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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주년 연속기획: 자! 이제는] 후진 선거풍토 바꿔야 선진 리더 나온다 (5.끝)
<특별기고> 박재욱 전 한국지방정치학회 회장(신라대 교수)

2014년 6.4 지방선거가 7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선거는 제주의 새 시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높습니다. 하지만 우리 제주의 선거문화, 풍토는 여전히 과거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혈연.학연.지연의 굴레에 갇혀 있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구태정치와 편싸움 논리만 춤을 추고 있습니다. <제이누리>가 창간 2주년 특별기획으로 새로운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우리 선거문화의 과제를 연속 시리즈로 진단했습니다. 편집자 주

 

 

 

선거문화의 오염과 왜곡상은 비단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타 지역에 비해 유별나게 강한 향토심과 연줄망은 두 가지 차원의 시각을 낳는다. 긍정적으로 보면 ‘무한한 제주 사랑’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부정적인 시각에서 이해한다면 ‘제주 발전을 가로막는 암초’로도 보일 수 있다.

뭍에서는 제주도를 아름다운 ‘삼다도’라 부른다. 이런 제주가 ‘동문회, 경조사모임, 체육행사’라는 ‘선거 필수 3코스’, 학연·지연·혈연이라는 ‘연줄 3중주’, 이른바 전·현직 지사들을 지칭하는 ‘제주판 3김’ 등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건 사실 시급한 문제다. 새로운 선거문화를 통한 참신한 리더십 창출, 그리고 이러한 참신한 리더십에 의해 제주가 미래 발전으로 향해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우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직 후보들 간에 ‘선거 필수 3코스’ 방문을 자제하는 신사협정이 필요하다. 현행 공직 선거법 역시 각종 모임에 참석해 부의금, 축의금, 찬조금을 지출하는 데 대해 엄격한 규제가 있다. 그렇듯 적어도 선거 출마가 예상되거나 출마를 선언한 인사들은 선거 문화의 건전성, 공정성,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이러한 행사에 참여하거나 참석하지 않겠다는 공동 결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물론 우리 정서와 전통문화에서 볼 때 가까운 친지나 지인들의 경조사 등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엄격한 규제보다는 일정한 합의에 의한 ‘룰’ 제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사실상 우리나라의 많은 공직자들이 각종 행사나 경조사 참석으로 인해 빼앗기는 시간과 정력을 현장 파악과 정책 개발에 쏟아 붓는다면 대단한 정책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몇 년 전 호남 출신의 모 국회의원이 우리나라의 무분별한 밤 문화로 인해 상실되는 시간적, 정신적 폐해를 지적하고 이를 개선할 것을 설파한 적이 있다. 참으로 공감이 가는 주장이다.

 

그리고 ‘연줄 3중주’ 문제다. 음악에서 3중주는 조화로운 화음으로 귀를 즐겁게 해주지만 학연·지연·혈연 등 연줄에 묶인 ‘연줄 3중주’가 자아내는 패거리 의식의 양산이나 적대적 분열과 갈등은 결코 선거 문화의 진보와 지역 발전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 과거 영남 중심의 ‘우리가 남이가’라는 구호가 얼마나 극심한 지역 간 갈등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린 정치적 자산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곰곰이 되새겨 볼 일이다.

 

연줄에 의한 정치는 후진국 행태의 공통된 특징이며 합리적이며 생산적인 정치 발전에 커다란 장애 요인이다. 과거 미국에서도 이민집단을 중심으로 표를 팔고 집단이익을 취하는 ‘머신정치(machine politics)’가 존재했었다. 그 결과 미국의 지방정치는 부패의 온상 그 자체였으며, 정치의 혼란상은 물론 미국 시민의 정신적·도덕적 기반을 허물어 버렸다. 결국 양식 있는 지식인과 정치세력에 의해 개혁주의 정치 바람이 불면서 이를 청산하고 오늘날 선진적인 아메리카식 정치 모델을 창출하기에 이르렀다.

 

씨족이나 동문 패거리 식의 결집은 겉으로만 정을 나누고 친목을 가장할 뿐 실제로는 자신들만의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이익만을 챙기려는 얄팍한 타산에 기대고 있을 뿐이다. 소수 패거리에 의한 독점적 이익 추구는 결국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의 이익과 권리를 침해하기 마련이다.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취해지지 않는 한 제주도민 전체를 아우르고 제주도민의 공동 이익과 발전을 도모하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방도는 절대적으로 구해질 수 없다.

 

‘제주판 3김’이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다. 제주에서 일부가 그런 용어를 쓰고 있다고 들었다. 솔직히 참 생소하다는 느낌이다. 3김에 속하는 전·현직 지사 분들 모두 개인적으로 드러난 훌륭한 인품과 도정의 뛰어난 경영성과를 통해 도민들이 충분히 이를 이해하고 평가하고 있을 터이다. 우리나라 정치사에 족적을 남긴 오리지널 3김씨처럼. 오늘날 이들 3김씨의 정치적 업적과 과오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듯이 당연히 ‘제주판 3김’에 대한 평가도 그러하리라 믿는다. 우리 정치사가 원조 3김을 극복하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고 발전했듯이 현재 시점에서 제주 발전에 이 분들이 어떠한 의미에서든지 걸림돌이 된다면, 이를 넘어서려는 움직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아직도 사회적으로 풀지 못하고 있는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우리나라는 3김씨 중 마지막 분인 김대중 대통령 이후 세대교체와 정치쇄신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해오고 있다. 제주 역시 새로운 역사와 정치의 장을 마련하려는 스스로의 쇄신 노력이 가능할 때 국내외적 어려움을 뚫고 나갈 새로운 리더십과 비전이 찾아질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제주도민 모두의 공멸이 아닌 공존의 길이라 확신한다.

‘선거 필수 3코스’, ‘연줄 3중주’, ‘제주판 3김’이라는 무거운 고리를 끊고 진정 아름다운 ‘삼다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박재욱은?=부산출생. 연세대 정외과를 나와 동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을 거쳐 신라대 기획처장을 역임하고, 현재 행정학과 교수이자 인문사회과학대 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지방정치학회 회장을 거쳐 21세기 정치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또 한국정책과학학회 대외협력위원회 위원장,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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