 사행사업을 결정할 때 비교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여기에 견주어 볼 때, 가장 도박의 폐해가 큰 것으로 인식되는 카지노의 도입이 제주도민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칠 지 가늠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주도가 앞으로 어떻게 카지노를 기획하고 관리해 나갈 것인지, 그 로드맵이 궁금할 수밖에 없는 도민들에게는 알 권리에 걸맞은 정보 공개와 의견수렴이 요구된다.

 

제주도가 소위 ‘카지노의 보물섬’으로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영위해 나가려면, 카지노는 사업자에게만 귀중한 게 아니라 도민에게도 소중한 자원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시 한 번 더 질문해 본다. 제주도는 정녕 카지노의 보물섬인가? <2편으로 이어집니다>

 

☞허정옥은?

= 서귀포시 대포동이 고향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 육지로 나가 부산대학교 상과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고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볼티모어시에 있는 University of Baltimore에서 MBA를 취득했다 주택은행과 동남은행에서 일하면서 부경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이수했고, 서귀포에 탐라대학이 생기면서 귀향, 경영학과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면서 서귀포 시민대학장, 평생교육원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3년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의 대표이사 사장과 제주컨벤션뷰로(JCVB)의 이사장 직을 수행했다. 현재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서비스 마케팅과 컨벤션 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 2기를 수료했으며, 언젠가 해녀가 되어 서귀포바다를 얼싸안고 살아가고 싶은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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